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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적들의 무도회(La Bal Des Voleurs)

  • 작가소개

    장 아누이(Jean Anouilh, 1910~1987) 프랑스 극작가. 보르도 출생. 파리대학 법학부를 중퇴한 후 광고회사에 근무하면서 처녀작 <벙어리 위뮐뤼스>(1929), <귤>(1929) 등을 썼다. 1932년 <담비> 상연으로 주목을 끌었고 <제자벨>(1932), <도적들의 무도회>(1932), <야성의 여자>(1934), <수인(囚人)이었노라>(1934)를 발표하였다. 피토에프가 연출·주연한 <짐이 없는 여행자>(1936)에서 기억상실자의 제2의 인생을 그리면서 상식의 거부와 반항을 대담하게 묘사해 그 성공(1937 초연)으로 명성을 얻었다. 그 뒤 약 1년에 1편 정도의 작품을 발표하였다. 그 무렵 그는 자신의 작품을 검은 비극적 계열과 장밋빛의 희극적 계열로 분류하였다. 검은 희곡에서는 순수성을 추구하는 주인공이 현실과의 타협을 거부하여 파국에 이른다. 어리석고 못난 인생의 거부는 사회 비판의 영역에서 벗어나 생의 부조리를 폭로하는 방향으로 발전한다. 한편 장밋빛 희곡에서는 아름다운 환상으로 더럽혀진 인생을 감싸주고, 파국이 닥치기 전에 젊은이의 사랑이 구원을 받는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초기 작품에서 보이는 거부자세가 숙명론적 색채로서 <레오카디아>(1939), <유리디스>(1942)에 나타나며, <앙티곤>(1942)은 그리스신화에서 소재를 얻은 것으로 순수한 자유에 목숨을 거는 소녀를 묘사하여 대표작으로 평가되고 있다. 전후 <로미오와 자네트>(1946), <성(城)으로의 초대>(1947)는 기교의 원숙함을 보였고 <무대연습>(1950)은 이 계열 희곡집의 대표작이다. 그러나 주제의 빈곤으로 <투우사의 왈츠>(1952), <오르니플>(1955)에서는 자조적 경향과 속죄의식이 나타난다. 이 밖에도 잔 다르크를 묘사한 <종달새>(1953), 국왕과 대주교의 우정을 주제로 한 <베케트>(1959) 등의 사극이 있고, 주위의 이기주의에 고민하는 극작가를 주인공으로 한 <앙투안>(1969), <금붕어>(1970), 최근 작 <배꼽>(1981) 등이 있다. <도적들의 무도회>(1932년 작, 1938년 상연)는 장 아누이의 초기의 작품으로서 젊은 극작가의 싱싱한 감수성이 풍기는 작품이다. 그렇지만 이 작품 역시 다른 작품들처럼 고독이라는 검고 어두운 테마로 일관되어 있다. 그것은 이 극의 중요한 전개자인 레이디 하프를 통해 대표되고 있는데, 그녀는 심심풀이로 연희되는 꼭두각시들의 연극의 줄을 잡고 제3자의 시선의 소유자로 극을 전개시키며 인생과 연극자체의 공허함, 인간의 근원적 부조리를 상징하고 있다. 이 작품은 그의 희곡집인 <장밋빛 희곡집>에 들어있는데, 여기에서는 인생에 대한 두 개의 태도로서의 대립이 여러 인물 가운데 부각되어 있다. 늙은 레이디 하프는 인생의 쓰고 단맛을 다 알아버린, 마음 역시 늙어버린 여성인데 비해 줄리엣은 상위 순수형의 히로인이다. 이 글에서 중점적으로 드러나는 대립구도는 소위 ‘인생을 터득’하고 그 근원적인 고독과 외로움으로 인생을 바라보는 인물과 ‘인생을 터득하지 못하고 순수함으로 대표되는 인물로 나타내지고 있는데, 전자에는 레이디 하프와 에바, 도둑들, 뒤뽕 부자들이 속하게 되며 후자에는 줄리엣과 줄리엣의 순수함을 부각시켜 주는 장치인 구스타프가 속하게 된다. 언뜻 보면 이 작품은 구스타프와 줄리엣의 순수한 사랑을 찬양하는 단순한 희극에 불과하다 생각할는지 모르지만, 극의 마지막 장면에도 나와 있듯이, 인생은 단순히 순수한 사랑의 영원함으로 채울 수 없는 부분이 너무 많이 있다는 여운을 관객들은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줄리엣은 구스타프와 더불어 그들의 순수한 사랑을 이루어내지만, 그것은 잠시나마의 행복을 얻는 듯한 착각이라는 것을 레이디 하프는 잘 알고 있으며, 그것이 작가의 생각인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중요한 작가의 근본적 정신은 인생의 근원적인 고독과 외로움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그 순수함에 대한 동경과 연민을 나타내는 데 있다고 할 수 있으며 이것이 이 극을 이해하는 보다 정확한 주제가 될 수 있겠다.

