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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지향 1

작품명
하여지향 1
저자
송욱(宋稶)
구분
1950년대
저자
송욱(宋稶, 1925~1980) 1925년 4월 19일 서울 출생. 경기고교, 일본 교토대학(京都大學)을 거쳐 서울대 영문과, 미국 시카고대학 대학원을 졸업했다. 1953년 <문예>에서 <장미>, <비오는 창>, <꽃> 등으로 추천 완료되어 문단에 등단했다. 1956년부터 서구 주지주의의 영향을 받은 실험적인 시 <하여지향(何如之鄕)>을 연속적으로 발표하여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시집 <유혹>(1954), <하여지향>(1961) 등에 나타난 초기의 시세계는 ‘시는 문명의 표정’이라는 용어로 압축할 수 있다. 즉 현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탕으로 전후의 혼란한 사회상, 불안의식, 문명의 폐허, 사상적 혼란 등을 비판풍자의 수법으로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이후 문명에 침해되지 않은 원초적 세계로의 회귀를 그린 시집 <월정가(月精歌)>(1971)를 발간하였고, 계속해서 <나무는 즐겁다>(1978), <시신(詩神)의 주소>(1981) 등을 발간하였다. 그의 관심은 사회, 문학, 철학의 영역으로 순차적으로 확대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메를로 퐁티(M. Ponty)와 같은 서구 현상학자의 이론을 수용하면서 문학의 철학성, 사념적 깊이를 더하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편 1953년 <문예>에 <서정주론>을 발표한 이래 많은 평론을 발표하였다. 평론집으로 <시학평전>(1963), <문학평전>(1969), <한용운 시집 ‘님의 침묵’ 전편 해설>(1974), <문물의 타작>(1978) 등이 있다. 그의 평론들은 서구 문학연구 경험을 토대로 동서문학에 대한 배경연구와 작가들에 대한 비교문학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리뷰
1961년 발간한 송욱의 첫 시집 <하여지향>에 수록된 작품은 정신과 육체의 갈등과 슬픔을 밀도 있게 노래한 초기 서정시들과 풍자와 익살을 통해 현실을 비판하는 사회시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예컨대, 그의 대표작에 속하는 <장미> 같은 작품이 전자에 속한다. 그의 사회시라고 할 만한 <하여지향>, <해인연가> 등은 발표 당시 문제작으로 평가되면서 많은 물의를 일으켰다. 여기서 그의 풍자와 익살, 재담은 시 읽는 일도 ‘재미있는’ 일이 되게 했는데, 어휘의 전도나 동음이의어의 나열을 통해 현실을 꼬집었다. <한국현대문학대사전>, 권영민 편, 서울대학교출판부, 2004(……) 시집 <하여지향(何如之鄕)>(1961, 일조각)은 총 9부로 구성된 시집이다. 여기에서 7부에 실린 <하여지향>과 8부에 실린 <해인연가(海印戀歌)>는 장편 연작시인데, <하여지향>은 12편의 시로, <해인연가>는 10편의 시로 구성되어 있다. 이 장편 연작시에서 주로 쓰인 방법은 앞서 말했듯 풍자이다. 일반적으로 풍자의 방법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우리가 흔히 패러디(parody)라고 부르는 모방이다. 모방은 영웅 서사시의 인물의 담론을 비꼬거나 흉내냄으로써 풍자의 효과를 유발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말의 모방은 허풍을 떠는 문체나 궤변, 엉터리 학식, 말장난, 모순된 가사 등을 이용한다. 한편으로는 문장 내적 구조에 의한 방법이 있는데 이는 문장 전체 내에서 구문 배열을 통해서나 단어나 문장 성분간의 전도선행 문장과의 교차대조대구 등을 통해 풍자를 유발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금언 속담 등을 사용하면서 일반적 진리를 서술하는 방법인데, 이 경우는 흔히 도덕적 풍자의 경우에 널리 사용된다. 송욱의 풍자는 이들을 널리 결합하고 배열하는 가운데 얻어진 것인데 특히 두드러지게 사용된 풍자 형식은 일종의 말장난 ‘pun’에 의한 것, 곧 말의 변형을 통해 풍자 효과의 극대화를 지향한 것이다. ‘pun’은 기지가 지나친 나머지 경박함으로 이해되기도 하지만 실상은 ‘언어’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말법을 견지하고 있어야만 가능한 방식이다. <하여지향>의 시편들 중 어디를 끌어내어와도 거의 비슷한 말의 수사를 목격할 수 있다. ‘고독이 매독처럼’, ‘치정같은 정치’, ‘현금이 실현하는 현실’, ‘시장, 시민’ 등은 전체 시의 주제와 현실적 맥락 사이에서 깊은 울림을 동반한다. 