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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슴

작품명
사슴
저자
노천명(盧天命)
구분
1930년대
저자
노천명(盧天命)
생애(1912~1957)
아명은 노기선(盧基善). 1912년 9월 황해도 장연 출생. 서울에서 성장하면서 진명보통학교와 진명여자고등보통학교, 이화여자전문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조선중앙일보 기자가 되었다. 1935년 <시원> 창간호에 <내 청춘의 배는>을 발표하여 문단에 나왔으며 대표작인 <사슴>이 실려 있는 시집 <산호림(珊瑚林)>(1938)을 펴냈다. 1938년 극예술연구회에 참가하여 체호프의 <앵화원>에 출연했고 <여성>의 편집을 맡기도 했으며 1943년에는 매일신보 학예부 기자를 지냈다. 해방 후에는 서울신문과 부녀신보 등에서 일했으며, 6·25 전쟁 때 서울에 남아 있다가 부역했다는 이유로 9·28 수복 때 투옥되기도 하였다. 1956년 <이화 70년사>의 무리한 집필로 몸이 쇠약해져 이듬해 3월 사망했다.
주요작품 및 작품세계
첫 시집 <산호림>(1938)에서는 유년을 회상하며 향수의 세계를 그려내는 한편, 작품 <자화상>이나 <사슴> 등에서 보여준 것처럼 고독한 자신의 실존적인 모습을 탐구하는 시세계를 보여주었다. 1945년 두 번째 시집 <창변(窓邊)>을 펴냈는데 <산호림>과 마찬가지로 고독·애수·향수가 짙은 시를 실었다. 그러나 그 중에 향토적인 소재의 시가 보여주는 건강함과 소박함은 고독을 노래한 시와 대조적이었다. 시집 <별을 쳐다보며>(1953)는 부역혐의로 수감했던 시절의 시편들로, 40편의 시가 실려 있는데 그 중 21편이 옥중시로 <이름없는 여인이 되어>는 현실에 대한 혐오감과 심한 고독감을 나타내고 있다. 그녀가 자기중심적인 내면세계로 빠져들려는 모습은 이후 일관된 시세계를 이루었다. 1958년 유작시집으로 <사슴의 노래>를 펴냈는데 여기에 실린 <유월의 언덕>에서는 <사슴>에서보다 훨씬 짙은 고독과 애수가 엿보인다. 그녀의 시는 고독을 극복하려는 의지보다 그곳에 빠져들려는 모습이 더욱 강하여 절망과 허무에 이르는 길이 되고 말았으며, 그것은 죽기 직전에 쓴 시 <나에게 레몬을>에 잘 나타나 있다. 수필집으로 <산딸기>(1948), 저서로 <여성서간문독본>(1955) 등이 있다. 1938년에 발간된 시집 <산호림>에 수록된 노천명의 시 작품. 노천명의 초기 시세계를 지배하는 두 가지 기둥이 향수와 고독이라고 한다면, 그 같은 시세계를 잘 담고 있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총 2연 8행의 짧은 작품으로 사슴을 매개로 자화상을 그려내고 있다. ‘사슴’은 시인의 감정이 투영된 하나의 객관적 상관물에 해당한다. 앞연에는 사슴에 대한 외양묘사와 함께 그것을 바라보는 시인의 심리상태가 이입되어 있다. 사슴의 외양적 특성은 ‘목아지’와 ‘관’으로 요약된다. 목은 유난히 길고, 관은 향기로운 모습으로 제시되는데, 이 ‘긴 목아지’와 ‘향기로운 관’ 사이에서 사슴의 운명적인 모순성이 드러난다. 뒷연에서는 모순의 비극성이 심화된다. 그것은 과거적 상상력에 몰입함으로써 현재와 미래적 전망을 상실하는 모습으로 제시된다. 현실적인 낙원을 상실하고 과거 속에서 삶의 위안을 성취하려는 애달픈 안간힘이 담겨 있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 참고 : <한국현대문학대사전>, 권영민 편, 서울대출판부, 2004 <국어국문학자료사전>, 국어국문학편찬위원회 편, 한국사전연구사, 1995 (……) <사슴>은 노천명의 대표작으로 널리 알려진 작품이다. (……) 우선 첫머리에 쓰인 ‘모가지’라는 시어부터 검토해보자. ‘모가지’는 ‘목’의 낮은말이라고 사전에 명시되어 있다. 이화여전 영문과를 나온 인텔리 여성이고 신문사 기자를 하고 있는 노천명이 이것을 몰랐을 리 없다. 그런 그가 모가지라는 비어를 썼을 때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 그러면 모가지라는 시어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 그것은 모가지라는 말이 지닌 음성적 효과 때문이다. ‘모가지가 길어서’라고 발음이 이어질 때 비로소 이 시행은 시다운 맛이 난다. 이 말이 이어질 때 무성음인 ‘ㄱ’과 ‘ㅈ’이 유성음으로 변하면서 맨 앞의 ‘ㅁ’까지 합해서 유성음으로 이어지는 음의 연쇄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모가지가’라고 할 때 앞의 ‘가’와 뒤의 ‘가’가 호응하고 양성모음의 연속 사이에 중성모음 ‘ㅣ’가 끼면서 탄력있는 음상을 지니게 된다. 두 번째 이유는 감정적 거리를 두기 위해서다. 이 시는 사슴을 점잖고, 관이 향기롭고, 무척 높은 족속의 후예로 보고 있다. 그 사슴이 시인 자신의 분신이라는 것은 시에 상식을 가진 독자라면 다 알 수 있다. (……) 모가지라는 비어로 사슴의 특징을 지칭하여 심리적 거리를 일단 확보한 다음에 사슴의 아름답고 슬픈 전설을 이야기하는 수법을 사용한 것이다. 그런 거리유지의 의식은 시를 마무리짓는 마지막 행에도 모가지라는 비어를 배치케 했다. (……) 그러면 사슴의 특징은 목이 긴 것인가? 사슴을 본 사람이라면 목보다는 사슴의 크고 슬픈 눈을 오히려 특징으로 잡을 것이다. (……) 여기에 대해서도 세 가지 이유를 생각해볼 수 있다. 