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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데기는 가라

작품명
껍데기는 가라
저자
신동엽(申東曄)
구분
1960년대
저자
신동엽(申東曄, 1930~1969) 1930년 8월 18일 충남 부여 출생. 1948년 전주 사범학교를 졸업하고 건국대 사학과에 입학하여 1953년 졸업했다. 195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장시 <이야기하는 쟁기꾼의 대지>가 입선되면서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하였고, 1963년에 시집 <아사녀>를 발간하였다. 1966년 시극 <그 입술에 파인 그늘>이 국립극장에서 상연되기도 했으며, 1967년에는 서사시 <금강>을 발표했다. 그는 시란 “생명의 발현이요 인식의 전부이며 세계인식의 통일적 표현이며, 생명의 침투 파괴 조직”이라고 보았다. 즉 시인이란 ‘시인정신’이나 ‘시인혼’을 지니고 민중의 역사적 삶과 그 가치를 지향하는 존재인 것이다. 이는 그의 시의 지향점이 민중성과 역사성임을 분명히 해준다. 그의 이러한 시적 특성을 잘 보여주는 시로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조국>, <종로 5가>, <껍데기는 가라>, <금강> 등이 있다. 특히 <껍데기는 가라>는 역사의식과 예술적 형상이 가장 절정의 상태에서 통합된 시로 평가된다. 그리고 <금강>은 동학혁명을 통해 우리의 근대사를 민중적 주체의 시각에서 파악하고, 이들의 정당한 역사적 자리매김을 시도했다는 데 가치가 있다. 치열한 현실의식과 역사의식, 투철한 민족의식을 바탕으로 창작활동을 펼친 1960년대 대표적 민족시인의 한 사람으로 평가된다. 단시 60여 편, 장시 <금강>, <이야기하는 쟁기꾼의 대지>, <여자의 삶> 등 3편, 시극 <그 입술에 파인 그늘> 1편, 기타 <시인 정신론>, <시와 사상성> 등 평론 10여 편을 남겼다.
리뷰
신동엽의 시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껍데기는 가라>에서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알맹이/ 껍데기, 흙 가슴/ 쇠붙이의 대립이다. 이 대립은 “쇠붙이/ 흙 가슴, 기계 문명/ 농경 공동체, 무기/ 보습, 전쟁/ 평화, 죽임/ 살림, 외세/ 민족, 분단/ 통일, 반민주/ 민주, 가짜/ 진짜”의 구도로 설정된다. 시인은 “4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고 외친다. 그렇다면 그 ‘알맹이’란 무엇일까. 백낙청은 이 알맹이에 대해 ‘4·19에서 진짜 알맹이에 해당하는 것은 민중들이 외세를 배격하고 민중의 해방을 위해서 심지어 무기까지 들고 일어섰던 동학년의 곰나루의 그 아우성, 이것이 4·19에서 우리가 진정으로 살려야 할 알맹이”라고 말한다. 신동엽의 이념적 선진성은 “중립의 초례청 앞에 서서”라는 시구에 잘 나타난다. 여기에 담긴 정치적 감각은 시대를 훨씬 앞지른 것이다. 1960년대에 이미 그는 냉전체제의 변경에 위치한 한반도가 처해 있는 국제 정치학적인 역학 구도 속에서 중립을 통해 민족 자주의 삶을 구현하자고 말한다. 물론 “중립”이라는 낱말에 지나치게 정치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그의 시에 대한 이해를 편협하게 만들 여지가 있다. 그러나 신동엽의 여러 시편에 나타난 ‘완충 지대’, ‘완충’, ‘중립’, ‘중립국’이라는 말을 보건대, 이미 그의 머릿속에 ‘중립화 통일론’이 들어 있었던 게 아닌가 유추되기도 한다. 이 시에 나오는 ‘중립’을 평자들은 조금씩 다르게 이해하는데, 이를테면 백낙청은 “어떤 궁극적인 덕성과 진리의 길”로 파악하고, 조태일은 “모든 사물의 본질을 뜻하기도 하고 근원을 뜻하기도 하고 사방으로 펼쳐 나아가려는 긴장된 현장 확보의 응집 상태를 뜻”한다고 본다. <껍데기는 가라>에서 선보인 ‘알맹이’, 동학혁명과 3·1운동과 4·19혁명을 통해 잉태된 그 ‘알맹이’는 조국의 향그러운 흙 가슴 속에 묻혀 있다가, <금강>에서 찬란하게 부화한다. <한국현대문학대사전>, 권영민 편, 서울대학교출판부, 2004 1969년 간암으로 타계한 신동엽의 시가 아직도 우리 현실에 강력한 발언권을 행사하는 것이 그의 시에 대한 정당성과 예술성의 반증이라 함은 과장일까? 1975년 창작과 비평사판 신동엽 전집에는 일반적 의미에서의 시가 66편, 서사시·장시 등이 4편, 수필·산문이 18편 실려 있다. 