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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희태
한국 최초의 클래식드라마 라는 <베토벤 바이러스> 열풍이 지나갔다. 그러나 그 덕에 클래식 음악과 음악계가 대중의 관심을 더 받게 되어 적지 않게 즐거워하고 있다. 여러 차원의 음악 강좌가 활성화되고, 재미있는 해설이 있는 음악회도 지속적으로 청중을 끌어들이고 있다. 한국 사회에 미치는 드라마의 위력을 새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데 드라마 속 인물, 강마애(김명민 분)에게 뒤에서 직접 지휘를 가르친 예술 감독 서희태가 클래식음악 입문서를 내놓았다. 어느 전문가의 책보다도 <베토벤 바이러스>의 영향력이 컸던 만큼 이 책을 보면 아마 이미 드라마를 통해 학습된 여러 가지 지식이 좀더 심화되고 흥미로워질 것이라 생각한다. 책의 제일 첫 장에 나오는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제작 촬영기는 그 자체로 드라마 뒷이야기의 재미가 쏠쏠하다. 그리고 중간 중간에 출연했던 카메오들의 이야기도 역시 재미있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이 책이 주는 장점은 드라마의 중요한 장면과 연결되어 있던 베토벤의 명곡들을 그러한 연상 작용 없이도 즐길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드라마가 진행되는 동안 많이 받았던 질문들에 대한 답도 성실히 담고 있어 음악에 대한 이해도 돕고 있다. 사랑과 행복을 전할 수 있는 음악전도사가 되고 싶다는 서희태의 꿈도 드라마와 이 책을 통해 이루어진 듯하다. 그는 베토벤 바이러스를 행복 바이러스로 전달하고 싶어 한다. 고 2때 저자가 만났던 클래식 음악이 그의 인생을 바꾼 것처럼 그는 드라마를 도우면서 만났던 많은 인연과 음악에 얽힌 에피소드를 통해 다시 자신의 음악사랑도 되살리고 있는 것이다. 많은 이들의 삶이 얽히게 된 『베토벤 바이러스』는 확실히 여러분도 행복하게 만드는 인생의 드라마를 선사할 것이다. - 추천자 : 김춘미(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출처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서하진
서하진의 『착한가족』안엔 8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제목을 보면 선량한 가족들의 이야기인줄 알겠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사회의 최소 단위라고 볼 수 있는 가족구성원들에게 치밀한 렌즈를 갖다 댄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착하다기 보다는 마지막 보루처럼 착해야 한다는 사명을 띠고 어떻게든 타인과 소통을 이루어보려고 하는 사람들처럼 보인다. 매 상황들이 매우 드라마적이다. 암에 걸린 엄마(슬픔이 자라면 무엇이 될까), 바람피우는 아빠(아빠의 사생활), 병에 걸린 한의사(모두들 어디로 가고 있을까) 등이 등장하는데 일상이 아니라 무대를 위해 탄생한 것 같은 이 상황들을 작가는 우리가 어디서나 마주칠 수 있는 익숙하고 평범한 일상과 세밀하게 겹쳐 놓는 통에 읽는 이에게 우리가 살아가는 매 시간이 사실은 덫임을 상기시키는 소설들이다. 이 상황들이 병폐로 흐르는 걸 막으며 사회성을 갖게 하는데 이 소설들의 미덕이 있다. 가족은 사회의 최소단위이기도 하다. 가족은 혈연으로 묶여져 있지만 또 그 안에서 사회가 이루어진다. 가족이란 이름으로 묶여진 공동체들이 한 울타리 안에서 각자 안간힘을 쓰며 자신들의 맡은 바 역할을 충실히 해 내려고 부단히 애를 쓰고 있는 것 같은 소설 속 인물들은 묘하게도 평정이나 소통을 이루어낸다기 보다 오히려 단독자로서의 고독을 느끼게 하며 무대를 위해 마련된 듯한 설정이 숨을 죽이며 가라앉는다. 그래서일까. 인간적이기 보다는 자기 역할에 충실해 건조해 보이기조차 한 인물들은 역설적이게도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하루 일과를 마치고 넥타이를 풀 때나, 행복이기도 하고 고통이기도 한 엄마로서의 역할을 마치고 거울 앞에서 화장을 지울 때나 만나게 되는 우리들의 맨 얼굴과 조우하게 된다. - 추천자 : 신경숙(작가)
출처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선안나 글, 정현주 그림
