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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마을

개요
1953년 12월 <문예>에 발표된 오영수의 단편소설. 인간의 회귀의식을 표현한 서정성이 뛰어난 작품이다. 이 소설은 몇 장면의 연결로 구성되어 있다. 첫 장면이 후리질하는 장면, 다음은 바다에서 잃은 남편 성구와 지내던 일, 그리고 성구가 영영 돌아오지 못한 폭풍우가 있던 날, 남편을 잃은 과부들이 모여서 농담을 주고받는 장면, 상수가 해순의 방을 침범하는 장면, 그리고 해순의 몸을 끈질기게 요구하는 상수의 모습, 시집갔던 해순이 돌아와 다시 갯마을의 젊은 아낙과 만나는 장면 등이다. 이 장면들은 모두 그 밑바탕에 한국적 서정이 짙게 깔려 있어서 지울 수 없는 이미지와 같은 역할을 하며, 해순이 상수를 받아들이는 모습은 운명을 따르는 한국여인들의 전형을 보여준다. 그리고 “수수밭에 가면 수숫대가 모두 미역밭 같고, 콩밭에 가면 콩밭이 모두 바다로만 보이는” 해순의 바다를 향한 집념은 곧 고향 혹은 자연에의 강한 회귀의식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내용
해순이는 갯마을에 사는 젊은 과수이다. 바다에서 남편을 잃은 후 홀로 된 시어머니, 그리고 시동생과 더불어 바다에 의지하여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그녀는 어느 날 후리꾼으로 나갔다가 상수라는 젊은 어부로부터 은밀한 구애를 받는다. 며칠 뒤 웬 사내가 해순이 혼자 자는 방에 들어와 그녀를 범하고 만다. 그 사내가 누구인지 모르고 있었으나, 상수의 끈질긴 구혼을 받으면서 그날 밤의 사내가 바로 상수라는 것을 알게 된다. 마침내 동네에 소문이 다 나고 해순이는 상수를 따라가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러나 개가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상수마저 징용으로 끌려가서 소식조차 듣지 못하게 된다. 농사를 주업으로 하는 상수의 고향에 홀로 남겨진 해순은 바다가 그리워 마침내 자신이 살던 갯마을로 돌아오고 만다.
저자
오영수(吳永壽, 1914~1979) 호는 월주(月洲) 혹은 난계(蘭溪). 1914년 2월 11일 경남 울주 출생. 일본 오사카 니나와중학 속성과를 나와 도쿄국민예술학원을 수료하였다. 광복 후에는 경남여고에서 미술교사로 근무했으며, 1955년 <현대문학>의 창간과 더불어 편집장으로 취임하여 20여 년간 근무하였다. 그의 창작생활은 1935년을 전후하여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에 동시를 발표하면서 시작되었으나, 1949년 <신천지>에 <남이와 엿장수>를 발표하고, 이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머루>가 입선되면서 정식으로 문단에 등단하였다. 이후 30여 년 동안 작가생활을 하면서 <머루>, <갯마을>, <명암>, <메아리>, <수련>, <황혼>, <잃어버린 도원> 등 7권의 단편집을 출간하였다. 1968년에는 <오영수전집> 5권, 1974년에는 <오영수 대표작선집> 7권이 출간되기도 하였다. 1977년 대한민국예술원상을 수상하였고, 1978년에는 문화훈장을 받았으며, 같은 해 예술원 회원이 되었다. 오영수의 작품세계는 세 경향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첫째, 어린이의 순진무구한 세계를 그린 <남이와 엿장수>, <머루>, <대장간 두칠이>, <태춘기>, < Y소년의 경우> 등을 들 수 있다. 어른들이 가질 수 없는 어린이의 따스하고 순진한 마음이 동화처럼 펼쳐지고 있다. 둘째는 인정세태를 따스하게 그리면서 현실을 고발하고 있는 <화산댁이>, <어떤 죽음>, <여우>, <후조>, <명암>, <개개비>, <후일담> 등을 들 수 있다. 도시의 혼탁한 세태를 추한 것으로 보고 그것을 헹구어낼 수 있는 길은 오로지 때묻지 않은 인간의 아름다운 정이라고 보는 경향이다. 셋째는 자연 혹은 고향에 대한 회귀의식을 나타내고 있는 <갯마을>, <메아리>, <은냇골 이야기>, <수련>, <추풍령>, <망향수> 등이 있다. 인간은 태어난 본향을 잊지 못하는 법이며, 그 근원적인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자연이라는 것이다. 오영수는 전형적인 단편소설 작가로서 한국의 소박한 서정이 그 바탕에 깔려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리뷰
