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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어대가리

출연/스태프
출연 창고지기 자앙/전무송 창고지기 기임/최종원 트럭운전사/정운봉 미스 다링/안효진 스태프 무대미술/이영세 무대감독/김미희 조명디자인/박춘선 음악/유성희 무대의상/노경실
내용
조그만 창고 속에 자앙(전무송)과 기임(최종원)이라는 두 명의 창고지기가 살고 있다. 그들은 오랜 세월 동안 창고 속에 함께 살면서 상자들을 지키는 일을 해왔다. 매일 새벽이면 화물트럭이 와서 부속품이 들어있는 상자들을 창고 문 앞에 내려놓는다. 창고지기들은 트럭 운전사(정운봉)가 가져온 서류에 적힌 대로 상자들을 분류해서 창고 안에 옮겨 쌓고, 출고할 상자들은 트럭에 실어보낸다. 부속품 상자들에 대해서 두 사람의 창고지기들은 각자 전혀 다른 태도를 취한다. 자앙은 단 하나의 상자도 틀리지 않게 보관했다가 정확하게 내보내는 것만이 사회와 개인을 위한 일이라고 확신하는 반면에, 기임은 그 부속품들이 무엇을 만들고 있는지 모른다는 점에서 확신을 갖지 못한다. 오히려 기임은 다른 창고의 창고지기들이 아무렇게나 재빠르게 상자들을 처리하고 남은 시간에 재미있게 노는 것을 부러워하면서 자앙에게도 그들처럼 일할 것을 제안한다. 트럭 운전사에게는 미스 다링(안효진)이라고 창고지기들이 별명을 붙인 딸이 있다. 그녀는 바람둥이로서 모든 창고지기들과 사귀고 있다. 그 중에는 기임도 포함되어 있는데, 기임은 그녀와 결혼해서 창고 밖으로 나가 살고 싶어한다. 고지식한 창고지기 자앙은 불성실한 창고지기 기임의 일하는 태도와 삶의 태도를 고쳐 주려고 안간힘을 쓴다. 자앙은 기임이 미스 다링과의 교제를 끊고, 자기와 함께 평생동안 창고 속에서 살기를 바란다. 기임은 미스 다링을 만날 때마다 잔뜩 술에 취해서 돌아오는데, 자앙은 의붓어미처럼 그에게 잔소리를 퍼부우면서도 정성스럽게 북어로 해장국을 끓여준다. 미스 다링은 아무렇게나 장난처럼 상자들을 다루는 창고지기들에서 사랑을 느끼지 못한다. 오직 한 사람, 고지식한 자앙에게 호감을 느끼고 구애한다. 그러자 자앙은 그녀의 구애를 받아주지 않는다. 어느 날 마침내, 창고지기 생활에 염증 난 기임은 상자 하나를 고의적으로 바꿔 트럭에 실어보낸다. 상자 하나가 잘못된 것을 안 자앙은, 기임을 책망하는 대신에 자신의 불성실함이라고 자책한다. 그리고 잘못된 부속품으로 무엇인가 만들어지면 큰 사고가 난다는 두려움이 커진다. 하지만 상자가 실려간 지 여러 날이 지났는데도, 잘못 만들어졌다는 연락은 오지 않는다. 창고지기 자앙은 상자 주인에게 그 잘못된 사실을 알리려고 온갖 노력을 다한다. 그러나 트럭 운전사의 말에 의하면, 부속품 상자들은 중간에서 여러 갈래로 나뉘어져 결국엔 어떻게 되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동고동락했던 창고지기 기임은 미스 다링과 함께 창고를 떠난다. 마치 몸뚱이를 다 잃고 머리만 덜렁 남아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북어대가리처럼, 자앙은 창고 속에 홀로 남는다. 세상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확신과 함께, 단 하나의 상자도 틀리지 않는 것에 삶의 의미를 느꼈던 자앙은 이젠 쓸쓸하고 공허하다. 식탁 위에는 기임이 추억으로 남겨놓고 간 북어대가리가 멀뚱멀뚱 눈을 뜬 채 생각에 잠긴 자앙을 바라본다.
