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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물이 되어

작품명
우리가 물이 되어
저자
강은교(姜恩喬)
구분
1970년대
저자
강은교(姜恩喬, 1945~)1945년 12월 13일 함남 홍원 출생. 서울에서 성장하면서 경기여중·고와 연세대 영문과 및 동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했다. 1968년 <사상계> 신인문학상에 시 <순례자의 잠>이 당선됨으로써 시단에 등단하였다. 이후 김형영(金炯榮)·윤상규(尹常奎)·임정남(林正男)·정희성(鄭喜成) 등과 함께 <70년대> 동인으로 활동하면서 시작활동을 하였다. 강은교의 시 세계는 허무의식을 통하여 존재의 의미를 탐구하던 초기 경향에서 시대와 역사의 문제를 탐구하는 데로 전개되었다. 시집 <허무집>(1971), <풀잎>(1974), <빈자일기(貧者日記)>(1978), <소리집>(1982), <붉은 강>(1984), <바람 노래>(1987), <슬픈 노래>(1988), <벽 속의 시집>(1992) 등을 간행하였다. 한국문학작가상(1975), 현대문학상(1992) 등을 수상했다. 강은교의 시세계에서 볼 수 있는 초기의 허무주의적 경향은 1980년대 이후 일상적 삶에 대한 관심과 함께 보다 긍정적인 관점으로 삶을 바라보는 태도로 전환한다. 이 작품은 이 같은 시적 변화의 과정을 통해 도달하고 있는 너그럽고도 포근한 정서를 기반으로 삶에 대한 사랑의 깊은 의미를 노래하고 있다. 이 작품은 전체 4연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연부터 제2연까지는 물이라는 이미지를 기반으로 하는 우리들의 만남을 회구한다. 여기서 물은 생명이며 축복이다. 죽은 나무를 적시며 강물을 이루고 바다로 나가는 물이 된다는 것은 생의 궁극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제3연에서는 시상이 전환된다. 여기서는 물의 화해로움과 사랑의 의미 대신에 불의 이미지로 이루어진 현실적인 투쟁적 만남이 문제시된다. 불은 파괴이며 징벌이며 죽음이다. 불의 만남은 열정적인 승화라기보다는 생명이 없는 숯으로 남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시인은 제4연에서 불의 고통과 번뇌와 파괴와 죽음을 모두 넘어선 다음에 다시 물로 만나기를 회구한다. 이것은 삶에 대한 긍정이면서 동시에 강한 희망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현대문학대사전>, 권영민 편, 서울대학교출판부, 2004 그의 초기시에서 나타나는 허무 의식은 1960년대 후반과 1970년대 초의 외부적 현실의 복합적인 어둠과 소외에서 비롯되며 아울러 그러한 외압을 존재의 근원적 물음으로부터 응답하려는 진지한 시 정신의 발로이다. 그것은 인습적 감상을 벗어버리기 위해 때로 존재의 풍요로운 숲을 지키는 밤 부엉이의 눈으로 사물들의 흔들림과 스러짐을 응시하면서 내적 성숙을 추구한다. 그는 주변 현실의 흔들림을 현상적 흔들림으로만 바라보지 않는다. 시적 대상에 접근하는 그의 시 정신은 무한천공(無限天空)으로, 혹은 생사를 넘어서 근원적 허무의 세계로까지 인식의 끈을 풀어놓는다. 시 <자전(自轉) 1>에서처럼 존재하는 것들의 넘어짐, 저뭄, 흩어짐, 부서짐 등의 덧없음을 통해서 그가 발견한 것은 궁극에는 모두가 ‘아름다운 모래’로 해체될 삶의 긴 그림자에 대한 새로운 각성이었다. 서정주의에 머무르거나 거친 언어와 이념의 틀 속에 시 의식이 함몰되었던 당대의 풍토에서 사물에 대한 이러한 각성은 우리의 근대시에서 사물에 대한 시적 인식의 심화를 도출하는 새로운 인식의 지평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바리데기, 가장 일찍 버려진 자이며 가장 깊이 잊혀진 자 노래하다’라는 부제가 곁들여 있는 시 <어떤 흐린 날>을 보면 그의 해체된 삶에 대한 허무와 비극적 태도가 뚜렷이 드러난다. 