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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

작품명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
저자
정학유(丁學游)
장르
가사
작품소개
조선 헌종 때 정학유(丁學游)가 지은 가사. 1책. 필사본. 월령체(月令體) 장편가사이다. 작자가 고상안(高尙顔)이라는 설도 있었으나, 정학유로 고증되었다. 필사 이본으로는 권경호본(權卿鎬本, 1876)·이탁본(李鐸本)·정규영본(丁奎英本, 1925)·안춘근본(安春根本)·이능우본(李能雨本) 등이 전하고 있다. 농가의 행사, 세시풍속뿐만 아니라 당시 농촌사회의 상황을 알 수 있어, 농가를 읊은 시가 중에 대표작품으로 꼽힌다. 농촌 풍경을 그림으로 그리듯 표현하고 있으며, 교훈적 내용도 담았다.
저자
정학유(丁學游, 1786∼1855) 조선 후기의 문인. 본관은 나주(羅州). 호는 운포(耘逋). 정약용(丁若鏞)의 둘째 아들로 일생을 문인으로 마쳤다. 1816년(순조 16) 한 해 동안 힘써야 할 농사일과 철마다 알아두어야 할 풍속 및 예의범절 등을 운문체로 기록한 <농가월령가>를 지었다. 모두 518구의 국한문혼용으로 되어 있는데, 농시(農時)를 강조하고 농구관리와 거름의 중요성, 그리고 작물과목·양잠·양축·양봉·산채·약초·김장·누룩·방적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농사내용과 세배·널뛰기·윷놀이·달맞이·더위팔기·성묘·천렵(川獵)·천신(薦新) 등의 민속적인 행사들이 광범하게 포함되어 있다. 또한, 이 <농가월령가>는 농부들이 농업에 따른 기술적인 내용을 철마다 음률에 맞추어 흥겹게 노래로 부를 수 있도록 하였다는 점에서 농업기술 보급상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민속학연구에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우리말 노래로써 농업기술의 보급을 처음 시도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현대어풀이(부분발췌)
머릿노래 하늘 땅 만드니 해 달 별이 빛이 난다. 해와 달은 때 맞추어 돌고, 별들은 제 길 있어 일년 삼백육십오 일에 제자리 돌아오니, 동지 하지 춘추분은 도는 길을 알 수 있고, 상하현 보름 그믐달마다 돌아온다. 동서남북이 곳에 따라 다르므로, 북극성을 기준으로 멀고 가까움 마련하고, 이십사 절기를 열두 달에 나눠 놓아 한 달에 두 절후가 보름 사이로구나. <중략> 정월령(正月令) 정월은 이른 봄이니 입춘 우수 절기로다. 산속 깊은 골짜기에 눈과 얼음 남았으나 평야 마을 넓은 들은 풍경이 바뀌도다. 어와! 우리 임금 백성을 사랑하고 농사를 중히 여겨 농사에 힘쓰라는 간절한 교서를 온 나라에 널리 펴니. 슬프다! 농부들아, 아무리 모른다 해도 네 몸을 돌본다고 임금 뜻을 어길소냐. 논과 밭을 서로 나눠 있는 힘 다하리라. 일 년 풍흉은 미리 알지 못하여도 있는 정성을 다하면 하늘 재앙 벗어나니, 모두모두 노력하여 게으름을 부리지 말아라. <중략> 2월령 이월은 한봄이라 경칩 춘분 절기로다. 