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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

작품명
동백꽃
저자
김유정(金裕貞)
구분
1930년대
개요
1936년 5월 <조광>에 발표된 김유정의 단편소설. 1938년 간행된 단편집 <동백꽃>에 수록되어 있다. 사춘기의 두 남녀가 사랑에 눈뜨는 과정을 김유정 특유의 서정과 해학으로 묘사한 작품이다. 점순이의 역설적 애정 표현과 그것에 대해 전혀 깨닫지 못하는 ‘나’의 비성숙성은 작품의 흥미와 긴장을 제공하는 독특한 갈등을 형성한다. 이 같은 사건은 당시의 농촌 및 농민의 생활을 배경으로 함으로써 그의 다른 소설들과 더불어 농민의 생활감정과 습속의 내면적 모습을 보여준다. 두 인물 사이에 소작인의 아들과 마름의 딸이라는 계층관계가 분명히 드러나긴 하지만, 그와 관련한 대립이나 갈등이 심각하게 다루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신분이나 계층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럽게 싹트는 이성에 대한 그리움을, 동백꽃이 활짝 핀 농촌마을을 배경으로 순수하고 아름답게 보여주고자 하는 데 작가의 의도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이 작품은 인물들의 행동양식, 어법, 문체 등 해학적이고 골계적인 점에서 김유정 문학의 특색이 잘 드러나는 한편, 다른 작품에 비해 비극적 요소가 내재하지 않은 희극의 특성을 지닌다.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화자인 ‘나’의 어리숙한 모습으로부터 웃음이 유발되며, 독자가 다 아는 사실을 주인공만 모르도록 시침 뚝 떼고 사건을 진행시키는 소설적 서술방법이 돋보인다.
내용
‘나’의 집은 점순네 땅을 부쳐먹고 산다. 나의 집 사람들은 점순네에 늘상 굽신거리고, 어머니는 나에게 점순이와 붙어다니지 않도록 주의를 준다. 어느날 평소 말을 않고 지내던 점순이가 다가와 괜시리 말을 걸며 감자 세 알을 내놓았다. 나는 고개도 안돌리고 감자를 도로 밀어버렸는데, 점순이는 나를 독하게 쏘아보고 눈물까지 어리우더니 이를 악물고 가버린다. 그후로 점순이는 기를 쓰고 나를 괴롭힌다. 나의 집 암탉을 때리지 않나, 나를 ‘바보’, ‘배냇병신’이라 놀리다 못해 고의적으로 자기네 사나운 수탉과 나의 작은 수탉을 싸움붙여 놓는다. 나는 잘 싸우라고 우리집 닭에게 고추장까지 먹여보지만 점순네 닭에게 늘 반죽음을 당하고 만다. 하루는 일을 갔다오는데, 점순이가 우리집 수탉을 꺼내다 자기 집 수탉과 싸움을 붙여놓고 천연스레 호드기를 불고 있다. 나는 너무 화가 나서 단매에 점순네 닭을 때려죽이고는 앞일이 걱정되어 울음을 터뜨린다. 그러자 점순이는 닭을 죽인 건 비밀로 해주겠다며, 나를 안고 슬쩍 동백꽃 속으로 쓰러진다. 알싸한 꽃내음에 나는 정신이 아찔해진다. 그러나 마을에서 들려오는 점순이 어머니의 역정소리에 놀라 두 사람은 이내 다른 방향으로 도망쳐버린다.
