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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마

개요
1948년 1월 <백민>에 발표된 김동리의 단편소설. 제목의 ‘역마’란 당사주에서 얘기하는 역마살을 뜻한다. 이러한 내용으로 되어 있는 <역마>라는 작품은, 자연의 질서와 인간의 삶은 본시 하나로 어울리는 법이라고 생각해온 동양사상의 한 흐름을 새롭게 조명하고, 그것을 통해 현대의 혼돈을 극복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아보고자 한 점에서, 주목할 만한 작품이다. “우리와 천지 사이엔 떠날래야 떠날 수 없는 유기적 관련이 있으며 이 유기적 관련에 관한 한 우리들에게는 공통된 운명이 부여되어 있다”라고 했던 작가의 사상이 문학적으로 형상화된 작품이다.
내용
성기는 화개장터에서 주막을 하는 어머니 옥화가 떠돌이 중과 눈이 맞아 낳은 자식이며, 옥화 역시 그녀의 어머니가 떠돌이 남사당을 만나 낳은 딸이다. 아마도 이런 사연과 무관하지 않은 것이겠지만, 성기가 세 살 되던 해에 사주를 보니 그에게는 역마살이 끼어 있다는 점괘가 나온다. 외조모와 어머니는 그의 역마살을 막아 보고자 온갖 노력을 기울인다. 그러나 어느덧 청년이 된 성기에게 이 같은 노력의 결과는 깊은 병, 곧 죽음의 위협으로 나타난다. 겨우 병을 이기고 일어난 성기는 운명에 순응하여 방랑의 길을 떠남으로써 그의 생명력을 회복하게 된다.
저자
김동리(金東里)
생애(1913~1995)
본명은 김시종(金始鐘), 동리는 필명. 1931년 11월 24일 경북 경주 출생. 경주 제일교회 부속 계남학교를 졸업한 후 1926년 대구 계성학교에 입학하였다가 1928년 서울 경신학교 3학년에 편입하였으나 이듬해 중퇴하였다. 1935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화랑의 후예>가, 이듬해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산화>가 거듭 당선되어 등단하였다. 그후 <바위>, <무녀도>, <황토기> 등의 문제작들을 발표함으로써 주목받는 신진작가의 한 사람으로 부상하였으며, 유진오와 ‘순수논쟁’을 벌이기도 하였다. 광복 직후 우파 진영을 대표하는 평론가로 활동하였으며, 한국청년문학가협회의 창설을 주도하였다. 1953년부터 서라벌예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한 바 있으며, 1954년 예술원 회원, 1970년 한국문인협회 이사장으로 피선되었다. 일제말의 암흑기에는 활동을 하지 않다가 광복과 더불어 작품활동을 재개하여 <역마>, <등신불>, <늪>, <까치소리>, <저승새> 등과 장편 <사반의 십자가>, <을화> 등을 발표하였다.
주요작품 및 작품세계
김동리의 문학세계에서 가장 뚜렷한 흐름을 이루고 있는 것은, 토착적 한국인의 삶과 정신을 깊이 있게 탐구하면서, 그것을 통하여 우주 속에 놓인 존재로서의 인간에게 주어진 운명의 궁극적인 모습을 이해하려는 끈질긴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바위>, <무녀도>, <황토기>, <역마>, <등신불>, <을화> 등 그의 주요 작품들 대부분을 그러한 노력의 소산으로 들 수 있다. 이러한 방면의 창작에 역점을 둔 결과 김동리는 한국의 현대소설가들 가운데서 전통의 세계, 종교의 세계, 민속의 세계에 가장 깊이 관심을 기울인 작가로 평가된다. 그러나 김동리의 문학세계가 반드시 이 방면으로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당대의 역사적 상황과 지식인의 고민을 정면으로 다룬 작품들에서도 그는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낸 바 있으니, <혼구>, <흥남철수>, <밀다원시대> 등이 그 대표적인 실례이다. 김동리의 많은 작품들은 그 문체와 구성에 있어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한편, 철저한 보수주의자로서 그가 보여준 정치적 입장에 대해서는 상당한 논란이 따르고 있다.
