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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전춘별사(滿殿春別詞)

작품소개
작자·연대 미상의 고려가요. <악장가사(樂章歌詞)>와 <시용향악보(時用鄕樂譜)>에 수록되어 있다. 5연으로 된 이 작품은 남녀 간의 사랑을 대담하고 솔직하게 읊고 있어서 고려가요 특유의 주제와 소재를 가장 잘 구비하고 있으며, 특히 2연과 5연은 후기의 시조 형식과 가까워 주목을 끈다. 조선 성종 때는 내용이 음란하다 하여 유학자들 사이에서 말썽을 빚기도 하였으나, 비유법과 심상(心像)의 전개가 흡사 현대의 시작법(詩作法)을 보는 듯하다.
현대어풀이
얼음 위에 댓닢 자리를 보아 임과 나와 얼어죽을망정 얼음 위에 댓닢 자리를 보아 임과 나와 얼어죽을망정 정을 준 오늘 밤 더디 새어라, 더디 새어라 잊히지 않고 늘 염려스러운 외로운 베갯머리에 어찌 잠이 오리오 서쪽 창문을 여니 복숭아꽃이 피어나는구나 복숭아꽃이 걱정 없이 봄바람에 웃는구나, 봄바람에 웃는구나 넋이라도 임과 한 곳에 남의 경황으로만 여겼더니 넋이라도 임과 한 곳에 남의 경황으로만 여겼더니 우기던 사람이 누구였습니까? 누구였습니까? 오리야 오리야 어린 비오리야 여울일랑 어디 두고 소에 자러 오는가? 소 곧 얼면 여울도 좋습니다. 여울도 좋습니다. 남산에 자리 보아 옥산을 베고 누워 금수산 이불 안에 사향 각시를 안고 누워 남산에 자리 보아 옥산을 베고 누워 금수산 이불 안에 사향 각시를 안고 누워 약 든 가슴을 맞춥시다. 맞춥시다 맞춥시다. 알아 주소서, 임이시여 원대평생(영원히)에 이별할 줄 모르고 지냅시다
어휘풀이
- 댓닢 : 대나무 잎. 좋지 않은 잠자리를 말함. - 복숭아꽃 : 화자의 처지와 대비되는 존재로 화자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하는 매체 - 경황 : 흥미있는 상황, 남의 일 - 비오리 : 쇠오리와 비슷하지만 좀 크고 날개는 자줏빛이 많아 찬란하다. 암수가 함께 놂. - 소(沼) : 늪. 여기서는 서정적 자아를 의미 - 여울 : 개울. 여기서는 다른 여자를 의미 - 사향 각시 : 아름다운 여인 - 참고: <고려시대의 가요문학>, 정병욱 해설;김열규·신동욱 공편, 새문사, 1982 <고전시가강독>, 최철·박상태 공저, 한국방송통신대학출판부, 1986
유래와 형식
고려시대에 지어진 작자 미상의 속요. <만전춘별사(滿殿春別詞)>라는 명칭-<악장가사>에서 이 원사(原詞)를 ‘만전춘별사’라 한 것-에 대해서는 두 가지 의견이 있는데, 하나는 조선시대에 윤회(尹淮)가 지은 ‘만전춘’과 구별하기 위함이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원래의 ‘만전춘’이 남녀상열지사로 지탄받음에 따라, 별사의 이름을 붙인 듯하다. 모두 5연으로 되어 있으나 그것을 아우르면서 종결짓는 결사(結詞)가 마지막에 추가되고 있어 이것을 독립된 연으로 볼 경우 6연이 된다. 각 연은 형식상으로 불균형을 보이고 있고 시어(詩語)도 이질적이며 의미론적으로도 통일성을 결여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이 작품이 이질적이고 독립적인 당대의 유행가들을 궁중의 속악가사로 합성하고 재편성함으로써 성립된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편 이와는 달리 이 작품이 전강(前腔)·후강(後腔)·대엽(大葉)의 3부분으로 가창된다는 점에 주목하는 이들도 있다. 이들은 전체 작품을 초·중·종장의 3장 형태로 재편함으로써 형태적 통일성을 찾아 한편의 정제(整濟)된 작품으로 보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연(聯) 사이의 의미론적 긴밀성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내용
남녀 간의 애정을 적나라하게 노래한 것으로, 노래의 노골적이고 퇴폐적인 표현 때문에 조선시대 사대부에 의해 음탕한 노래로 규정되어 배척되었다. 이는 새로운 만전춘사인 <봉황음(鳳凰吟)>을 짓게 하는 계기를 주기도 하였다. 내용을 분석해 보면, 제1연에서는 얼음 위에 댓잎 자리를 보아, 임과 내가 함께 얼어 죽어도 좋으니 제발 밤만 새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제2연에서는 임이 오지 않으니 잠을 이룰 수 없다고 하면서 창 밖의 도화에다 자신의 처지를 빗대어 표현했다. 제3연에서는 넋이라도 함께 가자고 맹세한 임을 원망하고 있다. 제4연에서는 물오리더러 여울을 두고 왜 소에 자러 오는가 하니, 소가 얼면 여울로 가겠다는 대화가 벌어진다. 이는 남성의 여성편력을 나무라는 듯한 여성화자와 이에 능글맞게 대꾸하는 남성화자 사이의 대화처럼 들린다. 제5연에서는 육체적 사랑을 나누는 현장을 묘사했으며 제6연은 이별을 원치 않는다는 짧은 가사로 노래 전체를 형식적으로 마무리하고 있다. 표현적으로 보면, 관능적이고 감각적인 언어 표현이 지배적인데, 전체적으로 보아 비유와 상징, 반어와 역설 등을 통하여 남녀 사이의 강렬한 사랑을 노래하고 있다. 형식적인 측면에서 이 노래의 2연과 5연이 시조 양식에 접근하는 형태를 보여준다고 하여 시조 장르의 기원을 찾는 자료로 주목된 바 있다. 또한 이 노래가 민요·속요·시조·한시·경기체가·향가 등 당대의 기존 장르를 다양하게 수용하여 양식적으로 변용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사실들에 기초하여 이 작품이 장르 복합체로서의 양상을 보이는 가요로 규명된 바도 있다. 특히 이 노래의 제3연은 정서(鄭怜)가 지었다는 <정과정곡>의 노랫말과 일치하고 있어 기존의 노랫말로 짜 맞춘 듯한 성격이 강하다. 이 노래는 넓은 의미의 시조 양식이 속요(속악가사)에 개입된 것으로 보아, 쇠퇴기의 속요 작품일 것이라 추정하기도 한다. 혹은 여러 이질적인 가요가 뒤섞여 얽어졌다는 점에서 초창기의 속요로 보는 견해도 있다. 고려시대 향악곡의 하나인 ‘만전춘’의 악보는 <세종실록> 권146과 <대악후보(大樂後譜)> 권5에 전하며, 그 가사는 <세종실록>과 <악장가사>에 전하나 이 두 문헌에 전하는 가사가 각기 다르다. 즉 <세종실록>에 전하는 가사는 <처용가>의 “산하천리국(山河千里國)에 가기울총총(佳氣鬱升升) 悧샷다.”는 가사와 같고, <악장가사>에 전하는 가사는 “어름우희 댓닙자리 보아 님과 나와 어러죽을망뎡”으로 되어 있어 원래의 가사에 속한다.
연계정보
-시용향악보(時用鄕樂譜)
-악장가사(樂章歌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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