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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

저자
박목월(朴木月)
생애(1916~1978)
본명은 박영종(朴泳鐘). 1916년 1월 6일 경남 고성 출생. 1933년 대구 계성중학교 재학중 동시 <통딱딱 통딱딱>이 <어린이>지에, <제비맞이>가 <신가정>지에 당선되었다. 1935년 계성중학교를 졸업했고, 1939년에는 <길처럼>, <그것은 연륜이다>, <산그늘> 등으로 <문장>지의 추천을 받았다. 1946년 김동리, 서정주 등과 함께 조선청년문필가협회를 결성하고 상임위원직을 역임했고, 1949년에는 한국문학가협회 사무국장을 역임했다. 1950년 <시문학>을 발간했고,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한국문학가협회 별동대를 조직하기도 했다. 1955년 아세아자유문학상을 수상했다. 1957년 2월 한국시인협회를 창립하고, 1962년 한양대 국문과 조교수로 취임한 뒤, 1968년에는 대한민국문학상 본상을 수상했다. 1973년 10월부터 <심상>지를 발행했고, 1976년 한양대 문리대 학장을 역임했다. 1974년 한국시인협회 회장을 지냈고, 1978년 3월 24일 사망했다.
주요작품 및 작품세계
박목월이 처음 작품을 발표한 것은 계성중학교 재학시 발표한 동시 <통딱딱 통딱딱>, <제비맞이> 등이지만 본격적인 등단은 1939년 <문장>지의 추천을 받은 때부터이다. 추천 후 씌어진 목월의 초기 작품은 1946년 조지훈, 박두진과 함께 발간한 <청록집>에 묶여져 있다. 동시에도 관심을 기울여 1946년 첫 동시집 <초록별> 발간 이후 어린이 잡지 <아동>을 간행하기도 했다. 그의 시는 크게 초기, 중기, 후기로 나누어진다. 초기 시에 해당하는 <청록집>과 <산도화>에 실린 작품들은 자연의 풍경을 서경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목월은 자연을 묘사하면서도 단순히 그것을 그려내는 데 그치지 않고, 어느 한 연에 포인트를 두어 독자의 시선을 유도함과 동시에 서정적인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중기의 작품인 <난·기타>, <청담>에서 목월은 초기의 자연친화에서 벗어나 인간생활에 대한 관심을 보여준다. 이 시기의 시들은 시인의 주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생활뿐만 아니라, 시인 자신의 일상사를 소재로 하고 있어(<가정>, <밥상 앞에서>) 초기의 시들과 대비를 이룬다. 후기의 <경상도의 가랑잎>에서 인생에 대한 시인의 애정은 고향에 대한 향수로 구체화되어 나타나며, 군데군데 경상도 사투리를 끌어들임으로써 구수하고 소박한 감각을 살리고 있다. 말년의 작품에 해당하는 <무순>에서는 이러한 인간적인 회한이 다소 사라지는 대신 대상에 대한 관조적이고 담담한 태도가 돋보인다. 박목월의 초기 시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상아탑>(1946)에 발표되었다. 5연 10행 수미쌍관의 짤막한 시형으로 되어 있다. 시 속의 나그네는 ‘길은 외줄기’에서 표현되는 것처럼, ‘술 익는 마을’에서 사는 사람들과는 달리 방랑의 고독한 운명에 처해 있다. 이러한 나그네의 고독감은 “길은 외줄기 / 남도 삼백리 // 술 익는 마을마다 / 타는 저녁놀”이라는 부분에서 극대화된다. 외줄기 길을 정처없이 가야 하는 나그네의 처지와 저녁놀을 배경으로 한 마을의 평화로운 경치가 대조를 이루면서 나그네의 외로움은 더욱 배가되는 것이다. 그러나 나그네는 그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고 있다. 즉 속세에 대한 미련이나 자신의 운명에 대한 한탄없이, 구름 속에 달이 가듯이 자연스럽게 자신의 길을 가는 것이다. 그의 처지는 고독하지만 슬프거나 비참하지는 않다. 여기서 나그네는 자신의 운명에 초연하며 속세를 떠난 이의 달관의 경지를 보여준다. 