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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랏골의 비가

작품명
자랏골의 비가
저자
송기숙(宋基淑)
구분
1970년대
작품소개
개요 <현대문학(現代文學)>에 17회에 걸쳐 실린 송기숙(宋基淑)의 <자랏골의 비가(悲歌)>는 그의 문학적 방향을 확연하게 드러낸 작품이다. 제목 자체가 암시하고 있듯이 이 장편은 민중문학(民衆文學)을 지향한다. ‘자랏골’은 특정한 공간에 국한되지 않는 이 나라 전체의 못난 서민층을 대변한다. 민중의 수모와 핍박, 궁기(窮氣)와 곤비(困憊)를 적나라하게 조명함으로써 ‘무엇을 위해 문학이 존재하는가’라는 큰 물음에 대한 작가의 대답이라 할 수 있는 작품이다. 내용 소설은 1918년부터 4·19혁명까지 3대에 걸친 한 촌락의 비극적 운명을 집약한다. 풍수지리설에 입각하여 명당이라 판명된 양문이 묏등이 이 비극의 중심부에 자리잡고 있다. 이 자리에 인동의 부자인 이양문이 묘를 쓴 때는 1918년이다. 이때부터 4·19가 나던 해까지가 이 소설의 시간적 배경이다. 첫 번째 사건은 1918년에 일어난다. 명당으로 전해 내려온 그 묏등을 마을의 어른 고당영감이 이양문 일가에게 팔자 곧 이 자리에 누군가가 똥을 퍼넣은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양문이는 마을에 외지 청년들을 끌어들여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결국 동학군 출신 용골영감의 딸이 그들에게 겁탈을 당하고 자결하게 된다. 용골영감은 이에 복수를 감행하고 자결하며, 고당영감도 급사하게 된다. 두 번째 사건은 그 다음 해에 일어났는데 이 역시 묘에 똥을 퍼부은 사건이었다. 마을 사람들의 이러한 행동은 친일파이자 지주인 이양문 일가에 대한 뿌리 깊은 증오에서 유발되었음은 물론이다. 이 사건으로 용재영감의 두 아들이 징역 2년을 선고받았고 마을 사람들 대부분이 곤욕을 치르게 된다. 세 번째 사건은 해방 전해에 일어난 도장(盜葬) 사건이다. 양문이 묏등에 누군가가 도장을 해놓음으로 해서 벌어진 사건인데 죄없는 선찬이 부친이 이 사건으로 죽음을 당하게 된다. 도장은 춘영의 짓으로 판명되어 그는 양문이 일가의 산지기에서 쫓겨난다. 한편, 이 사건으로 인해 선찬은 4·19 직전 이 묏등을 폭파하게 된다. 네 번째 사건은 종수의 부친이, 자라 형국인 양문이 묏등의 혈이 뻗쳐 있다는 바위(자라의 먹이에 해당)를 폭파하려다 의문의 죽음을 당하게 된 사건이다. 종수는 후에 판돌과 함께 아버지의 한을 풀기 위해 이 돌을 부수게 된다.
저자
송기숙(宋基淑, 1935~) 1935년 7월 5일 전남 장흥 출생. 장흥중·고를 졸업하고 전남대 국문과 및 동대학원에서 현대문학을 전공하였다. 목포교대를 거쳐 전남대 교수로 재직하던 중 교육민주화선언문을 작성하여 대통령 긴급조치에 따라 구속되었다가 석방되었으나 교수직에서 파면되었다. 1980년 광주사태로 구속되어 복역하다가 이듬해 석방된 후 교수직에 복직되어 전남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를 역임하였다. <현대문학>에 평론 <창작과정을 통해 본 손창섭>(1964), <이상서설>(1965)로 추천 완료되어 문단에 등단하였다. 이후 소설가로 전환하여 <어떤 완충지대>(1968), <백의민족>(1969), <휴전선 소식>(1971), <사모곡 A단조>(1971), <테러리스트>(1972), <지리산의 총각샘>(1973) 등을 발표하였다. 1972년 단편집 <백의민족>을 출간하여 제 18회 현대문학상을 수상한 이래 단편집 <도깨비 잔치>(1978), <재수 없는 금의환향>(1979) 및 장편소설 <자랏골의 비가>(1977), <암태도>(1981), <녹두장군>(1994) 등을 간행하였다. 그의 작품은 1980년대 분단문학의 중요한 성과로 꼽힐 만큼 분단 극복 의지를 보인 작품이 많다. 그는 한국적 상황을 지방 도시의 현실을 통해 형상화하고 있으며, 또한 미륵불이라는 민족신앙적인 소재를 통하여 지방색과 함께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탐구를 보여주기도 한다.