(······) 중요한 것은 ‘갯마을’에 사는 사람들이 어떻게 그렇게 순박하고 인정에 넘쳐흐르는 인물이 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비록 폭풍우와 함께 온 거센 파도가 성구를 빼앗아 갔지만, 생명이 넘쳐흐르는 바다로 상징되는 아름다운 자연이 그들의 심성을 그렇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작가는 이 작품의 배경을 통해서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작품 <머루>에서의 산과 마찬가지로 바다는 그들의 삶의 터전인 동시에 그들의 성격과 품성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작품 <갯마을>에서 바다는 해순이의 탯줄과도 같은 것일 뿐만 아니라, 이 작품에서 나타나고 있는 짙은 에로티시즘과도 연관성이 있는 것 같다. 이러한 컨텍스트는 물과 섹스(性)가 다 함께 생명력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염무웅도 이 작품에 나타난 에로티시즘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다. “이 작품의 중요한 일면으로서 에로티시즘을 지적할 수가 있다. 후리막에서 그물을 당기는 장면이나 밤중에 잠을 자다가 일을 당하는 대목, 방바위에서 해순이와 상수, 여인들의 대화 등에는 상당히 짙은 섹스의 향기가 감돈다. 그러나 물론 그것은 어촌이면 으레 그러한 바 생활의 일부로 취급되어 있을 따름이며, 그 에로티시즘 자체가 작품을 기능적으로 밀고 나가는 하나의 추진력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 작품에서 성은 바다와 같은 대자연에 비하여 한 소자연으로 그려져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해순이는 바다에 결코 거역하고자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처럼 ‘그저 남녀가 한번 관계를 맺으면 으레 그렇게 되는가 보다, 그래서 그렇게 됐고 또 그렇게 해야 되나 보다’ 하는 극히 막연한 느낌으로 상수를 따라갔던 것이다. 거기에는 자기 행동에 대한 최소한도의 자의식도 없으며, 바다로서 대표되는 자연에 대한 일말의 대상화도 행해지지 않는다. 오히려 자연의 일부로서 파악된 인간이라고 하는 것이 타당할는지도 모른다.” (염무웅, <현대한국문학전집1>, 1981) 바다가 지니고 있는 이러한 상징적인 기능성은 상수가 징용으로 끌려가고 난 후 해순이가 바다를 간절히 그리워하는 마음에서도 간접적으로 나타나 있다. 갯마을 사람들은 어떤 거대한 힘에 의해 아름다운 바닷가의 갯마을에서 멀어지게 되었을 때 비극적이고 불행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여기서 말하는 외부적인 힘은 <머루>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억압적인 외부의 힘이나 불가사의한 자연의 힘이다. 폭풍우와 같은 자연은 인간을 파괴하지만, 조용하고 평화로운 바다는 그들에게 삶의 터전을 마련해줄 뿐만 아니라, 그들의 마음을 순화시켜 주는 역할을 해준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해순이를 포함해서 바다에서 남편을 잃은 과부들이 그들의 삶의 터전인 바닷가에서 하나같이 따뜻한 우정을 나누면서 그들에게 부닥친 어려운 삶을 극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바다가 그들에게 아무리 무서운 시련을 준다고 할지라도, 그들은 인간적인 힘으로써 그것을 극복하며 희망적인 순박한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다. 그들이 이와 같은 태도를 가지게 된 것은 어려운 자연 앞에서 서로간에 인간적인 결합을 하지 않는다면, 거친 자연적인 힘 앞에서 견딜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자연은 폭풍우와 같이 무서운 시련을 가져다주지만 또 다른 한편 워즈워스가 주장한 것처럼 그들에게 착한 마음을 가지도록 하는 근원이 된다. (······) 많은 비평가들이 오영수 소설을 두고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면이 배제된 원시적이고 토속적인 세계를 구축한 작가로만 평가해온 경향이 없지 않았다. 물론 오영수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 가난하지만 인정이 넘쳐흘렀던 1960년대 한국의 잔영을 시정에 넘치는 토속적인 언어로 수채화처럼 깨끗하게 그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의 작품이 사회성이나 역사성을 완전히 배제한 것은 아니다. (······) 오영수는 전환기 시대의 서민들이 지니고 있는 아름다움을 탐색했으나, 그들을 비참하게 만든 외부적인 힘을 해부하거나 탐색하는 지점까지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앞에서 논의한 여러 편의 수작에서 볼 수 있듯이 수난의 계절이었던 해방 전후부터 1960년대까지에 걸쳐 외세나 외부적인 힘에 의해 소외되고 희생된 민족적 상황을 좁은 소설 공간 속에 압축해낸 작가이다. 이 점에서 우리 문학사에서 오영수는 독특하면서도 탁월한 단편작가로서 기록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 아무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희생된 자들의 애환과 인정의 세계’, 이태동, <한국소설문학대계 36: 갯마을·유예>, 동아출판사, 1996
