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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예

작품명
유예
저자
오상원(吳尙源)
구분
1950년대
개요
195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오상원의 단편소설. 오상원의 출세작으로서, 적진 후방에서 극한 상황에 처한 한 인물의 상황 대결 의지를 그린 작품. 긴박감을 주는 문장과 특이한 구성이 참신한 것으로 평가된다. <유예>는 서두부터 움 속에 갇힌 긴박한 현실상황을 설정해 놓고, 일주일 남짓한 동안 주인공이 포로가 되기까지의 일을 몇 장면씩 회상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재래의 소설과 다른 상황소설이라 볼 수 있고, 극한적인 인간의 조건에 도전한다는 실험성을 지닌다. 전체적으로는 의식의 흐름 기법이 엿보이고, 상황에 대처하여 끝까지 최선을 다하려는 인물의 성격도 인상적이다. 실존주의를 반영한 당대의 문제작으로 손꼽을 수 있는 작품이다.
내용
주인공 ‘그’는, 수색대장으로서 소대원을 이끌고 적진 깊숙이 침투하여 정찰 임무를 수행하던 도중에 길을 잃는다. 이미 모든 길은 적에 의해서 차단되고 후퇴하는 본대와의 무전 연락도 두절된 상태이다. 결국 ‘그’ 혼자서 남쪽을 향해 무릎까지 파묻히는 눈길을 걸어가다, 민가를 발견하고 마을로 내려간다. 그는 맞은편 초가집 옆에 한 떼의 누비옷을 입은 군인들이 있음을 발견한다. ‘동무’, ‘총살’이란 말소리로 미루어 인민군임이 틀림없다. 바로 그 쪽에서 양손을 묶인 채 맨발로 서 있는 한 청년에게 명령하는 말소리가 들려온다. “이 둑길을 따라 똑바로 걸어가시오.” 명령대로 한 발짝씩 발을 옮기는 청년을 뒤에서 두 군인이 총을 겨눈다. 이를 본 ‘그’는 바로 그 청년이 자기 자신임을 느끼고 두 사수를 향해 방아쇠를 당긴다. 교전 중에 그는 어깨에 총상을 입고 쓰러졌고 나중에 깨어보니 포로가 되어 깊은 움 속에 갇혀 있다. 몸이 떨리고 뼛속까지 얼음이 박힌 듯 얼얼한 가운데, 몇 번의 심문을 받았던 일이 생각난다. 그러나 그는 곧 움 속에서 끌려나와 그 청년이 당했던 방식대로 총살당하게 된다. “똑바로 걸으시오. 남쪽으로 내닫는 길이오.” 사수 준비. 그래도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그의 걸음걸이는 그의 의지처럼 정확한 것이다.
저자
오상원(吳尙源, 1930~1985)1930년 11월 5일 평북 선천 출생. 1953년 서울대 불문과를 졸업했다. 1953년 극협 공모에 장막극 <녹스는 파편>이, 195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유예>가 당선되어 등단하였다. 그는 한국전쟁 전후의 시대 상황을 즐겨 작품화한 대표적 전후작가의 한 사람으로 손꼽힌다. 주요 작품으로는 1950년대 후반에 발표한 <유예>, <증인>, <모반>, <백지의 기록>, <파편> 등을 들 수 있다. <유예>는 적진 속에서 굶주림과 추위를 견디다 죽음에 이르게 되는 병사의 상황을, <모반>은 광복 직후 좌우 대립의 와중에서 요인 암살을 감행하고 방황하는 테러리스트의 처지를 그렸다. 또한 장편 <백지의 기록>은 휴전 이후 전방으로부터 팔, 다리 하나씩을 잃고 집에 돌아온 아들 형제와 부모 및 아들과 사귀던 여성들의 처지라는 문제를 제기하여 주목을 끌었다. <모반>과 <백지의 기록>으로 제3회 동인문학상을 수상했다. 오상원의 주된 관심은, 광복과 동란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인물상에 있다. 그것은 그의 유일한 평론 <앙드레 말로와 현실주의 문학>에서 알 수 있듯, 실존주의 사상과 행동주의적 휴머니즘 사조에서 많은 영향을 입은 것이다. 따라서 그의 주인공들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결코 지지 않고 집요하게 대결하는 인간의지를 보여준다. 이런 경향은 그의 초기 희곡 작품들, <녹스는 파편>, <이상>, <잔상> 등의 경우에도 예외없이 나타나고 있다. 1960년대 이후에는 그리 활발한 창작활동을 보여주지 못하는 동시에 내용상의 행동주의적 특성도 많이 약화되고 있다. 이 시기에 발표한 작품으로는 <황선지대>, <무명기>, <훈장>, <담배>, <모멸>, <잃어버렸던 이야기> 등이 있다. 특히 1970년대에는 우화 형식의 시사풍자 콩트를 자주 발표하였는데, <늙은 여우>, <임금님의 어금니>, <토끼의 눈> 등 정치와 사회에 대한 문학적 알레고리를 모아서 <오상원 우화>를 펴내기도 했다. 1980년대에 이으러 <산>, <겹친 과거> 등 회고성의 단편 몇 편을 발표하였다.