하나는 다른 사람들의 상투적 이해에서 벗어나 보고 싶다는 생각. 이 생각은 이 시에 개성을 담아내는 데 성공해서 이 표현은 노천명만의 독창적인 표현으로 남게 되었다. 두 번째는 목이란 말이 갖고 있는 운명과의 관련성이다. (……) 요컨대 사슴의 비극적인 운명을 이야기하는 데에는 눈보다 목이 더 상징성이 크다고 판단할 수 있다. 세 번째는 목이 긴 사람은 귀하다고 하는 관상학적 사고. (……) 사슴의 목이 긴 것은 그 다음의 관이 향기롭다는 말과 연결되어 높은 족속으로서의 외형적 특징을 갖게 된다. 그런데 그렇게 높은 족속의 자리에서 밀려나 멀리 산이나 바라보는 짐승의 자리로 추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슴은 말이 없다. 그 말 없음이 사슴의 슬픈 운명을 더욱 두드러지게 한다. (……) 그런데 여기서의 말 없음은 단순한 점잖음이 아니라 급격한 실추에 의한 실어증 혹은 망각증의 모습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그것은 둘째 연에 나오는 ‘잃었던 전설을 생각해내고는’이라는 대목 때문이다. 사슴은 물 속의 제 그림자를 들여다보고 ‘비로소’ 잃었던 전설을 생각해내는 것이다. 그러니까 물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 즉 긴 목과 아름다운 뿔은 과거의 높은 족속으로서의 삶을 떠올리게 한 매개물 역할을 한 것이다. 자신의 특징적인 모습을 통하여 사슴은 비로소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고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어찌할 수 없는 향수’에 잠기게 된다. 향수를 갖게 되지만 과거의 시간으로 돌아갈 수도 없고 한번 떠올린 전설을 망각의 늪으로 밀어넣을 수도 없다. 그래서 사슴은 ‘슬픈 모가지를 하고 먼데 산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마지막 행의 ‘슬픈’은 첫 행의 ‘슬픈’과는 의미의 편차를 지닌다. 첫 행의 ‘슬픈’은 외형에서 떠오른 인상이지만, 마지막 행의 ‘슬픈’은 사슴의 운명을 자각한 데서 온 감정이다. 이 짧은 시는 몇 개 이미지의 배치를 통해 외형적 슬픔이 운명적 슬픔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나타냈다. 그리고 그 슬픔 인식의 변화는 사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 이처럼 짤막한 시는 상징의 기능을 통해 이러한 의미의 유연성과 보편성을 갖는다. 짧은 시 형식 속에 이러한 인간 운명의 상징을 짜임새 있는 이미지로 배치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작품을 노천명의 대표작으로 거론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 <노천명>, 이숭원, 건국대출판부, 2000
작가의 말
시에만 국한될 것이 아니라 범(凡) 문학도에 있어서 자기 혼자만 음미하련다면 이는 또 별 문제이겠으나 이외의 감정에게 호소하여 본능적으로 동감(同感)을 구하려는 충동 역할일진대 그 사상이나 감정의 매개(媒介) 수단인 그 표현방식을 구태여 음미하기 어렵도록 고의적 제작 행동을 취할 필요는 도무지 없을 줄 안다. 될 수 있으면 평이(平易)를 그릇헤다 고품(高品)의 것을 담아주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러나 때로는 시대에 앞서서 아직 오지 않은 장래를 예감하고 나가는 예술적 선각자가 없잖아 있어 그가 노출하는 시대에 앞선 작품은 마침내 독자에게 난해성(難解性)을 줄 뿐 아니라 무시 경멸까지를 받으면서 오직 몇 사람의 이해자를 보며 고독한 길을 걸을지도 모른다. 이야말로 불휴의 가치를 가진 독창적 행동인 동시에 여기 난해성의 시의 진수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난해성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으니 하나는 전자와 같은 진가를 가진 매물적(賣物的) 존재요 후자는 난해란 그 자체에만 호기심을 가지고 출발하는 가짜의 것이었으니 이는 왕왕 인식이 얕은 독자층을 현혹 충동시키게 되는 것이다. 때로는 후자가 도리어 준열한 충동을 줄지도 모른다. 근자에 와서 난해성의 시가 자못 유행의 현상을 나타냄을 보는데 난해성 뒤에 숨은 진가가 없이 다만 난해성을 위한 난해성의 시는 아무 것도 아닐게다. 결국 내용이 없어 난해성 그것만의 기교에 사로 잡혀가지고 사이비 시의 기형적 산물은 문자 나열이나 기교적 유희에 지나지 않는다. 시가 시로서의 빛나는 진가는 형식이나 기교가 좌우할 수 없고 시 뒤에 숨은 정말 시가 있어야 할 줄 안다. (<조선중앙일보>, 1936년 2월 28일) - ‘시와 난해성’, 노천명, <꽃사슴>, 춘추각, 1984
관련도서
<노천명 전집>, 노천명, 천명사, 1960 <노천명: 고독과 자의식, 그리고 절제의 미학>, 이숭원, 건국대출판부, 2000 <노천명>, 김삼주 편, 문학세계사, 1997 <한국현대문학대사전>, 권영민 편, 서울대출판부, 2004 <국어국문학자료사전>, 국어국문학편찬위원회 편, 한국사전연구사, 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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