이강백 (1947~ )
1947년 전북 전주 출생. 197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희곡 <다섯>이 당선되어 극작가로 데뷔하였다. 한국연극협회 이사, 동아연극상 심사위원 등으로 활동했으며, 현재 서울예술대학 극작과 교수이다. 1983년 한국희곡문학상, 서울극평가그룹상, 1985년 베네주엘라 제3세계 희곡 특별상, 1986년 대한민국문학상, 동아연극상, 1992년 백상예술대상 희곡상, 1996년 <영월행 일기>로 대산문학상과 <뼈와 살>로 제20회 서울연극제 희곡상 등 다수의 작품으로 상을 받았다. 대표작품 <파수꾼> <내마> <봄날> <칠산리> <북어대가리> <영월행 일기> <물고기 남자> <느낌, 극락 같은> <마르고 닳도록>
김광림 (1950~ )
서울대 불문학과 졸업,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원에서 연극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1978년 극단 연우무대 창립멤버로 참여하여 활동하다가 1986년부터 1997년까지 예술감독을 지냈다. 서울예술전문대학 극작과 교수를 거쳐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극작과 교수이다. 1993년 <수족관>으로 동아연극상 연출상, <북어대가리>로 백상예술대상 연출상을 수상하였고, 1996년에는 <날 보러 와요>로 백상예술대상 희곡상을 수상하였다. 대표작품 <달라진 저승> <날 보러 와요> <홍동지는 살어있다> <북어대가리> <우리나라 우투리>
수상현황
1993년 백상예술대상 대상, 작품상, 연출상 (김광림)
재공연
1993년 4월 14일~5월 31일 성좌소극장, 앙코르공연 1994년 2월 6일~13일 1994 오키나와 국제아동청소년연극페스티벌 참가 1995년 11월 1일~5일 일본 동경 록본기 배우좌극장
평론
(……) 이 무대가 보여준 기대 이상의 좋은 성과는 낯익은 배우들이 갖고 있는 좋은 점이 깨끗하고 차분하게 정리됐다는 점일 것 같다. 1970년대 <오드커플>에서 득의의 배역이었던 잔소리꾼 펠릭스 웅가 역을 했던 전무송은 그 역에서 발전해온 것 같은 또 하나의 인물 자앙 역을 끌어냈고, 최종원은 그의 개성인 수선스러움을 잘 활용하면서 슬픈 듯한 맛을 잘 끌어낸 기임 역의 얼굴을 만들어냈으며, 건조한 듯 독특한 억양을 사투리 대사로 처리해 무게를 얻어낸 정운봉의 트럭 운전사 역과 그 연기나 경력에서 비교적 새 얼굴인 미스 달링 역의 안효진의 어울림 등이 모두 그런 느낌을 얻어냈다. 차근차근 배우를 흔들어 깨워가며 들뜨지 않게 무대를 다듬어내는 연출가 김광림의 손길 같기도 하고 그의 손길에 인도된 배우들의 한 걸음 전진인 것 같기도 했다. 창고와 두 사람의 창고지기 얘기로 세상과 그 속의 사람을 얘기한 작가 이강백에게서도 기대는 어느 정도 충족된다. 우화나 풍자적 비유의 느낌을 차갑게 풀어낸 작가의 숨결이 깨끗하게 전달되고 있었다. (……) - <연극읽기 3>, 구히서, 메타, 1999 (……) 같은 환경 속에서 대조적인 인생관을 지닌 두 인물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추적한 <북어대가리>는 카타르시스와 함께 연극의 중요 기능인 발견(혹은 인식)의 문제를 진지하게 모색한 문제작이었다. 이 작품은 먼저 극장 입구부터 쌓아놓은 상자들과 무대 가득히 객석까지 압도하는 상자더미를 보여주었다. 그럼으로써 상품 유통의 현장이자 닫힌 사회를 반영하는 ‘창고’라는 환경을 통해 현대 사회의 단면을 들여다보게 했다. 또한 그와 같은 환경 속에서 경직된 머리만 있고 실천(혹은 실현)의 도구인 손과 발, 몸뚱이가 없는 (마치 ‘북어대가리’와 같은) 인물 ‘자앙’의 삶과 정체성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자율적인 판단 없이 무조건적으로 숨막히는 현실을 탈출하는 인물 ‘기임’의 삶이 각각 개연성을 확보하고서 전개되었다. 작품 <북어대가리>는 창고지기 ‘자앙’과 ‘기임’이 인간다운 삶을 말살당한 채 상품(혹은 자본)의 논리에 끌려다니는 삶을 사는 현대인의 전형이라는 것을 분명히 제시하였다. 