이는 박목월의 초기 시에서 나타나는 자연친화 사상의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박목월은 일본 식민지시대 말기의 어둠 속에서 자연에 몰입함으로써 현실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자 했는데, 시 속의 나그네가 마을과 거리를 두고 있는 것은 이러한 박목월의 입장을 연상시킨다. 또한 박목월의 초기시는 시인의 주관적인 느낌보다는 서경적인 묘사에 치중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그러나 그의 시가 풍경화 같은 인상 이상으로 감동을 주는 것은 이러한 서경성이 결국 하나의 서정 속에 용해되기 때문이다. 그는 단순히 풍경을 묘사하는 듯하면서도 어느 한 연에 포인트를 두어 독자의 시선을 유도하고 감동을 응집시킨다. <나그네>의 경우 이 감동은 나그네와 마을을 대비시킨 3, 4연의 긴장에서 나온다. 시인은 이 부분에서 나그네의 고독함을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표현으로 응축시킴으로써 시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한국현대문학대사전>, 권영민 편, 서울대학교출판부, 2004(······) 목월 시를 논하는 데 있어서 자연은 가장 중요한 개념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흔히 ‘자연의 발견’이라는 말로 요약되는 이 관점은 실상 목월 초기시를 해명하는 데는 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자연 내지 전원심상은 목월 초기시를 관류하는 중요 형질이 된다. <나그네>와 <청노루>는 목월 초기시의 특성을 선명히 보여준다. 그것은 전원심상과 식물적 상상력에 의한 자연의 발견이며 자연탐구의 시선이다. 아울러 ‘흐름의 원리’로서 자연의 원상과 삶의 내재적 원리를 파악하려는 태도라 할 수 있다. ‘강/밀밭/길/마을/저녁놀/구름/달’과 같은 전원심상은 목월시의 기본배경이자 제재에 해당한다. 또한 ‘밀밭/느릅나무’ 등의 식물적인 이미저리는 목월 시의 기본이 식물적인 상상력에 의해 전개되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강/길/달/구름’이라는 흐름의 이미지를 지닌 핵심 상징어들은 이들 시가 인생 또한 자연의 일부로서 존재하며, 그렇기 때문에 인생과 자연은 지속과 변화, 정지와 운동이라는 흐름의 원리 위에 놓여진다는 사실을 암시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이처럼 목월의 초기시에서 자연은 기본개념으로 존재하며, 그것은 전원심상과 천체심상 및 식물적 상상력과 흐름의 원리 위에 기초를 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목월 초기시에서 정작 중요한 것은 그의 시가 언어미학에 대한 치밀한 탐구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흔히 초기시에 대한 논의에서 자연만 강조되지 언어에 대한 관심은 그다지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목월이 자연을 탐구하는 데 관심을 기울인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보다도 그러한 자연을 시로서 완성시키는 매체 또는 방법으로서 언어와 형식에 더욱 깊은 배려를 쏟은 것이다. 목월의 자연탐구는 그에 걸맞은 시어와 형식을 발견함으로써 시적 성공을 거두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는 말이다. 인용시에서만 하더라도 ‘강/달/구름/술/마을/놀/나그네’나 ‘산/청운사/자하산/봄눈/느릅나무/청노루/구름/눈’ 등과 같이 유성음이 의도적으로 활용되어 시의 언어적 단아함과 함께 심미감을 고조시키는 것이다. 특히 그의 많은 시편에 유음계열이 많이 활용된 것은 그 유동적 암시성과 흐름의 이미지로 해서 인생과 자연의 유전하는 모습을 효과적으로 형상화해준다. (······) 이처럼 목월의 <청록집>(1946)에서 첫 개인시집 <산도화>(1955)에 이르는 초기시는 전원심상과 식물적 상상력에 바탕을 둔 자연탐구와 함께 시어의 절차탁마를 골자로 하는 언어미학 추구에 집중돼 있다고 하겠다. 이점에서 우리는 목월 시의 기본성격의 하나를 자연탐구의 시, 또는 언어미학 추구의 시라고 규정지을 수 있으리라. (······) ‘목월시의 성격와 시사적 의미’, 김재홍, <박목월>, 새미, 2002