이후 습작기의 작품이 실천문학사에서 나왔지만 일반에게 널리 읽히고 알려진 것은 70여 편의 시이고 그 중 장르 규정상 논란은 있지만 <금강(錦江)>이라는 서사시 그리고 <껍데기는 가라>, <4월은 갈아엎는 달>, <진달래 산천>이 가장 많이 애송되고 논의의 초점이 되고 있다. 이들 작품은 한결같이 분단된 조국을 비통해 하고 그 분단의 원인을 미·소 양 세력에 의한 이데올로기 대리전으로 규정한다. 또한 진정한 의미의 근대화가 갑오 농민전쟁의 실패, 4·19의 좌절 등에 기인한다고 얘기하고 있다. 반외세 반봉건이라는 갑오 농민전쟁의 푯대가 청·일이라는 외세의 개입과 주체 역량의 미성숙에 의해 좌절된 이후 우리의 역사는 ‘하늘’을 잊어버리고 계속되고 있다는 점을 형상화하고 있다. 그의 시적 주제는 이처럼 역사와 현실이며 그는 그것의 형상화에 줄기차게 매달렸고 그 작업으로 높은 시사적 의미를 획득했다. 그가 필생의 일로 제출한 시사적 의미이다. 그에게 모든 비극의 가장 첨예한 노출은 6·25다. 그는 <진달래 산천>이란 시를 통해 남과 북에 둘러쳐진 이데올로기의 금압을 뚫고 남과 북은 같은 민족이며 그 실질을 이루고 있는 일반 민중이야말로 가장 큰 희생자임을 웅변하고 있다. 이 시편은 당시의 맹목적 반공주의자들로부터 불온성을 지적받았지만 지금의 상황에서 보아도 남과 북의 통일염원이라는 주제에 관한 한 빼어난 작품으로 읽힌다. 그러나 현실은 남과 북의 통일을 달성할 수 있는 길이 점점 멀어가고 오히려 분단을 수락한 채 각각의 제한된 지역을 조국이라 여기고 살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의 시 <껍데기는 가라>는 너무나 익히 알려졌고 또 시의 전체맥락도 일견 단순해서 쉽게 이해되지만 이 시는 ‘껍데기’, ‘중립’, ‘흙가슴’, ‘쇠붙이’ 등의 시어를 어떤 의미로 읽느냐에 따라 그 울림의 진폭은 무궁하게 확장된다. 조태일 시인은 중립이란 말을 “국제정치학적 개념의 한정어가 아니다. 모든 사물의 본질을 뜻하기도 하고 근원을 뜻하기도 하고 사방으로 펼쳐 나아가려는 긴장된 현장 확보의 응집상태를 뜻하기도 하고 모든 사물의 핵을 뜻하기도 하고 정상을 뜻하기도 한다.”고 설명하면서 이 “중립은 바로 영원한 생명의 힘을 나타내주고 있으며 영원한 민중적인 힘을 뜻한다.”고 해석하고 있다. 그는 또 신동엽 시인의 작품세계를 지탱하는 힘은 원초적 생명력의 자기 발현이라고 규정한다. 그렇다면 원초적 생명력의 발현을 저해하는 정치·사회·경제의 모든 제도와 힘은 껍데기라 할 수 있고 그때 남는 알맹이는 원시공동체적 이상향 속에서 그야말로 풋풋한 사람됨만으로 결속된 사랑의 세계일 것이다. 또한 시에서 쇠붙이는 모두 가라는 말을 하고 있는데 이때의 쇠붙이는 일견 현대의 기계문명 전체에 대한 거부감으로도 읽힌다. 그때 남는 것은 농경사회의 촌락공동체이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은 아직까지도 걷힌 것은 아니지만 냉전 이데올로기 내지 반공의식에서 자유로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다시 말하면 신동엽 당시의 체제 이데올로기의 제약상 미·소로 상징되는 두 이데올로기를 싸잡아 부정하면서 당대의 현실을 비판하고 보다 인간다운 삶의 정치성을 회복하기 위한 전술적 언어가 중립이 아닌가 한다. 그는 그 중립이란 말을 통해 당대의 현실을 갈아엎고 싶었고(<4월은 갈아엎는 달>), 시골을 떠나 아버지와 누이를 찾아 길을 헤매는 소년에게 공사장 막일꾼과 창녀가 아닌 진정한 가족을 회복시켜 주고 싶었던 것이다.(<종로5가>). (……) ‘정신주의로부터 현실주의로’, 신승엽, <껍데기는 가라>, 미래사, 1992
작가의 말
