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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갑 외
국민이 주인이라는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대통령이 그 전날 누구를 만났는지 모두 알 수 있을까? 비서실에서 공개하는 일부만을 알 수 있을 뿐이다. 왕조 국가였지만 조선은 달랐다. 임금이 누구를 만났는지는 물론 무슨 대화를 나누었는지도 모두 기록되었고 공개되었다. 지금은 대통령과 측근의 독대가 일반적이지만 조선은 승정원 승지와 사관의 배석 없는 국왕의 독대는 엄격히 금지되었다. 하늘을 대신하는 정치는 당당한 것이어서 숨길 이유가 없다는 철학이었다. 그런 철학의 산물이 『승정원일기』이다. 『조선왕조실록』이 여러 사료를 종합 편찬한 기록이라면『승정원일기』는 가공하지 않은 1차 사료이다. 임진왜란과 이괄의 난 때 조선 전기의 것이 불타버려 후기의 것밖에 남아있지 않지만 전체가 남아 있는 『조선왕조실록』보다 5배나 방대하다. 또한 사관의 평이 들어있는 『조선왕조실록』은 국왕의 열람이 금지되었지만 『승정원일기』는 자유롭게 열람이 가능했다. 『승정원일기』를 읽으면 흡사 그 시대에 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내용이 자세하다. 그러나 방대한 내용의 일부만 번역되었기에 일반 독자들이 접근하기는 쉽지 않았다. 이 책 『승정원일기, 소통의 정치를 논하다』는 이런 난점을 해결하면서 『승정원일기』의 방대한 내용을 체계적으로, 그리고 인상 깊게 취합해 전해준다. 국왕의 하루일과를 비롯해 승정원일기에 투영된 조선의 여러 계층의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들려주고 있다. 왕실뿐만 아니라 과거에 급제한 관리들이 혹독한 신고식을 치르는 모습이나 사헌부의 다시(茶時)처럼 각 관청의 이야기, 그리고 소에 대한 정책까지 조선의 관심사가 흥미롭게 그려진다. 한 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의 전모라고 할 만하다.
출처 : 문화체육관광부
앤서니 기든스/ 홍욱희
2009년 말 코펜하겐에서 열린 기후변화협약 국제회의가 커다란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종료하였다. 기후변화는 현대 산업사회에서의 온실가스 배출로 지구의 기온이 상승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서 미래 인류에게 기상이변 등 엄청난 재앙이 초래될 수 있다는 예측에 근거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인 앤서니 기든스는 기후변화에 대한 대처의 어려움을 “지구온난화의 위험은 직접 손으로 만져지는 것이 아니고 우리 일상생활에서 거의 감지할 수 없기에, 아무리 무시무시한 위험이 다가온다 한들 우리 대부분은 그저 가만히 앉아서 기다릴 뿐”이라고 표현한다. 이는 환경문제를 놓고 이른바 ‘공유지의 비극’이라는 용어로도 표현된 바 있다. 저자는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식으로 현대 문명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생태중심주의자의 관점을 거부하는 현실론적 접근을 취한다. 장기적으로 과학과 기술의 적극적 활용을 통해 화석연료 대신 재생 에너지 자원을 기반으로 한 경제적 전환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저자는 정부와 기업 및 시장의 긴밀한 협조를 강조하면서 다층적 거버넌스를 활용할 것을 제안하며 국가의 역할을 특히 강조하기 위해 ‘책임국가(ensuring state)’라는 개념을 도입한다. 한편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정책이 사회복지의 증진 및 에너지 안보정책과 적절히 결합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정치적, 경제적 수렴’이라는 개념을 활용한다. 마지막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적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해서서는 저개발지역의 ‘개발 절박성’을 고려하는 ‘기후 정의’가 필수적이라고 역설하고 있다.