리뷰
송기숙을 웬만큼 아는 이라면 그를 거론할 때마다 그의 경력이 함께 떠오를 것이다. 1978년에 대통령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구속되어 징역 4년, 자격정지 4년의 형을 받아 광주와 청주 교도소에서 이듬해 7월까지 복역하였고, 후에도 1980년 광주항쟁 당시 다시 구속되어 5년 형을 선고받아 이듬해 4월까지 복역하였다는 작가의 경력 말이다. 그는 우리 작가 가운데 1970~1980년대를 가장 치열하게 역사의 한복판에 서서 살아온 ‘정신’으로, 잘못된 시대와 싸우는 지식인으로, 그러면서도 펜을 놓지 않은 작가로 너무도 인상깊게 각인되어 있다. (……) 모두 19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그의 첫 장편 <자랏골의 비가>는 전라도 벽지의 한 마을 자랏골에서 묘지를 둘러싸고 벌어진 3대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풍수지리설에 입각하여 명당이라 판명된 양문이 묏등은 이 비극의 중심부였는데, 묏자리가 사건의 중심부에 자리잡았다는 사실 자체가 이 작품을 훨씬 조선적으로 만든다. 이 자리에 인동의 부자인 이양문이 묘를 쓴 때는 1918년이다. 이때부터 4·19가 나던 해까지가 이 소설의 시간적 배경이다. 이 시기, 이 마을에서는 사건이 끊이질 않는데 그 사건들도 단순히 샤머니즘이나 풍수설에 입각한, 명당에 대한 어떤 관념 때문에 일어났다기보다는 마을 사람들의 삶과 고통이 이 명당터와 얽힌 가운데 계기가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작가의 말대로 ‘조금의 과장이나 거짓’이 없다. (……) 그러나 작가는 이러한 사건들을 회고적인 시점을 적절히 혼합, 현재와 과거를 계속 이어나감으로 하여 현재 진행중인 행위의 필연성을 더욱 강화하는 방식으로 전개시킨다. 1장이 1958년 현재로, 자랏골의 대략적인 분위기와 농민의 삶의 방식에 대한 소개이며, 2장은 새로 이장을 맡은 종수가 마을 회의를 진행하다 질천과 싸우게 되는 장면이다. 이 싸움 끝에 그들의 오랜 악연이 드러나는데 3장, 4장에서는 곧바로 종수와 질천의 악연을 해명하지 않고 먼저 위의 1918년 사건을 다룬다. 이 장면에서 특징적인 점은 민초들의 경제적 이해관계에 따른 기회주의적 행동에 대한 묘사인데, 이른바 소소유자 계층의 전형인 농민층의 속성이, 헐벗고 어려운 삶의 상황하에서 부정적으로 발현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5장은 1919년의 사건을 그리면서 곰영감이 양문이 일가에게 고통당하는 과정을 설명하며 6장은 다시 현재의 시점으로 돌아와 곰영감의 아들 문길, 선찬, 종수, 평식 등 마을 젊은이들을 등장시켜, 주저하지 않는 이들의 패기가 이러한 과거에의 상처에서 비롯되었음을 보여준다. 6장 말미에 이르러서 종수와 질천의 악연의 내막이 밝혀지게 된다. 말하자면 1장에서 비롯한 내용이 6장에서 한단계 마무리되는데 작가는 7장을 다음처럼 시작하여 해방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즉 ‘해방이 되던 그 앞 해, 그 날도 추석날이었다. 성묘 왔던 양문이가 무슨 낌새를 느꼈던지, 고개를 갸웃거리며, 봉분 앞 상석 밑을 발로 밟아보았다.’ 이렇게 해서 터진 것이 1944년 도장 사건이며 이 사건으로 마을 사람 일곱이 북해도로 징용을 가게 된다. 이후 작품의 배경은 해방 후로 이어진다. 해방 후를 다루고 있는 8장에서는 친일파 이양문이 독립투사로 허구적인 변신을 하며 이양문의 조카인 고야마 경부가 경찰서장에 오른다. 