작가의 말
(······) <나그네>는 <청록집>에 수록한 내 작품들의 가장 바탕이 되는 세계다. 그 즈음, 나는 ‘강나루 건너서 밀밭’과 ‘술 익는 강마을’과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리’의, 그 향토적이며 한국적인 정서가 어린 풍경을 묵화적인 고담한 필치로 표현하려고 애를 썼으며, 묵화에서 점 하나를 소중히 하듯 말 하나를 아꼈다. <나그네>의 주제적인 것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였다. 그야말로 혈혈단신 떠도는 나그네를 나는 억압된 조국의 하늘 아래서, 우리 민족의 총체적인 얼의 상징으로 느꼈으리라. 나그네의 깊은 고독과 애수, 혹은 나그네의 애달픈 향수······ 그 나그네가 우리 고장에 봄가을이면 드나드는 ‘과객’들이거나, 혹은 신라 때부터 맥맥히 내려오는 우리의 구슬픈 핏줄에서 젖어 흐르는 꿈이거나, 혹은 한평생을 건너가는 인생행로의 과객으로서 나 자신이거나, 그것을 헤아리지 않았다. 다만, 생에 대한 가냘픈 꿈과 그 꿈조차 오히려 체념한, 바람같이 떠도는, 절망과 체념의 모습으로서 나그네가 내게는 너무나 애달픈 꿈(영상)이었다. 더구나, 우리는 세상을 다 버리고 떠도는 자를 나그네라 부르는, 그 버리는 정신, 그것은 모든 소망을 잃은 자가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버리는 것’으로서 스스로를 충만하게 하는 그 허전한 심정과 그 심정이 꿈꾸는 애달픈 하늘. 그 달관의 세계-이런 뜻의 총화적인 영상으로서 나그네를 꿈꾸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것은 설명하기 위한 설명일지 모른다. 내가 <나그네>를 쓸 무렵에는 오히려 뜻을 따져서가 아니다. 다만 막연하게 답답한 심령의 세계가, <나그네>로 말미암아 ‘울음’이라는 구원의 통로를 얻게 된 것이며, 통곡함으로써 얻는 후련한 위안을 이 작품에서 느꼈으리라 믿는다. 위에서 <나그네>의 주제적인 모티브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라 했다. 그러나, 사실은 구름 사이로 빠져나가는 그 맑은 달의 모습이라 함이 정확하리라. 샛까만 구름장 사이로 달은 씻은 듯 말갛게 건너간다. 바람이라도 불어, 구름이 빨리 흐르면 흐를수록 날개가 돋친 듯 날아가는 달의 그 황홀한 정경. 그 달의 모습에서 나는 세상을 버린 자의 애달프게 맑은 정신을 느낀 것이다. 그러므로 ‘구름장 새로 흐르는 달’이 곧 나그네며, 나그네가 구름을 건너가는 달이었을 것이다. 이 체념과 달관의 세계에서 오히려 일말의 애수를 띄운 것을, ‘강나루 건너, 퍼런 밀밭머리 길’이나 혹은 ‘술이 익듯 저녁놀이 타는 마을’ 같은 향토적인 풍경 위에 수를 놓아 보려고 애를 썼다. (······) ‘청록집의 작품해설’, 박목월, <자작시 해설 보랏빛 소묘>, 신흥출판사, 1958
관련도서
<박목월 시전집>, 이남호 편, 민음사, 2003 <박목월 시전집>, 박목월, 서문당, 1984 <박목월 시 공간의 기호론과 실제>, 김혜니, 푸른사상사, 2004 <현대시의 자연과 모더니티>, 진순애, 새미, 2003 <미당과 목월의 시적 상상력>, 엄경희, 보고사, 2003 <한국현대시인론 1>, 오세영·최승호 공편, 새미, 2003 <목월시의 형상과 영향>, 홍희표, 새미, 2002 <박목월>, 박현수 편, 새미, 2002 <현대시의 방법 연구>, 이희중, 월인, 2001 <한국 현대시의 은유 구조>, 류근조, 보고사, 1999 <지방화시대의 문학: 장윤익 평론집>, 장윤익, 인문당, 1998 <한국현대시인연구>, 이성교, 태학사, 1997 <현대시의 어법과 이미지 연구: 지용과 목월을 중심으로>, 김용희, 하문사, 1997 <박목월>, 이형기, 문학세계사, 1993 <한국현대시인논고>, 최원규, 신원문화사, 1993 <한국현대문학대사전>, 권영민 편, 서울대출판부,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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