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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

작품명
비오는 날
저자
손창섭(孫昌涉)
구분
1950년대
개요
1953년 <문예>에 발표된 손창섭의 초기단편소설로서 6·25 직후의 부산을 배경으로 남매의 비극을 그린 작품이다. 비가 오는 음산한 풍경의 서술로 시작해 수시로 이러한 풍경이 작품 속에 나타나는데 이는 곧 작중 인물들의 심경인 작품 전체의 분위기와 밀접한 관련을 맺는다. 이상성격자 동욱과 동옥의 절망과 무기력과 무위를 그대로 나타내면서 동시에 이들 심리의 정확한 통찰을 통해 음울한 시대적·공간적 상황을 표출하고 있다.
내용
어느날 원구는 거리에서 우연히 소학교에서부터 대학 때까지 동창이며, 어린 시절 친하게 지냈던 친구 동욱을 만난다. 동욱은 다리를 저는 여동생 동옥과 함께 살면서 동옥이 그린 초상화로 미군부대를 드나들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장마가 계속되던 어느 날 원구는 외진 곳의 낡은 목조건물에 사는 동욱을 찾아가는데, 동욱은 없고, 동옥만이 차갑게 원구를 맞이한다. 피난지 부산에서 잡화를 팔며 생계를 유지하는 원구는 비가 와 가게를 벌일 수 없는 날이면 자주 동욱 남매의 집을 찾고, 동옥에게 친근감을 느끼게 된다. 그러던 중 초상화 벌이가 끊기고 동옥이 주인노파에게 돈까지 떼여 남매는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된다. 원구가 찾아간 어느 날, 새로운 주인이 동욱은 소식이 없고, 동옥 역시 행방을 모른다는 소식을 전한다. 몸을 판들 굶어죽겠느냐는 새 주인의 말에 원구는 분노를 느끼지만, 무기력하게 돌아선다. 그 뒤부터 비가 오는 날이면 원구의 마음은 동욱남매의 생각에 우울해지곤 한다.
저자
손창섭(孫昌涉, 1922~)평남 평양 출생. 1936년에 일본으로 가서 여러 학교에 적을 두기도 했으나 학력다운 학력을 갖지 못한 채 1946년에 귀국하였다. 1952년 5월과 1953년 9월에 단편 <공휴일>과 <사연기>를 <문예>에 발표하면서 등단하였다. 이후 <비오는 날>, <혈서>, <미해결의 장> 등의 단편을 발표하였고, 1955년 단편 <혈서>로 현대문학신인상을 수상하였다. 1955년 단편 <잉여인간>으로 제4회 동인문학상을 수상하였고 <사상계>에 장편 <낙서족>을 발표하였다. 1961년 자전적 소설인 <신의 희작>과 <육체추>를 발표한 이후에는 거의 작품을 발표하지 않았다. 손창섭은 장용학과 함께 1950년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평가되고 있으며 특히 황폐화되고 불구화된 전후 상황 속에서 개인의 삶의 무의미에 대한 가치부여를 특징으로 하고 있다. 그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부분 육체적, 정신적 불구자이거나,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부적응자이며 그들의 행위는 무의미하다. 이성적인 존재로서의 인간에 대한 탐구를 주제로 했던 기존의 소설과는 달리 은폐되었던 인간의 무의미를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초기작에 해당하는 <비오는 날>, <생활적>, <미해결의 장> 등은 한국 전쟁의 충격으로 왜곡된 한국 현실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불구 상태를 압축하여 상징적으로 제시하고 있다고 평가되고 있다. 미학적으로 볼 때 손창섭의 소설에서 자주 나타나는 것은 아이러니이다. <미해결의 장>, <유실몽>, <낙서족> 등에서 나타나는 아이러니는 부정적인 인물에 대한 희화화를 통해서 삶의 무의미성과 허무를 강조하는 미학적 장치로 사용되고 있다. 삶의 무의미성에 대한 강조, 그리고 인간에 대한 불신과 환멸, 허무 등이 <잉여인간>에서는 ‘서만기’라는 긍정적이고 이상적인 인물의 존재를 통해서 극복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리뷰
