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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작품명
판문점
저자
이호철(李浩哲)
구분
1960년대
작품소개
개요 1961년 <사상계> 3월호에 발표, 같은 해 현대문학사 신인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작가 이호철의 문학적 발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결절(結節)을 이루는 작품으로서, 초기의 개인적 체험과 이후의 폭넓은 현실인식을 이어주는 중간단계를 대변한다. 민족분단의 아픈 상처를 상징하는 판문점, 사상과 체제를 달리하는 남·북 사이의 이질감, 이러한 비극을 극복하기 위한 에너지로서의 근원적인 사랑이 제시되어 있다. 내용 주인공은 통신사 기자로서, 어느 날 외국인 기자들 틈에 끼여 판문점 시찰을 간다. 때묻고 타락한 일상의 세계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거기서 그는 북한의 여기자와 입씨름을 벌이다 돌아온다.
저자
이호철(李浩哲, 1932~) 1932년 3월 15일 함남 원산 출생. 원산중학을 졸업하고, 1950년 인민군으로 한국전쟁에 참가하였다가 월남하였다. 1955년 단편소설 <탈향>이 <문학예술>에 추천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하였다. 초기에는 전쟁의 상흔을 섬세한 필치로 묘사한 <나상>(1956), <탈곡>(1959), <만조기>(1959) 등의 단편소설을 발표하였다. 1959년에 발표된 <파열구>는 한국전쟁으로 인해 황폐해진 젊은이들의 내면세계를 그린 단편이다. 특히 전쟁을 비껴 서서 특권을 누리는 사람과 전쟁 속에서 훼손되고 이지러진 사람 사이에서 유발되는 미묘한 갈등이 잘 그려져 있다. 1960년대에 들어서면서 현실세태의 문제성을 특이한 역사 감각으로 들추어 사실적으로 그려낸 <판문점>(1961), <닳아지는 살들>(1962), <무너앉는 소리>(1963), <고여 있는 바닥>(1965), <어느 이발소에서>(1965), <적막강산>(1968) 등의 단편 소설과 <소시민>(1964), <서울은 만원이다>(1966) 등의 장편 소설을 발표하였다. <판문점>은 작가적 체험으로서의 고향상실을 개인적인 내면의식보다는 민족분단의 역사적 상황과 결부시킴으로써 강렬한 사회적 의미를 획득하고 있으며 1962년 동인문학상 수상작인 <닳아지는 살들>은 평범한 일상인들의 생활공간을 밀도 있게 형상화하고 있는데, 분단 상황이 작품의 원경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전쟁으로 인해 삶의 터전을 상실한 사람들이 새로운 삶의 근거를 제대로 찾지 못하는 모순된 현실 상황을 그려낸 장편소설 <소시민>을 계기로 하여 변모하기 시작한 그의 작품세계는 강렬한 비판의식과 풍자정신을 드러내고 있다. 1970년대 ‘유신독재’라는 현실정치의 폭력에 행동으로 저항하며, 자유에의 열망을 강하게 드러내면서 민주화 운동에 투신하여 몇 차례의 옥고를 치렀다. 1988년 발표한 장편소설 <문>에서는 감방이라는 한정된 시간과 공간을 내면 상황의 확대로 변조시킴으로써 분단의 역사적 비극을 통합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주요 작품집으로는 <나상>(1961), <큰산>(1972), <닳아지는 살들>(1975), <이단자>(1976), <문>(1981), <판문점>(1988), <뿔>(1995), <남녘사람 북녘사람>(1996) 등과 장편소설 <네 겹 두른 족속들>(1989), <서울은 만원이다>(1996), <남풍 북풍>(1977), <소시민>(1979) 등이 있으며, 1989년 <이호철 전집>이 간행되었다.
리뷰
(……) <판문점>과 <소시민>은 이호철 문학의 가장 중요한 상징물이자 주춧돌이다. ‘판문점’으로 상징되는 분단상황과 소시민, 이것이야말로 이호철 문학세계를 지키는 동네 어귀의 수호물과도 같은 격이다. 그래서인지 이호철 하면 왠지 1960년대 작가라는 고정관념을 부지불식간에 가지게 된다. 저 1960년대 소설의 관념봉우리에 우뚝 선 최인훈과 뚜렷이 대비되면서, 이호철은 분단의 맨땅 위에 부대끼며 살아있음을 제 식으로 일구는 일상적 삶의 꿈틀거림, 그 속에서 필자는 역사가 침전된 사람의 살아 있는 본디 모습을 만나게 된다. 그러나 그는 정확히 말해 그 의미라면 1950년대 작가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손창섭, 장용학 등의 바로 뒤를 잇는, 최인훈 등과 더불어 1950년대 2기에 속하는 작가이다. 그는 1955년, 문학예술> 7월호에 <탈향>을 발표하여 문단에 정식 등장한 것이다. 그러나 이른바 1950년대 작가군과 무언중의 단절이야말로 이호철 소설의 문학사적 위치가 담겨 있다. 