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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조망

작품명
철조망
저자
강용준(姜龍俊)
구분
1960년대
작품소개
주인공 민수가 포로수용소의 비밀 지하실(地下室)에 감금당한 채 좌익(左翼) 포로들로부터 심한 고문을 받고 있다. 쿠데타를 일으키려다가 체포된 것인데, 어쨌든 민수는 탈출하지 않으면 그들에게 살해당할 처지에 놓여 있다. 그가 자백(自白)의 강요에 응한다면 살 길이 열릴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비겁한 자백보다 죽음을 택하려고 한다. 물론 개죽음을 당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가 택한 최후의 길은 비록 죽음을 초래하는 것일지라도 자유에의 탈출이다. 그는 지하실을 빠져 나와 철조망을 타고 올라간다. 손과 발이 찢어져 피가 흘러내린다. 그는 무엇 때문에라는 뚜렷한 목적의식도 없이, 거의 본능적으로 삶을 찾고자 탈출을 시도하고, 결국 최후의 순간에 총에 맞아 죽어 가는 것이다.
저자
강용준(姜龍俊, 1931~) 1931년 11월 29일 황해도 안악 출생. 1950년 평양사범대 재학 중 인민군으로 한국전쟁에 참여했다가 포로가 되어 3년 동안 동래, 거제도 등지에서 수용소 생활을 했다. 1953년 반공포로석방 때 풀려나 이듬해 공병장교로 국군에 재입대했다. 군복무 중이던 1960년, 거제도 좌익 포로수용소 안에서의 좌우익 충돌 사건을 소재로 한 단편 <철조망>이 <사상계> 제1회 신인문학상에 당선되어 문단에 데뷔했다. 이후 1963년 전역할 때까지, 한국전쟁과 포로수용소 체험을 리얼하게 다룬 <기습작전기>(1961), <설원(雪怨)>(1961), <석척(蜥蜴)의 항고>(1966), <둔주곡>(1962), <첩보대원>(1963) 등을 발표했다. 전역 후 사상계사(1964~1966)와 한국해외개발공사(1966~1968) 등에 근무하면서 <방패>(1964), <아담의 길>(1965), <유희의 끝>(1966), <승급유예기>(1968) 등을 발표했고, <멀고 긴 날의 시작>(1967), <입소기>(1970) 등 여러 편의 연작소설도 썼다. 소설집으로는 <태양을 닮은 투혼>(1968), <철조망>(1977), <낯설은 방>(1989), <탄>(1994) 등이 있다. 1971년에는 중편 <광인일기>로 제4회 한국창작문학상을, 1976년에는 장편 <밤으로의 긴 여행>으로 제1회 반공문학상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리뷰
소설은 어떤 유형의 체험이든지, 그것의 현상적인 표현이라 할 수 있다. 그 체험을 일종의 원광이라 한다면 그것을 제련하는 과정에서부터 세공의 공정에 이르는 일체의 과정을 현상화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원광에서 세공에 이르는 전 과정에 원인적 배경이 되어 주는 창조적 에너지야말로 상상력의 세계이다. 한국인들이 체험한 비극적 실상 중에서 가장 분명하고 치열한 것 중의 하나가 625 사변, 이른바 남북간의 골육상쟁이다. 많은 작가들이 남북전쟁을 작품의 소재로 다루어 왔고 현존하는 작가들의 대부분이 625를 실제로 체험한 세대들이며 어떤 경우는 실전에 참가한 작가도 있고 정훈작가단의 구성원이 되어 전장에 참여한 문필가도 적지 않다. 그런데 625를 작품의 소재로 선택한 내용들을 보면 대체로 반공 이데올로기가 중심이 되어 있고 전쟁 그 자체가 지닌 근원적인 의미를 추적한 경우란 대단히 드물었던 것으로 보인다. 강용준의 문학은 바로 이와 같은 한국의 평범하고 일상적이던 전후소설계에 있어서 가장 전형적인 전쟁소설 작가로의 가능성과 한편으로는 전쟁의 후유증 때문에 이지러지고 파괴된 개인의 삶을 추구하는 휴머니스트로서의 가능성을 아울러 보여주면서 1960년 작품 <철조망>으로 작가로서의 출발을 삼았다. 그는 황해도 안악이 출생지이고 평양사범학교를 다니다가 괴뢰군에 징집되어 전투에 참전했으며, 전쟁 중에 포로가 되어 거제도, 광주 등지의 포로수용소 생활을 거친 뒤, 국군 장교로 임관되었다가 예비역 대위로 전역했다는 이력을 가지고 있다. 