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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포크라테스 흉상

작품명
히포크라테스 흉상
저자
신상웅(辛相雄)
구분
1960년대
작품소개
1968년 <세대> 제3회 신인문학상에 당선된 신상웅의 중편소설. 신상웅의 특징인 치밀한 주제의식의 추구 경향을 잘 보여주는 작품으로 발표 당시에 특이한 문제의식과 독특한 문체로 문단의 많은 주목을 받았다. 주인공 송문집 일병의 갑작스런 복통과 군대의 단위별 의무기관을 거치는 여러 차례의 연속적 후송, 그 결과로서 죽음에 이르는 과정이 그려진다. 환자 송문집이 원대로부터 차에 실려 눈길을 헤쳐나가는 차갑고도 생동감 있는 정경묘사로 시작해 몇 cc주사기가 몇 각도로 피부를 뚫고 들어오는지까지 놓치지 않는 치밀한 응시로 투병과 죽음을 그렸다. 이 작품의 구조적 특징은 현대사회 메커니즘의 비인간적 성격과 그 안에서 발휘되는 휴머니티가 교묘하게 병렬 서술되고 있다는 점이다. 작품의 서두에서 나타나는 인간의 본질적인 허약함과 인간에 대한 회의는 사건의 진행과 함께 제시되는 인간 긍정의 정신에 의해 대체된다. 문집이 밤중에 복통을 일으켰을 때 걱정을 하며 거드는 동료들, 그리고 눈 덮인 밤길을 헤치며 최초의 후송을 강행하는 주번 사관 정소위의 의지 등은 바로 이러한 인간긍정의 정신을 잘 표출하고 있다. 이 정신은 의무대, 야전 병원, 후송 병원 순으로 계속 호송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의무관들의 책임회피에 의해 무화되는 듯하지만, 그들에게 본성적인 악의가 있는 것은 아님을 보여주는 인간미 넘치는 순간들이 계속 삽입되고 있다. 결국 문집은 죽게 되지만 그 원인이 군의관의 직접적 실수가 아닌, 병실 동료가 선의로 진통제인 줄 알고 준 약에 있었다는 점이 밝혀지는 대목에서 다시 한번 인간긍정의 주제의식을 읽어낼 수 있다. 이처럼 이 작품이 던져주는 문제의식은 사회의 메커니즘에 만연한 타성을 인간긍정 정신의 흐름과 대비시켜 제시함으로써 간접적인 비판을 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비판의 핵심은 군의관을 위시한 지휘자들에게 만연되어 있는 타성이며 이러한 타성은 사회 각 조직에 언제나 존재하고 있는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 있는 비판 대상이 된다. 사소한 장면을 놓치지 않고 치밀하게 그려내는 작가의 눈과 또 그 장면이 지니는 의미를 극대화하기 위해 선택된 문체와 서술장치 등도 이 작품의 긍정적인 평가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저자
신상웅(辛相雄, 1938~) 1938년 11월 10일 일본 교토(京都) 출생. 중앙대 영문학과 및 동대학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중앙대 문예창작과 교수 역임. 1968년 <세대> 제3회 신인문학상에 중편 <히포크라테스의 흉상>이 당선되면서 문단에 등단하였다. 1973년 장편 <심야의 정담(鼎談)>으로 제6회 한국창작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사실주의 소설을 주로 발표하였는데, <쌍생아>(1969), <추적>(1970), <희극교서>(1971), <분노의 일기>(1972), <끝없는 곡예>(1973), <당신은 속고 있습니다.>(1973), <암야행>(1977), <도시의 자전>(1978), <회색의 집>(1978), <일어서는 빛>(1980~1981) 등이 대표작이다. 그는 민족적 주체성에 입각한 리얼리즘의 가능성을 추구하여 깊은 주제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히포크라테스의 흉상>에서는 근대 메커니즘의 허상을 폭로하는 동시에 그 안에 담긴 휴머니티를 그렸으며, <심야의 정담>에서는 4·19혁명 이전, 4·19 혁명 당시와 월남전까지의 휴전선 일대의 상황과 조국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냉정하고 밀도 있는 문장과 민족의식 및 역사의식이 투철한 주제를 가지고 형식과 내용의 접합에서 항상 긴장을 조성하는 작풍을 지니고 있다.
