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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한 연구

작품명
죽음의 한 연구
저자
박상륭(朴常隆)
구분
1970년대
작품소개
개요 1975년, 1971년부터 1973년에 걸쳐 탈고한 원고지 3천 장 분량의 <죽음의 한 연구>가 한국문학사에서 나온다. 김현은 이 <죽음의 한 연구>를 읽고 “1970년대 초에 씌어진 가장 뛰어난 소설이었을 뿐 아니라, <무정> 이후에 씌어진 가장 좋은 소설 중의 하나”라고 평가한다. 소설은 주인공 ‘나’가 서른셋이 되던 해에 수도를 하기 위해 ‘유리’로 와서 오조 촌장을 죽이고 본인이 육조 촌장이 되었다가 다시 뒤에 칠조 촌장이 될 촛불중의 손에 죽기까지의 구도 과정이 펼쳐진다. 주인공을 둘러싼 죽고 죽이는 모든 살인이 구도 과정의 일환으로 묘사되는데, 주인공 ‘나’는 여러 묘사를 통해 예수를 떠올리게 하면서 동시에 혼돈으로서의 유다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이른바 상극적인 것이 한데 통합되어 구현되는 양상이다. 박상륭 소설의 지속적인 주제인 ‘죽음’과 ‘재생’은 상극적인 두 요소인 ‘살욕’과 ‘성욕’이라는 모티프를 통해 구현된다. 이를 통해 작가는 삶을 위해서 죽음은 필연적이며 죽음을 통해서만 삶이 가능함을 말하고 있다. 내용 스승에 의해 ‘유리’라는 황폐화된 마을로 오게 된 주인공이 유리로 오는 도중 길에서 한 노승의 죽음과 직면하여 비로소 죽음에 대해 의문을 갖기 시작한다. 유리에 들어와 존자승과 외눈박이중을 죽이는 등 이른바 구도적인 살인을 행하고, 또 유리의 오조 촌장을 죽여 그로부터 해골을 물려받아 유리의 육조 촌장이 되어 유리에 바닷물을 되돌리기 위해 마른 늪에서의 낚시질로 상징되는 형벌을 감내하면서 죽음과 재생의 의미를 궁구한다. 결국 일방으로는 자의에 의해, 그리고 일방으로는 유리의 법률에 의해 스스로 죽음의 길로 나아가 자신의 죽음을 완성한다.
저자
박상륭(朴常隆, 1940~) 1940년 전북 장수 출생. 서라벌예대를 거쳐 경북대학 정치외교학과를 중퇴했다. 1963년 <사상계>에 <아겔다마>가 신인상 가작으로 입선되었다. 이듬해 <장끼전>이 <사상계>에 추천되어 본격적으로 문단에 등장하였다. 1969년 캐나다로 이주하여 작품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 <장끼전>(1964), <이월 삼십일>(1965), <뙤약볕>(1965), <시인 일가네 겨울>(1967), <각설이 일기>(1967), <7일과 꿰미>(1969), <천야일화>(1970), <심청이>(1973) 등이 있다. <박상륭 소설집>(1971), <열명길>(1972), <죽음의 한 연구>(1975), <칠조어록>(1991), <아겔다마>(1997), <평심>(1999) 등의 소설집과 장편소설을 발간하였다. 박상륭의 작품은, 집단무의식이론과 도스토예프스키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아 러시아풍의 돌발적인 행위와 전라도 사투리의 교묘하고도 대담한 도입 등으로 환상적이면서도 문명비판적인 소설공간을 만들어 낸다. 소설의 배경은 대부분 완전히 폐쇄된 섬, 방, 마을 등으로 환상적인 이미지와 숙명적인 정조를 깃들게 하고 있다. 그는 또 현대인의 소외의식과 권력의 주술적 성격을 파헤치는 것을 주제로 삼기도 한다. 특히 <뙤약볕>은 현대인의 소외의식을 언어상실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였으며, <열명길> 또한 자기유지를 위한 권력의 희극적인 몸부림을 암시하고 있어 주목을 끈다. 죽음과 재생을 주제로 끈질기게 존재의 의미를 파고드는 그의 문학은 우리 문학에서는 드물게 형이상학의 철학적 단계에 근접한 값진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리뷰