저자
김유정(金裕貞)
생애(1908~1937)
아명(兒名)은 멱설이. 강원도 춘천 출생. 1923년 서울 재동공립보통학교를 졸업하고 휘문보고를 거쳐 1930년 연희전문학교 문과에 입학했으나 곧 제명처분을 당했다. 고향 실레마을에 내려와 방랑하다 1931년 보성전문학교에 입학했으나 곧 다시 퇴학했다. 1931년 실레마을에 야학을 열고 이듬해 야학을 ‘금병의숙(錦屛義塾)’으로 넓혀 아이들을 가르쳤으며, 1933년 상경하여 <산골 나그네>, <총각과 맹꽁이>를 발표했다. 193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소낙비>가 당선되었으며, <조선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노다지>가 가작으로 입선되었다. 1935년 ‘구인회’에 가담해 김문집, 이상 등과 깊은 친분을 가졌다. 약 4년이라는 짧은 창작 기간 동안 30여 편의 소설과 10여 편의 수필을 발표하는 창작력을 발휘하였고, 늑막염과 폐결핵으로 고생하다 29세 때 병이 깊어져 사망하였다.
주요작품 및 작품세계
<소낙비>·<노다지>(1935)의 발표 이후 ‘구인회’ 후기동인으로 가입하면서 <금따는 콩밭>·<산골>·<만무방>·<봄봄>·<안해>(1935) 등을 발표하였다. 1936년에는 <가을>, <두꺼비>, <이런 음악회>, <동백꽃>, <정조>, <슬픈 이야기> 등을, 1937년에는 <땡볕>, <따라지>, <연기>, <정분>을 잇달아 발표했다. 김유정의 작품들은 대부분 그의 뛰어난 해학정신으로 독특하게 짜여져 있다. 그의 해학은 비참한 현실에 대해 분노하거나 눈물을 흘리는 직선적 반응이 가져올 상처를 미리 예방해주면서, 피동적인 위치에서 무한히 벗어나고자 하는 인간정신의 자유를 강조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그의 작품이 불러일으키는 웃음은, 고통스러운 삶 속에서도 허무주의적 패배감이나 감상적 울분에 빠지지 않고, 그 고통의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자 하는 현실적 삶의 염원이 함축된 해학정신의 발로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여러 인물들이 보여주는 우스꽝스런 행위 역시 겉으로는 비록 우둔하고 비속하게 보일지라도 고통스러운 외적 세계와 가혹한 주위환경에 무기력하게 굴복당하고 있지만은 않겠다는 하층민들의 끈질긴 생명력과 자신감의 표현으로 해석할 수 있다.
리뷰
(……) <동백꽃>은 제목 앞에 농촌소설이라는 표식을 붙이고 발표되었다. 동백꽃이 한창 피는 봄에 마름의 딸과 소작농의 아들의 사춘기적 갈등과 화해와 사랑을 해학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점순네는 마름이고 나는 점순네의 땅을 붙여먹고 사는 소작농의 아들이다. 내가 점순이에게 일을 저질렀다가는 점순네가 노할 것이고, 그러면 땅도 떨어지고 집도 내쫓기게 되어 있다. (······) 이를테면 몸조심을 하고 있는 나에게 점순이는 계속 짖궂게 군다. (······) 나는 점순이가 나를 말려 죽일 작정이라고 생각한다. 점순이의 이런 행동은 사랑의 표시이다. 사랑의 표시가 말참견을 하고 감자를 건네주고 몸짓으로 표현되는 것이지만 나는 그것을 사랑이라고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녀의 사랑표시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내가 그녀에게 싸움을 거는 것이 해학적이다. 독자는 내가 점순이의 사랑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끝까지 싸움을 거는 행동을 보고 웃음을 머금게 된다. 