(······) 소설의 배경은 여러 가지 기능을 지니고 있다. 손창섭 소설의 경우는 무엇보다도 작중 인물들의 성격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것이 그의 소설의 배경이다. 6·25 전쟁과 피난생활과, 그리고 참담한 현실 그 자체의 표현도 없지 않지만 작중 인물의 의식세계의 투영으로서 배경이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의 소설의 대개가 비오는 현실로 그려진 것은 작중인물의 밝지 못한 의식, 그것을 상징한다. <치몽>, <피해자>, <사연기>, <미해결의 장>, <비오는 날> 등 그의 소설에 비오는 날이 많은 것은 작중 인물의 의식, 더 나아가 주제와도 관련이 있다. (······) 손창섭의 소설 속에 내리는 비는 단순한 자연 현상이 아니다. 마음이나 영혼까지 젖게 하거나 맑은 날일지라도 마음 속에는 빗물이 스며 흐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는 것은 작중 인물의 어두운 의식 세계의 한 단면이며, 그의 소설의 주제의 어두움과도 상통하는 것이다. 적어도 손창섭의 소설의 배경은 작중 인물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데 기여했을 뿐만 아니라, 소설의 주제를 드러내는 데 크게 기여한다. 손창섭은 소설의 배경을 제시하면서 이중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그것은 이들 소설의 시대적 배경이 된 6·25 직후의 암담하고 비참한 현실을 현실 그대로 리얼하게 제시하면서 동시에 작중 인물의 의식과 작품의 주제를 부각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것은 배경의 효과를 적절하게 구사한 손창섭의 기술의 탁월한 부분이다. (······) 손창섭 소설의 특징은 작중 인물의 특이성과 소설의 재미에 있다. 작중 인물의 특이성은 그의 독특한 인간관의 표현이며, 그것은 인간성의 집요한 탐구라는 근대소설의 본령에 접근하는 태도다. 아직도 한국 소설이 딛고 넘어가야 할 것이 바로 이 점이다. 인간성에 대한 집요한 탐구가 한국 소설에는 부족한 것 같다. 독자들이 소설을 통해 찾는 것은 인간에 대한 탐구나 이해만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소설이 인간의 삶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하면 인간 자체에 대한 탐구가 필수적이다. 인간에 대한 탐구와 이해 없이 어떤 사회적, 정치적 상황이나 역사 속에 인간을 던져 넣고 그 반응만을 보이는 것은 허구의 조작이라는 인상을 배제할 수 없다. 사회의 규범이나 도덕률, 또는 가치관을 전제하면서, 그 표준을 앞에 놓고 거기에 부합되는 인물을 창조한다든지 시대적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인간을 통해서 인간성의 탐구나 인간의 심층 심리를 드러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 점에서 손창섭 소설은 일차 소설사적 의의를 갖는다. 또 그의 작중 인물들은 권태형 인물이 많다. 언제나 심신이 피로해 있고 가치가 있는 일을 발견할 수 없는 인물들이다.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해서 적극적인 의욕조차 없다. 오히려 종래 가치가 있다고 믿어왔던 것조차 지극히 무의미한 것으로 느끼는 절망 속의 인간상이다. 