리뷰
1960년대 후반기에서 1970년대로 넘어오면서 한국 문단은 민족문학, 리얼리즘, 농민문학이라는 술어로 집약되는 이념형의 미학과 이에 대비되는 유미주의적 경향이 대립하여 한때 난맥상을 이루었다. 비평계에서 이런 논리적 대립이 예각화된 것과는 별 관계없이 작단에서는 오히려 이 양론을 총화·지양하고자 하는 소설 방법론이 시도되고 있었다. 그것은 곧 1950년대의 몇몇 이념형 작가들이 보여준 작품의 경직성을 벗어남과 동시에 1960년대의 전반기의 유미적인 감각파들의 한계성도 뛰어넘는 이른바 ‘미학을 통한 건전한 사회비판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바로 이런 문학사적인 맥락 위에서 신상웅의 작품세계는 전개되며 또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신상웅의 작품세계는 주제의식이 가장 선명하며, 지적인 문장과 영국 소설에서 볼 수 있는 분위기 묘사가 능숙하고, 주인공들의 사변성이 풍부한 것을 그 특징으로 삼고 있다. 이런 여러 가지 특징 속에서 자칫 씨의 강한 주제의식만을 확대하여 보게 되면 마치 씨가 경직된 사회 고발자로 보이기도 쉬우나 분명 씨의 작품은 1950년대와 1960년대의 한국 소설이 지녔던 미학의 딜레마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의 소산으로 해석되어야 할 것이다. (……) <히포크라테스 흉상> 이후 오늘까지 씨의 작품세계는 편의상 3단계로 나눠 살펴볼 수 있다. 제1단계는 등단작을 비롯하여 <병사의 휴가>에 나타나 있는 것처럼 병영의 경험을 바탕 삼아 이를 사회체제에의 상징성으로 승화시킨 초기의 작품세계를 들 수 있다. 이 무렵 씨의 작품은 주제의식보다 오히려 분위기의 정확한 묘사가 더 강한 인상을 주고 있다. 송문집 일병이 복통을 일으켜 점차 후송되어 오나 결국은 죽고 마는 과정을 그린 <히포크라테스 흉상>은 우리나라 소설사에서 과학적인 문장을 구사한 좋은 예가 될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명확한 수치와 의학적인 정밀묘사를 읽으면서 독자들은 그 치밀성에 정신을 앗겨 자칫하면 이 작품의 주제를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수가 있을 것이다. 인간을 옹호하고자 하는 체제가 도리어 반 인간적인 결과를 낳고 마는 획일성을 비판하고 있는 이 작품은 어떤 의미에서는 정통적인 자연주의적 기법을 오늘의 사회에다 적용시킨 좋은 예가 되기도 한다. 이런 반인간적인 체제에 태연히 살고 있는 불감증 환자들의 세계에 뛰어들어 방황하는 모습을 그린 <병사의 휴가>는 마치 <히포크라테스 흉상>의 한 병사가 휴가를 나올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씨의 초기작품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이와 같은 초기 작품에서 보여준 씨의 정밀묘사와 분위기 소설의 요소, 그리고 사변성은 이후 씨의 소설 <기교>의 기둥을 이루게 된다. 예컨대 씨의 장편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성격구조와 사변적인 요소는 최인훈의 작품에서 느낄 수 있는 것과 비슷한 사변소설이라 하겠다. 이 밖에도 <성 유다 병원>이나 <풍화> 등 씨의 거의 모든 작품이 일종의 사변적인 요설의 묘사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대해서 3단계에서 신상웅은 역사와 현실의식으로 접어드는 과도기를 겪게 된다. <희극교서>, <쌍생아>, <이수일 전> 등에 나타나 있는 씨의 작풍은 체험적인 현실진단에서 역사를 조명하려는 단계로 넘어가는 징검다리로서의 기능이 잘 나타나고 있다. (……) 역사와 가장 밀착되어 있는 주제를 밀도 있게 다루고 있는 신상웅의 소설은 이제 분명 새로운 경지로 접어들 때가 된 것 같다. 그것은 제3단계에서 보다 심화한 대하적 드라마의 기대이며, 이를 위한 씨의 진통의 한 과정으로 우리는 이 작품집을 읽어야 할 것이다. ‘신상웅의 작품세계’, 임헌영, <히포크라테스 흉상>, 삼중당, 1980
관련도서
<한국현대문학대사전>, 권영민 편, 서울대학교출판부, 2004 <신상웅전집>, 신상웅, 동서문화사,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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