점순이의 도전은 노골적인 성적 비속어로 가경이다. “너 배냇병신이지?”, “너 아버지가 고자라지?” 점순이가 나에게 해대는 말투가 자기의 사랑을 받아주지 않는 나에게 쏟아지는 역설적인 욕이라는 것도 나는 알아차리지 못한다. 반어에서 오는 웃음을 독자는 느낄 수 있다. 이런 비속어와 해학이 자칫 말장난이나 흥미 본위로 떨어질 요소가 없지 않다. 그러나 김유정 소설이 대부분 그러하듯 지주와 소작농, 농촌 사회의 궁핍 등, 절실한 문제를 작품 배경에 깔고 있기 때문에 매력을 더한다. 점순이의 사랑을 알아차리지 못했기 때문에 내가 치르는 곤욕은 우스꽝스럽게, 익살스럽게 느껴진다. 나의 우둔함을 점순이의 사랑으로 보상받음으로써 흐뭇한 느낌도 동시에 맛본다. 점순이가 나를 떠밀어 벌렁 자빠지게 만든다. 그리고 무턱대고 안 그런다고 대답한다. 둘은 겹쳐서 쓰러져 한창 피어 퍼드러진 동백꽃 속으로 파묻혀버린다.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내음새’에 정신이 아찔해진다. (······) 비참한 현실을 화해와 사랑으로 극복해가는 분위기를 북돋아주는 것은 봄이라는 계절이다. 여기서는 봄의 계절에 노랗게 핀 동백꽃이다. 김유정의 창작집 <동백꽃>의 표지는 동백꽃을 배경으로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처녀가 다소곳이 앉아 있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여기의 동백꽃 그림은 차나무과의 상록 교목인 동백나무(冬柏)로 이른봄 빨간색의 꽃을 피운다. (······) 그러나 김유정의 소설 <동백꽃>에 등장하는 동백꽃은 빨간 동백꽃이 아니고 노란 동백꽃이다. 노란 동백꽃은 우리나라 전역에 진달래와 함께 피는 꽃나무이다. 김유정 소설에서 제목으로 사용되고, 또한 알싸하고 향긋한 냄새를 풍기는 이 노란 동백꽃은 생강나무이다. (······) 김유정의 <동백꽃>을 읽은 도시 독자들 대부분은 남해안에 피는 빨간 동백꽃과 김유정의 생강나무 노란 동백꽃을 혼동한다. (······) 김유정의 <동백꽃> 이해에는 생강나무의 노란 동백꽃을 정확히 알아야 하는 것이 첫째 조건이다. 김유정의 <동백꽃>에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강한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김유정 소설에는 남성보다 여성의 생활력, 생명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난다. 여성들이 성적으로 당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당하는 듯한 그 여성이 남성을 지배한다. <동백꽃>에는 중부 춘천지방에서 즐기는 닭싸움도 등장한다. 춘천지방의 독특한 민속이 소개되고, <동백꽃>에 활기가 넘치게 하는 요소가 되게 한다. 쌈닭에게 고추장을 먹이면 병든 황소가 살모사를 먹고 용을 쓰는 것처럼 기운이 뻗친다고 믿는 속신에 따라 고추장 한 접시를 다 먹이는 것이다. 농촌소설이라고 표제가 붙은 것은 농촌의 풍속도를 적절하게 표현하고 있는 데서도 합당한 지칭이다. (······) - <김유정, 그 문학과 생애>, 김영기, 지문사, 1992
작가의 말
