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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잎

작품명
풀잎
저자
박성룡(朴成龍)
구분
1950년대
저자
박성룡(朴成龍, 1934~)호는 남우(南隅). 1934년 4월 20일 전남 해남 출생. 광주고를 거쳐 중앙대를 졸업했다. 한국시인협회 중앙위원,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이사 등을 역임했다. 1956년 <문학예술>에 시 <화병정경> 등이 조지훈에 의해 추천되어 문단에 등단하였으며, <60년대사화집>, <영도> 동인으로 활동했다. 전라남도문화상, 현대문학사신인문학상, 펜문학상, 한국시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박성룡은 주로 전통적인 미의식과 자연의 질서를 추구하는 시를 발표했다. 특히 미세한 자연의 물상들 뒤에 숨쉬고 있는 우주의 근원적 생명을 예각화된 지성과 빠르고 직접적인 감각적 수법을 통해 형상화하고 있다. 후기의 시는 인생의 밑바닥에서 한과 시름을 달래며 살아온 서민층 일반의 감성을 대변한다. 깊은 서정과 대상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시세계를 보여준다.
리뷰
(······) 1963년 여름의 동아일보의 월평에서 필자는 <양귀비꽃>의 특성을 ‘음악’이라는 말로 그리고 허만하의 <지층>의 그것을 ‘조형’이라는 말로 표시했지만 사실 박성룡의 시는 음악적일 뿐만 아니라 조형적이기도 하다. 시의 음악성은 주로 운율에서 생겨나지만 시의 조형성은 주로 이미지나 구조에서 생겨난다. (······) 박성룡은 언젠가 필자에게 자기는 그림 그리기에 취미를 붙인 적이 있었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그때 필자는 즉각적으로 그의 시가 그림 그리는 취미나 경험과 관계가 있었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림 그리기는 시각예술이기 때문에 화가는 사물이나 풍경을 보는 눈이 보통 사람들의 그것보다 나으리라는 것은 어렵잖게 짐작할 수 있다. 즉 화가는 보통 사람보다는 ‘좋은 눈’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좋은 눈’을 가졌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무슨 뜻일까. 그것은 이른바 ‘시력이 좋다’는 것과는 달리 대상의 성질이나 아름다움을 날카롭게 그리고 그것을 구도 속에서 파악할 줄 아는 것을 말한다. 그와 같은 ‘좋은 눈’을 가진 화가가 글을 잘 쓰는 예는 우리 문학사에서도 드물지 않다. 화가이기도 했던 이상은 말할 것도 없고 그밖에도 우리는 화가 겸 수필가나 그림공부를 한 시인 또는 소설가들의 이름을 알고 있다. 시인 박성룡이 그름을 그리는 취미가 있어 중등학교 시절에라도 그림을 그린 경험이 있었다면 그 사실과 그의 시 사이에는 어떤 관련이 있었을까. 필자는 앞에서 그의 시의 조형성을 이야기하는 가운데 이미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을 대충 한 셈이다. 즉 그의 시작품의 구조와 이미지에서 그 관련을 찾을 수 있겠다는 것이 그 해답의 내용이다. 시의 구조가 그림의 구도에 대응하는 것이라면 시의 이미지는 그림의 형상이나 색채나 명암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명품이라고 할 만한 그의 30대에 씌어진 작품들에서 조형성이 두드러져 보이지 않는 것은 유창한 운율이 빚어내는 음악성과의 균형 때문이거나 그 음악성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 박성룡 시인은 추천작품 <교외>에서부터 연령과는 일견 걸맞지 않게 거의 대가풍을 보인 조숙한 시인이었다. 그의 초기시의 놀라운 품격은 그의 섬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거시적인 시점, 이미지와 운율 사이의 균형, 그리고 한자어와 토착어의 적절한 배합 등에서 생겨난 것이지만 이러한 상반되거나 대조되는 두 가지들을 “아무렇지 않게 조화시켜나가면서 그 어느 쪽도 얼른 눈에 뜨이지 않게 재주를 숨기”고 있는 것과 관계가 있다. 젊으면서도 재주를 뽐내지 않고 그것을 숨긴다는 것은 그 자체 하나의 슬기이다. 박성룡 시인은 생득적인 것인지 수양에 의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젊을 때부터 그것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 ‘시와 슬기’, 김종길, <풀잎>, 창작과비평사, 1998
작가의 말
(······) 내용은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다. 나는 일부러 시 속에 내용을 불어넣으려 애쓰지 않는다. 언어는 문자 그대로 하나의 말을 가지고 있고, 뜻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러 말 속에 뜻을 만들려 할 때 언어의 혈맥은 오히려 끊기기 쉽고 내용은 공허하기 쉽고, 시어는 퇴색하기 쉽다. (······) 나는 먼저 주위의 손쉬운 곳에서부터 소재를 찾는다. 길을 가다가 문득 눈에 띄는 풀잎, 이름없는 풀꽃, 언덕배기와 산야, 그것들의 생김새와 몸놀림, 흙빛깔, 돌의 생긴 모양… 그것들을 먼저 관찰하기에 게을리하지 않는다. 다음으로 그것들이 지닌 의미를 생각한다. 그들 나름대로의 존재이유, 아니, 그 존재이유가 없는 것은 없는 것대로 상관할 바 못된다. 존재이유를 갖지 못한 사물이 세상에 존재한다면 그것처럼 강렬히 나의 마음을 뒤흔드는 게 없을 것이다. 다음엔 또 나와의 관계를 생각해본다. 아니, 굳이 관계를 지어 생각하려 한다기보다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만물은 이미 모두 나와의 뗄 수 없는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런 것 저런 것을 관찰할 때 전체적인 전경을 보기도 하지만, 되도록이면 구체적인 개별 관찰에서 더 강렬한 충격을 느낀다. (······) 움직이지 않는 돌덩어리에도 어떤 율동이 있고, 조용히 풀숲을 헤치고 우는 벌레 소리에도 강렬한 빛깔과 무늬가 있다. (······) 시인에게 있어서는 느끼는 것이 곧 놀라움이며, 놀라움이 곧 시심(詩心)이다. 그것을 시화(詩化)하는 것은 다름아닌 세련의 묘일 뿐인 것이다. 그러나 느낌이나 놀라움만으로 시라고 규정하는 것은 일종의 속단이다. 시가 되려면, 우선 자신이 느낀 감동을 문자와 리듬을 통해 자신이 아닌 딴 사람에게 전달시킬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이 전달의 수단과 방법은 시대에 따라 달라지고, 깊이와 강도도 시대에 따라 달라지지 않으면 안된다. 문학작품에는 고전이란 게 있다. 그러나 그 고전은 고전으로서의 가치가 있고, 오늘을 사는 오늘의 시인은 오늘의 시인으로서의 재창조가 있어야 한다. (······) 폭넓은 시어의 발견, 새로운 리듬의 창조, 다각적인 호소력의 연구가 오늘의 시인들에게는 있어야 마땅하겠다. 그러나 눈에 띄는 작의(作意), 소화되지 못한 사상(思想), 기계화된 시어의 나열은 현대의 우리나라 시인들에게 있어서의 가장 경계해야 할 문제점이 아닌가 한다. (······) ‘잉태기’, 박성룡, <시로 쓰고 남은 생각들>, 민음사, 1978
관련도서
<풀잎>, 박성룡, 창작과비평사, 1998 <한국현대시인연구>, 박진환, 자유지성사, 1999 <한국현대문학대사전>, 권영민 편, 서울대학교출판부,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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