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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도 시 제1호

작품명
오감도 시 제1호
저자
이상(李箱)
구분
1930년대
저자
이상(李箱)
생애(1910~1937)
본명은 김해경(金海卿). 1910년 서울 출생. 서울 누상동의 신명학교를 졸업하고 동광학교에 입학했으나 1922년 동광학교가 해체되면서 보성고등보통학교에 편입했다. 1924년 교내 미술전람회에서 1등상을 받기도 하였으며, 1929년 경성고등공업학교 건축과를 졸업한 후, 조선총독부 내무국 건축과 관방회계과 영선계 기수로 근무했다. 1929년 12월 조선건축회지 <조선과건축> 표지 도안 현상모집에 1등과 3등으로 당선되는 등 그림과 도안에 재능을 보였다. 1931년 <조선과건축> 7월호에 시 <이상한 가역반응>을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1933년 각혈로 퇴직한 후 황해도 백천온천에서 요양하다 그의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금홍을 만났고, 다방 ‘제비’, 카페 ‘쓰루’, 다방 ‘식스나인’ 등을 경영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1934년 ‘구인회’에 입회하고 <조선중앙일보>에 시 <오감도>를 연재하다가 독자들의 비난으로 중단하였다. 1936년 창문사에서 ‘구인회’ 동인지 <시와소설>을 편집하다가 같은 해 일본으로 건너갔다. 1937년 불령선인(不逞鮮人)으로 일본 경찰에 체포·구금되었다가 풀려났으나 이로 인해 건강이 더욱 악화되어 1937년 4월 도쿄에서 사망했다.
주요작품 및 작품세계
그는 시, 소설, 수필에 걸쳐 두루 작품활동을 한 작가로 작품의 특성은 크게 세 계열로 나누어볼 수 있다. 첫째, 개인적 사정을 내면화한 작품들로 소설 <12월 12일>·<휴업과 사정>(1931), <지도의 암실>(1932) 등이 이에 해당된다. 이 작품들은 대칭구조로 되어 있고 일상어를 써서 개인적 체험을 그대로 살린 점이 특징이다. 둘째, 창작 노트에 실린 일본어로 쓴 작품들과 당시 신문이나 잡지에 발표한 시들로서 <이상한 가역반응>·<오감도>·<삼차각설계도>(1931), <건축무한육면각체>(1932) 등이 이에 해당된다. 이 시들은 한국어와 일본어가 마구 뒤섞여 있고 띄어쓰기를 무시하고 숫자를 빌어쓰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일상적인 언어체계와 질서를 부정하고 자신의 관념을 통해 고유의 기호와 담론구조를 창출하려는 시도가 두드러진다. 그러나 그는 이성에 기초한 절대적인 진리는 있을 수 없다는 인식을 새롭게 받아들이면서 혼란에 빠지게 되고, 이러한 혼란을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탈출구를 마련하는데 개인적으로는 도쿄행으로, 창작방법으로는 수필체의 소설로 나타난다. 셋째, 수필체 소설들로 <지주회시>·<날개>(1936), <동해>·<종생기>(1937) 등이 이에 해당된다. 이 작품들은 이전의 형식화된 기호체계에서 벗어나 현실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나 관념성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객관적인 현실을 반영한 인물간의 갈등과 대립보다는 강한 자의식을 가진 인물이 객관적인 현실을 관찰하며, 자의식을 확증할 수 있는 몇몇 현실적 징후들을 찾아헤매는 내면세계가 두드러져 있다. 이상은 이러한 문학세계를 통해 초현실주의의 선구자, 심리소설의 개척자, 도구적 합리성을 극복하고 미적 자율성을 확립한 모더니즘의 구현자로 높이 평가되는가 하면, 다른 한편으로는 인간에 대한 인식가능성을 부정한 극단적인 관념론자로 규정되기도 했다. <오감도>는 1934년 7월 24일부터 8월 8일까지 <조선중앙일보>에 연재한 이상의 시 작품들로 연재 도중 독자들의 비난이 빗발쳐 중단되었다. 