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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골 이야기

작품소개
<덕산골 이야기>는 세칭 ‘무등산 타잔 사건’으로 알려진 광주 무등산 판자촌 철거반원 살해사건을 다룬 사건규명극으로서 사형언도를 받고 집행의 날을 기다리는 박흥숙 구명운동의 일환으로 공연되었다. 전국체전을 유치한 광주시가 대대적인 환경정화사업을 벌이며 덕산골의 판자촌을 강제 철거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이 참변은 오늘에 와서도 도시재개발이라는 행정명목 때문에 생존의 터전을 잃고 소외되는 도시빈민의 비극을 지속적으로 상징하고 있다. 사이비 종교집단의 괴력을 지닌 자가 부린 난동으로 왜곡 보도한 당시의 언론행태를 비판하면서 사회적 진실을 밝히고 있는 이 마당극은 서사극과 마당극의 원리를 적절히 배합하여 이농에서 도시외곽지역으로 유랑하는 한 가정의 삶의 사연을 엮고, 한 청년의 초인적인 인내와 강렬한 삶의 집념이 철거현장 속에서 비극적으로 거부되는 상황을 묘파한다. 관계당국의 잔인한 물리적 폭력이 상대급부적으로 빚어낸 이 불행한 사태가 일시적인 감정에 의한 잘못임을 사죄하면서 소외받는 판자촌민의 아픈 실상을 당당히 주장하는 박흥숙의 최후진술 장면은 현장조사에 임했던 사람들의 현장증언에 의해 이 사건의 사회적 의미를 재천명하는 대목으로 이어지는데, 이는 단순히 극적 효과를 노린 마무리가 아니라 이 마당극이 사회운동의 한 형태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 마당극은 같은 소재를 가지고 재판극 형식으로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자 한 <한줌의 흙>(연우무대)과 함께 이 비극이 사회의 구조적 모순에서 비롯된 것이며 이 사건의 책임은 이 사회에 살고 있는 모두에게 있음을 웅변하고 있다. (……) <한국의 민중극>, 채희완·임진택 편, 창작과비평사, 1985
작품내용
[굿] 무당이 문전에 소금을 뿌리고 한쪽엔 소원풀이를 할 사람들이 서 있다. 무당이 한바탕 춤을 추면 남자노동자, 여자노동자가 노동귀족 없애주고 임금인상 해달라고 소원을 빈다. 전태일 혼이 씐 무당이 들어주겠다 약속한다. 박흥숙이 살인을 고백하며 가족과 덕산골 주민들의 안녕을 빈다. 무당은 흥숙의 사연을 덕산골 이야기로 풀어보기로 한다. [첫째 마당] 첫째거리 : 사슬에 묶인 박흥숙이 괴로워하며 쓰러지고 한쪽에선 살해당한 철거반원의 아내가 쓰러진다. 기자들이 이들을 멋대로 취재한다. 둘째거리 : 기자들이 서로 기사거리를 주고받다가 덕산골 박흥숙 사건을 무등산 사이비종교 신자들의 난동사건으로 제멋대로 만들어버린다. 셋째거리 : 각 언론들은 광주 무등산에 사이비 종교들이 난립해 있다가 철거가 시작되자 불을 지르고 총을 쏘며 난동을 부렸고 이 과정에서 철거반원 세 명이 사망했다며 사실을 왜곡한다. [둘째 마당] 첫째거리 : 객석에서 서너 명이 나와 “험악한 세상을 만나 생이별을 하였구나”라며 노래를 부른다. 해설자는 1977년 있었던 박흥숙 사건, 이른바 ‘무등산 타잔 사건’으로 알려진 이 사건이 실제로는 어떠했는가에 대해 이야기해보자고 한다. 둘째거리 : 상여꾼이 박흥숙 아버지의 죽음을 애도하는 만가를 부른다. 유한마담들이 등장하여 주식투자, 부동산 투기, 공무원에 뒷줄 대기, 맞바람 등등에 대해 떠들면서 “좋아졌네 좋아졌어” 노래를 부른다. 셋째거리 : 유한마담은 소작료가 적다는 핑계로, 땅투기를 위해 소작인 박흥숙 모자를 땅에서 쫓아낸다. 어머니가 찾아가 사정하지만 소용없다. 박흥숙 가족은 고향에서 쫓겨난다. 넷째거리 : 박흥숙, 어머니, 여동생이 봇짐을 이고지고 뿔뿔이 헤어져 일자리를 구하러 떠나는 동안 반주에 따라 시가 낭송된다. 