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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님의 초상

작품명
누님의 초상
저자
유재용(柳在用)
구분
1970년대
작품소개
개요 1978년 <문예중앙> 겨울호에 발표된 유재용의 단편소설. 격동의 현대사를 거치면서 작가가 목격했던 가족과 그 주변 인물들을 형상화한 일련의 소설들 가운데 많은 주목을 받은 작품이다. 근현대사의 의미를 천착하기보다 그 시대를 살아간 인물의 변화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 도덕적 타락을 감수하면서 현실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해 나가는 ‘누님’이라는 인물을 창출해냈다. 재빠른 처세술에도 불구하고 점차 전락해가는 누님은 근현대사를 바라보는 작가의 비극적 역사인식과 맞물려 있다. 놀라운 처세술로 위험한 상황을 벗어나는 기회주의적 인간형을 그리면서도 작가는 냉소적 시선 대신에 따뜻한 연민의 시선으로 인물을 감싼다. 화자인 ‘나’는 격동하는 역사의 소용돌이라는 불운만 없었다면 누나의 삶은 많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여긴다. 작가는 <누님의 초상>에서 ‘나’의 생각을 통해 개별적 인간의 비도덕성에 대한 비난에 앞서, 양심이나 도덕을 저버리고 않고서는 자신과 가족이 살아남을 수 없었던 우리 역사의 기구함과 어두운 뒷면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내용 화자인 ‘나’의 누나는 빼어난 미모와 비상한 머리, 재능을 갖춘 여성이다. 일본에서 유학하고 있는 누나는 방학을 맞아 집에 돌아왔다가 정세가 불안정해지자 일본으로 건너가는 것을 포기하고 고향 집에 머문다. 형도 도쿄에서 유학 생활을 한 지식인이지만, 독립운동 혐의로 감옥살이를 하고 나온 뒤로 징병과 징용 때문에 전전 긍긍하는 처지다. 누나는 유학시절에 알고 지내던 경찰서장의 아들을 통해 순사부장을 굽실거리게 만들고 이 뒤로 마을에서는 누나가 왜놈 서장의 첩이라는 소문이 나돈다. 일본이 패망하고 이번에는 소련군이 진주한다. 좌익에 가담했다가 이탈해 중학교 교사로 있던 형은 수업시간에 무심코 내뱉은 말이 빌미가 되어 교사직에서 파면당하고 형의 월남과 지주 집안이라는 것을 트집잡아 공산 정권은 가족을 탄압한다. 그런데 한동안 소식이 없던 누나가 소련군 고위 장교와 함께 나타남으로써 ‘나’의 가족은 위기에서 벗어난다. 곧 6·25가 터지고 가족은 충청북도 진천으로 피신하지만, 거기서도 월남 가족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는 바람에 아버지가 인민 재판에서 처형될 지경에 이른다. 바로 이때, 다시 기적처럼 인민군 고위 장교를 대동하고 나타난 누나 덕택에 아버지는 목숨을 건진다. 의용군에 입대했다가 탈출한 형은 1·4후퇴 무렵 영장을 받고 이번에는 국군으로 입대한다. 소위 계급장을 달고 잠깐 집에 들른 형은 누나가 보고 싶다는 말만 남긴 채 전선으로 떠났다가 유골이 되어 돌아온다. 그 뒤 30년이라는 세월이 흐르고, 할머니가 되어 곤경에 빠져 있을지도 모를 누나를 생각하며 ‘나’는 안타까워한다.
저자
유재용(柳在用, 1936~) 1936년 6월 6일 강원도 금화 출생. 환일고를 중퇴했다. 196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키다리 풍선>이 당선되고, 1968년 공보부 신인예술상 소설 부문에 당선되어 문단에 등단했다. 이후 소설집 <성역>(1980), <관계>(1981), <누님의 초상>(1981), <비바람 속으로 떠나가다>(1982), <성하>(1986), <내 우상 쓰러지다>(1995), <그들만이 꿈꾸는 세상>(1996), <청룡장>(2000) 등을 간행했다. 현대문학상, 이상문학상, 조연현문학상, 동인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유재용은 분단의 상황을 가족사적인 관점에서 깊이 있게 천착한 작품들과 삶의 부조리성에 대한 철학적 인식을 독특하게 드러낸 작품들을 통하여 확고한 자기 세계를 구축해 왔다. 특히 전통적인 설화문학의 구성방법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소설작법은 매우 개성적인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리뷰
엷은 슬픔과 함께 민족, 혹은 인류의 아픈 궤적을 건드리며 전개되는 유재용의 소설은 대개 두 가지 계보로 나누어진다. 하나는 강원도 이북이 고향인 작가 자신의 체험을 소재 내지 배경으로 한 자전적인 요소가 강하게 드러나 있는 작품들이며 다른 하나는 문명비판적인 경향의 작품들이다. 장편 <성역>을 비롯해서 <꼬리 달린 사람>과 같은 작품들이 후자에 속한다면, <내 우상 쓰러지다>, <고목>, <누님의 초상>, <두고 온 사람>, <한 세대는 가고>와 같은 작품들은 전자에 속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유재용의 가계소설은 이미 박경리의 <토지> 이후 전상국, 김원일, 현기영 등에 이르는 현대 한국의 비극적인 수난사의 일환으로 파악된다. 작품의 전면에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지는 않지만, 멀리는 동학 혁명으로부터 시작해서 대한제국의 멸망과 일제 식민통치, 북간도로의 이주, 그리고 다시 해방에 이은 좌우익의 대립, 육이오 동란, 피난살이로 점철된 한많고 뼈아픈 민족 현대사가 이 작가에게 있어서도 가장 강렬한 문학적 동기로 부각되어 있다. 물론 그의 시각은 박경리에 있어서처럼 현재 진행적인 입장이 아니라, 오늘의 시점에 와서 되돌아보는 추억의 입장에 머물러 있고 그런 의미에서 볼 때 현장 의식이 훨씬 미흡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김원일이나 현기영에서처럼 오늘의 삶이 포함하고 있는 비극의 뿌리가 하나의 단단한 줄기가 되어 지하와 지상을 그대로 연결하듯 지난날과 맺어져 있음을 유재용 역시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이 작가는 그것을 아직 살아 있는 아버지와 누님, 혹은 이미 죽은 형과 같은 가족 관계를 통해 하나의 커다란 묶음으로 바라보려고 한다. 말을 바꾸면, 유재용의 소설 속에서 끈끈한 전통으로 이해되고 있는 아버지, 냉혹한 현실로 비치고 있는 누님, 그리고 비극적인 역사의 현장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형들은 모두 가족이라는 작은 단위의 성원이면서 동시에 수난을 겪어 온 분열된 민족의 갖가지 모습의 축도로 수용되고 있는 것이다. 유재용의 가계소설에 빈번하게, 그리고 일정한 이미지로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는 아버지, 어머니, 형님, 누님 등은 사소설적인 분위기와 함께 이제는 붕괴되어 버린 지난날의 가족관계에 대한 강한 연민과 집착을 보여 주고 있으나 그것이 사사로운 개인의 감정적, 정서적 범주에만 머무르고 있지 않은 까닭은 이 같은 수난의 민족사와 그들이 동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 ‘땅을 버리고 서서’, 김주연, <누님의 초상>, 문학과지성사, 1981
관련도서
<한국현대문학대사전>, 권영민 편, 서울대학교출판부, 2004 <20세기 한국 문학의 탐험>, 장석주, 시공사, 2000 <누님의 초상>, 유재용, 문학과지성사, 1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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