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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마와 숙녀

작품명
목마와 숙녀
저자
박인환(朴寅煥)
구분
1950년대
저자
박인환(朴寅煥)
생애(1926~1956)
1926년 8월 15일 강원도 인제 출생. 평양의학전문학교를 중퇴했다. 1946년 12월 <국제신문>에 <거리>를 발표하면서 시인으로 데뷔하였다. 1948년 김경린, 양병식, 김수영, 임호권, 김병욱 등과 함께 동인지 <신시론>을 간행하였다. 이 동인지는 원본이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전반적인 시 경향과 수준 등을 알기 어려우나 현실을 과학적으로 통찰하고 회화적 이미저리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을 엿볼 수 있다. 이듬해 5인 합동시집 <새로운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을 간행하였다. 이 시집은 한국시단의 주류인 청록파, 서정주 등의 자연친화와 전통적 감정들에 반발, 도시적 문명과 현실에서 시의 테마와 언어를 찾고자 했다.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종군기자로 활동하면서 <신호탄>, <고향에 가서>, <문제되는 것> 등의 시를 썼다. 1951년 부산에 모인 김경린, 김규동, 조향, 이봉래와 더불어 <후반기> 동인을 결성하고 약 4년간 활동했다. 1955년 <19일간의 아메리카>, <박인환선시집>을 출간하였으나, 이듬해 사망하였다.
주요작품 및 작품세계
박인환의 시는 주로 <불행한 신>, <검은 신이여>, <최후의 회화>에서 볼 수 있듯이 절망과 암울함을 그리고 있다. 특히 전쟁으로 죽어가는 모든 것들에 대한 슬픔을 근원적인 인간의 비극으로 치환하여 지적 절제의 깊이와 균형을 보여주었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어린 딸에게>, <한 줄기 눈물도 없이>를 제외하고는 막연한 관념어에 의한 추상적 느낌을 주는 시가 대부분이다. 그는 1930년대 모더니즘을 더 발전시키지는 못하고, 자신이 비판했던 식민지 애가를 도시적 애가로 반복하고 있을 뿐이라는 비판적 평가를 받기도 한다. 1955년 <박인환선시집>에 실린 박인환의 대표작. 전체적으로는 전쟁에 연원을 둔 허무의식과 현대문명에 대한 비판의식이 담겨 있다. 시의 주요 메시지는 “인생은 외롭지도 않고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거늘 한탄할 그 무엇이 무서워서 우리는 떠나는 것일까?”라는 부분이다. 시의 정조 자체는 떠남과 소멸로 이루어지고, ‘떠나다 / 부서지다 / 보이지 않다 / 작별하다 / 목메어 울다’라는 행위어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 가치의 상실과 그로 인한 비애로 현실을 인식하는 시인에게 목마와 숙녀의 세계는 비논리의 신화적 세계이다. 목마와 숙녀는 시인이 찾고자 했던 별, 사랑, 문학, 인생 등 삶의 다양한 의미 범주를 포괄하는 은유이다. 지상의 공간을 떠난 목마와 숙녀는 지상에 남은 사람들에게 희미한 의식으로 잔해를 남길 뿐이고, 가치를 상실한 시인의 비애는 원죄의 운명과 미끈미끈한 실존을 지닌 뱀으로 표상된다. 천상의 공간에서 무거운 실존을 자궁으로 기어다니는 뱀은 허무주의와 센티멘털리즘에 빠진 시인의 의식을 극명하게 드러내주는 대립항이다. 박인환의 허무주의는 전쟁을 통해, 죽음에 대한 강박관념으로 집요하게 나타났다. 그러나 그의 허무주의는 깊은 성찰을 통해 작품으로 형상화되지 못하고 죽음에의 평범한 두려움으로 나타난다. 그의 모더니즘적 가치는 상식선을 넘지 못하고 어휘의 빈곤, 이미지의 분산, 경박한 겉멋으로 귀결되는 경향이 있다. 그의 시에 등장하는 버지니아 울프나 그녀의 작품 <등대로>는 그의 서구적 취향을 반영하고 있는데 시의 전체적 맥락과 연결되지 못하는 낯설음을 준다. 