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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

개요
1957년 7월 <문학예술>의 신인특집에 당선된 선우휘의 중편소설. 이 작품으로 선우휘는 제2회 동인문학상을 수상하였고 작가로서의 명성을 얻었다. 이 소설은 성격이 각기 다른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가진 주인공 고현이 현실에 대한 회피와 행동의 부재에서 벗어나 행동의지를 획득하는 과정을 그린 소설로 선우휘 문학의 한 특징인 행동에의 의지가 잘 나타나 있는 작품이다. 이 소설은 고현의 아버지, 할아버지의 삶을 통해 역사를 살아가는 개인의 두 방식, 곧 행동주의와 보신주의를 보여주고, 나아가 고현의 자각을 통해 행동의 결단이 불가피함을 드러내고 있다. 이런 점에서 그의 문학은 행동주의라 규정되고, 한국문학사에서 보기 드문 남성적 문학으로 평가되고 있다. 능동적 행동에 대한 선우휘의 경사는 인간성을 억압하는 모든 힘들, 특히 이데올로기라는 힘에 대한 강한 부정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그의 문학을 ‘행동적 휴머니즘의 문학’이라고도 일컫는다. 이러한 휴머니즘은 선우휘의 대부분의 문학에서 발견되는 것이다. <불꽃>에서 고취된 행동은 한국민족의 역사적 현실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것이기는 하지만, 고현이 보여주고 있는 자각과 행동에의 의지는 역사적 인식으로는 나아가지 못하고 행동과 침잠, 혹은 인간적인 것과 이데올로기적인 것, 개인주의와 전체주의 등의 이원적인 대립에 그치고 말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내용
3·1운동 때 죽은 아버지와 철저하게 개인적 삶의 유지를 추구하는 개인주의자인 할아버지를 둔 유복자 고현은, 할아버지의 삶의 방식을 따라 현실에 대한 일체의 행동을 거부한 채 자신의 껍질 속으로만 파고들어, 개인의 ‘꽃밭’을 일구려 한다. 일제강점기 말 강제 징집되어 전선에 투입되었다가 군대를 탈출, 소련군이 진주한 만주를 떠돌면서 이데올로기라는 이름 아래 벌어지는 참상을 경험한 현은, 귀향 후 아이들을 가르치면서도 좌우의 대립에 휩쓸리지 않으려 한다. 그러나 같은 학교에 근무하는 조선생 부친의 인민재판을 보던 현은, 더이상 참지 못하고 항거하며 총을 들고 만다. 옛날 아버지가 죽었던 동굴에 숨어든 현은 개인의 이상적 꽃밭이 더이상 존재할 수 없음을 깨닫고 행동으로 나서리라 결심한다.
저자
선우휘(鮮于煇)
생애(1922~1986)
1922년 1월 3일 평북 정주 출생. 경성사범학교를 졸업하였다. 1946년 <조선일보> 사회부 기자로 입사하면서 언론활동을 시작하였다. 인천중학교 교사를 거쳐 1949년 정훈장교로 입대하였고, 한국전쟁 당시에는 특수부대원을 자원, 전진군단 유격대장으로 참전하였다. 1955년 단편 <귀신>을 발표하면서 문단에 등단하였고, 1957년 <문학예술> 신인특집에 당선된 <불꽃>으로 제2회 동인문학상을 수상하였다. 1959년 <한국일보> 논설위원으로 시작하여 1986년 <조선일보 > 논설위원, 편집국장, 주필, 논설고문으로 꾸준히 언론활동을 하였다. 1979년 제2회 고재욱아세아언론상을 수상하였다.