이 작품들은 전체적으로 긴장, 불안, 갈등, 싸움, 공포, 죽음, 반전 등 자의식 과잉에 의한 현실의 해체를 그 기본내용으로 하고 있다. 그 중 대표작으로 알려진 <오감도 시 제1호>는 사람들이 서로를 두려워하는 절망적인 상황을 역전(逆轉)의 눈으로 그리고 있다. ‘13’이라는 숫자의 반복적 사용, 반전에 의한 부정, 신조어 사용 등으로 이루어진 이 시의 표면적 의미는 매우 단순하다. ①13인의 아해가 도로를 질주한다, ②13인의 아해가 모두 무섭다고 한다, ③그 중의 어느 아해가 무서운 아해이든 상관없다, ④13인의 아해가 도로를 질주하지 않아도 좋다. 이 시는 ①과 ④, ②와 ③이 각각 대응을 이루고 있는데, ①의 내용을 ④에서, ②의 내용을 ③에서 뒤집고 있다. 길은 막다른 골목이라도 적당하지만, 뚫린 골목이라 하여도 무방하고, 13인의 아해가 도로를 질주하고 있으나 질주하지 않아도 좋은 것이다. 이런 뜻에서 13은 13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이 시는 처음부터 비구상(非具象)의 언어, 곧 현실없는 언어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시 작품 안에는 반논리(反論理)가 구축한 반현실(反現實)의 현실이 있을 뿐이다. 결국 이 시는 13인의 아해의 정체나, 질주의 의미, 질주의 방향 등에 대한 질문이 아니라, 13인의 아해가 무서운 아해이며 동시에 무서워하는 아해라는 사실, 곧 공포라는 주제를 강조한다. 대상이 분명치 않은 공포의 세계는 이른바 불안의 세계로 해석되며, 따라서 이 시는 일제강점기, 나아가 현대인들이 체험하는 불안을 반어의 기법으로 노래한 것이라 할 수 있다. - 참고 : <한국현대문학대사전>, 권영민 편, 서울대출판부, 2004 <국어국문학자료사전>, 국어국문학편찬위원회 편, 한국사전연구사, 1995 (……) <조선중앙일보>의 학예·문예부장이던 이태준의 발탁으로 활자세례를 받은 <오감도> 연작은 예정된 30회의 반밖에 싣지 못하고 15회 만에 중단되고 만다. <오감도>가 나가는 동안 안주머니에 사표를 넣고 다니던 이태준은 이 사태를 다음과 같이 전한다. “이상의 <오감도>는 처음부터 말썽이었어. 원고가 공장으로 내려가자 문선부에서 ‘오감도(烏瞰圖)’가 ‘조감도(鳥瞰圖)’의 오자가 아니냐고 물어왔어. 오감도란 말은 사전에도 나오지 않고 듣도 보도 못한 글자라는 것이야. 겨우 설득해서 조판을 교정부로 넘겼더니, 또 거기서 문제가 생겼어. 나중에 편집국장에게까지 진정이 들어갔지만 결국 시는 나갔어. (……) ‘무슨 미친 놈의 잠꼬대냐’ ‘무슨 개수작이냐’ (……) 신문사에 격렬한 독자투고와 항의들이 빗발쳐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지.” 당대를 훨씬 앞지른 ‘첨단’, 이 도저한 정신분열적 언어의 파행에 독자들은 이토록 거부감을 나타낸다. 당대 사람들의 의식과 정서로는 수용 불가능했던 시 <오감도>. 그러나 당대 사람들에게 모독당한 그의 시는 뒷날 구태의 한국문학과는 차별화된 새로운 모더니즘 문학의 진경을 펼쳐보인 ‘앞서간 문학’으로, 한국 현대문학사에서 불멸의 자리에 각인되며, 후학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준다. (……) 1910년대 중반 스위스·독일·프랑스에서 일체의 전통과 기성가치를 부정·파괴하고자 한 다다이즘(Dadaism), 이어서 1920년대 중반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을 바탕으로 브르통(Breton)에 의해 시도된 기성윤리와 역사 및 현실통념을 거부하고 주관적 내면세계를 심리적으로 분석하는 기법을 차용한 초현실주의(Surrealism). 이 두 가지는 일본에서 나온 이론을 1924년 고한용이 소개한 바 있다. 