(……) 작품 <죽음의 한 연구>는 육체의 죽음과 영혼의 재생이라는 테마를 종교적 차원과 정신분석학적 차원, 그리고 연금술적인 담화의 차원 등, 무척 광범위한 맥락에 걸쳐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더 좁혀 말한다면 이 작품은 말 그대로 인간에게 있어서 죽음이란 무엇인가라고 하는 물음에 대한 소설적인 답변의 과정을 보여 주고 있는 소설이다. 이 소설을 해석함에 있어서 주인공이 죽음에 대해 눈뜨게 되는 계기는 이 작품을 해석하는 데 있어서 하나의 출발점이 되어 준다. (……) 이 작품에서 중심테마가 되는 죽음의 문제는 작품의 처음부터 주인공에게 부과되며, 이후로 단계적으로 강화되어 그에게 있어서 일종의 화두와 같은 의미를 지니게 된다. 즉, 그는 유리로 들어오는 길에 만난 노승이 자신과 헤어져 가는 뒷모습을 보고 그가 일종의 꿰미처럼 그를 얽어매어 끌어들이는 윤회의 고리 속으로 들어가는 것인 양 인식하고, 또한 뒤이어 그의 죽음을 목도하고 ‘그는 어째서, 근 백 년 가까이 보류해 왔던 죽음을 하필이면 내 앞에서 치러 보여 준 것인가?’라고 의심을 품으며, 이어서 자신을 유리로 내몰고 그 앞에서 역시 죽음을 보여 준 스승을 회상하면서 그로부터 ‘그 고리로부터 영구히 벗어나는 일은, 자기 소멸을 완전히 성취해 버리는 일처럼 여겨지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회의하기 시작하는데, 바로 여기에서부터 죽음에 대한 그의 탐색이 시작되는 것이다. (……) <죽음의 한 연구>의 주인공이 직면하는 죽음의 테마는 바로 위의 예문에서 드러나듯 그의 유년의 체험과 긴밀하게 맺어져 있다. 즉, 주인공은 어린 시절 뱃사람들이 창녀인 그의 어머니를 빼앗아 가는 것을 자주 목격하면서 자랐거니와, 그로부터 어머니와의 분리를 경험하는 것이다. 이 경험은 결국 자신이 혼자라는 것을 느끼게 되는 실존적인 경험이거니와, 또 곧 자신의 죽음에 대한 무의식적인 지각이라고 해도 무방한 것이다. 따라서 그것은 일종의 트라우마라고도 할 수 있는 것으로, 이러한 경험은 그의 무의식 차원에서도 죽음에의 경험을 일깨운다. 따라서 그가 유리로 들어오면서 목도한 노승의 죽음과 그로 해서 촉발되는 스승의 죽음에서 죽음의 의미를 의식적 차원에서 자연스럽게 문제 삼는 저변에는 그의 무의식에 각인된 이러한 유년기의 의사죽음의 체험이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 그리하여 그는 유리에 들어와 낯선 수도부에게 동정을 바치고 샘에 있는 존자승과 외눈박이중을 죽이는, 이른바 구도적인 살인을 저지르면서 차츰 죽음의 연구에로 나아간다. 그가 나중에 만나 죽이게 되는 유리의 오조의 말을 통해 설명되듯, 그가 죽인 비계 낀 존자승과 외눈박이중은 각각 아집에 따르는 두 병독으로서의 탐욕과 편견의 은유이다. 이러한 주인공의 구도적 살인에서 우리는 아래와 같이 서로 상극하는 신수(神秀)와 혜능(慧能)의 게송(偈頌)을 만나게 되는데, 이 두 게송은 <죽음의 한 연구>에서 주인공과 그 이외의 수도승들의 탐색의 본질과 차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은유로 상정된 것이면서, 또한 주인공의 본질적인 죽음에의 탐색이 어떤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가를 알려주는 것이다. 1) 몸이 보리수이니 마음은 밝은 거울틀과 같네 때때로 부지런히 털고 닦아서 먼지며 티끌 못 앉게 하세 2) 보리에 본디 나무가 없고 밝은 거울 또한 틀이 아닌데 본래 한 물건도 없는 터에 어디에 먼지며 티끌 앉을까 위에 인용한 1)과 2)의 두 게송은 각각 신수와 혜능의 게송으로 일종의 화두이기도 하며 또한 각자가 도달한 득도의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1)의 게송이 육체를 긍정하고 그것을 통한 구도의 완결성에 대한 믿음을 드러내는 반면에 2)의 게송은 색즉시공(色卽是空)이라는 불교적 인식대로 육체 자체의 무의미성을 드러내고 있다. 