주요작품 및 작품세계
그의 문학세계는 ‘상황분석’, ‘행동문학’으로 일컬어지고 있으며, 그 바탕이 되는 것은 ‘행동적 휴머니즘’이다. 초기의 대표작인 <불꽃>에서 드러나는 바와 같이 긴박한 상황 속에서 나타나는 행동에의 의지는 장편 <깃발 없는 기수>나 <추적의 피날레>에서 보여주는 비인간적 조직의 힘, 혹은 권력에 의한 인간성 상실에 대한 강한 부정과 인간본성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장편 <묵시> 이후로 이러한 휴머니즘적 특성은 인류 전반의 고뇌로 폭과 깊이를 획득해가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십자가 없는 골고다>와 같은 작품에서 보이는 것처럼, 점차 종전의 행동의 문학에서 침묵의 문학으로 이행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이행은 그가 초기에 제시하였던 행동에의 의지가 개인 대 전체, 인간 대 이데올로기와 같은 이분법에 기반하고 있어, 역사성을 획득하는 데까지는 나아가지 못하였기 때문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역사에 뿌리박지 못하고 역사 위에 군림하는 그의 휴머니즘은 <싸릿골의 신화>에서처럼 지나치게 강조된 나머지 동화적 세계로 빠져들어 현실의 전체성을 확보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또한 전쟁 체험에 바탕을 둔 이데올로기의 비인간적 측면에 대한 강한 부정은 그가 긍정적으로 그리는 인물들조차도 또다른 이데올로기의 공식적 대변자로 만드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하였다. (······) 언뜻 보면 선우휘 소설에는 역사성이 많은 것 같다. 그러나 그의 작품에 나타난 역사는 리얼리스트들과 콜링우드와 같은 역사학자들이 말하는 인간의 역사가 아니라 맹목적으로 움직이는 기계적인 역사이다. 그의 출세작이자 그의 문학의 구심점이 되고 있는 <불꽃>에 나타나고 있는, 삼대에 걸친 갈등은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역사와 인간, 이데올로기와 인간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다. 확실히 그렇다. <불꽃>의 주인공 고현은 결코 인간이 이상적인 목표를 가지고 만들었다고 생각할 수 없는 역사, 즉 식민지 시대와 민족분단의 시대를 함께 살아오면서, ‘할아버지가 살아온 도피와 체념의 생활, 그리고 그의 아버지가 살아온 참여와 반항의 두 갈림길’에서 무척이나 괴로워한다. 그 결과 그는 오늘날 한국적인 인텔리가 그러하듯 한동안 삶에 대한 방향감각을 잃고 방황을 하며, 반인간적인 역사의 흐름에 수동적이고 회의적인 태도를 취한다. 그러나 상황이 급박하여 더 이상 도피할 수 없는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을 때 그는 기계적으로 굴러오는 이데올로기라는 이름의 거대한 역사적인 힘과 처절하게 대결한다. 현은 수없이 참고, 주저 속에 외면을 계속해오다 마침내 자기의 목숨 때문에 할아버지가 험한 계곡에서 연호가 쏜 총탄에 맞고, 맑은 햇살 속에 은빛 수염을 번쩍이며 거인다운 최후를 마치는 것을 보자, 그는 어깨에 총상을 입으면서도, 능동적인 마지막 선택을 한다. 현이 녹슬었던 정적을 깨뜨리고 거기 새로운 ‘생명의 날개’를 퍼덕이게 만든 능동적인 행동을 취했을 때, 그 가슴속에는 인간만이 느낄 수 있는 정열의 불꽃이 타오름을 느낀다. 현은 드디어 전신을 태우는 작렬하는 정열의 힘으로 자신이 맹목적으로 움직이는 기계적인 산물이 아니라 인간임을 확인하는 자유를 느낀다. 의로운 사람들로서, 시차는 달리 하지만 평행선상에서 연속적이며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반인간적인 역사의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처절한 휴머니즘으로 항거한다. 3·1 독립운동을 하다 산화한 현의 아버지는 물론, 죽은 아버지를 위해 끝끝내 개가하지 않고, 본능적인 욕망을 이기기 위해 무수한 은장도 상처를 허벅지에 내면서 인종의 세월을 보낸 어머니, ‘구타, 학대, 잔인, 오만, 비굴, 허위의 범벅’인 외인부대를 탈출해서 얼어 붙은 중국대지를 욕정과 굶주림과 더불어 싸우면서 고향인 ‘P고을’로 돌아온 현의, 인민재판에 대한 항거와 불꽃 속의 죽음, ‘기준을 잃고 이어져 뻗어가는 혈통’보다 더 크고 값진 인간가치를 위해 희생된 할아버지의 장렬한 죽음 등은 모두다 기계적으로 반복되는 역사의 과정에서 인간의 영역을 확대시킨 인간의 얼굴들이다. (······) ‘이데올로기와 휴머니즘 사이’, 이태동, <선우휘문학전집1>, 조선일보사, 1987 (······) 초기 소설과 그 이후의 소설을 비교할 때, 초기 이후의 소설에서 기자로서의 주인공이 이들 관찰자를 애틋한 시선으로 바라보면서도 방관자임을 입증하는 증거로 작용한다. 