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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비도

작품명
바비도
저자
김성한(金聲翰)
구분
1950년대
개요
1956년 <사상계>에 발표된 김성한의 단편소설. <오분간>, <개구리> 등과 함께 김성한의 소설기법과 사상적 경향을 대표하고 있는 작품으로 동인문학상 수상작품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1950년대라는 전후적 상황에 대한 새로운 소설적 대응방식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즉 과거의 설화적 소설기법으로는 당시의 한계상황을 극복하기 어려운 사정에서, 이 작품이 보여주고 있는 패러디나 풍자적 기법은 소설이 지적 구조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소설은 15세기 영국의 역사적인 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다. 그러나 역사적 사건의 구체적 재현이 거의 나타나지 않으며, 작가의 관념을 구체적인 사건에 접목시키는 과정에서 역사적 사건이 인유된다는 점에서, 역사소설이라기보다는 한국의 상황에 대한 패러디로 보아야 한다. 곧 바비도라는 소재는 전후 한국의 극한 상황에 처한 현대인의 고민을 구체화하기 위해 끌어들인 것이다. 주인공 바비도가 국시라고 할 수 있는 교회의 규범을 어기고 영역본 성서를 보는 자유를 누리다가, 교회의 명령이나 국왕의 권유에 따르지 않고 양심에 따라 죽음을 선택하는 것은, 인간의 존재와 자유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런 경향의 소설은 1950년대 휴머니즘으로서의 실존사상의 유행과 함께 몇몇 작가들에게서 나타나는데, 특히 김성한은 그 대표적인 작가 중의 하나이다.
내용
15세기 초엽 헨리 4세가 통치하던 영국은 교회가 극도로 부패해 있었다. 영국의 백성들은 교회의 라틴어 성경이 아닌 위클리프의 영역 복음서를 몰래 읽으며 교회에 대한 반감을 키워갔다. 자신의 권위가 흔들리는 것을 두려워하는 교회 세력은 민중들을 의식화하는 영역 복음서를 이단으로 규정하여 저항세력을 처단하기에 이른다. 바비도는 분을 참지 못해 어느 귀족이 주문한 옷에 오줌을 갈기고, 재판장에서 사교의 유혹을 뿌리치고 죽음을 택하게 된다. 형장에 선 바비도에게 태자 헨리가 마음을 돌리라 권하지만, 바비도는 세상사의 부조리를 지적하며 뜻을 굽히지 않는다. 바비도는 태자의 간곡한 만류와 사람들의 조롱에도 불구하고 분형으로 최후를 맞는다.
저자
김성한(金聲翰, 1919~)1919년 1월 17일 함남 풍산 출생. 1944년 일본 도쿄제대를 중퇴하였으며, 1961년 영국 맨체스터대학에 유학하여 사학을 전공했다. 195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 <무명로>가 당선되어 문단에 등단하였으며, 같은 해 <학풍>에 <김가성론>을 발표하여 본격적인 작가생활을 시작했다. 단편 <선인장의 항의>, <속·암야행>을 발표하여 풍자적이고 지적인 소설수법을 보이기 시작했으며, 계속하여 <제우스의 자살>과 <오분간>, <바비도>, <달팽이> 등을 발표하였다. 1957년 창작집 <오분간>을 간행한 이후 약 10년간 침묵을 지켰다. 1967년 <이성계>를 발표한 이후로 장편역사소설을 주로 썼다. 장편역사소설로는 <이성계> 외에도 <이마>와 <요하>, <임진왜란>, <삼국지> 등이 있다. 서울대 등에서 강의하였고, 이후 <사상계> 편집위원을 거쳐 <동아일보> 논설위원을 역임했다. 동인문학상, 아세아자유문화상, 자유문학상, 인촌상 등을 수상했다. 김성한의 작품은 주로 지적이고 풍자적인 수법으로 권력에 의한 부정과 부조리에 항거하고 비판하는 경향을 띠고 있다. 서구의 신화나 우화를 끌어들여 한국의 현실을 패러디함으로써 전후의 극한 상황을 지적으로 풍자하거나 부조리를 비판하고자 한다. 전후의 한국 현실에서 볼 수 있는 극한 상황을 구체적인 현실에서 소재를 구하여 적나라하게 그리기도 하였다.