나의 고향은 저 강원도 산골이다. 춘천읍에서 한 20리 가량 산을 끼고 꼬불꼬불 돌아 들어가면 내닫는 조그마한 마을이다. 앞뒤 좌우에 굵직굵직한 산들이 빽 둘러섰고, 그 속에 묻힌 아늑한 마을이다. 그 산에 묻힌 모양이 마치 옴팍한 떡시루 같다 하여 동명을 ‘실레’라 부른다. 집이라야 대개 쓰러질 듯한 초가요, 그나마도 50호밖에 못 되는, 말하자면 아주 빈약한 촌락이다. 그러나 산천의 풍경으로 따지면 하나 흠잡을 데 없는 귀여운 전원이다. 산에는 기화이초로 바닥을 틀었고, 여기저기에 쫄쫄거리며 내솟는 약수도 맑고, 그리고 우리의 머리 위에서 골골거리며 까치와 시비를 하는 노란 꾀꼬리도 좋다. 주위가 이렇게 시적이니만치 그들의 생활도 어디인가 시적이다. 어수룩하고 꾸물꾸물 일하는 그들을 대하면 딴 세상을 보는 듯하다. (······) 이렇게 도회와 인연이 멀므로 그 인심도 그리 야박하지가 못하다. 물론 극히 궁한 생활이 아닌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들은 아직 악착한 행동을 모른다. (······) 그들이 모여 일하는 것을 보아도 퍽 우의적이요, 따라서 유쾌한 노동을 하는 것이다. 오월쯤 되면, 농가에는 한창 바쁠 때이다. 밭일도 급하거니와 논에 모도 내야 한다. 그보다는 논에 거름을 할 갈이 우선 필요하다. 갈을 꺾는 데는 갈잎이 알맞게 퍼드러졌을 때, 그리고 쇠기 전에 부랴사랴 꺾어내려야 한다. (······) 농군 하면 얼른 앉은 자리에서 밥 몇 그릇씩 해치우는 탐식가로 정평이 났다. 사실 갈을 꺾을 때 그들이 먹는 식품은 놀라운 것이다. (······) 거한 산으로 헤매이며 갈을 꺾어서 한 짐 잔뜩 지고 오르내리자면 땀방울이 떨어지니 여느 일과 노동이 좀 다르다. 그러니만치 산골에서는 갈꾼만은 특히 잘 먹이고 잘 대접하는 법이다. 개동(開東)부터 어두울 때까지 그들은 밥을 다섯 끼를 먹는다. 다시 말하면 조반, 점심겨누리, 점심, 저녁겨누리, 저녁 이렇게 여러 번 먹는다. 게다가 참참이 먹이는 막걸리까지 친다면 하루에 무려 여덟 번을 식사를 하는 셈이다. (······) “아, 잘 먹었다. 이렇게 먹어야 허리가 안 휘어!” 이것이 그들이 가진 지식이다. 일에 과로하여 허리가 아픈 것을 모르고, 그들은 먹은 밥이 삭아서 창자가 홀쭉하니까 허리가 휘는 줄로만 안다. 그러니까 빈 창자에 연신 밥을 먹여서 꼿꼿이 만들어야, 따라서 허리가 펴질 걸로 알고 굳이 먹는 것이다. (······) 나도 고향에 있을 때 갈꾼에게 여러 번 얻어먹었다. 그 막걸리의 맛도 좋거니와, 옹기종기 모이어 한가족같이 주고받는 그 기분만도 깨끗하다. 산골이 아니면 보기 어려운 귀여운 단란이다. (······) 산 한중턱에 번듯이 누워 마을의 이런 생활을 내려다보면, 마치 그림을 보는 듯하다. 물론 이지(理知)없는 무식한 생활이다마는 좀더 유심히 관찰한다면 이지없는 생활이 아니고는 맛볼 수 없을 만한 그런 순결한 정서를 느끼게 된다. 내가 고향을 떠난 지 한 4년이나 되었다. 그동안 얼마나 산천이 변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금쟁이의 화를 아직 입지 않은 곳이매, 상전벽해(桑田碧海)의 변(變)은 없으리라. 내내 건재하기 바란다. - ‘오월의 산골짜기’, 김유정, <김유정 전집 2>, 가람기획, 2003
관련도서
<김유정 전집>, 김종년 편, 가람기획, 2003 <김유정 소설 전집>, 전상국 편, 강원대출판부, 2002 <김유정을 찾아가는 길>, 유인순, 솔과학, 2003 <김유정어휘사전>, 김무출 편, 박이정, 2001 <김유정의 소설세계>, 박세현, 국학자료원, 1998 <김유정 문학의 전통성과 근대성>, 전신재 편, 한림대아시아문화연구소, 1997 <김유정: 시대를 초월한 문학성>, 전상국, 건국대출판부, 1995 <김유정: 그 문학과 생애>, 김영기, 지문사, 1992 <김유정 소설과 시간>, 박정규, 깊은샘, 1992 <한국현대문학대사전>, 권영민 편, 서울대출판부, 2004 <국어국문학자료사전>, 국어국문학편찬위원회 편, 한국사전연구사, 1995
관련사이트
김유정문학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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