횟집에서 파헤쳐지고 잘게 저며지는 물고기의 처참한 현 존재와 생기 넘친 과거를 대비시키면서 시적 주체는 시를 읽는 이로 하여금 우리도 언젠가는 저렇듯 참담하게 해체될 비극적 운명을 각인시키며, 동시에 그 해체의 몸은 본질적인 삶의 편에서 보면 ‘긴 그림자’에 불과하다는 초월적 의식의 해방을 보여주기도 한다. (……) 허무의 관조로 내디딘 죽음 저편에서 그가 듣고 보는 것은 시 <풀잎>의 ‘뒷날에 부는 바람, 눈비, 울며 떠나는 당신들’의 모습이다. 이제 그의 시 의식은 시적 주체가 육신의 경계인 ‘살(肉) 밖으로 나가 앉는’ 경지에서 울며 세상을 떠나는 사람들이 지닌 죽음에 대한 세속적인 감정에서 해방될 만큼 자의식이 현실의 경험을 넘어선다. 이러한 시적 체험은 그의 시를 무속적 비가로 연주하게 하지만, 그것이 그의 시를 신비주의로 인도하는 것은 아니다. 그의 신화적 원형의 발상은 오히려 삶에 대한 명료한 시의식과 태도를 반영한다. 시 <우리가 물이 되어>에서 나타나듯 그가 추구하는 세계는 본질적으로 전인미답의 순수한 화해를 환기시킬 수 있는 ‘넓고 깨끗한 하늘’로 상징되는 새로운 창조적 만남의 공간이다. 그의 시적 관념이 지향한 곳은 결코 형이상학적 종착이 아니며, 분열된 의식의 입체적, 관조적 시각은 인습적인 삶의 그림자에 대한 성실한 반성의 자세로 보는 것이 옳다.(……) 그의 시가 지닌 훌륭한 가치는 아마도 생명의 내면적 비밀을 터득한 데 있다고 생각된다. 생명 스스로 존재하는 자연법, 소멸하면서 다시 창조를 불러일으키고, 빈 곳에서 다시 세상의 새로운 충만이 이루어지는, 나아가 지극히 작은 하찮은 미물의 움직임에 귀를 기울여야만 우주의 조화와 운행의 법칙을 구체적으로 체득할 수 있는 하늘 나라의 비밀을 여느 시인들보다 깊이 들여다보고 있는지 모른다. 그것은 관념으로만 도달되는 세계는 결코 아니다. 그의 남다른 생의 체험과 진실하고 성실한 내면과 외연 세계의 고리와 매듭 풀기의 끈질긴 탐구와 시적 상상력의 구도적 의지에 의해 쌓인 시적 결정일 것이다. ‘생명의 내면적 비밀, 영원한 숨길과의 속삭임’, 이영섭, <한국대표시인선 50>, 중앙일보사, 1995(……) 그리하여 예술의 초입에 놓인 것이 전율이라면 그것의 전개의 힘은 장애와 소외의 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쓰는 이의 남모르는 장애와 소외는 읽는 이의 장애와 소외로 전염되며, 그 전염은 읽기의 감동 속에서 교환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는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에 ‘장애효과’라는 항목을 설정하였습니다. 아주 조심스러운 문제이긴 하나, 한 편의 작품에 내재되어 있는 긴장의 육화(肉化) 정도를 읽는 이에게 체험시키기 위해선 아주 필요한 항목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장애를 장애로 깨닫는 것입니다. 그래서 유토피아를 꿈꾸는 것입니다. 그것이야말로 예술의 각성입니다. 그 각성에서 사유가 나오고 메시지가 나오며 행복의 고동 소리가 울릴 것입니다. (……) 나의 첫 번째 시집 <허무집>의 서사(序詞)에서처럼 “모든 문학은 독자에 의해 비로소 완성됨을 나는 믿습니다./ (……) 저 하늘에는 보이지 않는 전깃줄 같은 거라도 있어 실은 우리를 매일 만나게 하고 있음도 믿습니다./ 그를 나는 나의 연인(戀人)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그것은 당신과 나의 연결로, 독자와 저자의 연결로, 중심과 주변의 연결을 이룰 것입니다. 나의 두 번째 시집 <빈자일기>의 서사에서 말한 연결의 꿈을 찾아서. “모든 존재는 홀로 사라질 수 없다./ 함께 연락함으로써 비로소 존재는 이루어지고/ 드디어 깊이 사라진다.” 문학은 연결입니다. ‘오늘의 시문학에 대한 토대적 질문들’, 강은교, <나의 문학 이야기>, 문학동네, 2001
관련도서
<한국현대문학대사전>, 권영민 편, 서울대학교출판부, 2004 <한국대표시인선 50>, 정한모 외, 중앙일보사, 1996 <강은교의 시세계>, 유성호 편, 천년의시작, 2005 <아니무스를 위한 변명 >, 진순애, 새미, 2001 <한국현대시연구>, 김용직, 민음사, 1989 <비평의 어둠걷기>, 정현기, 민음사,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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