이러한 양상으로 볼 때 8·15해방이 농민들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미운놈 볼라면 질 나는 밭 사라고 하등마는, 좋다 만 꼴 볼라먼 이로크롬 자꼬 해방이 되아사 쓰겄그마’라고 한 농민이 독백하는 장면은 ‘해방되었다고 만세 안 부르길 잘했다’는 채만식의 <논이야기>의 주인공을 연상케 하는 대목이다. 9장에서는 다시 현재 시점으로 돌아와 마을 사랑에 모인 종수 또래의 젊은이들의 대화를 통해 그간의 삶을 보여준다. 10장은 이 젊은이들이 삼년전 지남회를 만들어 활동하던 장면이며 11장에서는 다시 현시점으로 돌아와 양문이 일가의 성묘 장면과 선찬의 사촌 여동생 서운의 서러운 모습을 보여준다. 양문 일가는 조금도 달라진 것 없이 잘 살며, 가난한 농부의 딸 서운은 가난 때문에 아픈 시련을 겪는다. 12장에서는 현재 시점으로 해룡의 부친 병만이 죽고 13장에서는 질천이 소를 잃고 득철의 사기행각이 폭로되며, 서운이 실성하여 자살한다. 14장에서는 종수의 논을 사려는 양문이 일가의 책략이 시작되며 이럴수록 종수의 결심은 굳어진다. 15장은 해방 후 묏등의 혈기가 닿는다는 바위를 폭파하려는 종수 부친의 이야기가 배경 설명과 함께 소개되는데 이는 제2장의 복선 풀이에 해당된다. 16장부터 18장까지는 다시 종수 논의 바위를 둘러싸고 이양문 일가와 종수 사이의 새로운 갈등이 시작된다. 득철의 사기행각으로 인해 농협돈을 잃게 된 마을 사람들은 이양문 일가의 도움을 은근히 바라게 되고 이장인 종수는 이 사태에 안타까움과 함께 심한 분노를 느낀다. 곰영감의 딸이 이양문의 다섯째 아들인 외팔이의 소실로 들어간다는 소문이 나돌자 곰영감을 의지하며 살아온 종수는 더욱 고립감을 느낀다. 이양문의 아들이자 국회의원인 이종석은 농협융자 사기사건을 이용하여 마을 사람들을 동요시키며, 외불이는 마을사람들의 여론을 조작하고, 질천이는 자신의 이익을 필사적으로 지키려고, 종수의 행동에 압력을 가해온다. 종수는 판돌과 함께 묏등을 폭파해 버리며 양문 일가는 자신들의 과거행적 등이 밝혀질까 두려워 이 사건을 묻어 버린다. 4·19가 터졌다는 소식이 자랏골에 날아든다. 이상에서 보았듯이 이 작품은 자랏골에서의 일련의 사건을 현재를 초점으로 하여 집중시키고 있으며 그 결과 ‘현재’가 과거와 필연적인 끈으로 연결되어 보다 더 설득력있게 묘사된다. 40년의 고통스러운 무게가 실린 삶에서 비롯된 한의 힘을 바탕으로 선찬과 종수는 이양문 일가에 대해 본격적인 싸움을 벌일 수가 있었다. 이제 이 젊은이들은 작품에서 다소 상징적으로 언급되었던 4·19 직전에 묏등을 폭파하여 자랏골에 있었던 비극적인 과거를 청산한다. 말하자면 이 회고적인 서술구조는 주제의 적극적인 강화에 걸맞게 짜여져 있다. 이 마지막 부분을 작가는 4·19의 촉발로 마무리 지으면서 이들의 밝은 미래를 암시한다. 특히 이 젊은이들은 그들 특유의 패기를 지니고 있는데 이 패기는 더 이상 버릴 것이 없는 민초들의 삶에서 우러나오는 한과 관련된다. 황토에 깊이 뿌리박고 사는 이들 민초들의 삶이란 뺏기다 지쳐버린 삶이어서 언제든지 세상에 대한 폭발적인 분노로 뒤바뀔 수 있다. 그 분노가 바로 젊은이들의 패기의 성격이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이 작품은 1970년대적이다. (……) 이러한 특징 이외에 이 소설에서는 인물들의 성격이나 정황이 모두 대화로 형상화되어 있는 점이 두드러진다. 그만큼 작가는 주인공의 성격에 정통했다고도 할 수 있는데 여기에다 그의 풍부한 전라도 사투리의 구사는 작품이 지니는 민중적인 성격을 더욱 강화시켜 준다. 말하자면 작가가 다가간 민초의 세계는 바로 그들의 말의 세계였던 것이다. (……) 한편 <자랏골의 비가>에서 작가 송기숙은 민중적인 시선으로 ‘자랏골’의 삶을 묘사해 보였지만 그들의 삶이란 억압받고 찢기고 상처받은 것이어서, 농민들의 집단적인 세계관을 그려 본다든지 부당한 현실을 타파할 ‘전망’을 농민의 내부로부터 보여 준다든지 하는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한계가 작가 송기숙의 한계는 아니다. 1970년대라는 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의 한계였다는 편이 더 정당할 것이다. 