리뷰
(······) <역마>는 <달>에 비하면 훨씬 더 안정된 면모를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우선 첫 번째로 주목하여야 할 것은 화개장터라는 공간적 배경과 등장인물의 삶이 근본에 있어서 일치하는 것으로 그려져 있다는 사실이다. 즉 주인공 성기의 집안이 할머니 때부터 안정된 가정을 이루지 못하고 떠돌이의 피가 섞인 채 내려온 것이 다분히 화개장터라는 공간의 성격과 일치되는 것으로 파악되어 있는 것이다. 이 점으로 보면 <역마>는 다분히 <황토기>의 세계에 근접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황토기>의 경우 공간적 배경과 인물들의 삶 사이의 일치하는 것이 인간의 이해력을 넘어선 운명과 같은 성격을 띤 것이라면, <역마>의 그것은 단순한 인간적 차원의 것으로 이해될 가능성도 가지고 있으며, 그런 만큼 구속력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그러므로 <역마>에 나오는 주인공 성기의 운명을 <황토기>의 경우와 같은 수준으로까지 끌어올리려면 또 다른 장치가 필요하게 되는데, 김동리는 이 장치를 다름 아닌 사주에서 구해오고 있다. 본래 사주란 풍수와 동일한 범주에서 이야기될 수 있는 것으로 최창조가 말하듯 기를 공간적으로 파악하여 땅속에 흐르는 기, 즉 지기의 덕을 얻어 보자는 사상이 풍수라면 시간적으로 이것을 받아들여 사람이 특정 시기에 받은 기로 말미암아 그의 운명이 결정된다고 보아 그것을 연구하는 분야를 사주명리학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니만큼 김동리가 여기서 사주의 역마살을 끌어들인 것은 아주 자연스럽다. <역마>의 사건전개는 바로 이 사주의 절대성을 강조하면서 인간은 사주가 가리키는 운명의 힘에 순응함으로써만 제대로 된 삶을 살 수 있다는 생각을 전달하는 것으로 이루어진다. 여기서 우리는 김동리가 <역마>와 비슷한 시기에 발표한 <문학하는 것에 대한 사고>라는 글에서 “우리는 우리들에게 부여된 우리의 공통된 운명을 발견하고 이것의 전개에 지향하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주장한 것을 떠올릴 수 있거니와, 그 운명의 모습이 여기서는 바로 사주라고 하는 전통적 민간신앙의 차원으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인륜의 법도를 지켜야 한다는 유교적 이념과 명도의 신통력이라고 하는 무교적 장치가 함께 작용함으로써 이 작품을 더욱더 강한 힘으로 전통적인 세계에 밀착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역마>는 결국 서구지향적인 좌익 세력에 대하여 전통지향성으로 맞서고, 진보를 외치는 그들에 대하여 불변의 인간 조건이 존재함을 강조하며, 운명의 부정을 말하는 그들에 대해서 운명에의 순응을 내세운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여기서 우리가 또 하나 유의할 것은 <무녀도>에서 <달>까지 이어지는 비극의 색채가 적어도 이 <역마>에서는 제거되어 있으며, 자연 혹은 운명과의 조화라는 측면만이 부각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점에서 보면 <역마>는 전통적인 정신의 세계를 가장 순수하게 구현하고 있는 작품의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어쩌면 김동리는 해방을 맞이한 시점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한국인의 정체성을 이 <역마>에서 가장 순수한 모습으로 그리려 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김윤식이 <역마>를 두고 “가장 김동리다운 작품”이며 “그의 문학적 원점이자 회귀점”이라고 평가한 것은 이런 각도에서 볼 때 수긍되는 바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이 말하고 있는 운명 순응의 사상은 그것이 현실 속에서 나타날 때에는 분단이 고착되어 가는 상황 속에서의 현실 순응으로 연결될 가능성을 가진다는 점, 그리고 바로 김동리 자신의 삶이 그러한 가능성을 실증해보인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를 남긴다. (······) <김동리>, 이동하, 건국대출판부, 1996