출처 : 문화체육관광부
스티븐 레빗 외/ 안진환
얼마 전 경제학자 레빗과 저널리스트 더브너가 합작해 펴낸 『괴짜 경제학』이 서점가의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경제학 책이라고 하면 딱딱한 논리와 숫자들로 가득차 있을 것으로 짐작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이 책은 그와 같은 선입견과 달라도 너무나 달랐다. 그 책에 등장하는 낙태 자유화, 승부 조작, 범죄조직 같은 얘기들은 경제학자들의 입에서 나오기 힘든 것들이었다. 바로 이런 파격이 그 책의 인기를 한껏 높였던 것이 사실이다. 그 책의 속편이라고 말할 수 있는 『슈퍼 괴짜 경제학』은 경제학에 대한 우리의 선입견을 또 다시 보기 좋게 뒤엎는다. 몇 개 장의 제목만 봐도 그 책의 내용을 능히 짐작할 수 있다. ‘길거리 매춘부와 백화점 산타클로스가 노리는 것’, ‘자살폭탄 테러범들이 생명보험에 들어야 하는 이유’ 등 우리의 상상력을 한껏 자극하는 제목들이다. 이 책의 주요 저자인 레빗이 비정통적인 경제학자여서 이런 책이 나온 것은 아니다. 그는 경제학자로서 최고의 영예라고 할 수 있는 J. B. Clark 메달을 수상할 정도로 경제학계의 인정을 받고 있다. 이 책은 부분적으로 최근 경제학 연구의 동향을 반영해 주고 있다. 전통적인 경제학의 영역 밖으로 눈길을 돌리는 경제학자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는 데 있다. 경제학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면 믿으려 들지 않을 테지만, 이 책은 정말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이와 동시에 경제학자 특유의 통찰력을 엿볼 수 있다는 것도 또 하나의 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아, 세상을 이렇게 볼 수도 있구나.”라고 감탄하는 독자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출처 : 문화체육관광부
박상철
“생명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관한 답을 과학자의 시각과 철학으로 생명 현상의 질서와 법칙을 설명하고자 하는 과학 에세이다. 저자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생명체의 모든 변화에는 순서와 법칙이 있으며 DNA 핵산에 수록된 염기서열이 주어진 길과 질서를 관장하는 생명의 정보임을 과학적으로 설득력 있게 설명하고 있다. 불로장수의 꿈과 노화에 대한 오해, 암의 공포와 치료 원칙에 관해서, 죽음의 가치와 법칙에도 생명 부분에 관해 모두 거부할 수 없는 생명질서의 엄격한 논리와 조화가 있음을 전하려 하였다. 사후의 환생 부분에 관해서는 장기이식의 의미와 필요성에 관한 사회적 이슈도 다루었다. 저자는 이러한 엄숙한 질서가 이루어 놓은 생명의 세계에도 대칭구조를 가지면서도 약간의 파격으로 빚어내는 여유는 생명체의 독자성과 고유성을 의미하면서 생명체로의 존재가치를 돋보이게 하는 생명의 ‘멋’이라고 역설한다. 청춘을 바쳐 생명의 본질을 탐구하는 생화학학자로서 바라본 생명의 아름다움은 결국은 ‘만남과 어울림’이라고 마무리하며 다른 생명을 가진 모든 생명체와 함께 살아간다는 사실이 감동임을 이야기한다.
출처 : 문화체육관광부
조선희
요즘은 영화에 대해 글을 쓰는 사람이 많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용감하게 너도 나도 영화에 대해 글을 쓴다. 가벼운 감상문에서부터 아주 현학적이고 분석적인 글까지, 시대의 가장 대중적인 장르의 하나인 영화는 모든 사람들의 관심 대상이다. 그런데 오랜만에 재미있는 책이 하나 나왔다. 한 페이지씩 넘기다가 그만 다 읽어버렸다. 20년 가까이 기자생활을 한 저자가 영상자료원 원장직을 수행하면서 뒤늦게 빠져든 한국영화의 고전들에 대해 쓴 책이어서 그런지 이야기 자체가 입체적이고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맛이 있다.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으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적절히 다 하고 있다. 한국 영화의 고전들은 1960년대에 많이 등장한다. 이 시기의 영화들은 하나 같이 진지하며 문학성 또한 강하다. 유현목, 신상옥, 김기영, 이만희 감독의 대표작들을 거론하는 대목에서 저자의 글이 마치 그 영화와 일치된 양, 그 시대의 삶과 배우의 삶, 그리고 감독의 생각과 주변을 영화에 투영해 써내려간다. 영화와 당대의 현실을 들락날락하면서 독자의 주의를 놓지 않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1990년대 충무로의 불량학생’이라는 부제가 달린 장선우 감독에 대한 장은 매우 독특한 조선희의 시각이 돋보인다. 그의 영화 <거짓말>이 18살짜리 여고생과 38살의 조각가의 연애이야기를 다루면서 원작자 장정일씨가 징역 10개월의 형을 받고 구속되었고 미성년섹스, 가학피학 등등의 사회문제를 일으켜 연일 신문지상의 토론을 불러일으킨 영화는 무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그런 그가 영화계를 조퇴하여 제주도에 사는 근황을 다루면서 그의 영화가 가지는 가치를 논하는 대목은 설득력이 있다. 30대에 세상을 뜬 하길종 감독의 고뇌도 조선희 글을 읽어보니 이해가 더 된다. 모든 우여곡절 끝에 돌아와 자신의 얼굴을 다시 들여다보듯 다룬 신상옥과 최은희 이야기 역시 인생을 다시 한번 생각케 하는 감동이 있다. 저자에게 잘 읽었다는 인사라도 건네고 싶다.
