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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고양이로다

작품명
봄은 고양이로다
저자
이장희(李章熙)
구분
1920년대
저자
이장희(李章熙)
생애와 작품세계(1900~1929)
본명은 이양희(李樑熙), 호는 고월(古月). 대구보통학교를 거쳐 1917년 일본 교토중학(京都中學)을 졸업했다. 교토중학에 다닐 때부터 교지에 시를 발표하여 재능을 인정받았으며, 1924년 <금성> 동인으로 참가하여 3호에 시 <청천의 유방>, <실바람 지나간 뒤> 등을 발표하면서 문단에 데뷔하였다. 대표작으로는 <봄은 고양이로다>(1924), <동경>(1924), <하일소경(夏日小景)>(1926) 등을 꼽을 수 있다. 번역과 동시에도 관심을 보였고 1927년 <신민>에 소설 <학대받는 사람들>을 발표하기도 했다. 지나친 쇠약과 고독으로, 일정한 직업없이 집에 틀어박혀 지내다 29세에 음독자살하였다. 40여 편 정도로 추산되는 그의 시는 1951년 청구출판사에서 간행된 <상화(相和)와 고월(古月)>에 실린 11편만 전해지다가 1970년대 초반부터 연구가 본격화되면서 전편이 정리되기 시작하였다. 이장희의 작품들은 즉물적인 감각의 수사법으로 심미적 이미지를 엮어내는 특이한 작품세계를 보여준다. 서구문예사조의 혼류시대였던 당시의 퇴폐적, 감상적 경향과 다소 무관하게 감정을 절제한 짧은 형식, 섬세한 감각과 이미지의 조형성을 보여줌으로써 주목을 끌었다. 고양이의 모습에 어린 봄의 기운을 노래한 이장희의 대표작으로서 전체 8행 4연으로 되어 있다. 감정의 방출을 절제하고 간접적이고 구체적인 각도에서 봄의 심상화가 이루어져 있다. 봄에 대한 화자의 감정이 직접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고양이의 털, 눈, 입술, 수염을 매개체로 봄의 향기, 불길, 졸음, 생기를 철저하게 감각적으로 제시하고 있으며 운율면에서도 음성상징이나 기타 외형으로 드러나는 운율이 아니라 작품의 구조에 직결된 해조를 지니고 있다. 1920년대 초기 시단에서 감각시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대표적인 작품이다. - 참고 : <한국현대문학대사전>, 권영민 편, 서울대출판부, 2004 <한국현대문학작은사전>, 가람기획편집부 편, 가람기획, 2000(……) 한 마디로 고월은 무엇을 쓸 것인가보다는 언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하는 방법의 문제를 안고 부심하기 시작한 1920년대의 개성적 시인의 한 사람이었다. 고월시의 이러한 특징에 대해 “아마도 감각의 비유로서는 시사적으로 높이 평가될 것이며 만해(萬海)도 이에는 미치지 못했고, 뒷날의 지용(芝溶), 광균(光均)의 선구가 되었다고 할 것이다.”라는 정태용의 지적도 한 시사가 된다(현대문학, 1957년 10월). 이러한 특징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는 작품은 그의 대표작 <봄은 고양이로다>이다. (……) 고양이는 고월의 시에 가장 특징적으로 등장하는 시적 대상이다. 혹자는 고월의 고양이가 보들레르의 그것과 상관관계하에 존재한다고 말하기도 하나, 어쨌든 초기 시단에서 거의 시적 대상으로 선택되지 않던 마성(魔性)의 고양이가 고월의 시에는 빈번하게 등장한다. 그것은 때로 작자의 감정이 이입된 상징물로서, 아니면 단순한 묘사의 감각적 대상으로서 나타난다. <봄은 고양이로다>는 후자에 가깝다. 여기서는 봄과 고양이의 이미지 사이에 등가의 섬광적인 조명이 이루어지는데, 이것은 이 작품을 다른 것과 구별짓는 가장 큰 특징이 된다. 대체로 우리는 봄 하면 진달래, 개나리, 종달새, 고향 등등의 정감적인 대상 및 상황을 연상하게 된다. 그러나 고월은 그와 같은 평범한 연상작용을 거부하고 시인으로서의 강한 직관에서 비롯된 독특한 연상작용을 거쳐 봄을 고양이 속에, 고양이를 봄 속에 융합시킨다. 이것은 우리에게 감각적인 경이감을 불러일으킨다. <봄은 고양이로다>에서 고월이 느끼는 봄은 여러 가지로 제시되어 있다. 즉 ‘고운 봄’, ‘미친 봄’ , ‘포근한 봄’, ‘푸른 봄’이 그것이다. 