따라서 육체 자체의 존재를 의문삼을 경우 그것을 통한 구도의 완결성은 아무 근거를 지니지 못하는 것이다. (……) 이러한 주인공의 의식은 곧 뒤에서 보게 되겠지만 ‘필멸할 신육(身肉) 속에서 불멸할 신육을 뽑아 내려는 노력’으로 이어지면서 그의 탐색의 본질을 이루고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죽음의 한 연구>는 이야기의 일종의 메타구조로서 불교와 기독교의 종교적 담화를 차용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여기서 메타구조라 함은 인간의 삶 및 역사를 설명하는 일종의 포괄적인 설명원리이다. 다시 말하면 “필멸할 신육 속에서 불멸할 신육”을 뽑아 내려는 <죽음의 한 연구>의 주인공의 삶의 여정과 의식은 기본적으로 모든 중생들의 궁극적 해탈에의 과정을 하나의 서사의 틀로 마련하고 있는 불교의 담화와 세상과 죄의 구속으로부터의 구원이라는 기독교적 담화에 기대어 있다는 것이다. (……)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죽음의 한 연구>는 죽음과 재생이라는 인간존재의 궁극의 신비에 대한 정신적 탐색을 불교와 기독교의 종교적 담화, 그리고 연금술의 담화를 토대로 삼아 소설적 논리로 구성하고 있는 작품이다. 말하자면 자연 자체가 하나의 죽음과 재생의 순환 과정이듯, 그러한 자연의 요소인 흙이라는 불완전한 물질로 빚어져 유한한 삶을 살아가도록 처해진 인간의 삶 또한 죽음과 재생의 순환을 밟을 수밖에 없는 바, 불멸할 신육을 얻기 위해 우리가 치러내야 할 완전한 죽음의 과정이 어떤 것인지를 이 소설은 철학적으로 궁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굳이 이들 메타 담화들의 위계를 따진다면 이야기되는 모든 담화, 예컨대 체인 해골에서 용을 찾는 것, 필멸할 신육에서 불멸할 신육을 뽑아 내는 것, 중생들을 궁극적 해탈로 이끄는 불교적 과정과 세상과 죄의 구속으로부터의 구원이라는 기독교적 구도의 과정 등이 금속으로부터 금을 뽑아 내는 연금술적 과정의 한 비유로 되어 있다는 점에서 작품의 근본적 구성원리로서의 연금술적 담화를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박상륭의 <죽음의 한 연구>는 이와 같은 연금술적인 담화에 기대어 삶과 죽음의 본질에 대한 인류의 근본적인 수수께끼를 죽음과 재생으로 이어지는 가장 보편적인 순환의 법칙 속에서 풀어 나간다. 그러나 범인류적으로 언제 어디서나 자연스럽게 재생산되는 하나의 심적인 조직, 즉 원형을 상정하고 그것이 개별적인 인간의 삶에 구현되는 작용으로서 죽음과 재생의 신비를 이해한다고 해도, 죽음 이후의 인간 존재의 지속가능성은 여전히 불가지의 것으로 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 비록 이 작품의 주인공이 요가를 통해 인간 존재의 원시적인 정신상태로 되돌아가고자 하는 수행방법을 되풀이 한다고 해도, 우리가 업이라고 부르는 윤회의 굴레로부터 완전한 열반을 성취했는가의 여부는 도저히 알 길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것이 인간적인 담화의 한계 너머에 있는 불가지의 것이기 때문에, 박상륭의 소설도 이 점에서는 소설적인 한계를 벗어나 있다. 작가 후기라고도 할 수 있는 주석을 통한 종결이 그러한 예일 것이다. (……) ‘박상륭 소설의 연금술적 탐색에 대하여’, 김경수, <죽음의 한 연구>, 동아출판사, 1995
관련도서
<한국현대문학대사전>, 권영민 편, 서울대학교출판부, 2004 <20세기 한국 문학의 탐험>, 장석주, 시공사, 2000 <박상륭을 찾아서>, 임금복, 푸른사상사, 2004 <박상륭 소설의 창작 원류>, 임금복, 푸른사상사, 2004 <박상륭 어휘 사전 상, 하>, 임금복 편저, 푸른사상, 2004 <박상륭 깊이 읽기>, 김사인 편저, 문학과지성사, 2001 <죽음의 한 연구 깊이 읽기>, 임금복, 푸른사상사, 2000
연계정보
-뙤약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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