출처 : 문화체육관광부
백범흠
한국과 중국과의 관계는 고대부터 ‘숙명적’이었다. 사마천은 『사기』의 시작을 현 중국 한족(漢族)의 뿌리인 하화족(夏華族)과 한족(韓族)의 뿌리인 동이족 사이의 전쟁으로 시작했다. 황제(黃帝)와 치우의 싸움이 그것이다. 그러나 조선 후기의 일부 유학자들이 중화 사대주의 사관에 빠져 독자적 시각을 잃게 되면서 한국과 중국 민족 사이의 사실관계가 크게 왜곡되었고, 이런 경향은 현재도 상당 부분 이어지고 있다. 『중국, 외교관의 눈으로 보다』는 시종 독특한 관점을 유지하고 있는 책이다. 중국사는 한족(漢族)의 왕조보다 북방 기마민족이 통치한 정복왕조 시기가 훨씬 더 장구하다. 조선유학자들은 한족(漢族)의 시각으로 중국사를 바라보면서 북방 기마민족을 오랑캐로 비하했지만 이 책에는 이런 편견이 없다. 또한 고대 상(商:은)나라와 고구려의 건국사화를 비교하는 등 고대 동이족과 중국의 관계에 대해서도 깊게 천착한다. 그렇다고 중원을 점령한 북방민족들의 승리의 역사로 중국사를 내려다보지도 않는다. 저자는 아무리 많은 북방 민족이, 아무리 오랫동안 중원을 정복했어도 최후의 승자는 중국역사, 중국문화 자체라는 관점을 시종 유지한다. 중국 역사, 중국 문화는 거대한 용광로이기 때문에 이민족의 정복 역사도 모두 용해시켜 종국에는 중국 역사·문화로 재창출한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은 중국의 미래에 대한 전 세계적 논쟁에 중요한 시사점이 될 것이다. 현재 중국이 조만간 주저앉거나 분열할 것이라는 서구 학자들의 전망과 계속적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중국학자들의 전망이 부딪치고 있다. 저자도 중국이 일시적으로 주저앉거나 분열할 수는 있다고 본다. 그러나 그런 부정적 부분들조차도 모두 용해시켜 새로운 중국을 만들어 온 것이 중국사라고 보는 점에서 서구 학자들과도 다르다. 중국과 숙명적 관계인 한국은 이런 통찰력을 바탕으로 하여 미래의 한중관계를 설정해 나가야 한다는 주문에 다름 아닐 것이다.
