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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말봉(金末峯)

예술가명
김말봉(金末峯)
전공
소설
개요
김말봉은 스스로 통속작가이기를 자처했을 뿐더러, ‘순수귀신’이라는 이름으로 기존 작가들을 통박해 마지 않았다. 다시 말해 처음부터 흥미 중심의 통속소설, 즉 애욕의 갈등 속에서도 건전하고 정의가 이기는 모랄을 지니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을 쓴다는 신조를 가진 소설가였다. 김말봉의 작품 세계는 대중적인 멜로드라마의 전범이라 할 만하다. 가난하고 청순한 여학생과 가난하지만 재능 있는 청년이 주인공으로 등장하여, 이들을 둘러싼 복잡다단한 애정과 애욕의 갈등이 벌어지는 <찔레꽃> 이래로, 이러한 서사 구조는 하나의 유형화된 틀로 자리잡는다. <찔레꽃>과 더불어 그의 대표작으로 평가되는 <생명>은 이러한 서사구조를 토대로 사회비판적 요소를 가미하기도 했다. 특히 그의 작품 세계가 주조해낸 청순가련형의 여주인공과 그를 둘러싼 고난과 극복의 과정은 대중적인 멜로드라마의 한 전형을 이루고 있다. - 참고: <한국현대문학대사전>, 권영민 편, 누리미디어, 2002 <국어국문학자료사전>, 국어국문학편찬위원회 편, 한국사전연구사, 1995
생애
부산에서 출생한 김말봉은 서울 정신여학교를 거쳐 일본 도시샤대학(同志社大學) 영문과를 졸업했다. 1929년 일본에서 귀국한 후 중외일보 기자로 있으면서 보옥이라는 필명으로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망명녀>가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이어 단편 <편지>(1934), <고행>(1935) 등을 발표했으며, 1935년에는 <동아일보>에 첫 장편 <밀림>을 연재했다. 1937년에는 <조선일보>에 출세작인 장편 <찔레꽃>을 연재했으며, <찔레꽃>이 대중의 인기를 얻으면서 김말봉은 일약 스타 작가로 부상했다. 해방 후에는 미완의 장편 <카인의 시장>(1945)을 필두로 <별들의 고향>(1950), <태양의 권속>(1952), <푸른 날개>(1954), <생명>(1956), <화관의 계절>(1958), <장미의 고향>(1959) 등의 통속적인 장편을 일간신문에 연재했다. 전상범과 사별한 뒤 이종하와 재혼, 부산에 살면서 광복 때까지 작품활동을 중단하였다. 작품활동 이외에도, 공창(公娼)폐지운동에 앞장섰고, 박애원(博愛院)을 경영하는 등 사회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며, 1957년에는 한국 최초로 여성 장로직에 오르기도 했다.
