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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제

작품명
성탄제
저자
김종길(金宗吉)
구분
1950년대
저자
김종길(金宗吉, 1926~) 본명은 김치규(金致逵). 1926년 11월 5일 경북 안동 출생. 고려대 영문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영국 세필드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한국시인협회장, 고려대 교수를 역임하였고 1978년 목월문학상을 수상하였다. 194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시 <문>이 입선하여 등단한 이후 시인과 시론가로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었다. 시집 <성탄제>(1969), <하회에서>(1977), <황사현상>(1986), 시론·평론집 <시론>(1965), <진실과 언어>(1974), <한국시의 위상>(1986) 등을 간행하였다. 그의 시적 특징은 명징한 이미지와 고전적 품격에서 비롯되는 정신적 엄결성(廉潔性)이라 할 수 있다. 그의 시는 조만간 사라질 유한한 것들의 아름다움이 구성하는 세계와 이 세계 속에 순간적으로 존재하는 자아라는 두 개의 축으로 이루어진다. 그는 세계와 자아의 대립적 긴장 가운데 균형을 유지하는 절제의 정신을 견지한다. 절제와 극기의 태도는 그의 시적 감수성 속에 자리잡고 있는 한시적 전통, 혹은 유가적 정신에서 연유한다. <신천사가(新處士歌)>나 <고고(孤高)>에는 세속에 처하면서도 세속에 물들지 아니하고 초연한 태도를 견지하는 전인적 정신이 드러난다. 김종길의 시가 보여주는 예민한 이미지스트로서의 감각과 유가적 정신성의 조화는 한국 현대시가 가지는 득의의 부분이라 할 것이다. 영문학자이면서도 고전적 소양에 시세계의 근원을 둔 김종길은 시론 또한 고전적 안정성과 균형 감각을 지니고 있어 학문적 성과를 뚜렷하게 하고 있다. 1955년 4월 <현대문학>에 발표한 김종길의 시 작품. 1969년 삼애사에서 발간한 첫 시집의 표제시이기도 하다. 이 시는 어린 시절 심한 열병을 앓던 어느 겨울밤, 눈 속을 헤치며 산수유 열매를 따온 아버지에게서 느꼈던 육친애가 골격을 이루고 있다. 육친애에 근거한 수직적 사고는 유가적 가부장 체계를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눈 속을 헤치며 아버지가 따오신 산수유 열매로 나는 치유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어른이 된 화자는 아버지의 서늘한 옷자락을 새삼 느끼게 된다. 삽화적 이야기의 회상을 통해 아버지와 화자는 자연스럽게 조우한다. 서른이란 나이는 아버지의 나이이기도 하며 화자 자신의 나이이기도 하다. 아버지의 그 나이가 되어서 화자가 반추하는 아버지의 애정은 과거의 열병에 대한 치유인 동시에 현재의 치유로 작용한다. 성탄제라는 시간은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리는 피상적 축제가 아니라 열병의 치유와 아버지의 나이가 되어서 새롭게 깨닫는 각성의 시간으로 인식된다. 예수도, 성모 마리아도 보이지 않고 오직 아들의 병구완에 정성을 쏟았던 아버지의 모습만이 돋보이는 거룩하고 고요한 밤은 가부장적 질서에의 그리움이라는 의식의 단면을 드러내는 것이다. <성탄제>가 김종길의 정신적 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유가적 가부장제 질서의 한 구현이라고 볼 수 있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한국현대문학대사전>, 권영민 편, 서울대학교출판부, 2004 김종길의 시는 고전적 품격을 지니고 있다. 그것은 매우 절제된 언어와 감정으로부터 비롯된다. 그의 절제된 언어는 명징한 이미지를 낳고, 절제된 감정은 높은 정신성을 보여준다. 그의 시는 거의 언제나 어떤 풍경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 풍경은 아주 선명한 이미지로 제시된다. 그래서 그의 시를 이미지즘이라고 말해도 별 무리가 없다. 