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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래이

작품명
꺼래이
저자
백신애(白信愛)
구분
1930년대
개요
1934년 1월 <신여성>에 발표된 백신애의 단편소설. 식민지 조국을 떠나 시베리아 등지를 방황하는 ‘꺼래이(고려: 한국인)’들의 고초를 그린 작품이다. 순이 일가는 아버지의 유해를 찾아 러시아에 갔으나 첩자라는 죄목으로 체포되어 시베리아의 수용소로 끌려간다. 온갖 고초를 당한 끝에 결국 추방당하여 돌아오는 도중, 노쇠한 조부는 목숨마저 잃고 만다. 작가가 보기에 이것은 “이리에게 잡혀가는 목장 잃은 양떼와도 같이 헤매어 넘어온 국경의 길을 다시금 쫓겨넘는 가엾은 흰 옷의 꺼래이떼”의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인공 순이는 공동체적 윤리의식과 의연한 생명력의 힘을 보여준다. 사회주의자라는 청년들이 이기적인 동족애를 보이면서도 러시아 병사들 앞에서는 감히 항의할 생각도 하지 못하는 모습과 대조적으로, 순이는 중국인 쿨리를 감싸는가 하면, 러시아 병사들에 대한 항의를 서슴지 않기도 한다. 청년들의 이념이 무력한 반면, 순이가 지니고 있는 생명에의 의지와 윤리의식이 ‘꺼래이’들이 핍박의 세월을 이겨낼 수 있는 희망의 힘으로 제시된다.
내용
순이 일가는 러시아군이 이끄는 데로 어디론지 끌려가고 있었다. 순이 아버지가 농토를 찾아서 고국을 떠나 이 곳에 왔다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아버지의 뼈라도 찾기 위해 이렇게 된 것이다. 함께 이동되고 있는 사람들도 토지 무상분배의 소문을 듣고 먼 길을 왔다가 첩자혐의를 받아 체포된 이들이다. 시베리아의 모진 바람은 이따금 눈보라와 함께 이 가엾은 ‘꺼래이’들에게 불어닥친다. ‘꺼래이’란 러시아말로 고려인, 즉 한국인이란 말이다. 이윽고 그들은 배에 실렸다. 물방울이 튀어 젖은 옷은 얼어붙어 이제는 감각마저 마비된 추위… 일행 중에 낀 사람들이 중국인 쿨리의 이불을 뒤집어 쓰려는 것을 다른 젊은이가 빼앗아 순이 할아버지를 덮어주자 쿨리는 목놓아 운다. 드디어 어느 수용소에 도착, 파수병 하나가 한국인이었으나 ‘얼마우자’여서 동족을 생각하는 기색조차 없다. ‘얼마우자’란 한국인도 아니요, 러시아인(마우자)도 아닌 얼간이를 말한다. 수용소의 좁은 방은 한국인으로 꽉 차 있었다. 앉을 자리도 없어 서 있는 쿨리에게 순이가 자리를 만들어주자 그는 시커먼 빵조각을 나누어준다. 한 달 만에 국경으로 추방된 순이의 할아버지는 아들의 뼈도 찾지 못하고 시베리아 벌판에서 실종된다. 목놓아 우는 순이에게 매운 바람은 “일어서라”고 소리친다.
저자
백신애(白信愛)
생애(1906~1939)
본명은 무잠(武岑). 경북 영천읍 출생. 어려서 독학하다가 16세 때인 1922년 영천공립보통학교 졸업반에 편입학하였다. 1923~1924년에는 대구사범학교 강습과에서 수학하였고, 이어 경북 경산군의 자인공립보통학교에 부임하였으나 곧 사임하고 상경했다. 이후 조선여성동우회 여자청년동맹 등에 가입하여 활동하였으며 1928년에는 시베리아를 여행했다. <꺼래이>(1934)는 이때의 체험을 작품화한 것이다. 1929년 <나의 어머니>로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등단하였고, 1929년에는 도쿄에 건너가 문학 연극을 공부하다 1932년에 귀국했다. 이후 경산군의 과수원에 기거하며 가난한 농촌민들의 세계를 체험했으며, 1938년 가을 상하이로 건너갔다가 이듬해 귀국해 췌장암으로 사망했다.
