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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읍기행

작품명
K읍기행
저자
노향림(盧香林)
구분
1970년대
저자
노향림(盧香林, 1942~) 1942년 4월 2일 전남 해남 출생. 중앙대 영문과를 졸업했다. 1969년 <월간문학>에 <겨울과원>을, 1970년 <월간문학>에 <불>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시집 <눈이 오지 않는 나라>(1987), <그리움이 없는 사람은 압해도를 보지 못하네>(1992), <후투티가 오지 않는 섬>(1998) 등을 간행한 바 있다. <눈이 오지 않는 나라>에서는 상처와 아픔, 쓸쓸함의 기억들을 승화시키고 있으며, <그리움이 없는 사람은 압해도를 보지 못하네>는 원초의 꿈과 신화 속 원형의 공간을 그려내고 있다. 이 작품들은 절제된 감정을 깔끔하고 선명한 이미지와 생생한 정황묘사를 통해 표현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그의 시는 극도로 절제된 언어로 감각적 인식을 형상화시키는데, 그 감각적 인식은 구체적인 사물을 통해 제시된다. 관념적 시가 빠지기 쉬운 개인적인 한탄이나 감정토로, 자의식 과잉에서 벗어나 어떤 주의나 주장보다는 객관적 대상의 묘사를 선명히 드러냄으로써 시의 공감을 얻으려 한다. 영미 이미지즘의 영향을 많이 받은 듯하며 사물인식과 한국시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1987년 대한민국문학상, 1999년 한국시인협회상을 수상했다.
리뷰
시인이란 바꾸어 말하면 꿈꾸는 사람이다. 그들은 아름답고 바른 삶을 꿈꾸며, 향기가 우러나는 사랑을 꿈꾼다. 그러나 그 꿈꾸기를 뒤집어보면 우리의 삶이 아름답지도 못하고 바르지도 못하다는 어두운 실상이 나타난다. 우러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떨어져 있는 슬픔이며 서로 알지 못하는 낯설음임을 깨우치게 된다. 그렇다. 우리들 인간은 그 낯설음과 어둠 속에서 나날을 보낸다. 두려워하고 추워하고 외로워한다. 매일같이 지리하게 되풀이되는 삶에 진저리내고, 그 무의미함에 절망한다. 그러면서 누군가 따뜻하게 어깨를 감싸줄 사람, 등을 대고 있으면 편안한 사람을 찾아다닌다. 그러나 만남의 기쁨, 따뜻함의 즐거움을 자기 것으로 얻게 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아니, 우리들 대부분은 그 찾아다님에서 오히려 쓸쓸함과 황량함을 얻게 되기 일쑤이다. 어찌 생각하면, 사람은 참으로 독하다. 그 절망, 그 어둠, 그 추위에 무릎을 꿇기는커녕, 그럴수록 더욱 열렬하게 찾아나서고, 그럴수록 틈만 나면 만나는 꿈을 꾼다. 그 중에서도 온몸으로 가슴으로, 쉬임 없이 찾아나서고 꿈꾸고 그것을 다시 노래하는 사람이 바로 시인이라면, 이런 표현이야말로 노향림을 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기에 이형기 시인 역시 노향림을 가리켜 ‘쓸쓸하고 황량함을 찾아내는 일급 선수’라고 평했으리라. 그러나 노향림의 시는 그냥 쓸쓸하고 황량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평론가 김주연이 ‘산뜻한 수채화’와 같다고 평했던 것이나, 노향림의 초기시를 두고, 필자가 ‘이 시인의 특징은 감각적이면서도 풍경에 대한 회화적인 비유가 명쾌하고 시의 구조가 조직적’(1981년 동아일보)이라고 평했던 것과 관련시키면, 노향림은 데뷔 이래 감각적이면서도 일상의 가장 어두운 곳에 웅크리고 있는 삶의 본질을 찾아내고, 그 쓸쓸하고 황량한 본질을 따뜻하고 아름다운 사랑으로 바꾸고자 꿈꾸어왔을 뿐 아니라 그 꿈과 사랑을 언제나 우리가 보고 느끼게 하는 시인이다. 그가 70년대 벽두, 시단에 등단할 때 시단은 우선 이 새로운 시인의 화법에 주목했다. 그 화법은 우리 시가 일찍이 경험해보지 못했던 신선함이었다. 짧게 말하되, 깊은 의미를 행간에서 만나게 되는 긴장이 있고, “새소리들이 쌀톨처럼/ 서쪽하늘에 흩어졌다/ 고개를 처박고/ 하체를 흔드는/ 소리들/ 그들을 보고 있으면/ 어린 날이 보인다”와 같이 언어로 그려진 그림과 그 그림 속에서 겹쳐서 떠오르는 삶의 해석은 사뭇 특별한 것이 아닐 수 없었다. 