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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사지도

개요
서기원의 단편소설. 1956년 <현대문학>에 발표되었다. 이 작품은 전쟁이라는 충격적 재변이 야기시킨 내적 파탄, 기성질서의 붕괴를 묘사하고 있다. 형남, 윤주, 상덕 세 사람이 묘한 삼각관계를 이루며 괴상한 생활을 해나가는 그 자체는 전후의 혼란과 현실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전쟁으로 인해 모든 기존의 가치체계가 무너져버렸음을, 그리고 이로 말미암아 전후 세대들은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해야 함을 보여주고 있다. 사건 전개에 있어서는, 이들 중심인물들의 만남을 우연성에 의존해 이끌어갔다는 점이 결함으로 지적된다.
내용
전투에서 거의 전멸한 소대에서 겨우 살아남은 상덕과 형남은, 전쟁 중에 삶의 터전을 잃어버렸다. 갈 곳이 없는 윤주를 만나 동거하고 있던 상덕은, 형남을 우연히 만나게 되고 셋은 같이 살게 된다. 형남은 얼마 후 극장의 광고 간판을 그리는 일을 하게 되어 생활비를 보태게 되었지만, 상덕은 다니던 학관이 폐쇄되어 직장을 잃게 된다. 그후 상덕은 아예 형남에게 생활을 맡기고 바둑으로 소일하며 술주정하는 경우가 빈번해졌다. 형남은 윤주의 미모에 매력을 느끼다가 상덕의 권유로 윤주를 물건처럼 공유하게 된다. 그러다 윤주가 아이를 가지게 되면서, 세 사람은 아버지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아이를 낳을 것인가 하는 문제로 갈등을 일으킨다. 상덕은 아이에게 별 미련이 없지만, 형남은 아이를 빌미로 윤주와 다른 살림을 차리기 원한다. 그러나 윤주는 자기 자신의 아기이고 아버지가 분명하지 않다며 집을 나간다.
저자
서기원(徐基源, 1930~)1930년 10월 24일 서울 출생. 신의주 운정소학교, 경복중학교를 거쳐 1948년에는 서울대 상과대학에 입학했으나, 한국전쟁과 함께 행정장교 후보생으로 공군에 입대했다. 1955년 공군에서 제대한 후, 1956년 동화통신사 경제부 기자로 입사한 것을 계기로 하여 <조선일보>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서울신문사 사장, 문예진흥원장, KBS 사장 등을 지냈다. 1956년 <현대문학>에 단편 <암사지도>가 황순원에 의해 추천됨으로써 문단에 등단하였으며 1950년대 중반에서 1960년대 중반까지 가장 왕성한 작품활동을 펼쳤다. 이 시기의 작품은 전쟁으로 인해 상처받은 젊은이들의 삶의 고뇌와 그 출구를 찾기 위한 내면적 저항의 면모를 주로 담고 있다. 즉 인물들의 삶은 대부분 전쟁과 연관되어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비윤리적이고 비상식적인 행동을 일삼는다. 이런 작중인물들의 행동을 통해 작가는 인물과 세계와의 대립과 갈등을 첨예하게 드러내는데, 이는 불투명한 미래와 무거운 현실의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방황하는 젊은이들의 삶으로 구체화된다. 1970년대 이후에 발표한 <마록열전>과 같은 작품에서는 작품세계가 확연히 변모하는데, 이 시기 이후부터 현실을 넓은 범위에서 다양하게 바라보려는 작가의 시각과 인물에 대한 작가의 거리감 유지라는 특색이 드러난다. 이러한 시각과 거리감의 유지는 냉소주의라는 평가를 낳기도 했다. 현대문학신인상, 동인문학상, 한국문학상을 수상했다.