주요작품 및 작품세계
1929년 박계화(朴啓華)라는 필명으로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나의 어머니>가 당선된 데 이어 단편 <꺼래이>·<복선이>·<채색교>·<적빈(赤貧)>(1934) 등을 발표했다. 그가 남긴 작품은 총 20여 편으로 많은 수는 아니나, 작품세계의 면모는 다양하다고 할 수 있다. 대표작 <꺼래이>는 일제강점기에 시베리아를 넘나드는 실향민들의 고초를 그렸고, 그뒤 무력한 두 아들을 둔 어머니의 생(生)에 대한 애착을 그린 <적빈(赤貧)>에서는 극심한 가난에 시달리는 민중의 모습을 강렬하게 형상화했으며, 유고작인 <아름다운 노을>(1939~1940)에서는 나이어린 소년을 사랑하는 화가를 통해 여성의 애욕을 대담하게 그려내는 등 민중의 궁핍한 삶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여성의 능동성을 금기시하는 사회적 억압을 의문시하는 데까지 다양한 문제에 걸친 작품세계를 보여주었다. (……) 그는 우리 문단에 괄목할 만한 작품을 남기고 있다. 한마디로 그의 작품세계는 사실주의 문학으로 집약되어지되 가난한 사람들과 그 피폐상, 그리고 약한 사람들의 목소리와 고등실업자인 지식인들의 시대고로 형상화되어진다. 이를 근간으로 하여 여기에서 살펴질 수 있는 것은 가난한 환경과 그로 인한 피폐상, 약한 자의 고뇌적 몸부림, 그리고 그에 따른 인간관계 및 의식내용 등이다. (……) 이 작품(<꺼래이>)은 고국에 자기 소유의 땅이라곤 없는 함경도 사람들이 공으로 넓은 땅을 떼어 농사하라고 준다는 말을 듣고 시베리아로 찾아들다가 국경을 넘었다고 XXX에 붙들려 혹독한 감금생활 끝에 풀려나는 이야기이다. 이 글에서 꺼래이는 고려라는 말로 한국인을 가리키는 말이다. 시베리아의 혹한 속에서 아사 직전의 비참한 한국인들의 생활상을 리얼하게 펼친다. 작중인물인 순이 할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순이는 삶의 터전을 찾아 유랑하던 아버지의 시신을 찾아 시베리아로 들어갔다가 당국의 경비대에 잡혀 갖가지 모진 고생에 시달린다. 육로와 해로를 거쳐 끌려가는 동안 구사일생의 기아와 혹한의 체험 끝에 다행히 풀려나기는 하지만 도중에 할아버지의 비참한 동사(凍死)가 가난과 비애를 더해준다. 한마디로 땅 없는 자의 가난과 힘 없는 약자의 슬픔이 무엇인가를 절실하게 대변해준다 할 것이다. “그저 순이들은 바람막이에서 까물거리는 한 개의 ‘삶’이란 그것만을 단단히 안고 무인 광야를 가듯 웅크려질 대로 웅크리고 눈물 콧물 흘려가며 쩔름쩔름 걸어갔습니다.” 이는 순이네 식구들이 끌려가는 비참한 모습이다. 이러한 고난을 무릅쓰고 이어지는 혹한의 바다의 고난 또한 사지를 걷는 형극의 가시밭길과 같다. 이러면서도 이역의 비좁은 감방에서 만난 동포애가 눈물겹기까지 하다. 그 점에서 이 작품은 1920년대의 고향을 떠난 이 땅의 유랑민들이 삶의 터전을 찾기까지의 비애와 비참이 어느 지경에까지 이르렀는가를 리얼하게 보여주면서 새삼 동포애의 그리움이 무엇인가를 깨닫게 한다. 이 또한 당시 우리 민족의 또 하나의 삶의 표현이었다 할 것이다. (……) - ‘백신애의 문학세계: 가난과 약자의 사실적 대변’, 장백일, <백신애>, 보성출판사, 1987신춘문예 출신 여성작가 제1호인 백신애의 소설에 대한 기존의 평가는 ‘남’과 ‘여’ 사이에 ‘사회’라는 제3자가 끼여들었다는 것, 강경애·박화성의 사회의식과 최정희의 여성주의를 함께 수용하는 폭넓은 주제성을 가졌다는 것 등이다. 