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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을 건너는 법

작품명
사막을 건너는 법
저자
서영은(徐永恩)
구분
1970년대
작품소개
사내는 베트남 전쟁에서 공을 세우고 훈장을 받아 돌아온다. 배를 타고 돌아오는 길만 해도 꿈, 낭만, 일, 야심 모든 걸 해낼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일상에 돌아와서는 몸에 밴 전쟁 냄새와 사내 안에 깃든 모종의 긴박감 때문에 모든 일상이 권태롭고 짜증스럽기만 하다. 사내는 자신의 심정을 타인에게 말하려 하지만 이해해 주는 사람도 없다. 사내는 애인 나미에게 전쟁터에서 물을 나르며 전우들을 살리려고 피흘려가며 애쓴 이야기를 해주지만 나미는 훈장을 받게 된 이야기로밖에 듣지 않는다. 사내는 창가에 앉아 창 밖 공터를 보다가 한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비가 와서인지 군데군데 물웅덩이가 패인 넓은 공터에 공을 차는 사내아이들과 뽑기과자를 파는 노인이 있다. 노인은 손님이 없을 때면 그 공터에서 누런 개와 함께 무언가를 찾고 있다. 사내는 계속 그를 관찰하며 무언가를 열심히 찾는 노인의 행동에게서 어떤 도전을 느낀다. 노인은 계속 그 무엇인가를 찾지 못한 눈치다. 사내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노인에게 무얼 찾느냐고 묻는다. 노인은 베트남 전쟁에서 죽은 아들이 받은 훈장이 있었는데 어떤 아이가 본다고 가져가서는 이 공터에서 잊어버렸다고 하여 그걸 찾는다고, 자신에게는 그 아이에게서 난 손녀딸이 있으며, 이 힘없는 누런 강아지는 아들이 키우던 개라고 말해준다. 사내는 노인이 공터를 떠난 후 자신의 훈장을 공터에 떨어뜨리고 간다. 그 후 노인을 살펴보지만 사내가 떨어뜨린 훈장을 찾지 못한다. 참지 못한 사내가 다시 노인에게 가 훈장을 찾아주는 척하며 자신이 떨어뜨린 훈장을 주워 건네준다. 노인은 훈장은 받지도 않고 ‘바보 같으니라구’ 한마디를 남기고 떠나 버린다. 노인 옆집에 산다는 한 소년이 와서 그 훈장을 자기에게 달라고 하면서 노인은 아들의 훈장 따위는 필요 없다고 버렸으며, 손녀도 없고, 그 개도 아들이 키우던 것이 아니라고 말해준다.
저자
서영은(徐永恩, 1943~) 1943년 강원도 강릉 출생. 강릉사범학교를 졸업한 후 건국대 영문과에서 수학했다. 서울시 수도국에서 근무하던 중 1968년 <사상계> 신인작품 모집에 단편 <교(橋)>가 입선되고, 이듬해 <월간문학> 신인작품 모집에 단편 <나와 ‘나’>가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한국문학사에서 기자로 근무했으며, <문학사상>의 편집장을 역임한 바 있다. 주요 작품집으로는 <살과 뼈의 축제>(1977), <사막을 건너는 법>(1978), <술래야 술래야>(1981), <황금깃털>(1984) 등이 있으며, 단편 <먼 그대>(1983)로 제7회 이상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서영은은 단편 중심의 창작활동을 한 과작(寡作)의 작가이다. 그가 구축한 독특한 세계는 1970~1980년대 소설세계 속에서 개성적이고 이채로운 공간으로 자리하고 있다. 초기소설 속에서 추구했던 문제는 일상적 자아가 당면할 수밖에 없는 비속한 모습에 대한 환멸과, 그로부터 비롯되는 삶에 대한 허무의식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이러한 초기의 경향을 집약하고 있는 소설이 단편 <사막을 건너는 법>(1975)이며, 이와 같은 문제의식은 이후의 <살과 뼈의 축제>(1977)나 <관사 사람들>(1980), <술래야 술래야>(1980)와 같은 중·장편들 통해 더욱 확장된다. <살과 뼈의 축제>의 주인공은 일상적 세계로부터 자신을 격리시킨 채 그로부터의 초원을 꿈꾸며, <관사 사람들>은 일상의 질서가 순수한 영혼을 어떻게 파괴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장편 <술래야 술래야>는 가출한 아내를 찾는 남편의 눈을 통해, 정신의 자유를 꿈꾸며 사회적 아웃사이더의 자리를 고집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포착해 낸다. 이러한 경향의 한 극점에 단편 <먼 그대>가 놓여 있다. 세계의 폭력 앞에서도 모든 것을 인내하는 주인공 문자의 모습은, 일상적 세계의 원리로부터 자신을 고립시킨 채 내면의 아름다움만을 추구하는 인물의 극단적인 형상으로, 작가 자신의 표현을 빌자면, 자신의 존재를 ‘금빛’으로 물들이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이와 같은 황금빛의 이미지는 <황금깃털>(1980)이라는 표현으로 등장한 바 있으며, 서영은이 초기 소설 이래로 수미일관하게 추구해 왔던 내면의 아름다움에 대한 하나의 표상이라고 할 수 있다.