먼저 이 책은 유치원 어린이로부터 초등학교 어린이, 청소년, 어른들이 함께 읽기에 적합한 그림책으로서 신화를 바탕으로 둔 듯한 느낌이 짙다. 낮과 밤, 너와 나 ‘사이’에 관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과 숱한 생명들의 ‘처음’ 서정적인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다. 이미 전해져 내려오고 있는 신화를 이야기로 새롭게 만들어 낸 느낌이 드는 까닭은 억지스럽지 않은 구성과 자연스러운 흐름의 덕으로 보인다. 지구가 탄생하기 전, 혼돈 속에 존재하던 달의 왕국과 태양 왕국 사이에서 시작되는 이 이야기는 두 왕국의 공주와 왕자가 시간의 국경선에서 만나 지극히 어두운 밤과 더없이 밝기만 한 낮의 중간인 지나치게 밝지도 어둡지도 새벽과 저녁을 탄생케 한다는 줄거리이다. ‘해질 무렵 세상은 참 순하지. 희미한 빛과 어둠이 서로 부드럽게 스며드는 시간. 이 섬세한 시간이 원래부터 있었던 것은 아니야. 이제부터 그 이야기를 해줄게.‘ ... ‘사람들은 기억하지 못해. 자신이 누구이며, 어디에서 왔는지 말야. 하지만 새벽이나 저녁 무렵, 어떤 특별한 순간에는 무언가 기억날 것 같아 가만히 하늘을 쳐다보기도 하지.‘ <본문 중에서> 화가는 이 이야기를 그림으로 표현해 내지 않고, 인물과 배경을 묘사하는 일에 헝겊에 수를 놓아 나타내고 있다. 그럼으로 이야기 속 시간과 공간이 되고 있는 혼동의 시기와 상상 속의 우주를 신비롭게 느끼도록 돕고 있다. - 추천자 : 엄혜숙(아동도서연구가), 이상교(이동문학가)
출처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고바야시 데루유키/ 여영학
큰 기대않고 집어든 책에 순간 빠져드는 체험은 독서가 아니고서는 하기 힘든 체험이다. 이 책이 딱 그랬다. 일간지들에 서평이 났을 때도 그저 한 시각장애인 변호사의 고난 탈출기겠거니 했고 심사를 위해 놓인 책들 속에 포함돼 있을 때도 전혀 눈길을 끌지 못했다. 마침 이번에는 눈에 들어오는 책이 없어 뒤지고 또 뒤져야 했다. 그래서 마지막에, 솔직히 어쩔 수 없이, 고른 책이 이 책이다. ‘일본 최초의 시각장애 변호사’라는 타이틀이 따라다니는 교토의 다케시타 요시키 변호사의 라이프스토리다. 1951년생, 우리 나이로 58세다. 중학교 3학년 때까지 정상이었다가 실명을 한 그는 한 때의 방황을 딛고 일어서 대학에 진학한다. 그는 사법시험 공부와 더불어 ‘점자 사법시험 실시’라는 초유의 사회운동도 함께 병행해야 했다. 게다가 가족의 생계를 위해 안마사의 일도 해야 했다. 우리의 사정과 크게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우리는 다케시타 변호사에만 주목해서는 안 된다. 요란한 몸부림이 아니라 ‘전화와 문서’만으로도 조용히 그리고 꾸준히 움직여 마침내 새로운 변화의 싹을 열어주는 일본 관료사회의 유연성이다. 일본 정부가 이런 사람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점자 사법시험을 제정한 것이 1973년이다. 이후 아홉 차례의 도전 끝에 마침내 ‘일본 최초의 시각장애 변호사’는 탄생하게 된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시각장애 사법시험 합격자가 탄생했다. 1981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다케시다 변호사보다 27년 늦었다. 우리나라의 최초 합격자 최영씨는 2006년 음성컴퓨터 지원을 요청했고 당국에서 이를 받아들여 꿈을 이룰 수 있었다. 다케시타 변호사나 최영씨의 성취는 곧 ‘정상인’ 혹은 ‘비장애인’들이 부지불식간에 만들어놓은 장애물을 뛰어넘었다는 증거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케시타의 삶 속으로 몰입되기보다는 우리 사회, 나 자신의 편견을 깊숙이 되돌아보게 되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 추천자 : 이한우(조선일보 기자)