다섯째거리 : 흥숙, 어머니, 여동생이 제각기 고생하며 일한다. 흥숙은 중학교 입학을 포기하고 막노동을 하며, 여동생은 남의 집 식모로 일하고, 어머니는 가족의 안녕을 빈다. 해설자가 흥숙의 일기를 읽는다. 흥숙은 독학으로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맨손으로 조그마한 판자집을 지었다. 가족들이 겨우 함께 모여 살게 된다. [셋째 마당] 해설자는 흥숙의 가족들이 다시 날품팔이와 식모 일을 시작했으나 보릿고개가 와서 도룡뇽 알을 팔며 연명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철거반원이 찾아와 판자집을 철거할 테니 당장 집을 비우라며 계고장을 남기고 간다. 전국체전을 앞둔 광주시청에서는 구청장–과장–계장–서기가 서로 일을 미루며 철거를 독촉한다. 흥숙 식구들은 새 집 구할 돈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던 차에 철거반원이 와서 집을 부수고 불을 지르려 한다. 흥숙이 사정을 하자 철거반원은 불을 지르지 않기로 하지만 흥숙이 짐을 치우려 자리를 비운 사이에 불을 붙이고 어머니는 지붕 밑에 숨겨 놓은 돈을 꺼내려 불 난 집으로 들어가려다가 기절한다. 흥숙이 사실을 알고 약속을 지키지 않은 철거반원들을 죽인다. [넷째 마당] 박흥숙 사건의 공판이 끝나고 사형이 확정되자 시장, 판사, 검사가 모여 앉아 축배를 든다. 세 사람은 특히나 박흥숙이 사법고시에 응시했다는 사실을 불쾌해 한다. 어디선가 폭음이 들리고 판자촌민들이 피켓을 들고 나타나 시위를 한다. 박흥숙이 살인 인정, 불행한 과거, 사이비 종교와의 무관, 철거반원들의 거짓말 등에 대해 최후진술을 하고 산동네 가난한 서민들에게 무심한 사회를 원망한다.
출연/스태프
스태프 작/공동창작 연출/공동연출
예술단체
한두레 1970년대 초반 우리 고유의 문화, 민족문화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대학가를 중심으로 이른바 ‘탈춤부흥운동’이 시작된다. 1974년, 탈춤부흥운동의 주축이었던 이들을 중심으로 전통연희의 현대적 재창조 작업을 위해 ‘한국문화연구모임 한두레’가 창립된다. 한두레는 당시의 서구 번안극 위주의 연극 풍토에 반해 한국적 연극을 지향했다. 우리 민족 고유의 탈춤에 기반을 둔 <소리굿 아구>(1974년 10월 초연)를 비롯하여 탈춤, 풍물, 민요, 놀이 등 전통연희의 현대적 재창조 작업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왔다. 한두레는 마당극이라는 용어를 정립하는 데에도 큰 역할을 했다. ‘두레’는 노동과 놀이와 싸움과 이념이 함께 행해지는 공동체 사회의 생활 단위이며 ‘한두레’는 두레를 지향하며 이루어야 할 참다운 세상을 뜻한다. 1983년 이후 ‘놀이패 한두레’로 전환, 현재까지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 대표작 <소리굿 아구> <공장의 불빛> <장산곶매> <예수전> <어떤 생일날> <우리 공장 이야기> <아버지의 행군> <소리없는 만가> <칼노래 칼춤> 등
비평
(……) 대중매체가 민중의 입장을 대변하거나 반영하기를 기대한다는 것은 ‘유신시대’ 이후의 경험이 말해주듯 실현되기 힘든 꿈인 것이다. 그러므로 참다운 민중연극은 필연적으로 TV나 영화 등 대중매체에 대항할 수 있는 자생적·자구적(自救的) 표현매체의 성격을 띠게 된다. 민중연극은 지배적인 매체들이 떠들어대는 메시지의 허구성을 날카롭게 폭로하고 민중의 의사를 대변하는 소규모의 대항매체로서 도시의 소극장이나 대학의 교정, 시골 장터나 마을회관, 교회, 학교, 공장 등 생활현장으로 확산되게 마련이다. 