리뷰
(······) 1950년대 전후소설들에서 전쟁 체험이란 원체험과도 같은 것이다. 당시의 소설들은 그 어느 것도 전쟁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였다. 염상섭이나 황순원과 같은 소위 구세대 작가들에게 있어서나 전후세대 작가들에 있어서나 예외는 없었다. 어떤 방식으로든 전쟁은 당대 작가들의 작품 속에 끼어들 수밖에 없었다. (······) 전쟁은 그대로 무너짐이었고 전쟁이 ‘무엇을’ 무너뜨렸는가보다는 전쟁이 ‘무너뜨렸다’는 사실 자체만이 부각되었던 것이다. 당대의 전후세대 작가들에게 한국전쟁이 제2차 세계대전과 동일시되었던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들에게는 무너짐 자체가 중요했던 것이다. 서기원의 초기 소설을 관통하고 있는 중심 모티브가 바로 이 ‘무너짐’이다. 무너짐의 구체적인 내용은 작품에 따라서 모랄일 수도 있고 가족일 수도 있고 실존 그 자체일 수도 있지만 ‘무너짐’ 그 자체는 초기 소설의 핵심적인 내용을 형성하고 있다고 할 만하다. <암사지도>, <이 성숙한 밤의 포옹>, <박명기> 등은 모두가 이러한 ‘무너짐’을 형상화하고 있는 작품들이다. 서기원의 처녀작에 해당하는 <암사지도>는 상덕, 형남, 윤주를 통해서 전후의 젊은이들의 삶의 모습을 보여준 작품이다. (······) 이 작품의 인물들에 대해서는 이미 ‘어떠한 가치체계도 인정하지 않는 마비된 윤리의식을 가진 젊은이들로서, 생활의 타성과 본능에 의해 삶을 영위해 가는, 전쟁으로부터 깊은 정신적 상처를 받은 불행한 인물들’이라는 평가가 있었다. 물론 이 작품에 등장하는 상덕이나 형남이나 윤주는 모두 전쟁으로부터 정신적 상처를 입고 삶에 대한 뚜렷한 의욕 없이 살아가는 인물들이다. 그러나 이들의 모습을 윤리의식이라는 차원에서 설명하고 평가하고자 한다면 그것은 너무나 피상적인 설명에 불과할 것이다. 왜냐하면 윤리의식이라는 표면적인 현상 이면에는 전쟁 대 일상 즉 생활이라는 대립구도가 내재해 있기 때문이다. 즉 전쟁으로 인하여 얼마나 철저하게 일상이 부서져 버리고 생활이 왜곡되어 버렸는가 하는 문제가 이 작품에서 형상화하고 있는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이 작품에서는 그 무너져 버린 현실을 이들이 기거하는 집을 통해서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아름드리 기둥이나 굵은 서까래, 그리고 푸르죽죽하게 칠이 벗어지긴 했지만 두툼한 현판이라든지 일견 규모 있게 꾸민 집으로 보였다. 상덕의 설명에 혹 부족이 있었다면 포탄에 지붕이 뚫어진 채로 있는 머릿방과 문간에 관한 얘기가 없다는 것쯤일까.(<암사지도> 중에서)” 과거에는 단단한 구조를 지니고 있었지만 이제는 지붕에 포탄 구멍이 뚫어져 버린 집은 바로 이들의 삶을 말해준다. 이미 야망도 의욕도 잃어버린 채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이야말로 그 집과 같다. 이들은 이미 전쟁터에서 박격포탄을 쏘던 군인들이 아니며 중학교 강사든 영화간판 그리는 일이든 무엇이든지 일을 해서 생활을 꾸려야 하는 생활인인 것이다. 전쟁은 이들의 생활의 기반을 무너뜨렸고 가족을 앗아갔고, 생활의 기반과 함께 이들의 윤리의식도, 삶의 의욕도 무너뜨려 버렸다. ‘윤주 공유설’도 형남이 생계를 꾸리게 되면서 제기된 문제이다. 그런 점에서 이들의 삶의 형태는 전쟁으로 인한 정신적 상처로 인한 것이기 이전에 전쟁으로 인해서 상실된 생활의 기반, 다시 복원할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된 일상으로 인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서기원은 전쟁을 한갓 소나기에 비유한 염상섭과는 대척적인 입장에 서 있었다고 할 수 있다. (······) ‘허무와 환멸 혹은 풍자와 냉소’, 구재진, <암사지도>, 동아출판사, 1995