출처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APCTP 기획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깊은 골을 의미하는 ‘두 문화’가 외면한 채 떨어져 있는 세계가 아닌 서로 접점을 향해 다가오는 세계임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우리에게 과학이란 무엇인가’란 화두를 두고 소설가, 문학평론가, 과학철학자, 과학기자, 종교학자, 번역가, 물리학자, 화학자 등 과학 밖에 있는, 과학의 변경지대에 있는, 그리고 과학의 안에 있는 사람들이 진솔하게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 이 책에 들어 있는 30편의 에세이는 아시아태평양이론물리센터가 발간하는 웹진 ‘크로스로드’에 실렸던 글들로 과학자는 연구자나 교육자로서 현장에서 느낀 감상이나 일화를, 인문학자는 최근의 지적 관심사에서 과학을 주제로 한 칼럼을 담았다. 천편일률적인 인재를 양산하는 교육시스템에 갇혀있는 고뇌를 이야기하며 창의력이 핵심인 지식기반사회에서는 문제를 정의하고 과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카테고리로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물리학자, 우연히 번역의 길로 들어섰지만 하면 할수록 과학번역가는 공부를 게을리 할 수 없는 존재임을 깨닫는다는 번역가, 가장 과학적인 것이 가장 문학적이라고 주장하는 소설가를 지상에서 만날 수 있다. 천문학을 원했지만 영문학의 길로 간 이 소설가는 관념적인 글쓰기를 좋아하는 한국 문학에 가장 필요한 것이 과학적인 사고라면서 좋은 글을 쓰려면 과학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사실을 학생들이 빨리 알아차리길 희망했다. 문학, 역사, 철학, 정치, 과학사, 종교 속에서 과학이 어떻게 녹아 있는지, 과학의 변경지대에 있는 사람들이 과학과 인문학의 소통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과학자에게 과학의 최전선 이야기, 과학과 과학자 자신에 대한 성찰도 마음 편히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 추천자 : 장경애(과학동아 편집장)
출처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유영만
‘경제빙하기의 새로운 생존 패러다임’이라는 부제가 말해 주듯, 이 책은 지금처럼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희망의 메시지다. 필자는 이번에는 느낌이 다르다는 말로 말문을 연다. 1997년 말의 경제위기를 잘 버텨낸 사람조차 겁먹게 만들 정도의 빙하기로 접어들고 있다는 말이다. 생존 그 자체가 문제가 되는 이 심각한 상황에서 살아남는 지혜는 과연 무엇일까? 필자는 바로 지금 항복을 선언하고 천천히 내려가기 시작하기를 권한다. 오르려면 내려가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낮은 곳에서 다시 시작하는 용기를 발휘하라고 말한다. 살아있는 한 기회는 꼭 다시 찾아오게 마련이라는 위로의 말도 잊지 않는다. 그는 역경을 기회로 활용해 성공을 거둔 실제의 사례를 풍부하게 제시하고 있다. 그의 결론은 넘어졌다 일어설수록 더 강해진다는 것이다. 산에 오르는 것보다 내려오는 것이 더 어렵다는 필자의 말이 인상에 남는다. 그렇기 때문에 내려가는 연습이 필요한 것이다. 그 연습은 실행하기 힘든 것도 아니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다만 마음을 비우고 앞날을 위해 꾸준히 준비하는 자세를 갖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사람은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도 읽어보면 상당한 위안을 받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 추천자 : 이준구(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출처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김보일 글, 구연산 그림