낱말들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그 이미지들은 읽는 이의 가슴속에 명징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김종길의 시가 솜씨 좋게 보여주는 이미지들은 풍경의 제시에 그치지 않는다. 그 이미지들은 궁극적으로 그 속에 그려진 풍경이나 사물을 대하는 시인의 마음과 정신을 보여준다. 그것은 점잖고, 넉넉하고, 깊고, 높다. 이런 점에서 필자는 김종길 시인을 ‘명징성(明澄性)과 엄결성(廉潔性)’의 시인이라고 부른 적이 있다. 김종길은 50년에 가까운 시력(詩歷)에도 불구하고 시집 한 권 분량의 시를 썼을 뿐이다. 이것은 절제와 완벽을 기하려는 그의 엄결성의 결과일 것이다. 그런 만큼 오랜 시작 기간 동안 시풍이나 시 세계도 별로 변화하지 않았다. 언제나 변함없이 언어를 잘 다듬어 명징한 이미지를 만들고, 세상과 인생을 지그시 바라보는 시인의 시선은 한결같다. 그래서 우리는 김종길의 어떤 작품을 읽어도 이러한 미덕을 발견할 수 있다. 그의 시는, 시대적 변화를 초월하는 가치, 즉 고전적 품격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 김종길의 시에 대하여, 필자는 예전에 다른 글에서 했던 말을 다시 한 번 반복하여 이 글을 마무리하고 싶다. 그것은 다음과 같다. ‘그의 작품들은 모두 완성도가 높으며, 우리 현대시사에서 독특한 지위를 차지한다. 그것은 이미지즘에 정신성을 부여했다는 점일 것이다. 우리 현대시에서 이미지즘이라면 통상 형식과 기교에의 치중과 경박한 모더니즘을 환기시킨다. 그러나 김종길의 시는 이미지즘을 솜씨 있게 구사했을 뿐 아니라 높은 정신성의 추구로 나아갔다. 높은 정신성의 이미지즘은 서구적이고 현대적인 것이면서 동시에 동양의 한시, 특히 선시 같은 데서 빈번히 만날 수 있는 것이라는 점에서 전통적이기도 하다. 명징성과 엄결성을 지닌 김종길의 시는 이 점을 무리 없이 조화시키고 있다.’ ‘고전적 품격 갖춘 높은 정신성의 이미지즘’, 이남호, <한국대표시인선 50>, 중앙일보사, 1995
작가의 말
(……) 이 작품(<성탄제>)이 <현대문학>에 처음 발표된 것은 1955년이었지만 쓰여진 것은 1953년 12월이었다. 그때 나는 대구에서 대구공업고등학교 교사이면서 경북대학, 대구대학, 효성여대 및 청구대학에 출강하고 있었다. 194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은 일찍 한 셈이었으나 그해 9월부터 고려대학 영문과에 편입하여 영어영문학을 공부하느라 시작(詩作)을 억제한 것이 타성이 된 데다가 과중한 강의 부담으로 시를 거의 쓰지 못하고 있을 때였다. 그러나 12월 20일 무렵이면 겨울방학이 시작되어 수업이나 강의에서 해방되고 성탄제 가까운 대구의 거리는 차분히 가라앉은 분위기가 되어 시라도 쓰고 싶어지는 것이었다. 이 작품은 바로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쓰여졌다. 제목이 <성탄제>가 된 것도 쓰여진 시기와 관계가 있다. 그러나 이것은 성탄제, 즉 크리스마스에 관한 작품이 아니라 나의 어릴 적을 회상하는 작품이다. 그 회상이 성탄제 가까운 대구의 거리에서 이루어진 점과 ‘애처로이 잦아드는 어린 목숨’이 할머니와 아버지의 사랑으로 살아난 것을 하나의 거룩한 탄생과 견주어 생각한 것이 <성탄제>라는 제목을 달게 한 것이다. 이 작품은 우리 집안의 가족사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여기서 어머니가 나오지 않는 것은 내가 일찍 어머니를 여의었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내가 태어난 지 2년 반 만에 스물셋의 젊은 나이로 돌아가셨다. 그리고 그 뒤 일 년 남짓 지났을 때 나는 감기 뒤의 폐렴(지금 추측컨대)으로 한 달 가량 몹시 앓았다고 한다. 내가 자란 뒤 어른들이 일러주어서 알았을 뿐만 아니라 나도 그 때의 몇 장면들은 어렴풋이나마 기억하고 있다. 이 작품은 그중의 한 장면을 회상한 것이다. (……) ‘<성탄제>에 대하여’, 김종길, <시와 삶 사이에서>, 현대문학, 2005
관련도서
<한국현대문학대사전>, 권영민 편, 서울대학교출판부, 2004 <한국대표시인선 50>, 중앙일보사, 1995 <시와 삶 사이에서>, 김종길, 현대문학, 2005 <시와 시인들>, 김종길, 민음사, 1997
연계정보
-김종길(金宗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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