(……) 시란 바로 생명의 발현인 것이다. 시란 우리 인식의 전부이며 세계 인식의 통일적 표현이며 생명의 침투며 생명의 조직인 것이다. 하여 그것은 항시 보다 광범위한 정신의 집단과 호전적(互專的) 통로를 가지고 있어야 했다. 그래서 하나의 시가 논의될 때 무엇보다도 먼저 그것을 이야기해놓은 그 시인의 인간정신과 시인혼이 문제되어져야 하는 것이다. 철학, 과학, 종교, 예술, 정치, 농사 등 현대에 와서 극분업화된 이러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모든 인식을 전체적으로 한 몸에 구현한 하나의 생명이 있어, 그의 생명으로 털어 놓는 정신어린 이야기가 있다면 그것은 우리시대 최고의 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시인이란 인간의 원초적, 귀수성적(歸數性的) 바로 그것이다. 나는 생각한다. 시는 궁극에 가서 종교가 될 것이라고. 철학, 종교, 시는 궁극에 가서 하나가 되어 있을 것이다. 과학적 발견- 자연과학의 성과, 인문과학의 성과, 우주탐험의 실천 등은 시인에게 다만 풍성한 자양으로 섭취될 것이다. 하여 내일의 시인은 제왕을 실직케 할 것이며, 제주를 실업케 할 것이며, 스스로 천기를 예보할 것이다. 그는 태허(太虛)를 인식하고 대지를 인식하고 인생을 인식할 뿐이며, 문명수 가지나무 위에 난만히 피어난 차수성세계(次數性世界)가 건축해 놓은 기성관념을 철저히 파괴하는 정신혁명을 수행해 놓지 않고서는 그의 이야기와 그의 정신이 대지 위에 깊숙이 기록될 순 없을 것이다. 지상에 얽혀 있는 모든 국경선은 그의 주위에서 걷혀져 나갈 것이다. 그는 인간의 모든 원초적 가능성과 귀수적 가능성을 한 몸에 지닌 전경인(全耕人)임으로 해서 고도에 외로이 흘러 떨어져 살아가는 한이 있더라도 문명기구 속의 부속품들처럼 곤경에 빠지진 않을 것이다. 하여 시인은 선지자여야 하며 우주지인이어야 하며 인류발언의 선창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여름철의 장구한 세월을 살아온 우리 인류, 차수성세계 문명수 가지나무 위에 피어난 난만한 백화를 충분히 거름으로 썩히울 수 있는 우리 가을철의 지성은 우리대로의 인생인식과 사회인식과 우주인식과 우리들의 정신과 우리들의 이야기를 우리스런 몸짓으로 창조해 내야 할 것이다. 산간과 들녘과 도시와 중세와 고대와 문명과 연구실 속에 흩어져 저대로의 실험을 체득했던 뭇 기능, 정치, 과학, 철학, 예술, 전쟁 등 이 인류의 손과 발들이었던 분과들을 우리들은 우리의 정신 속으로 불러들여 하나의 전경인적인 귀수적(歸數的)인 지성으로서 합일시켜야 한다. 거두어들일 사람이 따로 있을 것을 기다려, 거두어들여 하나의 열매로 뭉쳐 놓을 사람이 따로 있을 것을 기다려 인류는 5천년간 99억의 인종들을 구사하고 시험하여 산간과 들녘에 백화만초로 피어 있게 흩어 놓았던 것이다. 백화만곡이 흐드러지게 쏟아져 썩는 자리에서 유구하고 찬란한 내일의 꽃은 피어날 것이다. 전경인의 출현을 세기는 다만 대기하고 있다. 암흑, 절망, 심연을 외치고 있는 현대의 인류는 전경인정신의 체득에 의해서만 비로소 구원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인류수(人類樹) 나뭇가지 위에 피어난 뭇 나뭇잎들을 한 씨알로 모아 가지고 우리들은 땅으로 쏟아져 돌아가야 할 이른 가을철의 선지자가 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대지 위에 다시 전경인의 모습은 돌아와 있을 것이고 인류정신의 창문을 우주 밖으로 열어 두는 서사시(叙事詩)는 인종의 가을철에 의하여 결실되어 남겨질 것이며 그 정신은 몇 만년 다음 겨울의 대지 위에 이리저리 몰려다니는 바람과 같이 우주지(宇宙知)의 정신, 리(理)의 정신, 물성(物性)의 정신으로서 살아남아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그것은 곧 귀수성세계 속의 씨알이 될 것이다. ‘시인정신론’, 신동엽, <자유문학>, 1961.2
관련도서
<한국현대문학대사전>, 권영민 편, 서울대학교출판부, 2004 <한국대표시인선 50>, 중앙일보사, 1995 <시인 신동엽>, 김응교, 현암사, 2005 <한국문학과 인간해방의 정신>, 이동하, 푸른사상사, 2003 <현대시와 신화적 상상력>, 이명희, 새미, 2003 <사회적 상상력과 시>, 김응교, 소명출판, 2002 <신동엽>, 김응교, 사계절출판사, 2002 <한국 현대시의 시작방법 연구>, 권혁웅, 깊은샘, 2001 <한국 현대시의 좌표>, 김영철, 건국대학교출판부, 2000 <신동엽- 그의 삶과 문학>, 구중서 편, 온누리, 1983 <신동엽: 60년대 의미망을 위하여>, 김준오, 건국대출판부, 1997 <민족시인 신동엽>, 구중서·강형철, 소명출판,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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