청소년을 위한 철학 에세이. 엽서 분량의 짧은 글들 속에 재미와 교훈, 지식과 상상, 사례와 통찰이 깔끔하게 엮여있다. 이야기는 언제나 상식을 깨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무지개 색은 일곱 가지일까? 기생충은 쓸모가 없을까? 굶주림은 식량 부족 때문일까? 동물은 야만적인 존재일까? 앵무새 같이 통념을 내뱉기 쉬운 청소년에게 지혜의 세계에 눈뜨게 하는 물음이다. 돈키호테처럼 천방지축이기 쉬운 청소년에게는 바르고 올바른 생각의 무게를 일깨울 것이다. 성장기에 있는 중·고등학생에게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는 힘을 어떻게 길러주어야 할지를 늘 고민하는 국어교사의 역작이다. 한 없이 쉬운 문장 속에 펼쳐지는 관념의 모험들을 읽노라면, 우리나라에 새로운 전문적 글쓰기의 영역이 활짝 열렸음을 실감한다. 이 책은 청소년 대상의 산문이 도달한 높이를 알려주고 있다. 생각한다는 것은 벗어난다는 것이다. 편견에서, 과거에서, 오류에서 벗어난다는 자각 없이 생각의 힘을 즐길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생각한다는 것은 허들 경기와 같다. 생각한다는 것은 깬다는 것이다. 상식을 깨고 통념을 깨고 틀을 부순다는 용기 없이 생각은 시작조차 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생각한다는 것은 벽돌 부수기 오락 게임과 같다. 어떤 경우든 생각한다는 것은 다시 생각하는 것, 고쳐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생각은 고치려 해서 고쳐지는 것이 아니다. 어떤 후회나 자책, 어떤 미련이나 동경 없이 생각의 파장이 일어날 수 없다. 생각한다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에서 벗어난다는 것이고 자기 자신을 깬다는 것이다. 생각한다는 것은 새로운 마음, 달라진 정신을 갖는다는 것, 자신이 변하고 성장한다는 것이다. 어른에게마저 생각한다는 것은 사춘기의 우울을 겪는다는 것과 같다. - 추천자 : 김상환(서울대 철학과 교수)
출처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김덕진
지금 상당수의 젊은이들은 다이어트란 말은 알아도 기근(饑饉)이란 말은 잘 모를 것이다. 보리 고개, 또는 춘궁기(春窮期)란 말이 있던 1960년대만 해도 배고픔은 우리 사회의 연례행사였다. 보리 고개가 태산보다 높다는 속담은 배고픔이 얼마나 큰 고통인지 잘 말해준다. 흉년(凶年)의 원인은 대개 다섯 가지다. 한해(旱害:가뭄)·수해(水害)·냉해(冷害)·풍해(風害)·충해(蟲害)가 그것인데, 이중 한 두 가지만 겹쳐도 쑥대밭이 된다. 이 다섯 가지 재해가 한꺼번에 닥쳤을 때가 이 책에서 서술하는 현종 11년(1670)과 현종 12년(1671) 때였다. 이를 경신(庚辛)대기근이라고 부르는데, 현종 11년 봄 냉해(冷害)와 한해(旱害)가 밭농사를 망치더니 여름에는 수해가 논농사를 휩쓸었다. 겨우 살아남은 작물을 가을철의 풍해(風害)·충해(蟲害)·냉해가 다시 덮쳤다. 흉년에도 한 가지 곡식은 먹는다지만 이때는 한 곡식도 건질 것이 없었다. 그것도 몇몇 고을이나 한두 개 도(道)만 그랬던 것이 아니라 8도 360고을이 모두 그랬다. 전염병이 돌고 가축병이 창궐했다. 그 결과 역사상 볼 수 없었던 대참사가 벌어졌다. 초근목피를 뜯어먹고 인육을 먹는 인간 지옥이 연출되었다. 당연히 인심이 흉흉해지고 괴담이 성행했는데 정권을 빼앗긴 서인들은 이런 괴담을 정치적으로 적절히 이용했다. 청나라에서 쌀을 수입하자는 의견이 대두하자 임금은 긍정적이었지만 대부분의 신하들은 부정적이었다.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지만 굶주려 죽어가는 백성들보다 자신들의 정치적 명분이 더욱 중요했던 것이다. 집권당인 남인들이 편찬한 『현종실록』은 피해규모를 축소시켰고, 서인들이 집권 후 편찬한 『현종개수실록』은 피해규모를 상세하게 실었다. 실정은 상대당의 책임이었던 것이다. 2년에 걸친 대기근이 인간과 사회를 어떻게 뒤바꾸어 놓는지 ‘기근’이란 현미경을 통해 본 새로운 역사서다. - 추천자 : 이덕일(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
출처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사이드/ 이동준
사람은 누구나 어떤 자극을 받으면 그에 따른 공감각의 작용으로 여러 가지 다양한 연상과 상상을 하게 되어 있다. 그림이 주는 자극 역시 다르지 않다. 그림을 보고 아름다운 음악을 듣는 사람도 있고, 옛 추억 속에 있는 자기 경험을 상기하는 사람도 있고, 그림에 자극을 받아 또 다른 창작을 하는 사람도 있다. 『그림의 목소리』를 쓴 작가 사이드는 그림의 자극을 문학적 글쓰기로 답한 사람이다. 『그림의 목소리』 안에는 너무나 서로 다른 서른아홉 점의 작품들이 들어 있다. 그런데 책을 읽기 전에 우선 그림을 먼저 감상해 보실 것을 권하고 싶다. 