작가의 말
(……) 당시 내가 거두어야 할 가족은 어머니와 여덟 살짜리 조카였다. 내게 수입이 거의 없었던 지난 2년 동안, 우리 세 식구는 먹는 것만 굶지 않았달 뿐 한겨울에도 전기장판 하나에 의지한 채 냉방에서 지냈다. 아주 작은 수입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지출을 줄이는 방법밖에 없었다. 그러나 아무리 쓰지 않으려 해도 하룻밤 자고 일어날 때마다 집안 구석구석에 부착된 수도·전기·가스 미터기의 숫자는 조금씩 불어났다. 맥없이 누워있다가도 어디선가 미터기 돌아가는듯한 환청이 들려와 쫓아가서 그것들의 바늘이 정지되어 있는 것을 확인한 뒤라야 안심이 되었다. 그러나 그런 지 두세 시간도 못 되어 그 환청은 다시 들려오곤 했다. 그러던 중 미국에 있는 오빠로부터 어머니와 자기의 딸을 데려가고 싶다는 편지가 왔다. 그쪽의 사정이 다급하여 어머니가 수속하러 다니셔도 나는 굳이 말리지 않았으나, 두 사람이 떠나간 빈 자리를 어떻게 메울지 속으로는 심히 난감하기만 했다. 거기다 공개할 수 없는 보다 사적인 일들 하나하나가 다 내가 선 자리를 뜨거운 양철지붕화했다. 어느 날 한밤중이었다. 자는 것도 깨어있는 것도 아닌 상태로 누워있다가 벌떡 일어나 앉았다. 귀에서 이상한 이명이 들리고 괜히 온 몸에서 식은 땀이 배어 나왔다. 이러다가 내가 미치지, 그런 생각이 불현듯 스쳐갔다. 나는 가위를 들고 욕실로 가서 문을 걸어 잠갔다. 한 움큼의 머리카락을 움켜쥐자마자 가위로 잘랐다. 뭉텅하는 감각과 세면대에 떨어진 흩어진 머리카락이 너무도 섬??하여 나는 가위질을 중단하고 싶었다. 그러나 중단하려니 그 다음 순간이 더욱 무섭게 느껴졌다. 어떤 두려움에 쫓기듯 머리를 뭉텅뭉텅 자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머리를 다 자른 뒤엔 더 큰 공포가 내 앞에 가로놓인 듯했다. 나는 세면대에 고개를 깊이 숙인 채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봐야 할지 어쩔지 망설였다. 그때 내 속에서 어떤 목소리가 통렬하게 나를 깨우쳤다. “너만이 너를 이 지옥에서 구할 수 있다!” 나는 힘껏 얼굴을 쳐들고 거울 저쪽의 한 비구니를 오래오래 노려 보았다. 그로 해서 그 무엇도 해결된 것은 없었으나 뜨거운 양철지붕화된 모든 것에 대해서 나는 정면으로 맞서게 되었다. 나에게 쓰라림과 괴로움과 두려움과 비참함을 안겨주면 주는 것일수록 정면(가슴)으로 받아들였다. 나는 절망과 나 사이에 어떤 환상도, 예수나 석가도 끼어드는 것을 거부했다. 철두철미 내가 내 속에서 끌어낸 힘으로 그 절망을 건너고 싶었다. 건너는 데 실패하여 죽게 되더라도 상관없다 싶은 마음으로 달려들었었다. (……) 최근까지도 나에겐 인터뷰를 하자는 전화가 끊일 새 없이 걸려온다. 그들이 왜 그러는지 나로선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그들의 입을 통해 내 이름 앞엔 어느새 ‘인기’니 ‘베스트셀러’니 하는 수식어가 붙었다. 작품으로 만나기 전에, 화제화됨으로써 비로소 몰려드는 매스컴의 생리에 의해 내 이름자 앞에 인기니 뭐니 하는 상투적인 어휘가 붙는다고 해서 그것이 내게 무어 그리 크게 명예될 것이 있겠는가. 오히려 나는 내 작품은 보고 “에이 아직 멀었어. 이 정도로는…” 하면서 보다 귀한 작품을 목마르게 기다리는 진정한 독자들에 의해 외면당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그런 독자가 우리 시대를 가득 채워, 내 작품이 결코 살아서는 인정받지 못하나 그들에 의해 읽혀지고자 끝없이 애쓰다가, 죽은 뒤에 다른 시대의 다른 독자와 만나게 된다면 그 이상 더 명예스러운 일이 어디 또 있겠는가.(……) ‘작가서문’, 서영은, <황금깃털>, 나남, 1984
관련도서
<한국현대문학대사전>, 권영민 편, 서울대학교출판부, 2004 <사막을 건너는 법>, 서영은, 백상, 1988 <황금깃털>, 서영은, 나남, 1984 <먼 그대>, 서영은, 문학사상사, 1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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