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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작품명
날개
저자
이상(李箱)
구분
1930년대
개요
1936년 9월 <조광>에 발표된 이상의 소설. 식민지시대 지식인의 자기소모적이고 자기해체적인 모습을 그린 작품으로서 사회현실의 문제를 심리적인 의식의 내면으로 투영시킨 문학기법상의 방향전환을 가져왔으며, 내용의 난해함과 형식의 파격성으로 1930년대 모더니즘 소설의 전형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소설의 특성으로는, 일반적인 소설이 끝나는 곳, 곧 생활과 행동이 끝나는 곳에서 출발하는 순의식의 세계라는 점, 주인공이 무능력하고 타인과의 교제가 불가능한 반사회적인 인물이지만 예민한 감수성과 지성의 소유자라는 점, 패배당한 현실에 대한 분노로 현실 모독이 드러난다는 점 등이 지적될 수 있다. 이 소설의 대표적 기법인 풍자, 위트, 야유, 과장, 패러독스, 자조 등은 현실 모독의 지적 수단으로, 주로 가족생활, 금전, 성, 상식, 안일 등을 겨냥한다. 결핵에 걸린 육체를 방기하면서까지 예술의 완성으로 삶의 초월을 기도한 이상은 이 작품에서 ‘나’라는 비일상적 인물을 통해 삶의 무의미성과 상투성을 조롱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날기’를 기도하는 나의 외침은 현실의 수직적 초월을 꿈꾼 이상 자신의 외침이라 할 수 있다.
내용
화자이자 주인공인 ‘나’는 아내에게 얹혀 산다. 나의 생활은 음습한 방의 이불 속을 드나들면서 무한한 상념을 펼치는 것이 전부이며 아내 방의 화장품 냄새를 즐기는 것이 오락의 전부이다. 나는 “인간사회가 스사롭고 인간의 탈을 쓰고 있다는 것을 무의미”하게 느낀다. 무위의 날을 보내던 어느날, 문득 외출을 감행한 나는 엄습한 피곤을 감당하지 못하고 귀가하였다가 아내가 손님을 맞고 있는 장면을 목도한다. 아내의 구박을 기다리다가 초조와 불안을 못 이긴 내가 아내에게 돈 5원을 던져주자, 아내는 의외로 나를 자기 방에 재워준다. 다음날도 외출한 나는 다시 문간에서 손님을 전송하는 아내와 마주치고 돈 2원을 건넨 나는 다시 아내의 방에서 자게 된다. 다음날, 아내는 돈을 쥐어주며 더 늦게 돌아오라고 하였지만 나는 소나기에 젖어 어쩔 수 없이 일찍 귀가한다. 열이 나는 내게 아내는 약을 주고 나는 그 약을 감기약이라 믿고 한 달이나 연복한다. 그리고 항상 잠 속을 헤맨다. 그러던 어느날 나는 아내의 방에서 그동안 먹어온 약이 수면제임을 알게 된다. 충격을 받은 나는 공원으로 가 남은 알약을 먹고 일주야를 잠에 떨어진다. 집에 돌아왔을 때 아내는 발악을 하고 나는 다시 집을 나와 미스꼬시 옥상으로 올라간다. 거기서는 오탁의 거리가 내려다보인다. 무의미한 삶, 아내와의 관계, 모든 것 때문에 나는 어지럽다. 순간 정오의 사이렌이 울리고, 나는 일시에 모든 것이 끓어오르는 것 같고 불현듯 겨드랑이가 가렵다. 나는 외친다.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한번만 더 날자꾸나.”