초엿샛날 좀생이로 풍흉을 안다 하며, 스무날 날씨 보아 대강은 짐작하니, 반갑다 봄바람이 변함 없이 문을 여니, 말랐던 풀뿌리는 힘차게 싹이 트고 개구리 우는 곳에 논물이 흐르도다. 맷비둘기 보리나니 버들빛 새로워라. 보습 쟁기 차려 놓고 봄갈이 하여 보자. 기름진 밭 가리어서 봄보리 많이 심고 목화밭 되갈아 두고 제때를 기다리소. 담배 모종과 잇꽃 심기 이를수록 좋으리라 뒷동산 나무 다듬으니 이익도 되는구나. <중략> 3월령 3월은 늦봄이니 청명 곡우 절기로다. 봄날이 따뜻해져 만물이 생동하니, <중략> 농부의 힘드는 일 가래질 첫째로다. 점심밥 잘 차려 때 맞추어 배 불리소. 일꾼의 집안식구 따라와 같이 먹세. 농촌의 두터운 인심 곡식을 아낄소냐. 물꼬를 깊이 치고 도랑 밟아 물을 막고 한편에 모판하고 그 나머지 삶이 하니, 날마다 두세 번씩 부지런히 살펴보소 <중략> 4월령 사월이라 한여름이니 입하 소만 절기로다. 비 온 끝에 볕이 나니 날씨도 좋구나. 떡갈잎 퍼질 때에 뻐꾹새 자주 울고 보리 이삭 패어 나니 꾀꼬리 소리 한다. 농사도 한창이요 누에치기 바쁘구나. 남녀노소 일이 바빠 집에 있을 틈이 없어, 적막한 대사립을 녹음에 닫았도다. 면화를 많이 하소 방적의 근본이라. 수수 동부 녹두 참깨 사이 심기 적게 하소. 갈대 꺾어 거름할 때 풀 베어 섞어 하소. 무논을 써을이고 이른 모 내어보세. 양식이 모자라니 환곡타 보태리라. <중략> 5월령 오월이라 한여름되니 망종 하지 절기로다. 남쪽 바람 때맞추어 보리 추수 재촉하니, 보리밭 터를 닦고 보리타작 하오리라. 드는 낫 베어다가 한 단 두 단 헤쳐놓고, 도리깨 마주 서서 흥을 내어 두드리니 불고 쓴듯하던 집안 갑자기 벅적인다. 가마니에 남는 곡식 이제 곧 바닥이더니 중간에 이 곡식으로 입에 풀칠하겠구나. 이 곡식 아니라면 여름 농사 어찌할까 천심을 생각하니 은혜도 끝이 없다. 목동은 놀지 말고 농우를 보살펴라. 그루갈이 모 심기 제 힘을 빌리리라. 보릿짚 말리우고 솔가지 많이 쌓아 땔나무 준비하여 장마 걱정 없이 하소. <중략> 6월령 유월이라 늦여름 되니 소서 대서 절기로다 큰 비도 때로 오고 더위도 극심하다 초록이 무성하니 파리 모기 모여들고 땅 위에 물 고이니 참개구리 소리 난다 봄보리 밀 귀리를 차례로 베어 내고 늦은 콩 팥 조 기장을 베기 전에 심어 놓아 땅힘을 쉬지 말고 알뜰히 이용하소 젊은이 하는 일이 김매기뿐이로다 논 밭을 번갈아 삼사차 돌려 맬 때 그 가운데 목화밭은 더욱 힘을 써야 하니 틈틈이 나물밭도 김매 주고 잘 가꾸소 집터 울밑 돌아가며 잡풀을 없게 하소 날 새면 호미 들고 긴긴 해 쉴 틈 없이 땀 흘려 흙이 젖고 숨 막히고 맥 빠진 듯 <중략> 7월령 칠월이라 한여름 되니 입추 처서 절기로다 화성은 서쪽으로 가고 미성은 하늘 복판이라 늦더위 있다 해도 계절을 속일소냐 빗줄기 가늘어지고 바람도 다르구나 <중략> 꼴 거두어 김매기 벼 포기에 피 고르기 낫 갈아 두렁 깎기 선산에 벌초하기 거름을 많이 베어 더미 지어 모아 놓고 이른 논에 새 보기와 이른 밭은 허수아비 밭가에 길도 닦고 덮힌 흙도 쳐올리소 기름지고 연한 밭에 거름하고 