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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선의 사

작품명
혜선의 사
저자
전영택(田榮澤)
구분
신문학의 등장~1910년대
작품소개
전근대성을 극복하지 못하고 죽음을 택하는 한 여인을 통해 남존여비의 인습을 비판하고 있는 소설이다. 혜선은 중류층 가정에서 1남 1녀 중 딸로 태어난 평범한 여인이다. 대개 그렇듯 아들은 사랑을 한 몸에 받고 혜선은 별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자란다. 그러던 중 남동생이 아홉 살에 병으로 죽고 어머니도 화병으로 죽게 되면서 혜선은 숨막히고 암울한 소녀 시절을 보낸다. 혜선은 열 여덟 살에 결혼을 한다. 그러나 결혼은 말뿐, 남편은 동경으로 유학을 가고 혜선은 혼자 남게 된다. 아버지의 권유로 스물 한 살에 여학교에 들어가지만 그곳에서도 신여성들의 의식에 동화되지 못한다. 명목뿐인 결혼생활에 주위의 친구들과 사촌오빠가 이혼을 권유하지만, 혜선은 결혼을 유지하려고 애쓴다. 그러던 중 남편이 다른 여자와 결혼을 하고 아버지에게 이혼을 청구한 사실을 알게 된다. 이에 혜선은 여자로 태어난 슬픔을 평생의 원(怨)으로 간직한 채 한강에 투신해 생을 마감한다.
저자
전영택(田榮澤, 1898~1968) 호는 늘봄, 밧늘봄, 장춘(長春), 추호(秋湖). 1989년 1월 18일 평남 평양 출생. 1910년 평양 대성학교를 중퇴하고 진남포 삼숭학교(三崇學校)와 서울 관립의학교 교원으로 근무하였다. 1912년 아오야마학원(靑山學院)) 중학부 4년에 편입하여 1918년 동 학원 대학 문학부를 졸업했다. 1919년 김동인·주요한·김환 등과 함께 문예 동인지 <창조(創造)>의 동인으로 문단활동을 시작하였고, 도쿄에서 학생 독립운동에 참가하기도 하였다. 1930년 미국에서 흥사단에 입단하였고, 1961년에 한국문인협회 초대 이사장을 역임하였으며 1968년에 사망하였다. 그는 단편 <혜선의 사>(1919), <천치? 천재?>(1919) 등을 <창조>에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문학활동을 시작하였고, 이 작품들은 그의 관심이 어떻게 하면 자연스러운 소설을 창작할 수 있는가에 집중되어 있었다는 점을 보여준다. 한편 <생명의 봄>(1920)과 <독약을 마시는 여인>(1921)은 기미독립운동과 관련한 전영택 자신의 실생활과 긴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작품이다. 이들 작품을 비롯하여 <화수분>(1925), <순교자 베드로> 등은 모두 죽음을 제시하고 있다. ‘생명’을 남달리 중시하는 이 작가의 작품에서 죽음이 많이 그려져 있는 것은 죽음을 통해서 생명과 삶의 의미와 가치를 비로소 이해할 수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김동인이 그를 일컬어 ‘예각적으로 본 인생관을 인도주의에 연결한 작가’라고 지적한 것처럼, 그의 문학세계는 기독교적인 신앙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작위적인 허구성을 배제하고 인도주의와 인간애를 지향하고 있다. 1950년에 발표된 <소>에서도 분단의 비극에 의한 남북 민간의 상호 증오와 적대관계의 심화과정을 인도주의로 해결해 보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 소설집에 <생명의 봄>(1921), <하늘을 바라보는 여인>(1958) 등이 있다.