그러나 작가는 이 ‘바라보는 시선’ 그 자체를 늘 문제 삼아 왔다는 점에서 1980년대 작가로서의 면모를 이미 갖추고 있었다. <재수없는 금의환향>과 <개는 왜 짖는다>가 그러한 작품에 해단된다. (……) 1966년 문단에 데뷔한 이래 그가 끊임없이 추구해 온 농민적 세계의 가능성과 그들의 민중적인 기획의 세계에 대한 형상화는 초기적인 ‘강기’의 문학에서 출발하여 <녹두장군>의 방대한 민중운동의 세계에 이르는 긴 과정을 통해 완성된다는 점이 그것이다. 이제 작가가 어떤 시선으로 농민문학의 혹은 민중문학을 수행해 나갈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지금까지의 그의 작품세계의 여정으로 보건대 민중적 세계의 탐구를 더욱 우리 시대의 가능성과 맞물리게 하는 작업에 몰두할 것만은 틀림없을 것이다. ‘투철한 역사의식과 농민적 언어의 가능성’, 서경석, <자랏골의 비가 外>, 동아출판사, 1995
작가의 말
이 작품은 <현대문학>에 연재했던(1974.2~1975.6) 것을 개작한 것이다. 부분적인 표현은 전반적으로 손질을 다시 했고, 후반부의 내용과 거의 바꿔 썼다. 여기에는 몇 분의 조언과 격려가 있었다. 후반부의 문장은 전반부에 비해 호흡과 템포가 빨라진 곳이 많다. 근대적인 인물이랄까 하는 젊은이들의 생활을 표현하자니까 자연히 그렇게 되었다. 문장의 통일성 때문에 그 점 무척 고심했으나 별 수 없었다. 속담 같은 걸 곁들여 호흡을 길게 한 문장은 전근대적인 인물들의 생활이나 의식 내용을 표현하는 데서 그만큼 효과적이었지만, 그런 스타일은 거기까지에서 일단 한계를 드러낸 셈이다. 이런 사실은 어떤 고정적인 스타일에 얽매인다는 것은 그런 스타일에 알맞은 내용밖에 선택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될 것 같다. 이 소설은 자랏골이라는 동네에 사는 산골 무지렁이들이 삼대에 걸쳐 당해 온 파란중첩의 수난과 그에 대한 항거의 기록이다. 자랏골은 실재하는 동네는 아니고, 그 지리적인 배경만 내가 성장한 동네를 모델로 했다. 따라서 여기 나온 사건도 내가 직접 겪었거나 본 사건이 아니며 들은 이야기도 아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조금도 과장이나 거짓은 없다. 일곱 번쯤 고쳐 썼지만, 그들의 곤핍과 고통을 더 핍진하게 형상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을 뿐이다. 나는 이런 무지렁이들의 결기가 뭉쳐 폭발하는 또 다른 동네 사람들의 분노와 절규, 그리고 더러는 그것을 삭히고 다져가는 청승과 익살을 기록해볼 작정이다. 이것은 그들에게 내가 잔뜩 빚지고 있는 그 빚을 갚는 일인데, 나의 이런 작업이 그 빚의 이자 턱이나 제대로 될는지 모르지만 그래도 나는 그렇게 열심히 갚아가겠다. 이것만이 내가 내 혼을 지키며 살아가는 최선의 방식이라 생각하고 있다. ‘후기’, 송기숙, <자랏골의 비가>, 창작과비평사, 1977
관련도서
<한국현대문학대사전>, 권영민 편, 서울대학교출판부, 2004 <송기숙 소설어 사전>, 민충환 편저, 보고사, 2002 <송기숙의 소설세계>, 임환모 편, 태학사, 2001 <격동기의 문학>, 김병걸, 일월서각, 2000 <자랏골의 비가 외>, 송기숙, 동아출판사, 1995 <자랏골의 비가>, 송기숙, 창작과비평사, 1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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