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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생규장전(李生窺牆傳)

작품명
이생규장전(李生窺牆傳)
저자
김시습(金時習)
장르
한문소설
작품소개
조선 초기에 김시습(金時習)이 지은 한문소설. 원본은 전하지 않고 일본 동경에서 목판본으로 간행된 작자의 소설집 <금오신화(金鰲新話)>에 실려 있다. 국내의 것으로는 김집(金集)의 수택본 한문소설집에 <만복사저포기(萬福寺樗蒲記)>와 더불어 필사된 것이 있다. 이 작품은 전반부에서는 살아 있는 남녀 간의 사랑을 다루고 후반부에서는 산 남자와 죽은 여자의 사랑을 다룬 애정소설이다. 특히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의 사랑을 다루었다는 점을 주목해 명혼소설(冥婚小說)이라 부르기도 한다.
김시습(金時習, 1435~1493)
본관 강릉(江陵). 자 열경(悅卿). 호 매월당(梅月堂)·동봉(東峰)·청한자(淸寒子)·벽산(碧山). 법호 설잠(雪岑). 시호 청간(淸簡). 서울 성균관 부근에 있던 사저(私邸)에서 출생하였으며, 신동·신재(神才)로 이름이 높았다. 생육신의 한 사람으로 끝까지 절개를 지켰고, 유·불(儒佛) 정신을 아울러 포섭한 사상과 탁월한 문장으로 일세를 풍미하였다. 1782년(정조 6) 이조판서에 추증, 영월(寧越)의 육신사(六臣祠)에 배향(配享)되었다. 김시습은 지금까지 <금오신화>의 작자로 널리 알려져 왔다. 그러나 그의 저작은 자못 다채롭다고 할 수 있다. 조선 전기의 사상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유·불 관계의 논문들을 남기고 있으며, 또한 15권이 넘는 분량의 한시들도 그의 전반적인 사유 세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몫을 차지한다. 그는 ‘심유천불(心儒踐佛)’이나 ‘불적이유행(佛跡而儒行)’이라고 지칭되었던 데서 알 수 있듯이 유·불적 요소가 혼효된 사상 체계를 지닌 것으로 여겨진다. 근본 사상은 유교에 두었지만 불교적 사색을 병행하였고, 한편으로 선가(禪家)의 교리를 좋아하여 체득해 보고자 노력하면서 선가의 교리를 유가의 사상으로 해석하기도 하였다. 이에 그는 후대에 성리학의 대가, 이황(李滉)으로부터 ‘색은행괴(索隱行怪)’하는 이인(異人)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작은 키에 뚱뚱한 편이었고 성격이 괴팍하고 날카로워 세상 사람들로부터 광인처럼 여겨지기도 하였으나 배운 바를 실천으로 옮긴 지성인으로 칭송되며, 이이(李珥)는 그를 ‘백세의 스승’이라고 칭찬하기도 하였다.
내용
송도에 사는 이생(李生)이라는 총각이 학당에 다니다가 노변에 있는 양반집의 딸인 최씨녀를 알게 되어 밤마다 그 집 담을 넘어 다니며 밀연(密戀)을 계속하였다. 아들의 행실을 눈치 챈 이생의 부모는 이생을 울주의 농장으로 보냈다. 둘은 서로 만나지 못해 애태우다가 급기야 최씨녀가 상사병에 걸리고, 이에 최씨녀의 부모가 이생의 집안에 중매를 넣게 되었다. 처음에는 완강하게 반대하던 이생의 부모는 최씨녀의 굳은 애정과 노력에 결국 두 사람의 혼인을 승낙하였다. 이생이 과거에 급제하고 행복이 절정에 달하였으나 홍건적의 난으로 양가 가족이 모두 죽고 이생만이 홀로 살아남게 되었다. 슬픔에 잠겨 지내던 이생의 앞에 최씨녀가 나타난다. 이생은 그가 이미 죽은 사람인 줄 알면서도 열렬히 사랑하는 나머지 반갑게 맞아 수년간 행복하게 살았다. 어느 날 최씨녀는 이승의 인연이 끝났다며 사라지고, 이생 역시 최씨녀의 뼈를 찾아 묻어준 뒤에 하루같이 그리워하다가 병을 얻어 죽는다.