작가의 말
원작과 영화작품과의 관계 – 거리 및 차이점에 대한 원작자의 견해를 말해 보라는 것이 출제자의 청탁이다. (······) 원작과의 차이 내지 거리에 대하여 내가 느낀 점을 몇 가지 얘기해 보겠다. 첫째, 큰 차이점 내지 거리감을 느낀 것은, 원작과 영화의 계절이 너무나 다르다는 점이다. 원작 <역마>에서는 계절이 이른 여름에서 한여름 사이에 미쳐 있는데, 영화 <역마>에서는 철쭉꽃과 푸른 잎이 나오기는 하지만 대부분이 겨울로 되어 있다. 아무리 어떤 원작을 영화화시켰다고 하더라도, 문학과 영화가 다른 만큼 소설을 그대로 화면에 옮길 수는 없는 일이다. 소설의 주제 및 구성의 본질적인 요소만 살릴 수 있다면 지엽문제는 얼마든지 대담하게 영화적으로 윤색해도 좋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그러므로 나는 이 ‘계절’의 문제가 그 ‘본질적인 요소’가 아니라면 전혀 문제시할 까닭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작품의 경우는 ‘계절’이 너무나 중요한 비중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나는 내심 여간 당황하지 않았던 것이다. 소설 <역마>에서는 이른 여름에서 한 여름 사이에 이야기의 대부분을 진행시켜 놓고, 가을과 겨울은 건너뛰어서, 다시 이듬해 이른 여름으로 되돌아가 끝장면이 그려져 있다. 여기서 새삼스럽게 소설론을 운위할 것은 없겠지만, 단편소설은 본래 인물(인물-성격) 중심이냐, 사건(사건-행동) 중심이냐, 환경(환경-시·공간) 중심이냐 하는 문제가 있어 인물 중심일 때는 그 인물의 풍채라든가 성격 묘사에서부터 시작이 되고, 사건 중심일 경우엔 사건부터, 환경 중심이면 환경묘사에서부터 각각 시작되어야 한다는 말도 있을 정도로, 경우에 따라서는 계절이라든가, 장소라든가 하는 따위 환경에 속하는 조건들이 그 작품의 주조를 좌우하는 수도 있는 것이다. (······) <역마>의 경우는 환경이 중심이요, 따라서 시작도 “화개장터의 냇물은 길과 함께 흘러서 세 갈래로 나 있었다” 하고 배경묘사로 되어 있다. 그러면 이 작품에서는 왜 환경이 주조를 이루느냐 하는 문제가 남을 것이다. <역마>의 무대는 화개장터로 되어 있는데 내가 이 작품을 쓰게 된 동기가 화개장터의 정조에 있었기 때문이다. 화개장터에 대한 묘사는 소설 <역마> 속에 대강 나오지만, 그렇게 한이 서린 듯한 고장도 드물 것이다. 명승지란 으레 한이랄까 회포 같은 것을 곁들이기 마련이지만, 이 화개장터란 곳은 특히 그것이 강렬하게 느껴지는 고장이었다. (······) 왜 그럴까, 하고 나는 생각했던 것이다. 물(섬진강)이 맑고 깊고, 계곡이 넓고 수려하고, 초목들이 아름답기 때문이라면 그보다 더한 곳도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수석(水石)이 좋다고 그 고장사람들(특히 젊은이들)처럼 다 그렇게 노래를 멋들어지게 부를까 여기서 나는 생각했던 것이다. 그것은 이별이 잦기 때문이라고. 길은 구례, 하동, 지리산의 세 갈래로 나 있고, 물도 길따라 그렇게 세 갈래로 흐르고 있고, 게다가 닷새에 한 번씩 서는 장날엔 멀고 가까운 데서 수많은 장돌림들이 모여들었다, 흩어지고 하니까 그 고장에 사는 사람들은 한평생 이별 속에 세월을 보내는 격이 아닐까. 