이러한 평가를 토대로 할 때 백신애 소설의 커다란 줄기를 ‘빈곤’과 ‘여성’의 두 가지 문제로 잡을 수 있다. (……) 백신애의 소설에서 이 두 문제는 별개로 존재하지 않고 서로 맞물리면서 ‘빈곤 속에서 살아가는 여성들의 삶에 관한 이야기’를 펼치게 된다. (……) 백신애의 소설에는 빈곤 때문에 인간적 삶을 영위하지 못하고 기본적인 행복이나 자유마저 박탈당해야 했던 여성들의 삶이 자주 등장한다. 특히 이러한 빈곤의 문제가 의식주의 구체적인 문제로 형상화된다. 즉 인물들이 어떠한 옷을 입고, 어떤 음식을 먹으며, 어떤 곳에서 생활하는가를 통해 그들이 처한 상황을 짐작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때 의식주의 문제는 본능적이고 생물학적인 텍스트가 아닌 문화적이고 사회적인 텍스트가 된다. 먼저 ‘의(衣)’의 문제에서 <꺼래이>는 한겨울인데도 “겹저고리에 홑속옷”만 입고 시베리아 벌판을 헤매는 순이 식구의 처절한 상황을 잘 묘사하고 있다. (……) <꺼래이>와 <채색교>에서는 ‘집 같지 않은 집’이라는 ‘주(住)’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꺼래이>에서는 국경을 넘어가려는 조선사람들이 비좁은 공간에 마치 가축처럼 감금당한 모습이 묘사되고 있다. 즉 “커다란 쇠창살을 박은 겹 유리문”으로 둘러싸인 억압과 감금의 공간은 우리나라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다. (……) 이러한 의식주의 상황들은 모두 당시 여성들의 삶을 더욱 비극적으로 만든다. 빈곤에 의한 비극은 그 자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가부장제하에서의 여성의 억압을 더욱 가중시키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빈곤을 형상화하는 데 있어서 여성작가 고유의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가정은 남성이 처한 현실과 여성이 처한 현실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자는 것이 아니라 결핍과 억압에 대해 남성과 여성이 각기 다른 성감대를 가질 수 있다는 다원론적 접근을 용인하자는 것이다. (……) 백신애는 여성성이 반응하는 양식을 통해 독특하게 가난을 형상화한 작가이다. 또한 그녀는 여성의 비극적인 삶을 보여주는 작품에서도 문학이 해야 할 일은 진실을 진실대로 보여주는 것이라는 전제하에 ‘보여주는 것’이 곧 ‘비판하고 재건하는 것’으로 연결될 수 있음을 인식한 작가이다. 즉 새로운 삶을 지향하는 미래의 지평을 직접적으로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부정적인 현실에 첨예하게 반응함으로써만이 가능한 희망을 담보해냈던 것이다. 여기에 백신애 소설이 여성문학으로서 지니는 진정성과 건강성이 존재한다. (……) - ‘사이에 집짓고 살기: 백신애론’, 김미현, <페미니즘과 소설비평>, 한길사, 1995
관련도서
<페미니즘 정전 읽기: 근대소설편>, 송명희·안숙원·이태숙 공편, 푸른사상사, 2002 <페미니즘과 소설비평: 근대편>, 한국여성소설연구회 편, 한길사, 1995 <한국여성소설선 1>, 서정자 편, 갑인출판사, 1991 <카프대표소설선>, 김성수 편, 사계절, 1988 <해방 전 여류작가 선집>, 백신애 외, 범조사, 1987 <백신애>, 신희천 편, 보성출판사, 1987 <한국현대문학대사전>, 권영민 편, 서울대출판부, 2004 <국어국문학자료사전>, 국어국문학편찬위원회 편, 한국사전연구사, 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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