리뷰
(······) 오상원이 이북에서 체험한 해방 직후의 정치상황은 그로 하여금 이북의 정권에 대해 극도의 혐오감을 갖게 한 것으로 보인다. 그가 파악하는 해방기의 북한은 일개 시민일 뿐인 개인들이 소수 정치인들의 권력다툼에 휘둘리기만 하는 상황이었고, 그것은 남한의 정치상황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해방기의 정치상황에 대한 이러한 피해의식은 전쟁에까지 그대로 이어진다. 그러므로 해방기나 전쟁을 다룬 그의 소설들은 하나같이 개인이 어찌해 볼 수 없는 극한상황이 주어지고, 그 상황의 직접적인 피해 당사자인 인물들은 그 상황에 대해 사회적인 질문을 던지거나 적극적인 대응을 하기보다는 피해의식에 휩싸인 채 사회로부터 고립되어 주어진 운명에 끌려다닐 뿐이다. 이때 그들의 고립이 특수한 사회적 운명으로 묘사되는 것이 아니라 보편적인 인간조건으로 묘사된다는 점에 문제가 있다. 따라서 소설의 상황이 해방기의 정치적 암투이든 전쟁의 잔인함이든 간에 비인간적인 삶을 강요하는 극한상황이란 점에서 동일하고, 해방기나 전쟁이라는 그 역사적 상황 자체는 특별한 의미를 지니지 못하게 된다. 데뷔작이자 대표작으로 평가되는 <유예>에서 포로가 된 수색대 소대장은 인민군으로부터 생명을 담보로 사상의 전환을 요구받지만 ‘한마디 대답도 없이 입을 다문 채’ 죽음을 선택한다. 그런데 그가 그 상황에 대해 한 번의 갈등도 없이 죽음을 선택하는 이유는 인간적인 자세를 잃지 않겠다는 신념 때문이다. 그에게 산다는 것은 ‘싸우다 끝내 죽는 것’이고 ‘무엇을 위한다는 것’도 또 ‘무엇을 얻기 위한 것’도 아니다. 다만 ‘인간이 태어난 본연의 그대로 싸우다 죽는 것’일 뿐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한 시간 후면 모든 것은 끝나는 것’이라고 반복할 뿐, 이데올로기나 자신의 목숨에 대해 잠시의 고민도 하지 않는다. ‘끝나는 순간까지 정확히 끝을 맺어야 한다’는 그에게 있어 전쟁이나 이데올로기는 이러한 극한상황에까지 이르게 한 배경 이상의 의미는 지니지 못하게 된다. “생명체나 도구와는 다른 것이오. 내 이상 더 무엇을 말하고 싶겠소? 나는 포로가 되었을 때 비로소 내가 확실히 호흡하고 있는 인간이라는 것을 알았을 뿐이오. 나는 기쁘오. 내가 한 개 기계나, 도구가 아니었다는 것, 하나의 생명체인 인간으로서 살아있었다는 것, 그리고 인간으로서 죽어간다는 것, 이것이 한없이 기쁠 뿐입니다.” 인민군의 포로가 된 국군 ‘피해자’가 총살당하기 직전에 하는 말이다. 이 말은 수색대 소대장인 그가 그 포로를 구하기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사수에게 총격을 가한 이유이기도 하면서 화자가 전쟁을 바라보는 시각이기도 하다. 전쟁이라는 상황이 인간을 도구화한다고 보는 것이 그 본질인데, 이는 전쟁의 원인이나 이데올로기에 대한 천착 이전의 인간본질에 관한 것이다. 그만큼 전쟁은 인간본질에 관한 언급이 나올 만한 극한상황의 설정을 위해서 필요한 정도로 그 의미는 축소되고 만다. 그것은 이데올로기적 성격의 동족상잔이라는 한국전쟁의 특수성은 사상된 채 비인간적 상황이라는 어느 시대 어느 나라의 전쟁에서도 있을 수 있는 전쟁의 일반적 성격으로 묘사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 요컨대 이 소설들은 이데올로기 대립이라는 상황을 설정했으면서도 갈등구조는 이데올로기 문제보다는 ‘극한상황 대 고립된 개인’이라는 대결양상을 보인다. 이때는 필연적으로 일상적 삶과 정치적 상황이 분리되어 나타나는데 즉 정치적 상황에 의해 일상적 삶이 일방적으로 훼손된다는 피해의식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이 소설들의 기저에 정치에 대한 허무주의 내지 역사에 대한 피해의식이 깔려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 ‘휴머니즘과 도피의 메커니즘-참전세대의 논리’, 송태욱, <한국소설문학대계 36: 갯마을·유예 외>, 동아출판사, 1996
관련도서
<한국소설문학대계 36: 갯마을·유예 외>, 동아출판사, 1996 ‘정신적 외상에 대한 증언: 오상원론’, 안남일, <작가연구> 17, 깊은샘, 2004.상반기 ‘오상원 소설의 문체적 전략과 효과: <유예>를 중심으로’, 이부순, <작가연구> 17, 깊은샘, 2004.상반기 ‘전쟁체험과 시대의 문학적 증언: 오상원의 전후소설’, 유임하, <동서문학>, 동서문학사, 2003.9 <한국현대문학대사전>, 권영민 편, 서울대학교출판부,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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