민중연극의 이러한 매체적 성격과 기능을 염두에 둔다면, 마당극이 언론자유가 극도로 위축된 70년대의 유신시대에 나타났다는 것은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마당극은 “제대로 알릴 수도, 제대로 알 수도 없는 유언비어의 시대적 수렁에서 알릴 것을 알리고 그릇 알려진 것을 제대로 바로잡음으로써 민중적 진실을 전하는 언론의 한 통로”(채희완, ‘마당굿의 과제와 전망’, <한국의 민중극>, 4~5면)로서의 역할을 떠맡아온 셈이다. 당시 마당극이 특히 대학가에서 열광적인 호응을 얻은 것은 이러한 민중언론매체로서의 기능에 힘입는 바가 크다. 가령 <소리굿 아구>나 <돼지풀이>, <덕산골 이야기>, <진동아굿> 같은 작품들은 연극적 구성이나 예술적 완결성을 따지기 이전에 숨겨진 상황적 진실을 드러냄으로써 억눌리고 답답한 가슴을 활짝 틔워주는 해방감을 주면서 외로운 진실을 함께 껴안고 있다는 일종의 연대감과 집단적 신명을 지펴낼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민중매체로서의 성격은 마당극의 구조적 특성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마당극은 일반적인 언론매체나 기존의 극장무대에서는 찾아볼 길 없는 진실을 전하려고 했던 만큼, 사건의 전개과정을 차근차근 정리하여 분석하기보다는 기습적인 몇 마디의 고성능 폭탄과도 같은 언어로써 두꺼운 허위의 껍질을 폭파하고 그 속에 감춰졌던 진실의 가장 첨예한 단면을 돌출시키는 데로 나아갔던 것이다. (……) ‘마당극의 성과와 과제’, 정지창, <창작과 비평> 57호, 창작과비평사, 1985 (……) 역할 바꾸기가 단지 연기의 재미에 그치지 않고 그 자체로 의미를 드러내는 경우도 적지 않다. <덕산골 이야기>의 다음 장면이 그러하다. (……) 전국체전을 앞둔 광주시의 공무원들이 무등산의 무허가 집 철거에 관한 지시를 내리는 장면이다. 두 명의 배우가 번갈아가면서 상사와 부하의 관계를 맡도록 역할을 바꾸어 연기한다. 이 역할 바꾸기가 제대로 맛을 내기 위해서는 과장된 연기가 필요하다. 구청장이 김과장에게 지시를 내릴 때 김과장은 허리를 구부리고 쩔쩔 매며 지시사항을 듣다가, 뒤로 돌아서자마자 허리를 펴고 배에 힘을 주고 오계장을 부르며, 구청장 역할을 했던 배우가 허리를 구부리고 쪼르르 뛰어 김계장 앞에 선다. 그 다음도 마찬가지이다. 이 장면은 바로 앞에서 상관이었던 배우가 금방 부하로 변신하는 것만으로도 역할 바꾸기의 재미를 준다. 그러나 상관 앞에서는 허리를 구부리고 쩔쩔 매던 공무원이 금방 부하직원 앞에서는 완전히 돌변하여 권위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 더 큰 재미를 준다. 그것이 바로 공무원의 현실적인 모습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위에서의 지시는 아래로 내려오면서 점점 강화되고 증폭된다. 위에서 야단 맞고 내려온 사람이 자기 부하에게 자신이 당한 몇 배로 화를 내며 강하게 다그치는 것이다. 구청장 선에서 내린 ‘자진철거’ 지시는 이서기가 받을 때에는 ‘강제철거’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여러 직급을 거쳐 말이 오르락내리락하면서 바뀌어 버리는 관료제 사회의 모습을 매우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 <마당극양식의 원리와 특성>, 이영미, 시공사, 2001
관련도서
<한국의 민중극>, 채희완·임진택 편, 창작과비평사, 1985 <창작과 비평> 57호, 창작과비평사, 1985
연계정보
-소리굿 아구
-공장의 불빛
-미얄
-돼지풀이
-진동아굿
-예수전
관련사이트
놀이패 한두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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