출처 : 문화체육관광부
김동규,정혜진
역대로 예술의 소재가 되었던 가장 중요한 대상은 뭐니뭐니해도 자연과 인간이다. 인간으로서 헤아릴 수 없는 우주의 운용을 자연으로부터 배우기 위해 우리는 무진 애를 쓰고 산다. 과학의 이름으로 허약한 인간계를 향상시켜 보려는 것이다. 그런가하면 성장의 진도와 밀도가 다 다른 인간들 사이에는 만났다 하면 갈등이 있게 마련이고, 우리가 바라는 행복은 늘 저만치 밀려나 아무리 따라가도 잡을 수 없는 것이 인간계의 이치이다. 그래서 그런지 어머니의 자궁에서 떨어지는 순간부터 영원한 애정결핍에 걸려있는 인류는 어떻게 하든 사랑의 언저리에 거하고자 아름다운 노래와 극을 만들어 왔다. 그것을 보는 순간 만큼은 사랑의 따뜻한 군불을 쬘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사라지기 마련인 사랑의 아픔도 아름답게 그려준다. 오페라는 아직 영화가 등장하기 이전 그래서 가장 화려한 오락과 예술의 영화를 누릴 수 있었다. 오페라의 고전이라 할 수 있는 대표적인 작품 열다섯편이, 마치 그 인물들이 옆에서 내게 말을 거는 것처럼, 쓰여진 책이 나왔다.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라는 곡을 불러 인기를 한몸에 안고 있는 성악가 김동규씨가 자신의 입담대로 이야기하듯이 책을 엮어 아주 재미있다. 오페라의 부대설명으로 우리를 지루하게 만들지 않고, 극 속에 들어가 함께 움직이는 것처럼 상황과 인물의 상태를 알려주면서 노래로 이어지는 곳에는 어김없이 그 시와 노랫말이 고스란히 생생한 번역으로 전달되고 있다. 여태가지의 오페라 이야기책은 오페라에 대한 설명과 주요 아리아 등을 알려주는 것이 주였지만 이 책은 그것보다 독자를 극 속에 빠지도록 한다. 어떤 대목에서는 아예 독자가 그 인물이 된 양, 착각까지 하게하는 대목이 잇다. 오페라를 먼 발치에서 보는 것도 아름답지만 그 안에서 함께 노는 것은 더욱 즐겁다. 오페라도 결국은 우리들의 사는 이야기다. “그대는 아시나요, 사랑이 무엇인지? 내 마음에 품은 이것이 사랑이라면, 그것이 다가온 이루의 모든 것을 설명해 드리지요” 어느 아름다운 사람이 곁에 와서 이렇게 읊어준다면 누가 행복하지 않겠는가?
출처 : 문화체육관광부
랠프네이더/정영목
랠프 네이더, 우리에게는 미국의 대표적인 소비자운동의 선구자 정도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가 자신의 성장과정에서 레바논계 부모님으로 받은 교훈을 아주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다. 네이더는 당당하게 말한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둘 다 거의 백 년을 살았다. 우리는 아주 오랜 세월 동안 그들의 풍부한 경험에 바탕을 둔 통찰과 지혜의 도움을 받았다.” 어머니는 늘 네이더 형제들에게 듣기의 중요성을 일깨워주었다. “말을 많이 할수록 할 말은 줄어들어. 반대로 많이 들을수록 네가 하는 말은 더 지혜로워지지.” 아버지는 통념을 거스르며 회의적으로 질문하는 법을 일깨워주었다. 자연스럽게 네이더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경청할줄 알고 생각을 더 많이 하며 예리하게 문제를 제기하는 청년으로 성장했다. 네이더는 성장과정에서 자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우선 소리가 있었다. 새소리, 바람소리, 소나 개구리가 우는 소리...그리고 나무가 있었고 밭이 있었고 숲이 있었다. 강과 호수도 있었고 무엇보다 별이 있었다. “나에게 별은 공상, 소망, 경이의 대상이었다.” “별이 일으키는 감정 때문에 마음이 들뜨곤 했다.” 네이더는 소도시 마을공동체의 역할도 컸다고 말한다. 우리 사회는 거의 잃어버린 마을공동체. 거기서 그는 인격을 함양했고 도덕을 익혔다고 한다. 이 책이 한 개인의 회고로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를 향한 강한 울림을 갖는 것도 이런 언급 때문이 아닐까. 그는 이런 식으로 경청의 전통, 가족식탁의 전통, 자녀평등의 전통, 독립적 사고의 전통, 애국의 전통, 시민생활의 전통 등 부모와 자연 그리고 공동체로부터 익힌 17개의 자랑스러운 덕목을 마치 곁에서 이야기하듯 들려준다
출처 : 문화체육관광부
매튜 메이/ 박세연