이것을 우리의 소설사에 조명해 볼 때 이상의 <날개>의 작중 인물과 아주 비슷하다. <날개>의 주인공도 뚜렷한 목적 의식을 갖고 있지도 않고 전통적 가치를 고수하지도 않는 인물이며 언제나 권태 속에 있다. 산다는 것조차 무의미하고 권태롭다는 이 인물과 손창섭의 인물은 그 점에서 상당한 유사점을 갖고 있다. 그리고 김승옥의 작중 인물과도 일맥 상통하고 있다는 느낌이 있다. 더구나 이들 인물들은 인격의 붕괴 과정에 있거나 붕괴된 인물들이다. 그 점에서는 50년대 후반이나 70년대에 나온 소설들의 인물과도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다. 인격의 파산, 가치관의 붕괴, 그것이 잠재적으로 오늘날의 소설의 인물의 의식을 지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 점에서는 오늘날의 작가들에게도 손창섭의 숨결이 스며있는 것 같은 생각마저 일게 한다. 이 점은 더 두고 지켜보아야 하겠지만 확실히 그의 인간관과 인격의 해체는 우리 소설사에 언급하고 넘어갈 부분이 될 것 같다. 이런 류의 소설의 한 가지 문제는 문학의 기능 문제다. 문학도 인간 구제의 길에 한몫을 담당해야 한다고 하면 손창섭의 문학은 어떤 기능을 하고 있는가. 근대소설이 추구했던 인간성의 탐구는 탐구 그 자체에 그친 것일까. 그것을 통해 인간 구제의 길을 모색하고자 했던 것은 아닐까. (······) ‘권태형 인간상과 그 소설사적 의미’, 김영화, <손창섭>, 새미, 2003
작가의 말
(······) 사람마다 말투라든지 걸음걸이라든지, 그 동작에 어떤 특징과 버릇이 있듯이, 원고를 쓸 때의 나의 태도에도 괴벽이라 할 것까지는 없지만 몇 가지 습벽은 있다. 예를 들면 소설을 쓸 때, 으레 머릿속에 비나리는 풍경을 그려보며 그러한 심상에 후줄그레 젖어서 한 방울 한 방울 떨어지는 빗물을 받아 옮기듯 한 자 한 자 원고지의 간살을 채워나가는 버릇 따위다. 작품을 써나가는 동안, 나의 마음속에는 언제나 비가 내리고 있고, 장마철의 우중충한 뒷골목이라든지, 패연히 호우가 내려 갈기는 속을 잡다한 군상이 밀려 넘치는 도심지의 포도라든지, 자욱히 운무에 덮인 산야의 스산한 우경이라든지가 펼쳐지는 가운데, 세차게 혹은 약하게 빗물 떨어지는 소리가 시계의 초침 소리처럼 나의 사고의 맥박을 새겨주는 것이다. 이러한 이미지를 통해서만 작품 밑바닥에 내가 바라는 무드를 깔아 나갈 수 있고, 문장 속에 나의 체취를 배게 할 수 있는 것이다. 현실적으로도 나는 비나리는 날을, 비나리는 풍경을 좋아한다. 빗속에 잠긴 가로나 촌도를 호젓이 혼자 거닐면,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으며 가장 격에 맞는 내 인생의 풍경화가 된다. (······) ‘나의 집필 괴벽-우경(雨景)에 젖어서’, 손창섭, <월간문학>, 1971
관련도서
<20세기 한국소설 16: 손창섭·선우휘 외>, 창작과비평사, 2005 <손창섭: 전후 현실의 극단적 자화상>, 김진기, 건국대출판부, 2003 <한국 전후문학과 세대: 이어령·장용학·손창섭을 중심으로>, 방민호, 향연, 2003 <손창섭: 모멸과 연민의 이중주>, 유종호 외, 새미, 2003 <한국 근현대 소설 연구>, 김진기, 박이정, 1999 <한국문학 속의 도시와 이데올로기>, 이동하, 태학사, 1999 <한국현대소설과 현대성의 미학>, 김윤정, 국학자료원, 1998 <탐구로서의 소설독법>, 송하춘, 고려대출판부, 1996 <1950년대 문학의 이해>, 조건상, 성균관대출판부, 1996 <문학의 즐거움>, 유종호, 민음사, 1995 <한국현대소설의 해부>, 조남현, 문예출판사, 1993 <한국현대작가연구: 황순원에서 임철우까지>, 권영민, 문학사상사, 1991 <한국현대문학대사전>, 권영민 편, 서울대학교출판부, 2004 <한국현대문학작은사전>, 가람기획,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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