그리고 기독교적인 소재를 끌어들여 작품화한 일군의 소설들 속에서는 신문기자의 호기심을 만족시킬 수 있는 것이 상당 부분 나타나고 있음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선우휘가 1960년대 중반 이후 기성적인 체제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으로 전환해 나가는 과정 속에서 기독교적인 소재를 끌어들였다는 사실은 <불꽃>에서 보여주었던 행동적 의지가 이후의 이러한 소설들 속에서 방관자라는 작중화자의 특징을 통해 내면화되었다는 것과 맞물려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불꽃>을 중심으로 한 초기 소설의 사상적 기반을 검토한다는 것은 그 나름대로 의미 있는 작업이다. 초기 소설에 있어서 선우휘의 사상적 기반을 살피는 것과 관련하여 위에서 언급한 ‘방관자’적 특성은 선우휘 문학의 한 특징으로 논의되고 있는 휴머니즘적 특징과 관련된다. 작가 선우휘가 기계적인 역사의 움직임에 대해 저항하며 참된 인간 가치를 지키기 위해 그의 작중인물들에게 능동적인 행동을 취하도록 하기는 하지만 추상적인 이데올로기 때문에 귀중한 생명을 무참하게 혹은 과감하게 살해하거나 생명을 버리는 행위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태도를 취한다. 가령 <불꽃>에서 전장이라는 극한 상황에서 벌어지는 주인공 고현과 친구 영호와의 총격에 대한 묘사에서 작가의 시선은 그것을 객관적으로 묘사하기보다는 그 사건을 “아픔”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정감어린 시선으로 서술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위의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 <불꽃>은 ‘고현’ 일가의 3대에 걸친 수난사를 회상이라는 속액자와 친구 연호와 주인공의 사상적 차이를 중심으로 전장의 극한 상황을 동굴에서의 총격 장면으로 환치한 겉액자라는 두 개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는 측면에서 1950년대의 중심적 문제인 전쟁의 문제와 민족의 수난사를 동시에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그러므로 필자는 <불꽃>을 액자소설적 구성과 관련하여 이 작품의 문체적 특징을 규정하고 그것을 살펴보았는데, 이것이 이 작품의 문체적 성과에 대한 긍정적 평가와 부정적 평가를 받게 된 이유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이러한 액자소설적 구성원리는 식민지 시대 이후 우리 민족이 겪어야 했던 민족적 수난사를 주인공 ‘고현’ 일가의 수난사로 환치시켜 문제 삼아 속액자로 만들고, 1950년대의 성격을 가장 선명하게 하는 사건으로서의 6·25 전쟁을 동굴이라는 작은 상황으로 설정한 겉액자를 설정함으로써 후자만을 가지고 간단한 단편소설로 끝낼 수 있었으나 전자를 삽입하여 중편소설로 만들 수 있었던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불꽃>을 중심으로 한 전기 소설에서 선우휘 소설의 중심적 특징은 선우휘의 초기 소설이 당대에 있어서 6·25 전쟁과 관련하여 이념을 문제 삼으면서도 자신의 고유한 휴머니즘의 입장에서 이것을 정리했다는 점이다. (······) <선우휘>, 이익성, 건국대출판부, 2004
관련도서
<20세기 한국소설 16: 손창섭·선우휘 외>, 창작과비평사, 2005 <선우휘: 근대사의 역동성과 문학적 변용>, 이익성, 건국대출판부, 2004 <한국문학 속의 도시와 이데올로기>, 이동하, 태학사, 1999 <선우휘: 개인주의와 휴머니즘>, 김진기, 보고사, 1999 <작가의 이상과 현실>, 이인복, 태학사, 1999 <한국 근현대 소설 연구>, 김진기, 박이정, 1999 <한국현대소설의 해부>, 조남현, 문예출판사, 1993 <한구현대작가연구: 황순원에서 임철우까지>, 권영민 편, 문학사상사, 1991 <한국현대문학대사전>, 권영민 편, 서울대학교출판부,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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