약력
1901년 부산 출생 1917년 일신여학교 수료 1918년 서울정신여학교 졸업 1919년 황해도 명신학교 교사 역임 1923년 일본 동경 타카네 여숙 졸업 1927년 일본 교토 도시샤대학 영문과 졸업 1929년 중외일보 기자 역임 1932년 보옥(步玉)이란 필명으로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망명녀> 당선 1945년 박애원 경영소설집 <찔레꽃>(1939) <밀림>(1942) <화려한 지옥>(1952) <태양의 권속>(1953) <푸른 날개>(1954) <꽃과 뱀>(1957) <생명>(1957) <바람의 향연>(1962) <벌레 많은 꽃>(1977)
평론
김말봉은 1935년 장편소설 <밀림>을 동아일보에 연재하고 이어서 1937년 조선일보에 두 번째 장편소설 <찔레꽃>을 연재함으로써 문단에 등장한 작가이다. 그만큼 그의 출현은 파격적이었다. 여기에서 ‘파격적’이라는 데는 특히 다음의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당시의 여류 작가들인 박화성, 강경애, 최정희, 임옥인 등과는 달리 출발부터 신문을 통해서 장편소설을 들고 나왔다는 점이요, 또 하나는 신문 소설의 성격 자체가 그렇기도 했지만, 그는 의식적으로 ‘대중소설’을 표방하고 나섰다는 점이 그것이다. (……) 여기에서 우리가 주목할 만한 사실은 대중소설을 경멸하는 우리의 문학풍토에서 그것을 의식적으로 내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을 정비석은 ‘대담한 증거’라고 했는데, 그 대담성은 다름아닌, 대중작가로서의 문학적 신념이 그만큼 확고히 서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러면, 그 신념은 어디에 연유한 것일까? (……) 김말봉은 ‘대중’의 존재가치를 종래의 통념과는 달리 보고 있다. 그는 대중을 단순히 로우 브라우(low brow)적인 존재로 보는 것이 아니라, 역사를 움직여가는, 삶의 에너지의 원천으로 본다. 그것은 어떤 계층이나 계급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참된 삶의 가치를 실현해가는 공동체로서, 진정한 의미에서 ‘민중’과 통하는 개념이다. “대중소설이라면 으레 저급하다는 착각을 하지만, 대중이 얼마나 정의감에 불타고 있는가는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것은 김말봉이 1958년 한국일보에 <화관의 계절> 연재를 끝내면서 한 말이지만, 이렇게 ‘정의’의 실현을 지향하는 삶의 공동체-이것이 바로 그가 본 ‘대중’이다. 이런 점에서 그는 대중의 존재를 새로운 시각에서 찾고, 또 평가한 작가라 하겠다. 김말봉은 이 같은 ‘대중’에게, 문학을 ‘순수’라는 성역으로부터 해방시키려 했던 것이다. 사실 얼마나 많은 작가들이 ‘순수’라는 이름으로 문학의 자기 폐색을 호도하고, 또 그것으로 자위했던가. 그가 ‘순수귀신(純粹鬼神)’을 통렬히 매도한 것도 그 때문이다. 이것은 저속한 취미의 로우 브라우, 거기에 영합하는 이른바 통속 소설과는 스스로 그 유(類)를 달리하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대중문학 선언인 것이다. 이것은 동시에 방인근으로 대표되는 염정적인 통속극과는 전혀 패턴을 달리하는 대중소설의 새로운 면모를, 그리고 그 가능성을 제시하려는 의욕의 발로이기도 하다. <찔레꽃>이 단행본으로 나오자 맨 먼저 재판을 부탁해온 것이 북간도의 동포들이었다는 사실이 그것을 말해준다. 그만큼 그는 자기 문학의 정신적 기반을 민중의 보편적인 공감에 두었던 것이다. 다음으로 그의 문학적 특질은 그의 정신적 지향이 기독교적 이상주의라는 점에 있다. 김말봉은 어느 글에선가 <쿠오바디스>나 <레 미제라블> 같은 작품을 쓰는 것이 최대의 소원이라는 뜻의 말을 한 적이 있다. 이로 미루어본다면 김말봉이 추구하는 이상적인 대중소설의 모델은 다음과 같이 상정할 수 있겠다. 즉, 인류가 지향하는 가치체계-진정한 정의와 사랑을 구현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것이라 하겠다. 그리고 그것은 말할 것도 없이 기독교 정신에 근간을 두고 있다. 