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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부사시사(漁父四時詞)

작품소개
작자가 65세 되던 해인 1651년(효종 2) 가을 벼슬을 버리고 보길도(甫吉島)의 부용동(芙蓉洞)에 들어가 한적한 나날을 보내면서 지은 노래이다. 춘사(春詞: 봄 노래)·하사(夏詞: 여름 노래)·추사(秋詞: 가을 노래)·동사(冬詞: 겨울 노래)가 각각 10수씩, 모두 40수로 되어 있다. 이 노래는 작자와 제작연대 미상인 고려 후기의 <어부가(漁父歌)>(이 계통의 노래 가운데 현전하는 것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추정됨)와 직접적 전승관계에 놓인 이현보(李賢輔)의 <어부사(漁父詞)>에 그 창작 연원이 맞닿아 있다. 작자 미상의 <어부가>는 <악장가사>에 수록되어 있으며 이현보의 <어부사>는 <어부가>를 개작한 것이다. 고려 때부터 전하던 <어부가(漁父歌)>를 이현보(李賢輔)가 9장으로 고쳐 지었고, 다시 윤선도가 시조의 형식에 여음을 넣어 완성한 것이다. 이현보의 <어부사(漁父詞)>에서 시상(詩想)을 얻었다고는 하나, 그 한시구(漢詩句)의 어의(語意)나 어음(語音)에 상응하는 우리말 표현을, 새로운 자신의 언어로 능란하게 구사하여 속계를 벗어나 물외(物外)에서 자연에 합치하는 어부(漁父)의 생활을 아름답게 나타내었다.
윤선도(尹善道, 1587~1671)
조선 중기의 문신·시인. 본관 해남(海南). 호 고산(孤山)·해옹(海翁). 자 약이(約而), 시호 충헌(忠憲). 1612년(광해군 4) 진사가 되었고, 1616년 성균관 유생으로 권신(權臣)·이이첨(李爾瞻) 등의 횡포를 상소했다가 함경도 경원(慶源) 등지에 유배되었다. 1623년 인조반정(仁祖反正)으로 풀려나 의금부도사(義禁府都事)가 되었으나 곧 사직하고 낙향, 여러 관직에 임명된 것을 모두 사퇴했다. 1628년 별시문과(別試文科) 초시(初試)에 장원, 왕자사부(王子師傅)가 되어 봉림대군(鳳林大君:孝宗)을 보도(輔導)했다. 1629년 형조정랑(刑曹正郞) 등을 거쳐 1632년 한성부서윤(漢城府庶尹)을 지내고 1633년 증광문과(增廣文科)에 급제, 문학(文學)에 올랐으나 모함을 받고 파직되었다. 1636년 병자호란(丙子胡亂) 때 왕을 호종하지 않았다 하여 영덕(盈德)에 유배되었다가 풀려나 은거했다. 1652년(효종 3) 왕명으로 복직, 예조참의 등에 이르렀으나 서인(西人)의 중상(中傷)으로 사직했다가 1657년 중추부첨지사(中樞府僉知事)에 복직되었다. 1658년 동부승지(同副承旨) 때 남인(南人) 정개청(鄭介淸)의 서원(書院) 철폐를 놓고 서인 송시열(宋時烈) 등과 논쟁, 탄핵을 받고 관직을 삭탈(削奪)당했다. 1659년 남인의 거두로서 효종의 장지 문제와 자의대비(慈懿大妃)의 복상문제(服喪問題)를 가지고 서인의 세력을 꺾으려다가 실패, 삼수(三水)에 유배당하였다. 치열한 당쟁으로 일생을 거의 벽지의 유배지에서 보냈으나 경사(經史)에 해박하고 의약·복서(卜筮)·음양·지리에도 통하였으며, 특히 시조(時調)에 뛰어났다. 그의 작품은 한국어에 새로운 뜻을 창조하였으며 시조는 정철(鄭澈)의 가사(歌辭)와 더불어 조선시가에서 쌍벽을 이루고 있다. 사후인 1675년(숙종 1) 남인의 집권으로 신원(伸寃)되어 이조판서가 추증되었다. 저서에 <고산유고(孤山遺稿)>가 전한다.