또한 음이나 리듬의 감미로움이 읽는 이에게 편안함을 주긴 하지만 유창하게 반복하는 경향, 연설조의 문자, 영탄조의 표현, 1인칭어의 빈번한 사용, 독백체의 어투 등은 서정시의 기본 전제인 미적 긴장을 방해하는 장애물이기도 하다. <한국현대문학대사전>, 권영민 편, 서울대학교출판부, 2004 (······) 지금까지 우리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박인환 시의 특징과 문제점을 지적해 왔거니와 이 자리에서 그것을 다시 한번 요약해 본다면 대략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가능할 것이다. “그의 시는 겉으로 내세운 모더니즘의 화려한 가치와는 달리 평범한 상식인의 수준을 넘지 못했고 거기다가 어휘의 빈곤, 이미지의 불통일, 경박한 겉멋 등의 약점을 동반한 결과로 별다른 감동을 주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남풍>이나 <검은 신이여> 같은 예에서 보듯 외적 상황에 대한 절실한 인식이 갖춰진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그런 한계를 초극한 적도 있었다.” 이러한 우리의 판단은 박인환의 모든 작품에 적용되는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이러한 판단에 도대체 들어맞지 않는 시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들어맞지 않는 시’의 존재로 해서 위와 같은 우리의 판단은 그 타당성을 의심받아야 하는가? 그렇지도 않다. 왜냐하면 ‘들어맞지 않는 시’라는 것은 단 한편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 단 한편의 기적 같은 예외란 말할 나위도 없이 박인환의 대표작으로 기억되고 있는 <목마와 숙녀>를 가리킨다. <목마와 숙녀>가 예외적인 존재라고 해서 거기에 박인환 시의 일반적인 결함이 없는 것은 아니다. 겉멋을 부리려고 하는 태도는 여전히 남아 있으며, “문학이 죽고 인생이 죽고 / 사랑의 진리마저 애증의 그림자를 버릴 때” 같은 모호하면서도 진부한 귀절이 나타나서 감동을 줄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 시가 어떠한 외부적 상황도 고려에 넣지 않은 상태에서 씌어졌으면서도 박인환의 다른 작품들보다 월등한 진경을 성취하고 있다는 사실만은 결코 부정될 수 없다. 이 시의 첫 부분은 대단히 참신하고 인상적이다. 이 여섯 줄 가운데서도 특히 그 후반부를 화사하게 빛내주고 있는 언어감각의 세련됨은 박인환의 다른 시들에서는 거의 그 예를 볼 수가 없는 것이다. (······) 도입부에서 받을 수 있었던 우리의 생생한 감흥은 그 다음에 이어지는 추상적이고도 상투적인 몇 행의 시에 의하여 다소 깨어지는 느낌이 있지만 제15행에서부터는 다시 회복되기 시작한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시의 도입부를 빛냈던 화사한 감각이 되살아나는 것을 발견함과 동시에 박인환의 시 치고는 의외로 만만치 않은 정신의 긴장이 드러나고 있음을 보게 된다. “바라다보아야 한다”, “기억하여야 한다”, “들어야 한다”, “마셔야 한다”라는 당위적 요청의 거듭되는 진술과 그것을 뒷받침하고 있는 “불이 보이지 않아도”, “의식을 붙잡고”, “눈을 뜨고” 등등의 적극성을 엿보이는 귀절들에서 그 점이 확인된다. 그리고 이 긴장의 끈은 “한탄할 그 무엇이 무서워서 우리는 떠나는 것일까”라는 질문형의 반어로 마무리될 때까지 흐트러짐 없이 지속되는 것이다. ‘목마와 숙녀’, 이동하, <한국현대시인연구 박인환>, 문학세계사, 1993 (······) 박인환의 대표작이다. 그의 감각적 표현과 센티멘털리즘의 절묘한 조화를 이루어낸 수작이다. 