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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길

작품명
전라도길
저자
한하운(韓何雲)
구분
1940년대
저자
한하운(韓何雲, 1920~1975)본명은 태영(泰永). 1920년 3월 30일 함남 함주 출생. 중국북경대학을 졸업했다. 1949년 <신천지>에 시 <전라도길>을 발표하고, 곧이어 나병시인으로서의 저주와 비통을 읊은 시집 <한하운시초>를 발간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전라도길>(1949), <은진미륵불>(1956), <장승>(1968), <춘일지지>(1970), <백목란꽃>(1977) 등이 그의 대표작이다. 시집 <보리피리>(1955), <한하운 시전집>(1956), <한하운 시화집>(1962) 등과 산문집 <나의 슬픈 반생기>(1959) 등을 발간하였다. 한하운에게 있어서의 황토길은 단순한 지질학적 의미의 황토길이 아니다. 그에게 있어서의 황토길은 발목이 쏙쏙 빠지고 뻘건 진흙이 고무신 바닥에 끈질기게 달라붙는 유형으로서의 황토길이다. 숨막히는 더위 속을 절름거리며 걸어가야 하는, 버드나무 밑에서 지까다비를 벗으면 발가락이 한 개 떨어져 나가는 숙명이요, 고통이요, 형벌로서의 황토길이다. (······) 한하운에게 있어서의 시지프스의 바윗돌은 천형의 나병. 그는 그 나병을 온몸에 받아들이고 소록도를 찾아간다. 소록도는 남쪽에 있다. 나병 수용소가 있는 소록도. 이 시는 전라도 지방에 실제로 존재하는, 황토길이 갖는 그 끈적끈적한 흙의 이미지와 하늘의 형벌이라는 나병을 안고 숨막히는 그 길을 걸어가는 한하운의 행로가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 <한하운 시가 있는 명상 노우트>, 김명수 엮음, 일월서각, 1987 부제(附題)라고 해서 <소록도로 가는 길>이라 했다. 소록도는 나병환자들만 수용하는 남쪽 바다의 별천지다. 거기는 일반 사회와는 아주 격리된 외딴 세상이다. 못된 병에 걸린 몸은 인간 세계의 버림을 받고, 온갖 냉대와 증오를 받으며 고독과 비애와 그리움만을 한아름 안고, 마지막 나병환자 수용소로 찾아간다. 때는 무더운 여름철이다. 숨이 콱콱 막히는 황톳길을 쩔룸거리며 걸어서 가는 나그네도 아닌 쫓겨가는 신세를 생각해 보라. 모든 인간 사회는 어딜 가나 외면을 하고 돌아선다. 얼마나 뼈저린 고독의 신세이랴. “가도가도 붉은 황톳길 / 숨막히는 더위 뿐이더라” 냉대하는 것은 인간 사회뿐이 아니다. 자연도 사정없이 더운 날씨다. 한가로히 산천(山川)을 즐길만한 여유도 가져볼 길이 없다. 다만 길을 가다가 “낯선 친구 만나면 / 우리들 문둥이끼리 반갑다” 이 세상에서 반가운 사람이라곤 자기와 같은 문둥이들뿐이라고 한다. 얼마나 애정에 굶주린 피나는 통곡소리인가? 서로 얼싸안고 울어도 시원치 않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천안 삼거리를 지나도 / 쑤세미 같은 해는 서산에 남는데” ‘쑤세미 같은 해’라고 했다. 하루종일 이글이글 남은 해가 자기의 피곤한 몸과도 같이 이제는 서산 마루에 쑤세미처럼 축 쳐져있다. 오늘도 또 하루가 저물었으니 아무데서나 잠을 이루어보자. 갈 길은 멀고 다리는 쩔룸거리고 아프다. (······) 버드나무 밑에서 신을 벗어본다. 발가락이 또 한 개 떨어져나갔다. 앞으로 발가락은 두 개밖에 남지 않았다. 그 두 개도 머지 않아 썩어서 떨어져 나갈 발가락이다. 내일도 또 걸어야 할텐데……. (······) 이 시는 작가가 전라도길을 가면서 느낀 몇 가지 인상을 적었을 뿐이다. 첫째 전라도길은 붉은 황톳길이란 점, 둘째 숨막히도록 날씨는 무더웠다는 점, 셋째 문둥이끼리 반가웠다는 점, 셋째 서산에 떨어지는 해가 쑤세미 같이 대룽대룽해 보인다는 점, 다섯째 오늘도 발가락이 또 한 개 없어진 것을 보고 혼자 속으로 눈물짓던 어느 길가의 버드나무 그늘……. (······) 이 다섯 가지 인상을 적었을 뿐이다. 여기에는 직접 슬프다거나, 고독하다거나 울고 싶다거나 그런 말은 한 마디도 나와 있지 않다. 그러면서 이 시가 주는 감명은 그 어떠한 슬픔, 눈물, 고독보다도 더 한층 직접적이며 심각한 도가 있다. 꾸밈없이 진실을 그대로 나타내 보인 탓이리라. <한하운시감상>, 박거영, 문창사, 1971
작가의 말
(······) 머리말에서 말한 바와 같이 시인에게는 자기의 시론이 있어야 하겠다. 어떤 시인이 좋은 시가 나올 수 있다면, 그것은 그 시인이 다른 시인보다 높은 시론을 독자적으로 가지고 있다고 하겠다. 세상이 알다시피 나의 경우를 말한다면, 인간으로서 인간 학대를 받고 인간 대열에서 쫓겨난 나환자이다. 나는 무엇보다도 인간이 되기를 바라며 그 투쟁은 인간에 대한 반항이다. 그런고로 나는 나를 누구보다도 문둥이라고 외치고 저주한다. 이 문둥이가 어떻게 하면 먼저 성한 사람이 되느냐 하는 것이다. 이런 희원(希願)의 고개를 눈물 뿌리며, 뿌리면서 돌아서 푸른 하늘가에 흰 구름 떠가고 꽃피는 청산에서 문둥이로서의 마지막 눈물을 거두면서 아린 눈으로 영고성쇠의 인환의 거리를 보면서, 인환의 거리의 인간사를 눈으로 뚫어지게 보고 새로운 인간 본래의 인간의 사무치는 그리움을…… 눈물을 체념하고 이 민족의 혈관 속에 영원히 따스히 흐르고 순환할 수 있는 오늘의 신화와 내일의 눈물 도는 메시지를 읊어 예는 것이다. 하나의 시라도 사람의 마음을 결정(結晶)시키고 승화시켜야 할 것이 아닌가! 무릇 예술이란 것은 민족과 더불어 살고 또한 인간의 본질적인 것과 더불어 생명하는 까닭으로 이것을 떠나서 살 수 없을 것이다. (······). ‘인간에 대한 반항정신으로’, 한하운, <가도가도 황톳길>, 지문사, 1982
관련도서
<보리피리: 한하운 시전집>, 한하운, 삼중당, 1975 <1950년대 남북한 시인 연구>, 한국문학연구회, 국학자료원, 1996 <한하운 시가 있는 명상 노우트>, 김명수, 일월서각, 1987 <가도 가도 황톳길: 한하운의 시와 생애>, 김창직 편, 지문사, 1982 <한하운의 명시>, 한림출판사, 1979 <한하운시감상> 박거영, 문창사, 1971 <한국현대문학대사전>, 권영민 편, 서울대학교출판부,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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