이 한 권의 시집에 실려 있는 다른 서정 단형시들의 일소한 사변성에 비하면 장편 연작시들은 나름의 구조적 특징과 일관된 주제의식을 견지하고 있다. 송욱의 장편 연작시들에서 풍자는 특징적으로 언어에 대한 구조적 변형을 통해 이루어지며 그 풍자는 공격성보다는 사변적 특징을 지닌다. 언어의 의미를 전도시키거나 말의 결구를 호응시키거나 결합함으로써 시어는 생성적인 의미의 변전을 기대한다. 이 같은 그의 실험적 시도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평가와 부정적인 견해가 동시에 가해지지만, 송욱의 사변적 풍자성은 1950년대 장시적 경향의 시를 썼던 전영경의 공격적 풍자성과 직접성에 비해 독특한 언어적 결과 말의 울림을 감당하고 있고, 그것은 송욱의 시사적 위치를 부각시키는 긍정적 역할을 하게 된다. (……) 송욱 풍자의 대상은 속악함과 자본주의의 천박한 표면을 달리는 195,60년대 우리 삶의 근대적 속성들이며 그 삶의 소용돌이 속에서 왜소해진 인간 군상이다. 그것은 흡사 제1편에 묘사되고 있는 것처럼 ‘솜덩이 같은 몸둥아리로 쇳덩이처럼 무거운 집을 지고 있는’ 달팽이의 형국인데, 송욱은 이를 ‘망종이 펼쳐가는 만물상’이라 극단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자기 주정과 자기 모멸의 담론들은 초현실주의적 이미지를 통해 그로테스크하게 그려지기도 하고 단언적 언사를 통해 표출되기도 한다. 계집술돈으로 요약되는 삶의 부조리한 측면과 ‘자살’하지 않으면 ‘개처럼 살아가’는 기만적 삶의 양태는 우리가 꿈꿔온 삶의 진정성에서 멀리 벗어나 있다. 풍자를 통해 삶의 모순의 총체화를 드러내는 것이 그의 의도로 보이지만 풍자의 대상이 선명하게 노출되거나 주제가 뚜렷하게 제시되지 않고 대신 초현실주의적 수법에 의한 섬뜩함이 삶의 추악한 현실을 대변한다. 그가 삶을 이같이 진단할 때 풍자는 대상에 대해 공격성을 견지하지 못한 채 자기 모멸과 자기 부정의 모습으로 격하한다. 풍자는 어떤 대상을 겨누는 것이 아니라 자기 진술과 자기 부정에 이르게 되고, 그것은 어떤 초월적 이미지에 의해 위무된다. 그때 풍자는 냉소와 속악한 기지로 나타난다. ‘비렁뱅이 봇짐 속에/ 더럽힌 신방 속에/ 싸우다 축제하고/ 성묘하다 죽이다가/ 염념을 염주처럼 묻어 놓아라’에서 냉소는 대구적 문장에서 날카롭게 번득이고 있다. 송욱은 자신의 육체를 대상화함으로써 냉소가 극단적으로 치닫는 위험을 이렇게 마무리한다. 창살 같은 갈비뼈를 뚫고 나와서 연꽃처럼 달처럼 아주 지기 전에 염통이여! 네가 두르고 나온 탯줄에 꿰서 마주치는 빛처럼 - <하여지향 1> 자신이 바라본 세계는 ‘안개 같은 지평선’뿐이다. 그 세계에서는 내가 스스로 길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자기 육체의 감옥에서 뚫고 나온 길에서 마주친 빛은 그가 <해인연가>에서 만난 깨달음의 바다와 가까이 있다. 그것은 근원적인 것이다. ‘네가 두르고 나온 탯줄에 꿰서 마주치는 빛’이 바로 그 빛이며 깨달음이다. 송욱 시의 풍자는 처음부터 이렇듯 자기 초월을 향한 움직임이 내재되어 있어서 그 풍자의 공격성은 점차 둔화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주제의 선명함으로도 풍자 양식의 전면성으로도 부각되지 않았다. 오히려 비약과 사변성을 강화하면서 ‘말’에 대한 탐구를 지속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기능을 하게 된다. 송욱은 ‘풍자’를 그의 시의 주요한 방법론으로 삼고 주제의 확충을 꾀한다. 하지만 그의 풍자는 사변적이며 언어 형식에 대한 관심에서 멀리 벗어나지 못한다. 그의 풍자는 풍자의 일반 원칙에서 점차 일탈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풍자가 그의 주된 관심이었다기보다는 시 형식의 실험과 새로운 시학의 정립이 주된 목적이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 그가 방언 사전을 사서 본다든가 자신을 우리말의 음악성을 캐내는 광부로 비유한다든가 하는 것은 대상을 투명하게 현존시킬 말의 현란한 몸짓을 주목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송욱 연작 장시에서 보이는 말의 수다스런 표현과 움직임은 스타일리스트로서의 자기 표현에 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음을 말한 것이다. 그의 유고집에 실려 있는 많은 시작 메모들과 일기초들은 그의 ‘말’에 대한 관심이 <하여지향>과 <해인연가>에서 보여준 방식들에서 그다지 멀리 벗어나 있지 않음을 증언하고 있다. 