작가의 말
내가 <현대문학>지에서 추천을 받았던 작품은 <안락사론(安樂死論)>과 <암사지도(暗射地圖)>의 두 편이다. 3개월쯤 간격을 두어 전자가 먼저 발표되었던 만큼 처녀작이라고 한다면 의당 <안락사론>이 되어야 하겠으나 어느 틈에 <암사지도>로 굳어진 듯하다. (······) <암사지도>가 처녀작으로 행세하게 된 것은 당시 신인등장에 관심이 날카로웠던 문단에서 제법 저널리스틱한 화제를 일으켰던 탓이 아닐까 한다. 여기서 잊을 수 없는 일은 동아일보 월평에서 베풀어준 곽학송(郭鶴松) 씨의 칭찬이다. ‘베풀어준’이란 말은 적합하지 못할지도 모르나 그때나 지금이나 일종의 ‘수혜(受惠)’와 같은 느낌에는 변함이 없다. 문학을 하는 사람이라면 겉으로야 어떻든 나르시시즘이 강한 법이지만 자기 자신을 비교적 냉정히 바라볼 수 있는 사람에 있어서 신통치 못한 것(이라고 여기고 있는)을 과찬해준 때와 자신이 있는 것을 인정해준 경우와는 다르다. 또한 비평을 받는 측으로는 그 ‘타이밍’이 매우 중요한 것 같다. 이러한 내 경험은 그 뒤 후진들의 작품을 논평하게 될 적에 약간의 참고로 삼을 수가 있었다. 시원치 않은 것에 대해서는 좋다 나쁘다 하지 않는다. 적어도 인쇄물로는 발표하지 않는다. 좋다고 생각한 것은 ‘격찬주의’이다. 몹시 인색하긴 하지만. (······) <암사지도>를 원고로 읽고 나서 짤막하게 두어 마디 하신 황순원 선생의 말씀은 잊혀지지 않는다. ‘수조(水漕) 속에서 물고기가 놀고 있는데, 암놈이 숫놈 두 마리 사이를 유영하고 있는 것 같다’ 대충 이런 뜻의 독후감이다. 물고기가 유영을 하고 있다는 뜻은 아마도 소설의 줄거리를 가리킨 의미이겠으나 ‘수조 속’이란 비유가 지금 생각하기에도 그 작품의 뿌리를 예리하게 찌른 것이었다고도 여겨진다. 흔히들 처녀작에는 언제까지나 애착이 간다든가, 처녀작이 그 작가의 본질을 숨김없이 드러내준다고 한다. 내 경우는 애착보다도 사춘기의 한 순간을 돌이키듯 쑥스러운 느낌이 앞선다. 또 이것이 내 작풍의 일면을 원색으로 노정(露呈)시켜 준 단면 같은지도 모르지만 어느 작가나 노상 제자리에 머물러 있지는 않으며 또 작가의 세계도 사람 자체처럼 복잡하고 중층적인 것이다. 처녀작 혹은 초기작품을 가지고 지나치게 본질론을 늘어놓는 평필(評筆)은 차츰 시대의 템포에 따라가지 못하게 될는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광고가 비평의 형식처럼 ‘번창일로(繁昌一路)’에 있으니까 말이다. ‘<암사지도> 주변’, 서기원, <사상계> 15, 1967년 3월
관련도서
<20세기 한국소설 16: 손창섭·선우휘 외>, 창작과비평사, 2005 <암사지도>, 민음사, 1995 <한국소설문학대계 35: 암사지도·오발탄 외>, 동아출판사, 1995 <포위관념과 멀미: 소설사 쓴다>, 정현기, 연세대출판부, 2005 ‘서기원 소설에 나타난 공간의 상징성 연구: <암사지도>와 <이 성숙한 밤의 포옹>을 중심으로’, 구수경, <한국소설연구>, 한국소설학회, 2002.4 ‘전후문학에 나타난 허무주의 연구: <암사지도>를 중심으로’, 이정석, <어문연구>, 한국어문교육연구회, 2002.여름 ‘전상자(戰傷者)의 아픔과 구원의 빛: 서기원의 작품세계’, 이태동, <문학사상>, 문학사상사, 2000.3 ‘전후의 병리학적 지도와 새로운 전망 모색: 서기원 <암사지도>’, 문흥술, <현대문학>, 현대문학사, 1997.11 <한국현대문학대사전>, 권영민 편, 서울대출판부, 2004 <한국현대문학작은사전>, 가람기획,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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