리뷰
(······) 김성한의 대표작 <바비도>에는 냉철한 이성과 순수한 양심을 통해 거대한 교회 조직의 부조리를 깨닫고 그것에 주체적으로 항거하는 한 인간의 강인한 실천적 의지가 형상화되어 있다. 이 작품이 외국의 역사적 사건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전후의 억압적인 사회 현실은 물론 그 지배적 원리인 왜곡된 이념을 극복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신념을 제시한 점에서 작품 전체가 하나의 알레고리를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당시 무소불위의 권력을 지닌 교회 재판소는 영역 복음서를 읽다 적발된 바비도를 이단으로 지목한다. 그리고 교회는 재판을 열어 생명을 담보로 한 위협과 회유로써 그를 굴복시키고자 한다. 목숨 보전을 위한 굴복과 양심 수호를 위한 죽음 사이에서 그는 심각한 갈등을 겪기도 한다. 그러나 그는 종교 재판 과정을 통하여 개인의 양심에 대한 절대적 가치는 물론 실천의 당위성도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는 거대한 권력인 교회 조직에 대해 죽음이라는 적극적이고 극단적 행위를 통해서 저항한다. 그리고 현실의 각성에 따른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양심은 그의 모든 구체적 행동의 근본 원리로서 작용한다. 그러나 사형장의 많은 군중들과 기존의 종교인들은 진리 수호를 위한 인간적 숭고함은 물론 기득권에 항거하는 그의 의로운 죽음에 대한 의미를 제대로 감지하지 못한다. 군중들은 그의 화형 자체를 흥미로운 구경거리로만 여긴다. 다만 바비도를 신문하는 성직자만이 약간의 양심적 태도를 드러낼 뿐 대다수의 성직자들은 자신들의 교단 옹호에만 관심을 쏟을 따름이다. 작가가 이렇게 우매한 군중과 권위적 종교인들을 인물로 설정한 것은 기득권에 항거하는 개인의 절대적 고독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로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이런 현상은 비록 현실에 대한 철저한 각성이 뒷받침된다 하더라도 개인이 이러한 의지를 거대한 기득권에 맞서 관철시킨다는 것은 매우 힘들다는 사실을 드러내기 위한 작가의 의도로 해석할 수도 있다. 이러한 사실을 어느 정도 인정한다 하더라도 작가 의식의 과잉 문제는 여전히 제기될 수 있다. (······) 사교는 개인의 양심과 인격은 교회를 위해 모두 희생해야 한다는 편협하고도 비정상적인 논리를 편다. 당시 교회의 이런 이념은 분명 잘못된 것으로, 이에 바비도는 인간이 목적이 되어야 한다는 자신의 신념을 재확인함으로써 이를 실천에 옮기기로 결심한다. 이런 그의 결단에는 진실을 위해서는 목숨조차 기꺼이 바치려는 인간의 숭고함이 그대로 깃들여 있다. 또, 그의 올곧은 신념은 강력한 교단과 그 지배적 이념의 입장에서는 극단적인 저항의 성격을 띠는 것이다. 그런데 기존의 기만적 이념에 저항하여 죽음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바비도의 인간적 갈등이나 고뇌는 미흡한 측면이 강하다. 그것은 죽음의 의미가 아무리 숭고하다 할지라도 생명 보존이라는 본능을 지닌 한 생명체인 그가 이에 치러야 할 죽음이라는 대가는 너무나도 가혹하기 때문이다. 또, 바비도를 신문하는 사교만이 일시적이나마 인간적인 양심을 느낄 뿐, 그의 신념은 주변 인물들에게 전혀 전이되지 않는다. 그것은 바비도를 설득하는 사교와 태자 등이 자신들의 이념에 대해 어떤 회의도 품지 않는 데에서 확인된다. 더욱이 사형장에 몰려든 군중은 바비도의 죽음에서 기존의 이념이 지닌 모순과 기만성에 저항하는 한 인간의 절규를 전혀 간파하지 못한다. 따라서 그들은 그의 죽음을 흥미로운 구경거리로만 여길 뿐이다. 이런 현상은 전형적 인물들의 가치 규범이 작가의 고정된 틀에 따라 확고부동하게 설정된 데 따른 결과로 보인다. 다시 말해, 바비도를 비롯한 주요 인물들이 상황 속에서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인물로서 창조된 것이 아니라 작가의 의도를 충실히 수행하는 ‘인형적’ 인물로 창조되었다는 사실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런 문학적 한계는 작가의 지나친 주제의식에 따른 경직성에서 연유한 것으로 보인다. (······) <한국전후문학에 구현된 현실인식>, 최용석, 푸른사상, 2002
작가의 말
1950년 1월 단편 <무명로>가 서울신문에 당선된 이래 나는 꼭 열 편을 썼다. 그중 아홉편을 모아 이 책을 꾸몄는데 나머지 한 편 <자유인>은 지금 찾을 길이 없어서 이에 싣지 못하였다. 이중에서 <김가성론>은 사변 직전 작품이고 <박쥐>는 사변 익년 여름 피난지 김해에서 얻은 것이다. 1953년 9월 해방 직후 <암야행>과 <선인장의 항의>를 탈고하여 <신천지>와 <문화세계>에 각각 발표하고 금년 봄 교직을 떠난 후 여가를 얻게 되어 <바비도>, <매체>, <난경>을 쓰게 되었다. <전회>는 원래 작년 봄 부산에서 일단 완결하였으나 그후 대폭 수정하여 금년 팔월 완고를 얻었다. <무명로>는 지금 다시 들춰보면 적지 아니 불만도 있으나 나의 문학행보에 있어서 한 개 이정표로 생각하고 한자도 수정하지 않고 그냥 수록하기로 하였다. (······) ‘머리말’, 김성한, <암야행>, 양문사, 1954
관련도서
<한국 전후문학에 구현된 현실인식: 김성한과 장용학을 중심으로>, 최용석, 푸른사상사, 2002 <한국 현대소설가론>, 조건상, 태학사, 2001 <우리 근현대문학의 맥락과 쟁점>, 한강희, 태학사, 2001 <소설 농담 사다리: 문학평론>, 김경주, 역락출판사, 2001 <한국 현대소설의 서사와 형식 연구>, 김한식, 깊은샘, 2000 <김성한: 전후현실과 풍자>, 김진기, 보고사, 1999 <1950년대 문학의 이해>, 조건상 편저, 성균관대출판부, 1996 <한국현대문학대사전>, 권영민 편, 서울대학교출판부,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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