리뷰
김배균: 전영택이 1919년에 발표한 <혜선의 사>에서 ‘혜선’은 남편의 이혼 요구에 투신자살로 대응합니다. 한편 1925년에 발표한 <화수분>에서는 화수분의 ‘딸’을 살려내지요. 이 차이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까요? 박헌호: 한 작가의 작품을 매양 동일한 선상에서 말할 수는 없다는 말씀을 먼저 드립니다. 역사적 상황과 작가의 인식 변화도 있지만 작품 그 자체의 논리도 있는 것이지요. 먼저 ‘혜선’의 죽음은 그녀의 현실인식이 여전히 개인적 차원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라는 점을 지적할 수 있습니다. 당시 막힌 현실에 대한 문학적 저항이라는 점에서 나름의 의의를 지니며, 또한 정말 1919년의 상황이 그만큼 막막한 것이었다는 점도 이유로 들 수 있습니다. 오랫동안 식민지조선은 ‘개화된 여성’에 대해 폭력적인 태도를 유지했으니까요. 하지만 작품에 드러난 혜선의 고민 내용이 여전히 추상적이며 주관적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은 지적해둘 만하지요. 그런 점에서 <화수분>이 일가족의 몰살로 끝나지 않은 점은 일정한 차이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현실에 대한 좀 더 적극적인 해석의지의 발현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지요. 다만 그것이 본질적인 차이인지에 대해서는 더 면밀한 분석이 있어야겠습니다. (……) 김배균: 전영택은 소설가이며 목사입니다. 전영택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기독교적 특성을 그의 문학사적 업적이나 위상과 연결해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박헌호: 전영택은 주로 최초의 순문예지 <창조>의 동인이었다는 점과 연관하여 평가가 이루어졌습니다. 특히 목사이면서도 초기작 대부분이 예술주의적 지향을 보여줬다는 점도 잊을 수 없지요. 전영택은 김동인과 더불어 이광수의 계몽적인 문학에 반발하여 문학의 자율성을 주장하고 이를 작품화하려 노력했습니다. 그의 대표작들을 예술과 종교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 속에서 인간성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천치? 천재?>가 보여주듯, 타인과의 진정한 관계를 회복하려는 시도는 전영택의 종교적·인도적 관점이 인간관계의 진정성을 추구했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지요. 하지만 후기에 이르면서 그의 작품들이 기독교를 선교하거나 반공주의를 재생산하는 교조적 언설이 됨으로써 이러한 평가가 초기에 국한되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 김배균: 현진건·나도향·전영택의 작품들을 보면 죽음으로 결말을 맺는 작품들이 많습니다. 왜 그렇게 처리했을까요? 박헌호: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막힌 현실의 반영이라고 할까요? 죽음은 인간세상에서 모든 것의 종말을 의미합니다. 적어도 죽는 사람에게는 세계의 종말인 거죠. 그것은 작품을 비극적인 정취 속에서 한없이 고조시켜 줍니다. 현실에 분노하되, 현실을 타파할 힘이 없을 때, 비극적 종말은 삶의 극한성을 예시함과 동시에 새로운 시작의 출발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죽임이 발에 차일 만큼, 당시 식민지 현실이 비참했던 것도 원인이지요. 그러나 자신들의 작품 결말을 죽음으로 종결함으로써, 막막한 현실을 드러내면서 동시에 새로운 삶의 시작을 꿈꾼, 당시 작가들의 소망이 역설적으로 담긴 것이라고 한다면 너무 관대한 해석일까요? 물론 비극적이면서도 성급하게 작품을 종결하려 한 당시 작가들의 미숙한 솜씨를 옹호할 수만은 없는 일이겠지요. (……) - ‘현실을 찾아가는 여러 갈래길’, 김배균·박헌호, <현진건 나도향 외>, 창비, 2005
작가의 말
나는 문학이라고 할 만한 것을 가지고 있지도 못하지만, 내가 쓴 작품에 대하여 스스로 이야기할 무엇이 없다. 그러나 <현대문학>이 모처럼 청하는 것을 물리치기도 미안하여, 생각되는 것을 써보려고 한다. 나의 과거 생활을 돌이켜보아서 이렇다 할 생활도 없다. 단순한 생활을 되풀이했을 뿐이다. 그래도 무슨 이야깃거리가 있지 않겠느냐, 나의 문학과 관계해서 쓸 생활이 그렇게 없겠느냐 하고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나라는 인간은 극히 고지식하고 내향적이요, 의지가 약해서 적극성이 없고 한번 시작한 일은 기어이 끝을 보고야 말겠다는 줄기찬 의지가 없다는 것이 내 과거를 지배해왔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라기보다 솔직한 고백이다. 내가 무엇이 있다면 불쌍한 사람의 불쌍한 일을 듣거나 볼 때에, 남달리 애처롭게 생각하고 불쌍히 여겨서 눈물을 흘리는 버릇이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눈물이 많은 인간이라고 할지 모른다. 억지로 나 자신을 이름지어 말해본다면 마음이 약한 사람이요, 좋은 말로 한다면 ‘애정의 사람’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몇 편 못 되는 내 작품을 생각해보면 위에서 말한 나라는 인간 자체가 반영되어 왔다는 것은 피치 못할 사실이다. 그리고 내가 지내온 일을 생각해보면 아주 어린 시절과 최근의 일을 내놓고는 언제나 가난에 쪼들리고 걱정, 불안, 곤고의 연속이었다고 할 수 있다. 거기에다가 나는 꾀가 없고 세상일에 약지 못해서, 번번이 실패를 거듭하고 따라서 가끔 후회하기를 잘했기 때문에, 게다가 내 체질이 약했고 건강치 못했기 때문에, 내 일생은 실패의 일생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것 저것 몇 가지 적은 것이 나라는 사람의 성격이요, 또 지내온 경과라고 할 수 있다. (……) ‘눈물과 애정의 편력’, 전영택, <현대문학>, 1965. 6
관련도서
<한국현대문학대사전>, 권영민 편, 서울대학교출판부, 2004 <전영택전집>, 전영택, 목원대학교출판부, 1994 <한국근대소설사 연구>, 김윤식, 일지사, 1988 <한국현대소설사>, 이재선, 홍성사, 1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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