  • 내용

    1막 에바와 줄리엣은 부모에게 커다란 재산을 물려받은 상속인이다. 이들 자매는 여름을 맞이하여 바다가 있는 이곳으로 피서를 온다. 이때 그들이 부호라는 것을 알아차린 도둑의 무리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그녀들이 가진 보물을 훔치기 위해 여러 분장과 속임수를 써서 호감을 사려고 노력한다. 또한 그들의 거주 장소로 들어가기 위해 도둑 일당은 어느 몰락한 스페인 대귀족으로 둔갑하여 그녀들이 머문 저택에 손님으로 들어온다. 2막 물건을 훔치기 위해서 줄리엣과 가깝게 지내던 젊은 청년 도둑 구스타프는 정말로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이에 구스타프는 자신의 신분을 그녀에게 속이는 것에 대해 갈등한다. 한편 뒤퐁 부자(父子)라는 어느 부자 또한 그녀들의 재산을 노리고 저택으로 들어온다. 뒤퐁의 아버지는 자신의 아이를 그녀에게 잘 보여 결혼을 시킨 후 그녀의 재산을 탐할 생각이다. 그러나 그들의 행동은 실패만 거듭하고 그들에게 호감을 사지 못해 허탕만 친다. 에드가드라는 저택의 돈 관리인이 도둑일행을 의심스러워 하지만 도둑들의 신원을 밝혀내지 못한다. 3막 뒤퐁 부자는 그녀들에게 호감을 사기 위해 계속 노력하지만 되려 미움만 살 뿐이다. 줄리엣은 언니 에봐에게 구스타프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밝히고, 에봐는 그의 진심어린 마음에 감동하면서 그녀에게 용기를 불어넣어준다. 줄리엣과의 갈등 때문에 이곳을 떠나려는 구스타프에게 줄리엣이 찾아온다. 그는 자신이 정말 도둑이며 이 물건을 훔쳐 달아나려고 왔다는 것을 줄리엣에게 알리지만 줄리엣은 그의 진정한 사랑을 확인한 후 오히려 많은 물건을 훔쳐 같이 달아난다. 4막 구스타프가 보물을 들고 달아난 사실이 밝혀지지만 도둑들을 정말로 신뢰하는 그녀들 덕택으로 엉뚱하게도 뒤퐁 부자에게 혐의가 씌워져 경찰이 붙잡아 간다. 구스타프는 진정 줄리엣을 아끼는 마음으로 다시 그녀를 집으로 데려오지만 그들의 사랑은 더욱 뜨겁게 확인될 뿐이다. 일행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로오드라는 이 저택 사람이 갑자기 구스타프가 20년 전에 잃어버렸던 자신의 아들이라고 밝히지만 사실은 끝내 밝혀지지 않고 혼란에 빠진 채 막이 내린다.

