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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깨를 털면서

작품명
참깨를 털면서
저자
김준태(金準泰)
구분
1970년대
저자
김준태(金準泰, 1948~) 1948년 7월 10일 전남 해남 출생. 조선대 독어교육과를 졸업했다. 1969년 <전남일보>에 <재기>가, <전남매일신문>에 <이 봄의 교향악>이 당선되었고, <시인>에서 <시작(詩作)을 그렇게 하면 되나>, <어메리카>, <신김수영(新金洙暎)>, <서울역>, <아스팔트> 등을 발표하면서 등단했다. 시집 <참깨를 털면서>(1977), <나는 하느님을 보았다>(1981), <국밥과 희망>(1983), <불이냐 꽃이냐>(1986), <넋 통일>(1986), <아아 광주여 영원한 청춘의 도시여>(1988), <칼과 흙>(1989), <지평선에 서서>(1999) 등을 발간하였다. 그의 시세계는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이후 억압적 국가기구에 의해 자행된 폭력에 대한 거부와 민주화를 향한 염원을 드러내는 것으로 변모한다. 그의 시의 특징은 시인의 염원을 관념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즉 그의 시는 일상적인 것에서 출발하여 범사회적인 것으로 시야를 확산하는 방식, 혹은 어린 시절의 추억에서 출발하여 역사의 흐름을 짚어나가는 방식을 통해 탄탄한 역사의식을 보여준다. 미세한 사물들로부터 그 이면에 숨어 있는 구조적인 것까지 캐내는 이러한 폭넓은 상상력은 시적 사고의 비약을 모범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목요시> 동인으로 활동했으며, 1986년 전라남도 문화상을 수상했다.
리뷰
시인 김준태의 시적 체질을 잘 나타내 주고 있는 대표작의 하나다. (……) 경쾌한 노동의 즐거움도 즐거움이지만 율동감이 넘치는 호젓한 자전적(自傳的)인 정경을 통하여 인간의 윤리적인 문제로까지 가볍게 확대하는 놀라움을 맛볼 수 있다. 어린 시절의 추억 속에서 커다란 역사를 유추(類推)해 내며, 자기 내부에 깊숙이 도사린 언어(言語)가 사물(事物)들의 활발한 생명력(生命力)과 만나면서 호탕한 톤을 유지해 간다. 이러한 야성적이고 원색적인 리듬은 무한한 상상력을 이끌면서 활달한 리얼리즘을 동반한다. <한국현대문학대사전>, 권영민 편, 서울대학교출판부, 2004 (……) 나는 그의 시를 두고 “동물적인 기백을 순발력을 지니고, 전혀 새로운 목소리와 새로운 형식으로 우리들 시 속에 참신하게 와 닿는 김준태의 시는 건방지리만큼 거센 목소리로 외쳐대는가 하면 천리 물속 같은 고요한 서정으로 겉잡을 수 없을 정도의 충격을 준다. 과거의 우리 시사에서도 드물게밖에 만나지 못하는 그런 야성적인 높은 토운은 일단 우리의 관심을 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 시집에 수록되어 있는 80여 편 가까운 시를 읽어 보면 알 수 있듯이 그의 시 속에 일관되게 흐르고 있는 시의 특징은 위의 지적에서 거리가 별반 멀지 않다. 다만 그는 시력이 두터워질수록 말을 많이 하고 따라서 시가 길어지고 있음을 지적해두고 싶다. 시인과 현실과의 최선의 거리는 ‘밀착’이라 말할 수 있고 밀착은 매우 바람직한 시인의 태도인데, 그 밀착으로 얻어낸 풍부하고 진지한 시적 체험들을 미처 걸러내지 못한 나머지 시의 핵심이 흐트러져 시에 말이 많아지고 자연히 시가 길어지는 것이 아닌가 유념하기 바란다. 짧을수록 시의 핵심은 분명해지고 긴장 또한 높아지는 법이다. 