이와 같은 그의 이력 자체가 이미 앞에서 지적한 일종의 문학적 원광으로서 귀중한 체험을 확보하고 있는 셈이며 <철조망>, <광인일기>, <화녕장기행> 등으로 이어져 온 그의 문학작품들은 그가 그의 원광을 얼마나 고도한 기술과 안목에 의하여 세공까지의 과정을 거쳤는지 확인하게 한다. 바꾸어 말해서 그의 참전체험은 그의 고향이 이북이라는 사실을 제외하고서라도 그가 거제도 포로수용소라는 유례없이 드라마틱한 현장체험을 확보하고 있는데다가 공산군에서 국군장교로 변신하기까지의 수다한 우여곡절, 죽음에 가까운 위기, 사선을 넘는 체험들로 복합되어 있다는 데에 유별한 바가 있다는 뜻이다. 그의 데뷔작인 <철조망>에서 우리는 그토록 악명 높고 비참하기 짝이 없었던 포로수용소의 내부를 볼 수 있다. 단순한 상상력의 결과로서 만들어진 이야기가 아니라 작가 자신의 체험이 바탕을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소설 이상의 긴장과 실감을 갖게 되기도 한다. 포로들간의 피비린내 나는 갈등과 빨치산들의 교묘한 준동, 민간인과 미군과의 험악한 관계, 잔악하고도 끔찍한 폭력과 살육 행위, 고문과 음모와 포로들의 심리적 불안, 이런 이야기들은 이 작품이 아니더라도 625를 겪은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잘 기억하고 있는 일이다. 그러나 작품 <철조망>은 그와 같은 비극적 사건을 이야기로 만들어보겠다는 결의에 의해서 쓰여진 것이 아니라 그 이야기의 배후를 이루고 있는 절망과 그 의식의 상황을 기술한다는 데에서 핀트를 발견하게 된다. 이를테면 사건소설의 범주를 넘어서 사건의 심층에 도사리고 있는 이데올로기와 그 밑바닥에 스며들어 있는 절망과 생명에 대한 집착- 그런 것들이 더욱 짙은 오브제로 내비치고 있다. (……) 최악의 경우 언제나 버려야 할 주체스런 생명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 포로들의 생활- 그 속에서 얻어지는 것은 피의 보상으로 역사에 기록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갖는다. 그러나 그것조차 얼마나 허망한 것이고 신뢰할 수 없는 것인가는 깨닫는다. 그리하여 고문을 거듭 당하던 주인공 민수는 이렇게 절대적인 무의 세계를 체험한다. “참으로 이제는 무엇이 무서운 것 같지도 않다. 이것은 사실이다. 무섭다는 건 살아있는 의식이 대상을 느낄 수 있을 때 할 수 있는 얘기인 것이다. 이들, 검은 사나이와 조그마한 덩지의 선병질과 둘러선 장정이 지금 니의 대상인가 그럴 수가 없다. 단지 물건일 뿐이다. 차라리 물건도 아니다. 아무것도 아니라는 말이 옳을 것이다. 이건 자학도 아니다. 그저 아무것도 아니란 말이다. 무다 무, 무 속에 공포 같은 것은 없다.” 이와 같이 주인공이 체험한 것, 그리고 체험의 기록은 단지 외형적인 드라마에 국한되지 않고 의식의 드라마 쪽으로 확산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점들이 바로 강용준 문학의 단호한 특질을 이룬다. 생명과 생존의 현장에서 공포와 절망과 고통의 시간들을 체험하고 생명의 포기를 각오해야 하고 마침내 무의 밑바닥에서 허덕이는, 이른바 현존재의 무상성 속으로 굴러 떨어지는 것이다. (……) 강용준의 문학은 이와 같이 이데올로기나 사건에 의해서 야기되는 드라마를 바탕으로 한다. 그러나 그것에서 일상적인 것의 또는 사물과 인식의 껍데기 속에 있어야 할 어떤 것을 찾아낸다. 그리고 그것은 행동과 관념의 미묘한 교직상태를 형성하면서 소설이 사회적인 공증의 역할과 미적 감동의 두 가지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것이다. ‘강용준의 작품세계’, 홍기삼, <철조망>, 삼중당, 1977
관련도서
<한국현대문학대사전>, 권영민 편, 서울대학교출판부, 2004 <한국 근대문학과 사회>, 서준섭, 월인, 2000 <철조망>, 강용준, 삼중당, 1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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