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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장우중문시(與隋將于仲文詩)

작품명
여수장우중문시(與隋將于仲文詩)
저자
을지문덕(乙支文德)
장르
한시
작품소개
고구려 영양왕 때 을지문덕(乙支文德)이 수나라 장군 우중문(于仲文)에게 조롱하며 준 오언고체로 현전하는 최초의 한시이다.
을지문덕(乙支文德, 생몰년미상)
고구려시대의 장군. <자치통감>에는 ‘위지문덕(尉支文德)’이라고도 표기되어 있고, <삼국사기> 을지문덕전(乙支文德傳)에서는 그의 세계(世系)를 알 수 없다고 하였다. 그러나 <해동명장전(海東名將傳)>에서는 “을지문덕은 평양 석다산(石多山) 사람이다.”고 하였다. 612년(영양왕 23) 수나라는 양제(煬帝)의 총지휘 아래 대규모의 군단을 편성해 고구려를 침공하였다. 이때 육군은 고구려의 주요 군사거점인 요동성(遼東城: 지금의 遼陽)을 공격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우중문(于仲文)·우문술(宇文述) 등을 지휘부로 한 30만 5천 명의 별동부대를 구성해 해군과 더불어 고구려의 국도인 평양성을 공격하고자 하였다. 별동대가 압록강 서쪽에 집결하였을 때, 을지문덕은 왕명을 받들어 거짓 항복을 청해 적진으로 들어가 군량이 부족한 수나라의 약점을 간파하였다. 돌아와서 수나라군의 군사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작전으로 수나라군과 충돌할 때마다 패해 도망가는 척하면서 평양성 부근까지 유인하여 극도로 지치게 만들었다. 그리고는 전의를 상실하고 후퇴의 구실을 찾던 수나라군에게 “신기한 책략은 천문을 헤아리고 기묘한 계산은 지리를 꿰뚫는구나 싸워 이긴 공이 이미 높았으니 족한 줄 알아서 그치기를 원하노라(神策究天文 妙算窮地理 戰勝功旣高 知足願云止)”라는 희롱조의 오언시를 보내 회군을 종용하였다. 한편, 수양제에 대한 영양왕의 알현 등을 조건으로 거짓 항복을 청해 퇴각의 구실을 만들어주는 척하면서 일대 반격전을 전개하였다. 살수(薩水: 지금의 청천강)를 건너는 수나라군을 배후에서 공격해 수나라 장수 신세웅(辛世雄)을 죽게 하고 불과 2,700명만을 살려 보내는 대전과를 거뒀다. 이를 ‘살수대첩’이라 한다. ‘을지’라는 성에 대해서는 고구려 관등명(官等名)의 하나인 우태(于台)와 같이 연장자·가부장(家父長)을 뜻한다는 해석이 있다. 또한 ‘을’만이 성이고, ‘지’는 존대의 접미사로 보는 견해도 있다. 그리고 선비족(鮮卑族) 계통의 성인 ‘울지(尉遲)’씨와 같은 것으로 보아 을지문덕을 선비족 계통의 귀화인으로 보는 견해도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원문
神策究天文 妙算窮地理 戰勝功旣高 知足願云止
국문풀이
신기한 책략은 천문을 헤아리고 기묘한 계산은 지리를 꿰뚫는구나. 싸워 이긴 공이 이미 높았으니 족한 줄 알아서 그치기를 원하노라.
어구풀이
- 싸워 이긴 공이 이미 높았으니: 수나라와의 전쟁 시 을지문덕이 거짓으로 패배한 것을 말한다. 즉 우중문의 뛰어남 때문에 쌓인 전공이 아니라, 자신의 계책에 말려든 것임을 뜻한다.
해설
고구려의 명장(名將) 을지문덕이 수(隋)나라의 30만 대군을 맞아 살수에서 싸울 때에 적장(敵將) 우중문(于仲文)에게 조롱조(嘲弄調)로 지어 보낸 시이다. <삼국사기> 을지문덕전에 이 시의 제작경위가 기록되어 있으며, 제목은 후대에 붙여진 것으로 ‘여수장우중문(與隋將于仲文)’ 또는 ‘유수장우중문(遺隋將于仲文)’이라고도 한다. <동문선>에는 ‘증수우익위대장군우중문(贈隋右翊衛大將軍于仲文)’이라고 되어 있다. 1·2연은 ‘신기한 책략’과 ‘기묘한 계산’, ‘천문’과 ‘지리’가 서로 대구를 이루며 구성되어 있는데, 이 모든 표현을 적장 우중문을 칭찬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제3연에서도 “싸워 이긴 공이 이미 높으니”라고 하여 우중문의 능력을 인정하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이미(旣)’란 표현은 지금까지 우중문에 대한 을지문덕의 칭찬의 진의를 의심케 한다. 이러한 의심은 제4연에서 해결된다. “족한 줄 알아서 그치기를 원하노라”는 표현은 <도덕경>의 “만족함을 알면 욕되지 않고, 그칠 줄 알면 위태롭지 않다(知足不辱 知止不殆)”라는 구절을 인용한 것인데, 이는 우중문을 칭찬하던 지금까지의 태도와는 상반되는 것으로 전쟁을 그칠 것을 권유하는 듯하지만, 실상은 전쟁을 그만두지 않으면 위태롭게 하겠다는 일종의 경고문이다. 즉 앞의 1·2·3연에서의 칭찬은 겉으로만 추켜세우는 것이고, 사실은 자신이 더 낫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라 하겠다. 이렇게 볼 때, 제3연의 표현은 우중문의 출중한 전공에 대한 감탄이 아니라, 자신의 거짓패배에 걸려든 우중문에 대한 야유와 조롱인 것이다. 한편 제4연의 ‘知足願云止’에서 ‘云’을 ‘實’자로 풀이하는 사례도 있어 왔으나 이것은 뜻이 없는 ‘조자(助字)’로 보아야 할 것이다. <동문선>을 비롯한 대부분의 시선집(詩選集)에서는 오언절구 속에 포함시키고 있으나, 그 평측으로 보아 절구라고는 할 수 없으며, 특히 근체시(近體詩)가 완성된 것이 당대(唐代)이고 보면 시대적으로도 맞지 않으므로, 오언고시에 넣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규보(李奎報)는 <백운소설>에서 이 시를 평하여 “구법(句法)이 기고(奇古)하고 화려하게 아로새기거나 꾸미는 버릇이 없으니, 어찌 후세의 졸렬한 문체로써 미칠 수 있겠는가”라고 하였으며, 유득공(柳得恭)은 <영재집(冷齋集)>에서 을지문덕을 평하기를 ‘문무가 구미(具美)한 진재사(眞才士)’라 하였다.
연계정보
-동문선(東文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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