그는 ‘나의 문필생활과 유년기’란 글에서 이렇게 회고하고 있다. “기독교 가정에서 자라난 나에게는 신구약 성경만이 유일한 독서의 대상이었다…… 내가 오늘날 소설가의 말석에 참여하게 된 것은, 따져보면 어릴 때 들은 어머니의 이야기와, 자라면서 얻은 성경지식이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이다……” 이런 자변이 없었더라도 그의 문학정신이 원칙적으로 기독교적인 데 의거하고 있음을 쉽게 간파할 수 있다. 동시에 그가 구태여 대중소설의 길을 선택한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왜냐하면, 인류가 지향하는 가치체계를 구현하는 것이 그의 문학적 이념이라면, 그것을 수렴하는 데는 대중소설이란 ‘그릇’이 적합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그는 문학의 기능이나 효용면에서 ‘순수’ 편향을 의식적으로 지양하고 나선 셈이다. (……) - ‘김말봉 문학의 대중성과 종교성’, 김우규, <김말봉의 문학과 사회>, 종로서적, 1986(……) 김말봉은 흔히 대중소설작가로 분류된다. 이것은 그 자신이 스스로의 작품에서 강하게 내세운 바이기도 하지만 이러한 평가는 그의 작품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어렵게 했던 요인이다. 우리는 김말봉 소설이 등장하는 1930년대의 한국문학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주지하다시피 ‘한국문학 10년을 제패’하였다는 카프가 1933년 외압에 의해 와해되고 1935년 공식 해산계가 제출됨으로써 문단의 지도력을 상실하게 된 것이 1930년대 후반기 한국문단의 실정이었다. 카프가 없는 상태에서 한국문학은 새로운 지도이념을 찾지 않을 수 없었고 그 대안으로서 등장한 것이 이른바 통속소설이었다. 근대문학에 있어서 통속소설이란 근대소설의 쌍생아처럼 어느 시대에나 있는 경우이지만, 이 시기 통속소설은 기존의 리얼리즘 작가로 대별되는 작가들에게도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카프의 서기장이었던 임화는 이 시기의 이러한 경향을 상업성과의 결탁이라는 측면에서 분석하기도 한다. 그에게 통속소설은 예술소설과 대치되는 것이 아니라 예술소설의 원류에서 나온 것이며, 이른바 ‘성격’과 ‘환경’의 모순을 통속적 방법으로 해결한 것이다. 당대의 대표적인 대중소설작가로서 김말봉에 대한 평가는 이러한 임화의 논의를 바탕으로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여성작가로서의 김말봉에 대한 평가의 측면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데, 페미니즘 비평가 중에도 김말봉의 소설을 ‘반페미니즘 문학’으로 평가하는 경우도 있다. 그것은 그의 소설의 여주인공들이 대부분 순종적이고, 보수적이며, 체제지향적이라는 측면에서 나온 평가인데, 이러한 평가는 그의 문학 전반에 대한 평가일 수도 없을 뿐더러, 사실 대중소설은 곧 저급문학이라는 평가 자체가 본격소설은 곧 리얼리즘 소설이라는 등식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논쟁의 여지가 있는 기준임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망명녀>는 기존사회에서 부도덕한 여성형의 전형으로 멸시받는 매춘여성들에 대한 작가의 긍정적인 시선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주인공 산호주는 순간의 실수로 기생이 되고 헤어날 수 없는 질곡에서 우정에 의해 구원을 받는다. 그러나 그녀를 구하고자 하는 친구 허윤숙의 우정이나 기독교의 교리는 그에게는 기존의 권위를 상징하는 것에 불과하다. 오히려 보잘 것 없는 자신의 처지를 값싼 동정을 통해 더욱 비참하게 만들 뿐이다. 그런 그에게 나타난 것은 사회주의자 윤창섭이고 창섭과의 관계에서 산호주는 희망의 실마리를 찾는다. 물론 윤창섭이란 남성보다는 그의 사회주의 사상이 드러내는 평등사상이 그러한 실마리의 근본일터이지만 그것이 그가 부정하고자 했던 우정이나 기독교의 교리보다 설득력 있는 구원의 실체일 수는 없다. 