  • 국내공연연보

    1964년 11월 극단 민중극장 / 국립극장 / 김정옥 연출 1965년 극단 민중극장 / 김정옥 연출 1973년 3월 15일~19일 극단 자유 / 국립극장 / 김정옥 연출 1979년 극단 현대극장 / 김상열 연출 1980년 1월 4일~8일 극단 현대극장 / 세종문화회관소강당 / 김상열 연출 1989년 10월 20일~29일 극단 자유 / 문예회관소극장 / 아젠 코트 연출

  • 예술가

    김정옥 (金正鈺, 1932~ ) 서울대학교 불어불문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소르본대학에서 프랑스 현대문학과 영화·연극을 공부했다. 귀국 후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 강사로 있으면서 1963년 이근삼, 양광남, 최명수와 함께 극단 민중극장을 창단했다. 1966년에는 이병복과 함께 극단 자유를 창단하면서 <따라지의 향연>(스칼페타 작, 명동국립극장)을 스스로 연출한 후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극단 자유를 벗어나 연출을 한 적이 거의 없다. 극단 자유를 창단할 당시 김정옥은 <도적들의 무도회>, <한꺼번에 두 주인을>, <아가씨 길들이기>, <마리우스>, <피크닉 작전> 등 주로 프랑스나 이탈리아 등의 외국 고전 희극을 소개하는 데 주력했다. 한국 사람한테 부족한 것이 바로 희극정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희극의 빠른 템포를 우리나라 연극에 도입하기 위해 많은 힘을 쏟았다. 그 뒤 서구의 부조리극을 선보이다가 1978년 대한민국연극제 참가작품이었던 <무엇이 될고하니>를 기점으로 이른바 집단창작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김정옥은 이 작품을 통해 집단창조와 총체적 연극의 이상을 내세우고 생과 죽음의 주제를 극적으로 부조하면서 서구 연극과 우리의 연극적 유산의 만남 속에서, 단순한 접목이 아니라 오히려 충돌 속에서 이루어지는 오늘의 새로운 연극, 우리의 연극으로서의 제3의 연극을 표방하고 나설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어차피 연극의 중심은 배우인데, 그 배우들에게 서양의 틀을 씌우는 것의 한계를 동시에 느꼈기 때문이기도 하다. 서구의 연극과 우리의 전통연극이 만나고 부딪치고 조화를 이루는 가운데 새로운 형태의 한국연극이 빚어질 수 있으리라는 신념을 바탕으로 판소리, 탈춤을 과감하게 연극에 끌어들인 것이다. 그 대표적인 작품들이 <무엇이 될고 하니>, <달맞이꽃>, <바람부는 날에도 꽃은 피네>, <이름없는 꽃은 바람에 지고>, <수탉이 안 울면 암탉이라도>, <피의 결혼> 등이다. 초기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희극에서 1970년 한국의 전통설화를 중심으로 한 작품들과 그 후 총체연극이란 이름 아래 제작된 그의 연출기법은 연극에 관한 다양한 관심과 연출가로서 겪어야 했던 혼돈의 역사를 보여준다. 이러한 희곡 선택과 연출경향은 그가 국제극예술협회 제3세계 연극분과위원장을 맡은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이른바 ‘제3세계 연극운동’ 혹은 ‘뉴시어터 운동’이라고 하는 것인데, 이는 서구연극과 다른 독자성을 추구하기 위해 제3세계의 개성을 찾아내고, 문화의 주체성을 찾자는 자생적인 움직임을 강조한다. 이는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이 충돌함으로써 새로운 연극을 찾아내어야 한다는 그의 연극관으로 발전한다. 극단 자유는 1980년에 정력적으로 해외 순회공연을 추진하기도 한다. 일본, 프랑스, 스페인, 네덜란드, 튀니지 등에 여섯 차례에 걸쳐 순회공연을 가졌으며, 프랑스의 렌느연극제, 낭시 세계연극제, 칼카존연극제, 소피아 앙티포리스연극제, 스페인 시저스연극제, 바르셀로나 연극제, 마라가 연극제, 튀니지 하마메트연극제, 일본의 오키나와 동양연극제 등에 참가했다. 그러나 극단 자유가 치른 외국 공연보다 그의 이름은 더 국제적이다. 국제극예술협회(ITI) 한국본부 회장직을 10년 넘게 맡았을 뿐만 아니라 세계본부 회장을 지내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를 계기로 1997년에는 국제극예술협회 총회를 서울에서 개최하여 외국의 우수한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기도 했다. <도적들의 무도회>는 김정옥이 극단 민중극장을 창단하면서 무대에 올린 두 번째 작품으로 1964년 공연되었으며 국내 초연이다. 외국 고전희극을 소개하는 데 주력했던 그의 초창기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이 작품은 1989년 다시 무대에 올려지는데, 당시 공연은 낭만적 분위기를 풍기는 코믹 발레(Comic Ballet)에 가깝게 꾸며져 첫 무도회 장면에서 마지막 무도회 장면까지 배우들의 가벼운 발걸음과 무용적 동작과 재치 있는 대사와 즐거운 음악이 곁들여진 장밋빛 세계를 훌륭하게 보여주었다는 평을 들었다.