현대어풀이(부분발췌)
춘사 (1) 앞포구에 안개가 걷히고 뒷산에 해가 비친다 (배 띄워라 배 띄워라) 썰물은 거의 빠지고 밀물이 밀려온다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강촌에 온갖 꽃이 먼 빛으로 바라보니 더욱 좋다 (2) 날씨가 덥도다 물 위에 고기 떴다 (닻 들어라 닻 들어라) 갈매기 둘씩 셋씩 오락가락 하는구나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아이야 낚싯대는 쥐고 있다 탁주병 실었느냐 (3) 동풍이 잠깐 부니 물결이 곱게 인다 (돛 달아라 돛 달아라) 동호(東湖)를 돌아보며 서호(西湖)로 가자꾸나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두어라 앞산이 지나가고 뒷산이 나온다 (4) 우는 것이 뻐꾸기인가 푸른 것이 버들숲인가 (배 저어라 배 저어라) 어촌의 두어 집이 안개 속에 들락날락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맑고 깊은 연못에 온갖 고기 뛰논다 하사 (1) 궂은 비 멎어가고 시냇물이 맑아온다 (배 띄워라 배 띄워라) 낚싯대를 둘러메니 깊은 흥을 금할 수 없구나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안개 낀 강 겹겹의 봉우리는 누가 그려낸 것인가 (2) 연잎에 밥 싸두고 반찬일랑 장만 마라 (닻 들어라 닻 들어라) 삿갓은 쓰고있다 도롱이는 가져 오느냐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무심한 갈매기는 나를 좇는가 저를 좇는가 (3) 마른 잎에 바람이 나니 봉창이 서늘하구나 (돛 달아라 돛 달아라) 여름 바람을 정할소냐 가는 대로 배 맡겨라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북쪽의 포구와 남쪽 강 어디라도 좋으리라 (4) 물결이 흐리다 해도 발 씻은들 어떠하리 (배 저어라 배 저어라) 오강에 가려 하니 천년의 성난 파도가 슬프도다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초강에 가려 하니 고기 뱃속의 충혼을 낚을까 두렵구나 추사 (1) 외물(物外)의 맑은 일이 어부 생애 아니런가 (배 띄워라 배 띄워라) 어옹(漁翁)을 비웃지 마라 그림마다 그렸더라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사철의 흥 한 가지나 가을 강이 으뜸이라 (2) 강촌에 가을이 드니 고기마다 살쪄 있다 (닻 들어라 닻 들어라) 넓고 맑은 물에 실컷 즐겨 보자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세상을 돌아보니 멀수록 더욱 좋다 (4) 기러기 떠 있는 밖에 못 보던 산이 뵈는구나 (배 저어라 배 저어라) 낚시질도 하려니와 취한 것이 이 흥이라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석양이 눈부시니 천산에 비단 수가 놓였다 (9) 옷 위에 서리 오되 추운 줄을 모르겠다 (닻 내려라 닻 내려라) 낚싯배가 좁다 하나 속세에 비해 어떠한가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내일도 이리 하고 모레도 이리 하자 동사 (1) 구름 걷힌 후에 햇볕이 도탑다 (배 띄워라 배 띄워라) 천지가 막혔으되 바다만은 열려 있다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끝없는 물결이 비단을 편 듯하다 (3) 강 어귀의 고기들이 먼 소에 다 갔느냐 (돛 달아라 돛 달아라) 잠깐 날 좋은 때 바다에 나가 보자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미끼가 꽃다우면 굵은 고기 문다 한다 (4) 간 밤에 눈 갠 후에 경물(景物)이 다르구나 (배 저어라 배 저어라) 앞에는 유리바다 뒤에는 겹겹옥산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선계(仙界) 불계(佛界)인가 인간(人間) 세계가 아니로다
해설
춘하추동에 따라 각 10수씩, 총 40수로 되어 있고, 작품마다 여음(餘音)이 삽입되어 있는데, 이 여음은 출범에서 귀선까지의 과정을 정연하게 보여준다. 즉, 먼저 배를 띄우고, 닻을 들고, 돛을 달아놓고 노를 저으며 노래를 읊는다. 그러다가 돛을 내리고 배를 세우고, 배를 매어 놓고, 닻을 내리고, 배를 뭍으로 붙여놓는 것으로 여음이 짜여 있다. 우리의 고전시가에 ‘어부가’ 계열의 시가가 상당수 전해지는데, 윤선도의 <어부사시사>가 지닌 시적 감각은 다른 작품들에 비하여 매우 뛰어나다고 평가되어왔다. 작자 미상의 <어부가>와 이현보의 <어부사>는 모두 자연을 관조하고 그것을 완상하며 즐기는 관찰자나 유람자의 관점으로 어부 생활을 읊은 것이다. 이들 작품이 표방하는 ‘어부(漁父)’는 고기잡이를 생존의 수단으로 삼는 진짜 ‘어부(漁夫)’가 아니라 강호자연을 즐기는 사대부계층을 의미한다. 윤선도도 이러한 어부가 계열의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가어옹(假漁翁)’의 입장에서 <어부사시사>를 재창작하였기에 관찰자 혹은 강호의 한가한 아름다움을 누리는 사람으로서 자연을 노래하고 있다. 그러나 윤선도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자연에서 추상된 관념의 내포, 즉 의미를 찾는 탐구자적인 관심을 상당히 드러낸다. 그리하여 이 작품은 아름답게 파악된 자연을 담담하게 표현하는 서경(敍景) 지향성이 상당히 높다. 또한 “인간을 돌아보니 멀수록 더욱 좋다”(추사 2)와 같이, 거기에는 자연의 아름다운 서경만이 존재하고 인간의 존재는 부정되는 듯하기도 하다. 그리하여 우리는 “고주사립(孤舟侶笠)에 흥에 겨워”(동사 7) 앉아 있는 화자와 마주치기도 한다. 화자는 무심(無心)의 낙(樂)·흥(興)에 젖을 뿐이다. 그러나 이렇게 강호자연에 노니는 한가한 흥이 현실과 완전히 단절되는 것은 아니어서, 이러한 생활 역시 임금의 은혜로 돌리지 않을 수 없는 당시의 풍토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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