하지만 하나의 가능성을 그 쪽에서 찾고 있음은 그것이 전자보다는 새롭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믿음은 이후의 <밀림>에서는 다시 부정되고 있음도 반드시 언급해야 할 것이다. <고행>은 소설의 형식적 아이러니를 통해 인간 삶의 아이러니를 드러내고 있는 기교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전직 기생 출신인 미자와 아내 정희 사이에서 부정한 애정관계를 즐기던 ‘나’가 자신이 파놓은 함정에 빠져 벽장 속에 갇히고, 좁은 벽장 안에서 벼룩, 빈대의 공격을 받아가며 육체적 고통을 받게 되는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 이 작품이나 비슷한 시기의 <편지>에서는 전혀 이 사회의 모순된 양상에 대한 비판이 등장하지 않는다. 소설의 갈등은 사회비판과 역사의식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는 리얼리즘 소설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러한 소설들은 전혀 소설의 근대적 의미를 드러내지 않는다. 그러나 김말봉의 작품이 드러내는 1930년대 사회의 대립과 모순의 상황은 개인들의 삶 안에서 구체성을 가지고 나타난다는 점에서 가장 현실적인 소설일 수 있는 것이다. 이 소설의 또 하나의 특징은 상징적 장치를 통해 소설 자체가 이미지화된다는 것이다. 텍스트의 의미와 사건은 하나의 강한 상징에 의존하여 도덕적 우화로 이미지화된다. 축첩이라는 부도덕성에 대한 비판이 벽장 안에서의 ‘고행’이라는 상징을 통해 희화화되는 것이다. 여기서의 고행은 이중적 의미를 가지는데, 이 사회의 중심에 놓여 있는 남성에 대한 여성들의 징벌로서의 ‘고행’이자, ‘고행’이라는 수련의 의미 자체에 대한 희화화이다. 아내 정희와 미자 사이의 화해로운 관계는 사실 남성인 ‘내’가 외도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의도된 관계이다. 그런데 피해자인 두 여성들 사이의 연대가 사실은 갈등관계에서 나온 것임에도 불구하고 나의 외도를 징벌하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남성의 외도가 공공연한 사실로서 인정되고 있던 당시의 사회분위기에서 이러한 상황은 여성이 의도하지 않아도 사실은 남성 자체가 갈등에 빠지게 됨을 보여줌으로써 여성독자에게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제공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김말봉의 소설들은 흔히 그의 문학에 덧씌워지는 편견처럼 윤리성이나 여성의 순결과 희생을 강조하는 지배 이데올로기를 재생산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지배 이데올로기에 영웅적으로 저항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여기에서 서로 모순되는 다양한 이데올로기들은 서로 긴밀하게 얽혀 있고, 각각의 의미들을 강조하고 있다. 대중소설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갈등하는 이데올로기, 그리고 환상, 다양한 문학적 표현양식들은 다양한 대중들의 욕구를 수용하면서 새로운 문학의 지표를 만들어내고 있다. 대중소설은 여성성의 문제가 성별의 불평등 구조뿐만 아니라 보다 광범위한 경제적, 계급적 불평등 구조에 매우 깊숙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대중소설은 이러한 방식을 통하여 대중소설이 지배 이데올로기를 확고히 한다는 부정성의 혐의도 부인할 뿐더러, 대중소설을 사회에 대한 도전적 지표로 해석하려는 시도도 부인한다. 대중소설과 여성문학은 정전(正典)을 요구하는 문학의 경직성에 대한 도전이면서 동시에 정전으로 대표되는 이 사회의 모순적 상황의 산물이다. 그리고 김말봉 문학은 이러한 문학적 인식의 소산이다. - ‘대중소설과 여성성의 새로운 제안’, 이태숙, <페미니즘 정전 읽기 2>, 푸른사상사, 2002
관련도서
<페미니즘 정전읽기 : 근대소설편>, 이태숙 외 공편, 푸른사상사, 2002 <한국여성소설선 1 : 1910 – 1950>, 서정자 편, 갑인출판사, 1991 <김말봉의 문학과 사회>, 정하은 편, 종로서적, 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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