깊게 갈아 김장할 무 배추 남 먼저 심어 놓고 가시 울 미리 막아 잃지 않게 하여 두소 <중략> 8월령 팔월이라 한가을이니 백로 추분 절기로다 북두성 자루 돌아 서쪽하늘 가리키니 서늘한 아침 저녁 가을이 완연하다 귀뚜라미 맑은 소리 벽 사이에 들리는구나 아침에 안개 끼고 밤이면 이슬 내려 백곡은 열매 맺고 만물 결실 재촉하니 들 구경 돌아보니 힘들인 보람 나타난다 백곡은 이삭 패고 무르익어 고개 숙이니 서쪽 바람에 익는 빛이 누런 구름 일어난다 백설 같은 면화송이 산호 같은 고추송이 처마에 널었으니 가을 볕 명랑하다 안팎 마당 닦아놓고 발채 망태기 장만하고 9월령 구월이라 늦가을이니 한로 상강 절기로다 제비는 돌아가고 떼기러기 언제 왔느냐 창공에 우는 소리 찬 이슬 재촉한다 온 산 단풍은 연지를 물들이고 울 밑 노란 국화 가을 빛깔 뽐낸다 구구절 좋은 날 꽃부침개로 제사 지내세 절기를 따라가며 조상 은혜 잊지 마소 보기는 좋지만은 추수가 더 급하다 들마당 집마당에 개상에 탯돌이라 습한 논은 베어 깔고 마른 논은 메 두드려 오늘은 점근벼요 내일은 사발벼라 밀따리 대추벼와 동트기 경상벼라 <중략> 10월령 <중략> 들 마당에 천막 치고 동네 사람 모여 앉아 노소 차례 틀릴세라 남녀 분별 따로 하소 풍물패 불러오니 광대가 줄무지라 북 치고 피리 부니 솜씨가 제법이구나 이풍헌 김첨지는 잔소리 끝에 취해 쓰러지고 최권농 강약정은 체괄이 춤을 춘다 잔 들어 올릴 때에 동장님 높이 앉아 잔 받고 하는 말씀 자세히 들어 보소 어와 오늘 놀음 이 놀음 뉘 덕인가 하늘 은혜 그지없고 임금 은혜 끝이 없다 다행히 풍년 만나 굶주림을 벗어났구나 향약은 아니라도 마을 규약 없을소냐 효제 충신 대강 알아 도리를 잃지 마소 11월령 십일월은 한겨울이라 대설 동지 절기로다 바람 불고 서리치고 눈 오고 얼음 언다 가을에 거둔 곡식 얼마나 되었던가 몇 섬은 환곡 갚고 몇 섬은 세금 내고 얼마는 제사 지내고 얼마는 씨앗하고 소작료도 되어 내고 품값도 갚으리라 꾼 돈 꾼 벼를 낱낱이 갚고 나니 많은 듯하던 것이 남은 것 거의 없다 그러한들 어찌할꼬 양식이나 아껴 보자 콩기름 우거지로 죽이라도 다행이다 여자들아 네 할일이 메주 쑬 일 남았구나 익게 삶고 매우 찧어 띄워서 재워 두소 동지는 좋은 날이라 양(陽)이 생기기 시작하는구나 특별히 팥죽 쑤어 이웃과 즐기리라 새 달력 널리 펴니 내년 절기 어떠한가 <중략> 12월령 십이월은 늦겨울이라 소한 대한 절기로다 눈 덮힌 산봉우리 해 저문 빛이로다 새해 전에 남은 날이 얼마나 걸렸는가 집안 여인들은 새 옷을 장만하고 무명 명주 끊어내어 온갖 색깔 들여내니 짙은 빨강 보라 엷은 노랑 파랑 짙은 초록 옥색이라 <중략> 어와 내 말 듣소 농업이 어떠한고 일 년 내내 힘들지만 그 가운데 즐거움 있네 위로 나라를 받들고 아래로 부모를 봉양하니 형제 처자 혼인 장례 먹고 쓰고 하는 것을 농사짓지 아니하면 돈 감당을 어이할꼬 <후략>
해설