  • 리뷰

    (……) 극단 자유가 호암아트홀 무대에 올린 <도적들의 무도회>(장 아누이 작·아젠고트 연출)는 연극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장점인 ‘즐거움’을 한껏 선사해주었다. 그 ‘즐거움’이란 것이, 희극형식이 주는 경쾌함과 유머에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조화를 이룬 연기자들의 희극적 연기와 코믹 발레에 가깝게 나간 안무, 낭만적 분위기를 더해준 음악과 클라리넷 연주, 조명, 또 장면 장면을 마치 살아있는 그림처럼 안배한 연출에 힘입은 바 컸다. 그러므로 관객은 극장으로 들어감과 동시에 복잡하고 짜증나는 일상으로부터 벗어나 장밋빛 셀로판지를 통해 환상적으로 투시한 인생을 음미해보는 기회를 가진 셈이다. (……) 장밋빛 환상을 그려낸 이 연극은 매우 재미있고, 희극적 리듬을 잘 살린 연출과 연기의 덕분으로 희극성과 시각적 효과, 음악성이 뛰어난 스펙터클한 작품이었다. 무대장치는 양식화된 간결한 장치로, 휴양지, 레이디 하프의 응접실, 정원을 기능적으로 나타냈다. 특히 레이디 하프와 은행가 부자, 세 명의 도둑은 희극적 상황을 훌륭한 연기로 표현해냈다. 희극에서는 보통 전형적 인물들이 등장하고 외모나 신체적 동작을 통해 웃음을 유발시킨다. 그런 면에서 김금지는 뚱뚱하고 권태로운 노부인의 역할을 뚱뚱하게 과장시킨 의상과 뒤뚱거리는 동작, 독특한 억양의 대사로 경쾌하게 표현해냈다. 윤주상, 권병길의 은행가 부자는 한 쌍의 인물로 기능하는 전형적인 희극적 인물을 익살맞게 그려냈다. 특히 액자틀 속의 그림으로 가장하고 염탐하는 장면이나, 코믹한 무용적 동작은 이 희극의 백미였다. 또 이 연극에 사랑의 주제와 상류사회의 인물풍자라는 제1, 제2의 주제에 감미롭게 혹은 익살맞은 풍자적 분위기를 제공한 것은 클라리넷 악사(이희창)의 힘이 컸다. 한마디로, 이 연극은 전체적으로 낭만적 분위기를 풍기는 코믹 발레(Comic Ballet)에 가깝게 꾸며져서 처음 무도회 장면에서 마지막 무도회 장면까지 배우들의 가벼운 발걸음과 무용적 동작과 재치 있는 대사와 즐거운 음악이 곁들여진 장밋빛 세계를 훌륭하게 보여주었다. 시대가 불안정하고 삶이 어려울수록 희극이 번성하고 관객에게 호소력을 갖는다는 일반론이 연일 객석을 메운 관객들로 하여 입증되고도 남음이 있었다. 그러나 장밋빛 세계를 벗어나 현실로 내닫는 발걸음은 반드시 가볍지만은 않다. ‘장밋빛 셀로판지로 투시한 인생’, 김성희, <연극의 사회학, 희곡의 해석학>, 문예마당, 1995

  • 관련도서

    <장 아누이의 비극작품에 나타난 순수주의의 추구: 행복의 문제를 중심으로>, 박진아, 연세대석사논문, 1994

  • 연계정보

    -극단 자유
    -김정옥(金正鈺)
    -민중극장
  • 관련사이트

    극단 자유
  • 관련사이트

    민중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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