서른아홉 점의 그림들은 시대와 국가가 다 다르면서 각각의 독특함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 그림들이 내게 걸어오는 말이 무엇인지, 혹은 그림 속의 어떤 부분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그림의 역사적 배경이나 상황적 설정은 어떻게 되어 있는 것이었을지 등등 그것이 무엇이든 내 나름대로 한번 그림을 해석해 보는 경험을 해보기를 권한다. 그런 다음 사이드의 글을 읽으면 왜 그것을 권했는지 알게 되리라 생각한다. 사이드는 그림 속으로 직접 걸어 들어가 상상으로 그 장면을 희곡으로 풀어내기도 하고, 주관적인 별도의 소설을 쓰기도 하고, 시적 이미지를 글로 드러내기도 했다. 그 글을 읽다보면 내가 본 시각과 작가가 본 시각이 매우 다르기도 하고 유사하기도 한 면들을 발견하게 된다. 아마 이 책은 그러한 비교 경험을 통해 독자의 상상력도 불러일으키는 뜻밖의 효과가 있는 흥미로운 책이다. “그림의 목소리”는 “빨강은 미소 짓고, 파랑은 침묵한다” 는 독일어 원 제목의 의역이다. 그리고 원 제목은 다시 알렉세이 폰 야블렌스키의 <고독>이라는 그림에 부친 사이드의 글 제목이다. 사이드는 “우리가 역사 속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잃어버린 이유는 그림 속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라는 고다르의 문구를 실천에 옮긴 사람이다. - 추천자 : 김춘미(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출처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에릭 카펠리스 편/ 이형식
어떤 책은 책의 내용을 알기도 전에 표지만 보고도 그 책이 좋아서 두 손으로 쓸어보게 되는 책이 있다. 『그림과 함께 읽는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는 그런 책이다. 마르셀 프루스트라는 이름은 요즘 젊은 독자들에겐 그 이름이 다소 생소하게 들릴 수 있겠다. 하지만 20세기 소설가를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작가가 마르셀 프루스트이다.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는 마르셀 프루스트 본인에게는 어린시절 회상기였을지 모르나, 우리에겐 서구문학 속에서의 이미지의 형상화를 방대한 분량으로 경험하게 해준 작품이다. 누구에게나 ‘과연 홍차에 곁들여 먹는 마들렌느의 맛이 무엇일까?’를 거의 ‘인간이란 무엇일까?’를 생각할 때처럼 골똘히 생각하게 했을 것이다. 권태에 빠진 청년이 오후에 홍차와 곁들여 마들렌느를 먹다가 그 맛을 회상하며 소설의 단초를 풀어나가는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에는 미술관을 방불케 할 만큼 헤아릴 수 없는 많은 그림들이 등장한다. 소설 속의 수많은 회화들은 그저 그림으로서가 아니라 모든 등장인물들의 의식의 흐름과 깊은 관계를 맺으며 흐름을 주도한다. 「스완씨 댁쪽으로」를 비롯해 7권의 책 속 그림과 관련된 대목만으로 이루어진 책이다. 책을 펼쳐들고 있으면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에 등장하는 그 방대한 그림들에게 이토록 명석한 해석을 붙여준 에릭 카펠리스가 누구일까 저절로 궁금해진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화가들의 대표작을 선정한 기준뿐 아니라 프루스트의 원문에 덧붙인 해설이 그대로 하나의 또다른 텍스트이도록 깊이 있는 읽을거리와 눈을 뗄 수 없는 볼거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본인이 화가이고 미학에 관한 글을 쓰는 저술가이기 때문에 또 하나의 이 방대하고 아름다운 책이 탄생했음을 알 수 있다. 에릭 카펠리스의 통찰력은 마네, 보티첼리, 카르파초, 만테냐 등 셀 수 없는 많은 화가들의 200여 장이 넘는 그림들이 색채로서가 아니라 언어로서 승화되는 경지를 수도 없이 체험하게 해준다. 그러는 사이 우리의 내면이 색채로 풍요롭게 가득 부풀어 오르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라는 텍스트를 통해서 탄생한 책이지만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와 함께 있지 않아도 이 책은 독자적인 문학책이다. - 추천자 : 신경숙(작가)
출처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