그러면서 이러한 봄은 각각 ‘부드러운 고양이의 털’, ‘호동그란 고양이의 눈’, ‘다물은 고양이의 입술’, ‘쭉 뻗은 고양이의 수염’과 긴밀히 대응하고 있다. 한편 1연과 2연, 3연과 4연은 그 이미지에 있어서 대조를 이룬다. 1연과 3연이 다소 감각적·정지적이라면(고운 봄, 포근한 봄), 2연과 4연은 관념적·동태적 이미지이다(미친 봄, 푸른 봄). 정지적 이미지와 동태적 이미지가 대칭구조를 형성한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일견 고양이에게서 느끼는 봄의 서정적 감각만이 단조롭게 나열된 것 같은 이 작품을 자세히 읽어보면 긴장된 리듬감과 구조의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 고양이의 털에 어리우는 봄의 향기(정지적)->고양이의 눈에 흐르는 미친 불길(동태적)->고양이의 입술에 떠도는 봄졸음(정지적)->고양이의 수염에 뛰노는 푸른 생기(동태적)의 교차로 고양이를 탁월하게 묘사해준다. 고양이 속에서 봄이, 봄 속에서 고양이가 조화롭게 융합되는 모습과 함께 그들이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것을 감지할 수 있다. 그러나 직관적 지각의 작용으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지극히 평면적이고 단편적인 것이라는 비난을 벗어나기가 어렵다. 1920년대 한국 시단에서 이만큼 언어를 교묘하게 다루고 신선한 감각적 이미지를 형상화한 예의 작품이란 실로 찾아보기 힘든 일이지만, 이 작품들이 지속적인 체계와 사상을 형성함으로써 우리를 감동시킬 수 있는 그 ‘무엇’이 전혀 결핍돼 있다. 다시 말하면 감각적 비유의 날카로움과 섬세함은 한 장점이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하나의 단편적인 가능성의 제시에 불과한 것이다. (……) - ‘고월의 시세계’, 김재홍, <이장희>, 문학세계사, 1993(……) 하나하나의 이미지는 장식적(decorative)인 것이지만 그것들이 결합되어 이루는 효과는 표현적이다. 그의 대표작인 <봄은 고양이로다>를 보면 이러한 이미지의 효과는 거의 완벽에 가깝다. (……) 우리는 도대체 왜 고양이에게서는 털과 눈과 입술과 수염만 골라내고, 그 많은 봄의 현상 가운데서 향기와 불길과 졸음과 생기만 가려내었느냐고 이 시인에게 물을 수 없다. 이것은 시인의 순수 지각에 드러난 사물의 본질이다. 일종의 현상학적 환원의 상태에서 지각된 것이라고 생각해도 좋다. 관능적인 봄을 고양이라는 서구적인 시어를 사용해서 이미지로 만들고 있는 것도 놀랍지만, 졸음을 눈이 아니라, 고양이의 오물거리는 입술에 비유한 것도 참신하다. 에즈라 파운드는 이미지를, 일순간에 결합된 지적이고 동시에 정적인 복합체(intellectual and emotional complex in an instant of time)라고 규정하였는데, 그대로 이 시에 해당하는 말이다. 오상순이 지적한 바와 같이 봄은 고양이 속에서 완전히 살았고, 고양이는 봄 속에서 자기의 생을 완전히 발휘하였다. 이 신선하고 감각적인 시는 분명히 두 개의 전혀 다른 세계가 결합된 결과이다. 이 시 안에서 시인은 완전히 소멸한다. 그러나 엄밀하게 말해서 이것은 시인의 주관이 없어진 경우가 아니라 비록 수동성을 고수하는 제한된 영역 안에서이지만, 주관이 일체의 편견과 선입견을 제거하고 생생하게 활동하여 가장 뚜렷하게 객관 세계가 드러난 경우이다. 어떠한 시도 여기에서 출발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의미에서 이장희는 우리가 소월과 만해와 상화를 거쳐 영랑과 지용과 기림과 김광균으로 넘어가는 사이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시인이다. (……) - ‘주관의 명징성’, 김인환, <이장희>, 문학세계사, 1993
관련도서
<이장희 전집: 봄과 고양이>, 제해만 편, 문장, 1982 <이장희>, 김재홍 편, 문학세계사, 1993 <한국현대문학대사전>, 권영민 편, 서울대출판부, 2004 <한국현대문학작은사전>, 가람기획편집부 편, 가람기획,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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