전체 14단락으로 되어 있다. 12달의 12단락 전후에 서사단락(序詞段落)과 결사단락(結詞段落)이 부가되어 있다. 2음보 1구로 계산하여 서사 34구, 정월령 78구, 2월령 54구, 3월령 100구, 4월령 68구, 5월령 94구, 6월령 100구이다. 다시 7월령 72구, 8월령 76구, 9월령 70구, 10월령 146구, 11월령 52구, 12월령 40구, 결사 48구 등으로 전체 1,032구이다. 음수율은 3·4조와 4·4조가 주축이며, 2·4조, 3·3조, 2·3조 등도 약간 등장한다. 단락별 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서사에서는 일월성신의 운행과 역대(歷代)의 월령(月令) 및 그 당시에 쓰이는 역법(曆法)의 기원을 설명하였다. 정월령에서는 맹춘(孟春)인 정월의 절기와 일년 농사준비, 정조(正朝)의 세배와 풍속, 그리고 보름날의 풍속 등을 보여주고 있다. 2월령에서는 중춘(仲春)인 2월의 절기와 춘경(春耕)과 가축기르기, 그리고 약재(藥材)캐기 등을 묘사하고 있다. 3월령에서는 모춘(暮春)인 3월의 절기와 논농사 및 밭농사의 파종, 과일나무 접붙이기, 장담그기 등을 노래하고 있다. 4월령에서는 맹하(孟夏)인 4월의 절기, 이른 모내기, 간작(間作)·분봉(分蜂)·팔일현등(八日懸燈)·천렵(川獵) 등을 노래하고 있다. 5월령에서는 중하(仲夏)인 5월의 절기와 보리타작·고치따기·그네뛰기·민요화답 등을 보여주고 있다. 6월령에서는 계하(季夏)인 6월의 절기와 간작·북돋우기, 유두의 풍속, 장 관리, 삼 수확, 길쌈 등을 노래하고 있다. 7월령에서는 맹추(孟秋)인 7월의 절기와 칠월칠석 견우직녀의 이별과 비, 김매기·피고르기, 선산(先山)의 벌초(伐草)하기, 겨울을 위한 야채준비 및 김장할 무·배추의 파종 등을 보여주고 있다. 8월령에서는 중추(仲秋)인 8월의 절기와 백곡(百穀)의 무르익음과 수확, 중추절을 위한 장 흥정, 며느리의 친정 근친(覲親) 등을 노래하고 있다. 9월령에서는 계추(季秋)인 9월의 절기와 늦어지는 가을 추수의 이모저모, 그리고 풍요함 속에 피어나는 이웃 간의 온정을 노래하고 있다. 10월령에서는 맹동(孟冬)인 10월의 절기와 무·배추 수확, 겨울 준비, 가내 화목, 한 동네의 화목 등을 권하고 있다. 11월령에서는 중동(仲冬)인 11월의 절기, 메주쑤기, 동지의 풍속, 가축기르기, 거름 준비 등을 노래하고 있다. 12월령에서는 계동(季冬)인 12월의 절기, 새해 준비, 묵은 세배 등을 묘사하고, 결사에서는 농업에 힘쓰기를 권장하고 있다. 농가에서 행해진 행사와 세시풍속은 물론, 그 당시 미덕의 세목들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동시에 농가(農家)를 읊은 시가 중에서 양적·질적으로 이 작품을 능가할 작품은 거의 없는 듯하다. 특히, 표현된 내용은 한 폭의 농촌생활을 눈앞에 그려 보이는 듯하게 서경적(敍景的)이고 흥취를 느끼게 한다. 그러나 농민 스스로가 자신들의 생활을 노래한 것이 아니라는 점과, 교훈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부분이 많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지적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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