사람들은 왜 아이폰에 열광하는가? 이 책의 저자인 메이는 그 의문에 대한 해답의 열쇠가 아이폰이 갖는 우아함에 있다고 본다. 우아함이야말로 히트상품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특성이라는 것이다. 『우아한 아이디어가 세상을 지배한다』는 책 제목이 바로 그 생각을 잘 나타내주고 있다. 저자는 우아함이 반드시 마케팅의 측면뿐 아니라 우리 삶 전반에 걸쳐 매우 큰 중요성을 갖는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우아함의 조건은 과연 무엇일까? 저자는 컴퓨터공학의 아버지로 추앙 받고 있는 크누스(D. Knuth)의 말을 인용해 우아함의 조건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우아함이란 대칭적이면서, 인상적이고, 여백을 지닌, 즉 E = mc² 처럼 간결하면서도 불멸의 고리를 간직한 존재를 뜻한다.” 저자는 여백과 생략이 대칭성 못지않게 중요한 우아함의 요인이라고 말한다. 우리 산수화의 여백과 생략이야말로 우아함의 극치가 아닐까? 번역자는 이 책을 어떤 범주로 분류해야 할지에 대해 고심했다고 고백한다. 경영서가 될 수도 있겠고, 실용서도 될 수 있는가 하면, 철학서도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란다. 이 책을 읽으면 그런 고민을 할만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가 MBA 출신이고 마케팅 얘기를 많이 하는 것을 보면 경영서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경영서라고 말하기에는 우리 삶의 일반에 적용될 수 있는 부분이 너무나 크다. 이런 애매모호함이 오히려 책 읽는 즐거움을 더 크게 만들어 주고 있다. 순수한 경영서라면 그쪽에 관심을 갖지 않는 사람들도 즐겁게 읽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우아함 그 자체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전공과 직업에 관계없이 모두가 즐겁게 읽을 수 있도록 이 책을 썼다. 이 책을 읽고 우아함을 갖추는 요령까지 배울 수 있다면 이는 일거양득이 아닐 수 없다.
출처 : 문화체육관광부
제러미 시프먼/ 임선근
10대 이전에 모차르트가 작곡한 곡들을 살펴보면 훗날 그의 작품세계를 빛낸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이미 다 들어 있다. 물론 다섯 살에 썼던 작품 같은 것들은 아직 악보 자체를 그릴 줄 몰라 아버지가 노래로 흥얼대는 모차르트의 선율을 받아 적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 모차르트가 일찍이 머리에서 나오는 것을 그대로 악보로 옮기면 작품이 되었다는 것은 사실인 듯하다. 그런데 요즈음 유투브에서 볼 수 있는 다섯 살짜리들의 완벽한 음악들을 들어보면 이제 모차르트는 천재 축에도 낄 수 없는 시대가 왔음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겨우 마차나 말로 인근 지역들을 여행할 수 있었던 1750년대 다섯 살인 모차르트가 자기가 직접 작곡한 피아노곡 미뉴에트를 가지고 잘츠부르크 대학교에서 데뷔공연을 한다는 소식은 세간의 볼거리가 될만한 놀라운 사건이었다. 한편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못지않게 음악적 신동이었던 모차르트의 누나 마리아 안나 모차르트는 한 수 위 신동 볼프강이 뜨는 순간 빛을 잃는 운명이 되고 말았다. 아버지가 작은 모차르트에게 일생을 바치기로 결심을 했기 때문이다. 모차르트의 삶과 음악은 늘 흥미로운 이야기 거리가 가득하다. 이러한 이야기 거리가 두 개의 CD에 담긴 모차르트의 음악과 함께 하나의 책으로 나왔다. 오랜만에 봄을 기다리며 음악도 듣고 18세기 주변을 산책하듯 읽어 내려가다 보면 내가 어느덧 유럽 구석구석을 여행하고 있는 착각에 빠진다. 이 책의 장점은 음악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는 독자들을 편안하게 안내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중적 음악책들이 아무래도 우선은 지식을 전하는 것을 우위에 놓게 마련인데, 이 책은 음악책은 음악을 들려주는 책이라는 입장이 돋보여 좋다. 그냥 CD를 두장 산다고 해도 책값을 훌쩍 넘을 것이니, 이 책을 그냥 한 권 구입하는 것이 일거양득이 될 것이다.
출처 : 문화체육관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