저자
이상(李箱)
생애(1910~1937)
본명은 김해경(金海卿). 1910년 서울 출생. 서울 누상동의 신명학교를 졸업하고 동광학교에 입학했으나 1922년 동광학교가 해체되면서 보성고등보통학교에 편입했다. 1924년 교내 미술전람회에서 1등상을 받기도 하였으며, 1929년 경성고등공업학교 건축과를 졸업한 후, 조선총독부 내무국 건축과 관방회계과 영선계 기수로 근무했다. 1929년 12월 조선건축회지 <조선과건축> 표지 도안 현상모집에 1등과 3등으로 당선되는 등 그림과 도안에 재능을 보였다. 1931년 <조선과건축> 7월호에 시 <이상한 가역반응>을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1933년 각혈로 퇴직한 후 황해도 백천온천에서 요양하다 그의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금홍을 만났고, 다방 ‘제비’, 카페 ‘쓰루’, 다방 ‘식스나인’ 등을 경영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1934년 ‘구인회’에 입회하고 <조선중앙일보>에 시 <오감도>를 연재하다가 독자들의 비난으로 중단하였다. 1936년 창문사에서 ‘구인회’ 동인지 <시와소설>을 편집하다가 같은 해 일본으로 건너갔다. 1937년 불령선인(不逞鮮人)으로 일본 경찰에 체포·감금되었다가 풀려났으나 이로 인해 건강이 더욱 악화되어 1937년 4월 17일 도쿄에서 사망했다.
주요작품 및 작품세계
그는 시, 소설, 수필에 걸쳐 두루 작품활동을 한 작가로 작품의 특성은 크게 세 계열로 나누어볼 수 있다. 첫째, 개인적 사정을 내면화한 작품들로 소설 <12월 12일>·<휴업과 사정>(1931), <지도의 암실>(1932) 등이 이에 해당된다. 이 작품들은 대칭구조로 되어 있고 일상어를 써서 개인적 체험을 그대로 살린 점이 특징이다. 둘째, 창작 노트에 실린 일본어로 쓴 작품들과 당시 신문이나 잡지에 발표한 시들로서 <이상한 가역반응>·<오감도>·<삼차각설계도>(1931), <건축무한육면각체>(1932) 등이 이에 해당된다. 이중 <오감도>는 1934년 7월 24일부터 8월 8일까지 <조선중앙일보>에 연재되다 난해시라는 독자들의 항의로 중단되었다. 이 시들은 한국어와 일본어가 마구 뒤섞여 있고 띄어쓰기를 무시하고 숫자를 빌어쓰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일상적인 언어체계와 질서를 부정하고 자신의 관념을 통해 고유의 기호와 담론구조를 창출하려는 시도가 두드러진다. 그러나 그는 이성에 기초한 절대적인 진리는 있을 수 없다는 인식을 새롭게 받아들이면서 혼란에 빠지게 되고, 이러한 혼란을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탈출구를 마련하는데 개인적으로는 도쿄행으로, 창작방법으로는 수필체의 소설로 나타난다. 셋째, 수필체 소설들로 <지주회시>·<날개>(1936), <동해>·<종생기>(1937) 등이 이에 해당된다. 이 작품들은 이전의 형식화된 기호체계에서 벗어나 현실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나 관념성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객관적인 현실을 반영한 인물 간의 갈등과 대립보다는 강한 자의식을 가진 인물이 객관적인 현실을 관찰하며, 자의식을 확증할 수 있는 몇몇 현실적 징후들을 찾아헤매는 내면세계가 두드러져 있다. 이상은 그의 문학세계를 통해 초현실주의의 선구자, 심리소설의 개척자, 도구적 합리성을 극복하고 미적 자율성을 확립한 모더니즘의 구현자로 높이 평가되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인간에 대한 인식가능성을 부정한 극단적인 관념론자로 규정되기도 했다.