왜냐하면, 그들을 곧바로 추월하여 그들을 1950년대로 밀쳐 버리고 1960년대를 성큼 끌어안았기 때문이다. (……) 이른바 전후문학 작품계열에 속하는 <나상> 등 일련의 초기작들은 1950년 한국전쟁 당시에 인민군으로 참전했다가 포로가 되었으며, 일시 풀려나 고향에 돌아갔으나 다시 단독으로 월남한 그 자신의 실제 삶이 고스란히 반영된 체험문학이다. 실제로 작가는 자전적 요소가 승하다고 해서 작중상황이 그대로 작가의 경험은 아니라고 하면서도, <만조>, <탈향>만은 작가의 분신같이 여겨진다고 그 향수를 고백한 바 있다. 사실 <탈향>, <만조> 등에서는 아직 민족과 역사에 대한 객관적 시선은 자리잡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작가가 이들 작품 속의 인물을 분신처럼 여기는 것은 작가 자신이 당시 열여덟의 나이였고, 바로 그 나이에서 급작스레 맞이한 낯설고도 폭력적인 상황에 자기 생존을 추스르기도 바쁜, 고향을 상실해 버린 존재의 외로움, 그런 존재의 자화상을 보여 주고 있기 때문이다. (……) 실제 작가는 자신의 문학을 ‘리얼리즘’이란 척도로 가두려는 것을 강하게 부정한다. 오히려 ‘낭만주의’에 더욱 친화감을 내보인다. 이런 작품 경향과도 관련해서도 이 묘한 울림을 던져 주는 ‘천진난만성’의 해명은 더더욱 필요해진다. 실제로 이 천진난만성은 <판문점>에서도 <소시민>에서도 지속적으로 관통되는 이호철 문학의 본성과 같은 것이며, 나아가 그의 소설만의 독특한 성격을 부여한다. 가령 <판문점>에서 심각한 이야기를 하는 북의 여기자에게 “이봐, 금니 어디서 했어?”, “살구알 냄새가 나, 네 머리에서”를 읊조리는 ‘나’, 그리하여 작품 대미를 “기집애, 조만하면 쓸 만한데, 쓸 만해”로 장식하는 작가의 처리는 상식을 뛰어넘는 작가적 기질의 산물이다. 사실 <판문점>은 작가의 초기작품과 후기의 리얼리즘적 경향을 연결시켜 주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아 왔다. 또한 형과 형수의 소시민적 생활 속에서, 그리고 남북의 이질적 대화 속에서 극심한 소외감을 느끼지만 결국 통일되고 말 것임을 주의 깊은 시선으로 던져 준 작품으로 인식되어 왔다. 오히려 그런 점에서 <판문점>의 주인공을 통해 말하고자 한 바는 단순한 소외감의 표출이 아니라 근원적인 어떤 성정(性情), 나아가 외적 상황에 파괴되어 가는 ‘벌거숭이 인간성’의 중요성을 환기시켜 준 데 있지 않을까. 그 표출 형태야 어떨 때는 재기발랄함으로, 혹은 비비꼬임으로, 혹은 쓸쓸함으로 드러날지라도 말이다. (……) ‘판문점, 소시민, 그리고 큰 산’, 임규찬, <소시민>, 동아출판사, 1995
작가의 말
1960년 4·19 직후 나는 처음으로 신문사 취재기자들 틈에 섞여 판문점에 갔었는데, 그때 보고 들은 일을 소설로 써본 것이 <판문점>이다. 소설 속에 나오는 북쪽 여기자는 비슷한 모델은 있었지만, 피차의 토론 내용이나 소나기 오는 속의 사건은 완전 허구다. 5·16 나기 직전에 나는 다시 판문점에 갔었는데, 그러니까 그때는 불과 몇 달 전에 <사상계> 잡지에 소설이 발표된 직후였다. 3월호에 그것이 발표되었으니까. 그때 일로 기억나는 것은, 내가 <판문점>을 쓴 작가라는 것을 북쪽 기자들은 이미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소설 속에 나오는 북쪽 여기자는 이미 눈에 안 보였고, 펑퍼짐한 한복 차림의 나이든 쪽의 여기자만 나와 있었는데, 그녀는 슬쩍 지나가는 소리 비슷이 <판문점>을 읽은 낌새를 비쳤을 뿐 이렇다 저렇다 말은 전혀 없었다. 마침 붉은 완장을 찬 소련의 <프라우다> 기자 한 사람이 나와 있었고, 그녀는 그 소련 기자와 뭐라 뭐라 노어로 이야기하더니, 나더러 인터뷰에 응해줄 수 없느냐고 물었다. 나는 완곡히 사양했다. 그 당시 서울 거리는 정치·사회·문화 할 것 없이, 한창 시끌덤벙하던 때여서 섣불리 응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 대신 나는 그 <프라우다> 기자에게 소련 문단사정을 몇 마디 물어보았었다는 기억이다. 물론 그 여기자가 통역을 해주었다. 이전(梨專)을 나왔다는 그 여기자는 나보다 나이도 조금 위여서, 나는 그녀의 핸드백을 슬쩍 열어보기도 하였는데, 그녀는 숙녀 핸드백을 열어 보는 건 실례라고 웃으면서 한마디로 핀잔을 주었다. 그때 들여다본 핸드백도 인상적이었다. 별로 아무 것도 들어 있지 않았던 것 같다. 간단한 크림통 하나가 있던가. ‘작가의 말’, 이호철, <판문점>, 청계, 1988
관련도서
<한국현대문학대사전>, 권영민 편, 서울대학교출판부, 2004 <소시민>, 이호철, 동아출판사, 1995 <’탈향’에서 ‘한살림 통일’로>, 이호규, 나이스북 독서교육, 2005 <한국 소설과 근대성 담론>, 김정남, 국학자료원, 2003 <이호철 소설 연구>, 이호규, 새미, 2001 <이호철 소설의 일반론 및 작품론>, 천이두 외, 새미,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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