해설
이 작품은 전반부에 남녀 주인공의 자유연애를 설정하고, 후반부는 ‘만복사저포기’와 같은 인귀교환설화로 구성해 놓았다. <이생규장전>은 이생과 최씨 낭자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발단부에서, 인물과 배경이 소개되고 있으며, 이어서 부모의 완강한 반대를 무릅쓰고 최씨 낭자와의 결혼에 성공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엄격한 유교적 관습에 저항하여 자유의사에 의해 만나고 혼인한 것은, 작자의 진보적 애정관을 나타낸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어렵게 성공한 두 사람의 사랑은 홍건적의 난리와 최 낭자의 죽음으로 깨어지게 되고, 이생은 난리가 끝나자 돌아온다. 여기까지가 현실의 이야기이다. 이어 작자는 깨어진 현실을 후반부인 최 낭자의 환신(幻身)에 의해 다시 이어지게 한다. 곧, 이상의 세계를 낭만적 환상의 세계에서 실현시키고자 한 것이다. 현실적 고뇌와 갈등을 예술적으로 승화시켜 보인 점에서, 그 작가 의식이 높이 평가되고 있다. 인귀교환설화(人鬼交歡說話)는 육조(六朝) 이래 중국 전기(傳奇)의 전형적인 구성 형식의 하나이며 전통적인 동양 설화의 구성 형식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작중 인물이나 배경 설정에 있어서도 현세(現世)와 비현세(非現世)의 이중 구성(二重構成)을 취하고 있으며, 특히 플롯의 진행을 지배하고 있는 힘은 오직 초인간적, 초자연적인 신력(神力)에 의존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 작품도 그러한 성격을 띤 것으로, 전체적으로 보아 전반부는 이승의 현실적인 사건을 다루었고, 후반부는 저승과 이승을 초월한 세계를 그려 이중 구성의 묘미를 살렸다. 또한 부부의 인연을 삼세(三世)까지 이어가겠다는 구성의 전개는 초인간적, 초자연적인 힘에 의존한 전기 소설의 한 전형을 보인 것이라 하겠다. 또한 이 작품은 여타의 한문소설들과는 달리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을 등장시켰다는 점에서 자주적인 성격을 지닌 작품으로 평가된다. 이 작품은 모방의 대상인 ‘전등신화’의 어느 한 편만을 모방하지 않고 여러 작품을 모방하면서도 플롯이나 테마 면에서 독창성을 충분히 발휘하여 완전한 하나의 창작 소설을 만들어내고 있다. 전반부는 주인공이 효라는 도덕규범을 파괴해가면서까지 힘겹게 사랑을 성취해가는 과정이고 후반부는 강렬한 사랑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사랑이 좌절되어가는 과정이다. 이 두 과정을 통하여 소외된 자의 고독이 표현되어 있다. 죽은 여자는 민간 전설에 나타나는 문자 그대로의 귀신이 아니라 역설적인 구조를 마련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며, 귀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은 작자의 논설에 나타난 사상과 일치한다. 즉, 귀신과의 만남이나 이계(異界)와의 교섭은 비현실적인 발상이다. 그러나 비현실적인 존재가 주인공의 심사와 처지를 이해해 주는 ‘지음(知音)’이라는 설정은, 무언가 현실에서 실현되어야 할 욕망이 심각하게 방해받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의미에서 비현실적인 발상은, “세계인식과 심리감정, 꿈과 무의식을 한꺼번에 담아내기”(박희병, <한국 전기소설의 미학>, 1997) 위한 역설인 것이다. 비현실적인 방식으로 풀어낼 수밖에 없었던, 현실의 두터운 장벽과 깊은 단절 때문에 작품 전편에는 비극적 정조가 깊숙이 흐르고 있다.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의 사랑은 살아있는 남녀 간의 사랑보다 강렬함을 표현하고 세계의 횡포를 고발하는 데 더욱 큰 효과를 거두면서, 결말의 비극성과 더불어 작품의 비극적 성격을 뚜렷하게 부각하고 있다. 이 작품은 현실적·일원론적 세계관에 입각하여 현실을 주의 깊게 주시하면서 현실이 지닌 문제점을 드러내준다는 점에서 현실주의적·사실주의적 경향을 띠며 그런 점에서 매우 중요한 문학적 가치와 소설사적 의의를 지닌 작품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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