시가 길어지면서 공연히 시의 긴장을 포기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그는 “굶주린 백성들의 배꼽을 파고 들어가/ 구름을 날리며 말채찍을 휘두르던 저것이/ 천년 후 오늘도 내일도 자랑이라더냐/ ······(중략)······/ 저것은 아름다움도 자랑도 극치도 아닌/ 저것은 몸서리치는 우리의 부끄러움”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지극히 건전한 역사감각과 문화적 태도, “내가 밤마다 만나는 북한여자는/ 내 살덩어리를 삼팔선인 양 물어 뜯으며 흐느낀다/ ······(중략)······/ 남으로 내려 온 그녀의 늙은 몸으로나마 채운다/ 그녀의 쭈그러진 살에서나마 북한 땅을 더듬는다”나 <반달>에서 보여주는, 우리가 결코 방관하거나 포기할 수 없는 갈증에 가까운 민족통일에의 강렬한 집념과 의지로 범벅이 된 현실의식을 안고 “오늘은 어둠 속에서 누구나 부른다/ 가까이 가보면 젊은이들은 그림자도 없고/ 늙은이와 아이를 낳지 못하는 여자들/ 밥을 이고 나온 꼬부랑할멈뿐”인 <들밥>이나 <안마>, <호남선>, <참깨를 털면서> 에서 보여주듯이 주체들이 비어 있는 거의 무력하다시피 된 농촌에서 살고 있어 더욱 현장에 충실하여 긴장된 시를 쓰리라고 우리는 믿는다. 예컨대 “네 놈이 떠나가버린 발귀둥이에/ 홀로 남아서 시를 쓴다/ 글안족이 뭉개고 일본의 어스름이 짓누르고/ 간밤의 도적놈이 살금살금 기어가던 흙에/ 배를 깔고서/ 쌀밥보다 미끈한 시를 쓴다/ 네놈이 보듯이 이런 시를 쓴다”고 선언하고 나섰던 그를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라건대 한번만이 아니고 두 번만이 아니고 쉴새 없이 우리들을 시로써 당황하게 만들어 달라. 더더구나 “몸뚱이 하나로 톱과 망치 몇 개로 꿀꺽꿀꺽 살아가는” 이의 농촌처녀를 아내로 맞았으니, 더 이상 바랄 일이 무엇이며 더 이상 주춤하고 망설일 일이 무엇인가. ‘발문’, 조태일, <참깨를 털면서>, 김준태, 창작과비평사, 1977
작가의 말
나는 촌놈이다. 전라도 해남 촌놈이다. 말이 좋아서 시골이라는 그런 식의 촌놈은 아니다. 살구꽃이 피고, 보리꽃이 피고, 봄마다 뜸북새가 울고, 여름마다 물꼬싸움이 찾아들고, 매미가 울고, 가을엔 저녁노을처럼 들기러기가 내려앉는 곳. 뿐이랴, 논밭들이 헐떡거리는 들판 건너 바다도 보이는 곳. 그곳이 나의 고향이다. 사람들아, 사람들아. 고향을 잊어먹거나 고향을 배반하거나, 고향을 뒷발로 차버리거나, 고향을 올라타고 말채찍을 휘두르는 사람들아. 고향! 이제 우리는 고향을 찾아가야 할 것 같다. 고향을 깊이 어루만져야 할 것 같고, 고향을 사방팔방으로 입맞추어야 할 것 같고, 고향을 노래해야 할 것 같고 고향을 울어주어야 할 것 같고, 아주 우리가 진짜로 고향이 돼버려야 할 것 같다. 사람들아, 오 사람들아. 이제 우리는 저마다 고향이 되어서 기실 천지간이 온통 고향으로 둘둘 뭉쳐졌으면 환장하게 좋을 것 같다. 몇 주먹 더 털어놓자면, 사람들아, 나의 고향은 나의 우주다. 나의 고향은 나의 교과서요, 바이블이요, 눈알이요, 망원렌즈요, 배꼽이요, 귓구멍이요, 속옷이요, 머슴이요, 스승이요, 보리밥이요, 천국이요, 개똥이요, 구정물통이다. 요컨대 나의 고향은 나의 모든 것이다. 나의 미래다. 루소가 ‘자연’으로 돌아가자고 했을 때 그것은 우리의 본성, 우리의 본원, 우리의 자유, 우리의 기막힌 사랑의 세계로 돌아가자는 것을 의미하지 않았던가. 칸트와 쉴러의 자연 역시 그런 뜻이 아닌가. 우리는 이제 고향으로, 자연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 길만이 우리가 사람다운 길로 들어서는 길이다. 양철판을 두드리는 듯한, 고무과자를 씹는 듯한, 말라빠진 인체해부도를 들여다보는 듯한 개좆 같은 현대시를 구할 수 있는 길이다. 사람들아, 사람들아. 내가 시를 쓴다는 일은 고향을 찾아내려는 온갖 몸부림일 뿐이고, 내가 아주 고향이 돼버리는, 그리고 그대들 모두도 고향이 아주아주 돼버리자는 그런 노래와 몸부림일 것이다. 고향 해남의 조부모님, 형님과 형수, <시인>지 시절의 조태일선생님, 그리고 <창작과비평>사의 여러 선생님들과 광주의 문병란 선생님, 그리고 고향을 찾아가려는 이 땅의 모든 사람들에게 삼가 이 졸작투성이인 시집을 엎드려 받친다. 어히 어히 어어디여 ……상사디여! ‘후기’, 김준태, <참깨를 털면서>, 창작과비평사, 1977
관련도서
<한국현대문학대사전>, 권영민 편, 서울대학교출판부, 2004 <한국현대문인대사전>, 권영민 편, 아세아문화사, 1991 <20세기 한국 문학의 탐험>, 장석주, 시공사, 2000 <참깨를 털면서>, 김준태, 창작과비평사, 1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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