리뷰
이상의 <날개>는 그의 명성을 대내외에 떨친 작품이다. 발표와 더불어 최재서로부터 ‘리얼리즘의 심화’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이래 수많은 연구자들로부터 다양하게 논의되어왔다. 그 중에는 송욱처럼 ‘창부화된 윤리와 피학대증의 인형’이라는 비난섞인 평가도 없지 않았지만 그래도 1930년대 우리 문학사의 중요작품으로 자리매김하는 데는 별 이견이 없는 듯하다. (……) <날개>의 독특성은 먼저 문체나 구성에서 발견할 수 있다. 작가는 작품의 맨 앞에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 나는 유쾌하오. 이런 때 연애까지가 유쾌하오”라는 구절을 던져놓고 있다. 이것은 <날개>의 화두다. 하나의 질문 형식으로 이뤄진 이 부분을 놓고 볼 때 나머지 내용은 이것을 밝히기 위한 부분, 달리 말하면 작가는 이 질문에 대한 해답으로서 소설을 쓰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날개>의 핵심이 이 구절 속에 숨어 있음은 당연하다. 이 작품이 일반 작품과 다른 점도 여기에 있다. 텍스트 전체는 하나의 질문과 답변의 특이한 문체로 이뤄졌으며, 이러한 것은 작품의 세부 내용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 이 작품은 아내의 직업을 밝혀내려는 연구가 주된 내용이다. 아내의 직업을 밝히기 위해 잠, 내객, 돈, 아달린 등을 하나의 사건 해결의 실마리로서 연속적으로 제기한다. 이 작품에는 위와 같은 질의응답이 십여 군데 이상 등장한다. 하나의 질문에 대한 해답은 미끄러지면서 다음 화제로 넘어가는데 새로운 화제는 이전 질문과 연관성을 지니면서 전개된다. 주인공인 나는 아달린 갑을 발견했을 때 무슨 목적으로 “아내는 나를 밤이나 낮이나 재웠어야 됐나? 나를 밤이나 낮이나 재워놓고 아내는 내가 자는 동안에 무슨 짓을 했나”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집을 나와서는 “그러나 나는 이 발길이 아내에게로 돌아가야 옳은가 이것만은 분간하기 어려웠다. 가야 하나? 그럼 어디로 가나?”라고 한다. 이 작품이 자신의 존재에 대해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게 하는 것도 이러한 서술방법에 있을 것이다. 그것은 아내를 통한 자신의 확인, 또는 정체성 찾기다. 그 과정에서 작가는 탐정처럼 독자의 관심과 흥미를 유도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이 작품은 수사학의 산실이라고 할 만큼 아이러니, 패러독스, 패러디, 비유 등이 들어차 있다. 다음으로 몽타주, 또는 모자이크 구성을 들 수 있다. 이 작품은 외출과 귀가의 반복 구조를 띠고 있다. 다섯 번의 외출과 네 번의 귀가를 겹쳐 하나의 완전한 영상을 만들어낸다. (……) <날개>에서 무엇보다 높이 평가할 수 있는 것은 인간의 내면 세계에 대한 추구다. 이상에 이르러 이전의 우리 문학에서 찾기 어려웠던 인간 심리의 흐름이 본격적으로 형상화되었고, <날개> 역시 그러한 점에 성공하고 있다. 주인공인 나는 지극히 피학대적으로 내성적인 인물이고 일상과 도덕을 조소하는 인물이다. (……) 나는 이불 속에서 매춘의 쾌감이나 매매춘의 심리를 연구한다. 그러나 외적 현실에 대한 연구는 곧 자신의 의식 세계로 향하게 된다. 사회와의 단절된 공간에 유폐된 주인공의 자의식의 세계는 내적 초점화를 통해 서술되고 있다. 나는 돈을 변소에 집어넣는 등 근대 자본주의의 토대인 화폐의 가치를 부정하기도 하며, 끊임없이 쾌감의 세계, 욕망과 무의식 세계를 탐닉하게 된다. 근대 경성은 자본주의화, 성의 상품화, 그리고 인간관계의 단절 등으로 인해 회탁의 거리로 변질되었고, 그 속에서 지식인은 희망과 야심조차 말소된 채 살아가는 것이다. 