아주 작고 하찮은 것들이 그의 언어로 바뀌면서 새로운 의미로 태어났고, 그 의미는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노향림을 시단이 주목한 또 하나의 이유는 그가 ‘여류시인’이 아니라 처음부터 시인으로 등장했다는 점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시단에서는 ‘여류시인’이라는 호칭이 비하적으로 쓰였다. (……) 그러한 시점에서 노향림은 그의 ‘회화성과 무의미의 추구’라는 독자적인 개성으로, 그보다 앞서 격정적인 상상력을 들고 나선 김여정, 존재와 죽음이라는 관념을 선보인 강은교 등 일군의 새로운 여류시인들과 함께 ‘여류’라는 수식어를 자력으로 떼어낸 선두그룹으로써 독자적인 위치를 확보한 시인으로 평가된 것이다. 그로부터 노향림이 펼쳐 보인 시적 작업의 중요도와 그에 대한 반응은 첫 시집 < K읍기행> 시선집 <연습기를 띄우고> 등을 거쳐 1987년 시집 <눈이 오지 않는 나라>에 이르러 대한민국문학상을 수상하기에 이르도록 치열한 것이었고, 그에 비례해 원숙해진 시세계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었다 할 수 있다. 그 동안 필자는 노향림의 데뷔 이래 지금에 이르는 시작업을 지켜보면서 그의 시가 초기의 풍경에서 의미를 지워냄으로써 다시 의미를 읽어내는 작업을 거쳐, 삶의 본질을 형상화하는 작업, 그리고 영원을 지향한 <압해도> 시편들에 다다르기까지 정신의 절정을 향해 끊임없이 변모해온 그의 시인의식에 한결같은 주목과 경의를 표해왔다. 그러면서 그의 시가 지니고 있는 놀라운 시의 품격과 동력, 그 설득력이 광범위한 독자층을 형성하리라 기대했었다. 숨어 있던, 가려져 있던 한 시인이 어느 날 독자와 눈부시게 만나는 일은 사실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대개 ‘어느 날 갑자기’로 표현되기 일쑤지만, 시인의 탄생은 어느 날 갑자기의 일이 결코 아니다. 시인은 이미 탄생되어 있다. 다만 독자가 그를 늦게서야 발견할 뿐이다. (……) ‘순연한 영혼을 위한 사랑의 기도’, 박제천, <그가 있는 이유>, 한겨레, 1993
작가의 말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는 다른 사람들이 시집을 내면 상당히 부러워했었다. 부러움 가운데는 물론 경하해 주고 싶은 뜻도 숨어 있다. 그리고는 한때 나도 빨리 저렇게 내야지, 한권쯤 시집을 내야지 하는 조급함에 때로는 밤잠까지 설치기도 했었다. 그러나 물량주의 시대의 그 물량을 실감시키며 계속 쏟아지는 시집들. 그런 물량주의 속에서 나는 점차로 왜 시집을 내야 하는가라는 쪽으로 생각이 미치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부러움도 회의로 바뀌고 있었다. 결국 시집 내는 일을 포기했고 그런 절망 비슷한 감정 속에서 거의 잊고 있었다. 이제 아마 이런 말들은 내 어리석음을 보여주는 또 다른 변명일는지 모른다. 결국은 이렇게 그런 절망을 이기지도 못한 채 국고보조로나마 조그만 이 시집을 내야 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읽어주신 대로 이미 펴낸 이 시집에 대해서 어떤 후회도 내 가슴을 치지는 못한다. 어차피 자신은 자신이 거둘 수밖에 없다는 그런 깨달음이 이 책을 만드는 동안 생겨났으니까. 그러면서 수록한 70여 편의 작품들은 다소 손질이 가해지기도 했다. 대신 버려진 작품도 많았다. 다시 가혹하게 생각해 보면 나는 왜 이 시집을 묶었는가라는 물음 앞에 자신 있게 대답을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러나 나는 <K읍기행>을 사랑한다. 이 시를 쓸 무렵 내 나름대로 삶을 드러내고자 얼마나 아파했었는가. 앞으로도 나의 삶을 드러내고자 아파할 것임엔 틀림없다. 이 시집이 시간 속에서 어떻게 마멸되는가는 이제 오로지 독자들의 몫일 뿐이다. 내가 이 자리에서 적을 수 있는 일이란 앞으로 내가 내 삶 앞에 얼마나 언어로써 정직할 수 있는가 하는 그것일 뿐인 것 같다. 시를 사랑하는 모든 혼들 앞에- ‘읽어주신 분들께’, 노향림, < K읍기행>, 현대문학사, 1977
관련도서
<한국현대문학대사전>, 권영민 편, 서울대학교출판부, 2004 <한국현대문학작은사전>, 편집부 편, 가람기획, 2000 <그가 있는 이유>, 노향림, 한겨레, 1993 < K읍기행>, 노향림, 현대문학사, 1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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