작가의 말
(······) 17~18세 때에는 동시를 썼어요. 당시 동아일보나 조선일보 문예난에 투고하여 많은 작품들이 활자화되었어요. 그 중에는 작곡가 박태진(朴泰鎭) 씨가 작곡을 해서 노래로 불리워지는 것도 있지… 발표된 작품들을 스크랩해서 상당수를 모아 가지고 있었는데 독서사건으로 왜경에게 압수당해 지금은 찾을 길이 없어요. 그후 <문장>, <인문평론> 등 문예지가 나와 희망에 부풀어 있었으나 일제의 한글말살정책으로 폐간되고 두 신문마저 폐간되어 좌절의 나날을 보냈어요. 그러니까 일제말 10년 동안은 거의 공백기간이나 다름없었어. 1945년 해방이 되자 드디어 우리말로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는데 그때의 감격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어요. 난 울었을 정도니까. (······) 처음에 서정시 두세 편을 써서 <백민>에 발표하고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어요. 단편 <남이와 엿장수>를 써서 <신천지>에 추천작품으로 발표가 되었습니다. (······) 인간의 감정 중에서 가장 고귀하고 순수하고 아름다운 것이 인정이라고 나는 믿습니다. 나는 소설에서 인정을 강조해 왔습니다. 벌거숭이 인간들에게서도 찾아낼 수 있는 인간들의 정… 나부터가 정이 없다면 살아갈 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정이란 설명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성과 감성의 교류거든. 나는 리리시즘을 배제한 예술은 생각지 않아요. 물론 그것이 정이라는 것과 약간 뉘앙스가 다르긴 하지만… <후조>라는 작품이 그러한 인간의 정을 그린 작품인데 정 앞에서는 법도 권력도 무력하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 나는 부정보다는 긍정을, 추(醜)보다는 미(美)를 택합니다. 세칭 악한 사람들이라 하더라도 그들에게는 모두 인간성이 있지요. 그래서 갖은 범죄자들이 등장하는 <명암> 같은 작품에서도 인간의 밝은 면을 추구하려고 애썼어요. 그러니까 내 작품에 악역의 인물이 등장했다고 하더라도 인간의 밝은 면을 잡아내기 위한 한 방법으로 쓰이는 것이지요. (······) 오해를 많이 받았지. 현실을 도피한다느니, 테마가 낡았다느니… 여러 형태의 오해를 많이 받았는데 그때마다 일일이 답변을 할 수도 없고 해서 그저 웃어넘기고 말았어요. 그리고 현실도피라는 말이 나왔는데 내 상식으론 오늘의 현실이 반드시 내일의 현실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모든 예술이 다 그렇지만 문학도 우선 작품으로 승화된 연후에 사상성이나 시대적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현실에만 지나치게 집착하다 보면 기실 현실은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하고 현실에 떠밀려 다니는 결과가 되기 쉽지요. 나는 어디까지나 실증철학이니 참여만이 문학이라고는 생각지 않아요. 한 작품이 쓰여져서 10년쯤 후에 공감되지 않으면 그것은 작품으로서 생명력이 없는 것입니다. (······) 내가 글을 쓰고 있는 것은 내 자신의 보람을 찾기 위한 작업입니다. 자기 합리화는 절대 아닙니다. 내 개인을 위한 보람이, 즉 내가 하는 창조 또는 창작이라는 작업을 통해 제3자의 공감 내지 공명을 불러일으킬 때에는 제3자의 보람이 될 수 있다고 믿는 거지요. 더 나아가서 국경이나 인류를 초월한 보람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바로 내가 문학을 하는 이유입니다. ‘나의 인생, 나의 문학’, 오영수, <월간문학> 89, 1976.7
관련도서
<오영수전집>, 현대서적, 1968 <문학적 상상력과 인식의 깊이: 서익환 평론집>, 서익환, 새미, 2004 <현대소설의 서사시학: 소설 텍스트 새로 읽기>, 이재선, 학연사, 2002 <한국현대작가연구>, 김상태 외 공편, 푸른사상사, 2002 <한국현대소설가론>, 조건상, 태학사, 2001 <오영수 문학연구>, 이재인, 문예출판사, 1999 <전후 한국소설의 연구>, 박동규, 서울대출판부, 1996 <한국현대문학대사전>, 권영민 편, 서울대학교출판부, 2004
연계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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