따라서 장편 연작시의 정형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조건은 궁극적으로는 ‘말’의 사변성에 대한 지속적 관심과 반복의 메커니즘 때문이었던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하여지향> 1편에서부터 12편에 이르는 시편들은 주제의 확장되고 심화된 변주를 보여주기보다는 말의 사변성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셈이다. 말을 어떻게 잘 살릴 수 있을까 하는 것이 그가 장편 연작시에서 실험한 주된 방향성이었던 것이다. 거기에 ‘주제’도 버릴 수 없었다. 그는 시의 형식 실험을 통해 현대시의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했고, 거기에 산문성을 부여함으로써 시의 사상성을 확보하고자 했다. 따라서 송욱의 장편 연작시는 산문과 시의 경계선에 대한 의문을 장르 개방의 인식에 바탕한 미학적 실험을 통해 시도했다는 것과 함께, 말의 탐구를 지속적이고 실험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한 가능성을 보여준 시편들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그것은 이미지를 통해 역사성과 언어의 한계를 초극하고자 한 김춘수의 <처용단장> 시편들과 좋은 대조를 보여주고 있다. 결국 1950년대 송욱 시에 대한 평가는 김춘수가 행한 시적 실험과 더불어 그 시사적 의의 위에서 조명할 수 있을 것이다. ‘송욱 연작시의 사변성과 실험성’, 조영복, <동서문학>, 2004. 가을
작가의 말
사춘기에 한번 위기(危機)를 겪은 기억이 난다. 현실적인 투사(鬪士)와 정신적인 영웅을 겸해 보려는 자기의 욕망이 달성될 가망이 없다, 그리고 자신을 지나치게 무력하다고 느낀 때문인지도 모른다. 혹은 정신과 육체의 분열에 절망을 느낀 탓인지도 모른다. 그 뒤 나는 차츰, 육체의 정신적인 가치와 정신의 육체적인 의미를 생각하게 되었다. 또한 자기의 주위에 일어나는 모든 광경에 도취(陶醉)하리만큼 관심을 기울임으로써 자기혐오를 극복하려고 결심하였다. 이 때문에 습작에 사용한 대학 노트 서너 권을 불살라 버렸다. 그리고 나서, 훌륭한 시를 써보려는 생각이 싹튼 것 같다. 인류가 지금까지 겪어 온 모든 사상과 체험을 나의 환경이나 배경들이 되도록 해야겠다는 과대망상을 가끔 가진다. 이에 대한 교정책(矯正策)은 분석과 종합과 통일의 작용을 할 수 있는 건축적인 기술밖에는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소크라테스가 한 말과 황진이가 부른 노래, 그리고 동란 때 거리에서 본 시체는 나에게 꼭 같은 중요성을 띈 것이다. 혹은, 역사의 이 고비에 한국에서 영위되고 있는 생명이 무엇보다도 중대한 것처럼 느낄 때도 있다. 나는 한국어의 무한한 가능성을 믿는다. 나의 모국어가 어떤 외국어에도 못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한 근거는 별로 없다. 다만 한국어는 나의 예술의 유일한 표현수단이기 때문에 그렇게 믿는 것이다. 자기의 악기를 탓하는 연주가가 있다면 그는 청중의 폭소나 격분을 살 것이다. 창작하는 입장에서는 ‘이즘’이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다. 어떤 사회시도, 그것이 올바른 시가 되고 보면, 얼마쯤은 순수시를 담고 있다. 또한 어떠한 순수시도 그것이 산 사람이 만든 것이라면, 비순수의 요소를 반드시 지니고 있다. 일례를 들면, 순수시를 노리는 어떤 시인은, ‘바람이 인다. 살아보아야겠다.’ 이렇게 노래한다. 이 구절은 바로 비순수의 요소를 드러내고 있다. 이 시인의 말을 빌리면, 본질적인 것, 순수한 것은 반생명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쉴레어리즘’은 ‘아르뛸 랭보’에게도 있고 이태백에게도 있다. ‘레어리즘’은 두보에게도 있고 ‘T. S. 엘리어트’에게도 있다. ‘이매지즘’은 ‘에즈라 파운드’나 황진이가 모두 가지고 있다- 등등. 한국어는 나의 또 하나 다른 육체이다. 나는 이 육체로서, 보고 듣고 생각하고 웃고 울려고 한다. 나의 모국어는 나의 법신이다. 한국어는 나의 조국이다. 일조각주인 한만년씨의 권유로 이 시집을 엮는다. 과거 십여 년에 쓴 모든 작품을 망라하고 대개 연대순으로 배열했다. 날이 아니라, 몸과 마음이 저물기 전에 허무와 격투하면서 자꾸 걸어야겠다. ‘서언’, 송욱, <하여지향>, 일조각, 1975
관련도서
<한국현대문학대사전>, 권영민 편, 서울대학교출판부, 2004 <송욱>, 이승하 편, 새미, 2001 <송욱 연구>, 김학동 외, 역락,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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