두 인물은 그들이 보관하고 유통시키는 상품이 현대 산업 사회의 산물이었으나 역으로 현대인을 억압하는 요소임을 알아차리지 못하였다. 그들은 자신의 뜻과는 무관하게 짜여진 계획에 따라 상품을 보관하고 유통시키는 반복적인 행위를 기계적으로 되풀이할 뿐이었다. 이 작품은 이러한 인물들의 형상을 무대화시킴으로써 현대를 살아가는 관객들에게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였다. (…….) - ‘공연과 이론을 위한 모임의 <북어대가리> 합평회’, 토론 참가자(김창화, 오세곤, 김형기, 박철완, 서명수 등), <한국연극>, 1993년 4월호 (……) <북어대가리>는 투박한 최종원이 자기를 헌신적으로 사랑하던 깔끔쟁이 전무송의 곁을 떠나기까지의 과정을 다룬다. 그러니까 극의 겉 구조에서는 인간의 고독이 부각된다. 그러나 도중에 최종원이 부속품이 든 상자를 고의적으로 바꿔 내보내면서부터 비롯되는 속 구조에서 작가는 대단히 부조리적인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전무송은 상자주인에게 용서를 구하며 기도문의 형식으로 된 회개의 편지를 보내지만, 편지는 정운봉한테 가로채여 찢어지고, 세상 곳곳에서는 바뀌어진 부속품으로 불량기계들을 만들고 있을 텐데도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는다. 작가는 인간에 대한 신의 무관심과 신에 대한 인간의 거부 사이에서 해답을 유보한다. 최종원이 물망초 대신 남겨놓고 떠난 북어대가리는 결국 인생의 존재론적 고독과 부조리한 세계를 상징하고 있다. (……) - 한국일보, 1993년 2월 23일, 김윤철 (……) 창고지기 ‘기임’(최종원)이 선정적인 색깔의 울긋불긋한 팬티를 입고 나와 너스레를 떨 때마다 폭소가 터져나오고, 객석 뒷자리 관객들은 그의 모습을 보느라 아예 일어서서 관람을 한다. 반면 같은 창고지기 전무송(자앙 역)이 절제된 여성적인 연기로 최종원의 화려함을 받쳐줄 때는 관객들은 공감의 표시로 고개를 끄덕인다. 또 트럭운전사 정운봉의 화투만지는 손놀림에 마술 구경하듯 넋을 잃고, 술 취해 비틀거리는 미스 다링(안효진)의 몸짓을 아슬아슬하게 지켜본다. 이 작품은 작년 가을 전무송, 최종원, 정운봉, 이일섭 등 중견 남자배우 4명이 모여 만든 극발연(연극발전연구회)의 첫 무대. 원작은 희곡작가 이강백이 습작시절 썼던 <둘러쌓기>를 출연배우 세 사람을 염두에 두고 고쳐 쓴 것이다. 연출가가 작품과 배우를 고르는 관행과는 달리 이번에는 배우들이 연출가를 골랐다. 김광림 씨는 배우는 창조자여야 한다고 확신하는 연출가. 중견배우 세 사람은 물론이고 파격적으로 기성무대에 첫 배역을 맡긴 안효진에게도 특별한 주문을 하지 않고 작품을 만들어 냈다. 깔끔한 연출력이 돋보이는 이 작품은 전무송의 독백처럼 ‘개인적인 성실함이 사회적인 유용함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사회 속의 개인에 대한 보다 근원적인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첼로와 피아노를 주로 한 장중한 음악(유성희)이 극의 장면 전환 때마다 무게를 실어주었고, 흡사 창고 속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갖게 하는 무대(김미희, 이영세)구조가 인상적이었다. 관객들은 종료 10분을 남기고 다시 한번 극적효과에 감탄한다. 중간 막이 열리면서 천장까지 공들여 쌓아놓은 상자들이 클라이맥스의 분위기를 증폭시켜 주기 때문이다. 이런 꼼꼼한 작업들이 <북어대가리>의 장점이며, 무엇보다 배우들의 앙상블과 연출이 한호흡으로 이뤄내는 극적 재미가 이 공연에 관객이 계속 몰리는 이유로 분석된다. - 조선일보, 1993년 4월 30일, 옥대환
관련도서
<이강백 희곡집 5>, 이강백, 평민사, 1995
연계정보
-날보러와요
-홍동지는 살어있다
-영월행 일기
-느낌, 극락 같은
-마르고 닳도록
-봄날
-내마
-사랑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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