물도 흘러와서는 흘러가고, 사람도 모여와서는 흩어져가고…… 이러한 이별 속에 평생을 보내는 사람들은 자기들도 모르게 가슴 깊이 ‘한’이 서리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그네들의 노래는 그렇게도 멋들어지고 구슬픈 것이 아닐까. 사람은 핏줄로써 부모를 닮기 마련이지만, 자기를 낳아주고 길러주고 또 마지막엔 그 품 속에 깊이 싸안아 주는 자연도 닮는 것이 아닐까. 이러한 자연풍토 속에 태어나고 자라난 사람은 그의 성격과 운명속에 그것(자연풍토)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것이라고 볼 수 없을까. 사람의 운명 가운데는 역마운(驛馬運)이란 것이 있다는데, 그렇다면 화개장터 같은 고장에 태어난 사람은 강한 역마살을 타고난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이상과 같은 전제에서 <역마>가 씌어졌기 때문에, 이 작품에서는, 옥화제 주막 앞에 늘어선 버드나무 가지와, 그 버드나무 아래로 흘러가는 강물과, 뒷산에서 우는 뻐꾸기 소리와, 그런 것이 여간 중요한 구실을 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장면이라고 한다면, ‘성기’와 ‘계연’이가 칠불암(七佛庵) 가는 길-즉 지리산 기슭- 수풀 속에서 포옹하고 사랑을 말하는 대목과, 나중 계연이가 체장수 노인(그녀의 아버지)을 따라 구례로 떠나가고, 성기는 절망에 빠져 쓰러질 듯이 어느 나무에 기대서서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장면을 들 수 있는데, 이것이 모두 그들을 에워싼 녹음과 햇빛과 뻐꾸기, 꿩, 매미들의 울음소리 속에 펼쳐지는 것이며, 또 그렇게 되어야 그러한 정조가 나타나도록 되어 있는데, 수풀 속 장면은 그런대로 철쭉꽃이 나오지만 머루 다래 넝쿨이 없고, 끝장면은 겨울이 되어 있다. 따라서 이 작품의 주제와 직결되는 정조를 살릴 만한 자연묘사가, 말살까지는 아니라도 너무나 소홀해져 있고, 원작과의 차이 및 거리는 주로 이에 기인했던 것이라고 생각된다. (······) ‘원작과 영화: <역마>와 <까치소리>를 중심으로’, 김동리, <세대> 6, 1968.1
관련도서
<김동인 김동리와 기독교문학>, 임영천 편, 푸른사상사, 2005 <한국 문학권력의 계보: 해방이후부터 1970년대까지>, 문학과비평연구회, 한국춘팔마케팅연구소, 2004 <현실인식과 인간의 길: 장현숙 비평집>, 장현숙, 한국문화사, 2004 <한국 현대소설사의 주변>, 이상진, 박이정, 2004 <작가와 작품을 찾아서: 한국현대작가작품론>, 강인수, 푸른사상사, 2003 <문학의 비평과 인식>, 홍경표, 새미, 2003 <미당의 어법과 김동리의 문법>, 김윤식, 서울대출판부, 2002 <김동리소설연구: 죽음의 인식과 구원을 중심으로>, 이진우, 푸른사상사, 2002 <한국 근대 비평의 담론>, 정희모, 새미, 2001 <한국 문학 연구의 새로운 가능성>, 한국문학연구학회, 국학자료원, 2001 <현대소설의 이야기학>, 최시한, 프레스21, 2000 <일제말기의 한국소설 연구>, 김종균, 고려대민족문화연구회, 1999 <한국현대소설론>, 홍경표, 새문사, 1999 <지방화시대의 문학: 장윤익 평론집>, 장윤익, 인문당, 1998 <김동리: 가장 한국적인 작가>, 이동하, 건국대출판부, 1996 <김동리 삶과 문학>, 김정숙, 집문당, 1996 <해방 공간 문단의 내면 풍경>, 김윤식, 민음사, 1996 <김동리문학연구: 세헌유기룡박사송수기념논총>, 기념논총간행위원회 편, 살림, 1995 <문학의 즐거움>, 유종호, 민음사, 1995 <김동리와 그의 시대>, 김윤식, 민음사, 1995 <한국근대문학사상연구 2: 문협정통파의 사상구조>, 김윤식, 아세아문화사, 1994 <한국현대문학대사전>, 권영민 편, 서울대학교출판부,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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