자본과 물화된 인간 관계의 거부는 현실부정으로 이어진다. 마지막 부분의 ‘날자 날자’는 현실에의 탈출과 도피를 꿈꾸는 룸펜 지식인의 외침이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지극히 자의식적이고 자기조소적인 인물을 여지없이 해부하여 폭로하였다. 여기에서 인간 심리, 자의식적이고 은폐된 욕망에 대한 객관적이고 진실된 묘사는 모더니즘적 정신의 발로로 높이 평가된다. (……) - ‘<날개>의 실험성과 문제성’, 김주현, <문학사상>, 1999년 3월호
작가의 말
(……) 날이 어두워졌다. 해저와 같은 밤이 오는 것이다. 나는 자못 이상하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나는 배가 고픈 모양이다. 이것이 정말이라면 그럼 나는 어째서 배가 고픈가. 무엇을 했다고 배가 고픈가. 자기 부패 작용이나 하고 있는 웅덩이 속을 실로 송사리떼가 쏘다니고 있더라. 그럼 내 장부(臟腑) 속으로도 나로서 자각할 수 없는 송사리떼가 준동하고 있나보다. 아무튼 나는 밥을 아니 먹을 수는 없다. (……) 나는 소화를 촉진시키느라고 길을 왔다 갔다 한다. 되돌아설 적마다 멍석위에 누운 사람의 수가 늘어간다. 이것이 시체와 무엇이 다를까? 먹고 잘 줄 아는 시체. 나는 이런 실례로운 생각을 정지해야만 되겠다. 그리고 나도 가서 자야겠다. 방에 돌아와 나는 나를 살펴본다. 모든 것에서 절연된 지금의 내 생활…… 자살의 단서조차를 찾을 길이 없는 지금의 내 생활은 과연 권태의 극, 그것이다. 그렇건만 내일이라는 것이 있다. 다시는 날이 새지 않는 것 같기도 한 밤 저쪽에 또 내일이라는 놈이 한 개 버티고 서 있다. 마치 흉맹한 형리처럼…… 나는 그 형리를 피할 수 없다. 오늘이 되어버린 내일 속에서 또 나는 질식할 만큼 심심해해야 되고 기막힐 만큼 답답해해야 된다. (……) 불나비가 달려들어 불을 끈다. 불나비는 죽었든지 화상을 입었으리라. 그러나 불나비라는 놈은 사는 방법을 아는 놈이다. 불을 보면 뛰어들 줄도 알고, 평상에 불을 초조히 찾아다닐 줄도 아는 정열의 생물이니 말이다. 그러나 여기 어디 불을 찾으려는 정열이 있으며 뛰어들 불이 있느냐, 없다. 나에게는 아무것도 없는, 내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암흑은 암흑인 이상 이 좁은 방 것이나 우주에 꽉 찬 것이나 분량상 차이가 없으리라. 나는 이 대소 없는 암흑 가운데 누워서 숨쉴 것도 어루만질 것도 또 욕심나는 것도 아무것도 없다. 다만 어디까지 가야 끝이 날지 모르는 내일, 그것이 또 창밖에 등대(等待)하고 있는 것을 느끼면서 오들오들 떨고 있을 뿐이다. - ‘권태’, 이상, <이상 전집 2>, 가람기획, 2004
관련도서
<이상 전집>, 김종년 편, 가람기획, 2004 <이상문학전집>, 이승훈·김윤식 편, 문학사상사, 1989~2001 <이상선집>, 김해경 편, 을유문화사, 1994 <이상평전>, 고은, 향연, 2003 <이상과 그의 시대>, 안미영, 소명출판, 2003 <이상, 철천의 수사학>, 이경훈, 소명출판, 2000 <이상 소설의 해석: 생과 사의 감각>, 김성수, 태학사, 1999 <이상 문학 텍스트 연구>, 김윤식, 서울대출판부, 1998 <이상 문학연구 60년>, 권영민 편, 문학사상사, 1998 <이상>, 이태동 편, 서강대출판부, 1997 <이상>, 김용직 편, 문학과지성사, 1990 <한국현대문학대사전>, 권영민 편, 서울대출판부, 2004 <국어국문학자료사전>, 국어국문학편찬위원회 편, 한국사전연구사, 1995 <한국문학명작사전>, 임헌영·김재용, 한길사, 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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