시의 구조적 짜임새를 떠나 버지니아 울프, 목마, 숙녀, 가을, 술병, 소녀, 정원, 초목, 문학, 인생, 사랑, 세월, 작별, 등대, 고립, 페시미즘, 청춘, 바람 소리, 하늘 등의 시어 하나 하나에 감미롭고 서러운 페이소스가 묻어 있다. 이러한 시어와 이미지의 병치만으로도 하나의 서정시가 가능할 정도로 시어 선택이 돋보인다. 박인환이 지향했던 모더니즘적 특성과 그 바탕에 깔려 있는 서정적 센티멘털리즘을 드러내는 시어들로 배치되어 있다. ‘목마, 숙녀, 버지니아 울프, 잡지’ 등이 전자의 계열이고, ‘가을, 별, 소녀, 하늘, 바람, 정원’ 등이 후자의 계열이다. 이 시를 지배하고 있는 시 의식은 깊은 상실감과 허무의식이다. 떨어지다, 부서지다, 죽다, 버리다, 보이지 않는다, 시들다, 작별하다, 떠나다 등등의 소멸과 상실의 시어로 가득 차 있다. 진취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옵티미즘의 세계가 아닌 퇴영적이고 과거 지향적인 페시미즘의 세계가 지배하고 있다. 이 상실과 허무 의식을 강화하기 위해서 목마와 버지니아 울프가 소도구로 활용된다. 목마는 땅에 발을 딛지 않고 허공을 나는 말이다. 허공을 유영하는 목마, 그 자체가 허무의 상징이다. 사랑도, 청춘도, 문학과 인생도 목마처럼 그렇게 허무한 것이다. 버지니아 울프는 누구인가.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등대로>라는 작품을 남겼으나 끝내 작가로서의 한계를 느끼고 스스로 생을 마감한 영국의 여류작가가 아닌가. 그 여류작가의 눈에서 시인은 허무와 죽음을 읽고 있는 것이다. 잡지처럼 통속적인 일생, 한갓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 사랑의 진리, 무심코 가는 세월, 그 허무와 무성, 페시미즘의 비애를 잊기 위해 시인은 술을 마신다. 그러나 그 술병 속에서도 상심한 별이 쏟아지고 그 별은 시인의 가슴에 부서진다. 술로서도 극복할 수 없는 절대 고독과 허무, 상실의 비애감에 시인은 끝내 목메어 울고 있다. 이처럼 이 시는 운명적으로 조건지어진 인생의 절대 허무와 비애감을 노래하고 있다. (······) <박인환>, 김영철, 건국대출판부, 2000
작가의 말
나는 10여 년 동안 시를 써왔다. 이 세대는 세계사가 그러한 것과 같이 참으로 기묘한 불안정한 연대였다. 그것은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고 성장해 온 그 어떠한 시대보다 혼란하였으며, 정신적으로 고통을 준 것이었다. 시를 쓴다는 것은 내가 사회를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의지할 수 있는 마지막 것이었다. 나는 지도자도 아니며, 정치가도 아닌 것을 잘 알면서 사회와 싸웠다. 신조 치고 동요되지 아니한 것이 없고, 공인되어 온 교리 치고 마침내 결함을 노정하지 아니한 것이 없는 것처럼, 나의 시의 모든 작용도 이 10년 동안에 여러 가지로 변하였으나, 본질적인 시에 대한 정조와 신념만은 무척 지켜온 것으로 생각한다. (······) ‘<박인환선시집>의 후기’, 박인환, <박인환 전집>, 문학세계사, 1986
관련도서
<박인환 전집>, 박인환, 문학세계사, 1986 <박인환 평전: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윤석산, 모시는사람들, 2003 <퓨전 시학>, 정신재, 새미, 2001 <한국 현대시의 좌표>, 김영철, 건국대출판부, 2000 <박인환: 한국 전후 문학의 기수>, 김영철, 건국대출판부, 2000 <한국 현대문학의 이해>, 건국대학교현대문학연구회, 서광학술자료사, 1991 <1950년대 문학 연구>, 문학사와비평연구회, 예하, 1991 <한국현대문학대사전>, 권영민 편, 서울대학교출판부,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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