그러나 다다이즘과 초현실주의는 일본에서조차 불온시된 탓으로 우리나라에 좀처럼 뿌리를 내리지 못하다가 1930년대에 들어 건축기사 출신의 한 젊은이에 의해 본격적으로 시도된 것이다. 이상의 시는 현대인의 절망과 불안심리를 형상화한 것으로 높이 평가되고 찬사도 받지만, 기존 언어체계와 질서에 익숙하던 일부 문인과 일반독자에게는 문학에 대한 커다란 모독처럼 여겨진 것 또한 사실이다. <오감도 시 제1호>에 나오는 ‘13인의 아해’는 최후의 만찬에 참석한 예수의 13제자를 상징한다는 풀이를 비롯해 현실의 불안·공포·부조리·혼란·모순을 나타낸 것이라는 등 숱한 견해를 낳게 한다. 그러나 이것은 자주 들추는 하나의 보기일 뿐, 이상의 거의 모든 작품이 이처럼 고정관념과 보편성을 무시한 파격으로 치닫는 까닭에 뒷날 끊임없이 비평가들의 다각적인 연구대상에 오르게 된다. (……) - ‘모독당한 최초의 모더니스트’, 장석주, <이상 전집>, 가람기획, 2004 (……) 설명시의 경우 문맥을 살피기 위한 기본전제는 주어와 서술어를 찾는 일로 요약된다. 이때 주어는 화자가 설명하려는 대상을, 서술어는 그 대상에 대한 화자의 의견, 주장을 의미한다. 이 시의 경우 주어는 ‘13인의 아해’이며, 서술어는 1) ‘도로로 질주한다’, 2) ‘도로로 질주하지 않아도 좋다’, 3) ‘무서운 아해와 무서워하는 아해로 이루어진다’이다. 그러나 이렇게 세 가지 유형으로 집약되는 서술어는 좀더 찬찬히 읽을 때 1), 2)보다는 3)이 한결 타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왜냐하면 1), 2)를 한데 묶어 서술어의 형식으로 만들 때, 이 시의 문맥은 결국 ‘13인의 아해는 도로로 질주하든 질주하지 않든 상관없다’는 것이 되며, (……) 문맥에 따를 때 그것은 자연스럽게 3)의 형식이 더욱 중요함을 알려준다. 이 시의 문맥을 검토함에 있어서 기본전제는 그렇기 때문에 ‘13인의 아해는 무서운 아해와 무서워하는 아해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무서운 아해와 무서워하는 아해는 다시 누가 무서운 아해이고 누가 무서워하는 아해인가하는 문제를 낳는다. 그렇지만 13인의 아해 가운데 누가 무서운 아해이고, 누가 무서워하는 아해인가라는 분별 역시 중요치 않음을 알게 된다. 그것은 18·19·20·21행이 증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시의 문맥은, 다시 말해서 문맥적 의미는 13인의 아해가 무서움을 표상하고, 동시에 무서움에 시달리는 존재를 표상한다는 결론을 낳는다. 그러나 문맥에 따를 때 이 무서움의 내용, 조건, 이유 등은 찾을 방법이 없다. 따라서 이 무서움은 어떤 객관적 이유가 없는, 다시 말하면 대상이 분명치 않은 무서움의 세계라고 할 수 있다. 객관적 이유가 없거나 대상이 분명치 않은 무서움의 세계는 공포가 아니라 불안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시가 드러내는 문맥적 의미는 결국 13인의 아해가 불안을 표상하며 동시에 시달린다는 점으로 요약된다. 어떤 삶이 불안 자체이면서 동시에 불안에 시달린다는 것은 하이데거 식으로는 무를 체험하는 영역, 곧 실존적 투기가 이루어지는 영역으로 해석된다. 그렇기 때문에 화자는 시의 공간, 사건, 대상, 인물 등을 무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 시는 결국 현대인이 실존을 체험하는 불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화자는 그러한 불안에 대해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스스로를 풍자한다. (……)- <이상 시 연구>, 이승훈, 고려원, 1987
작가의 말
왜 미쳤다고들 그러는지 대체 우리는 남보다 수십년씩 떨어져도 마음 놓고 지낼 작정이냐. 모르는 것은 내 재주도 모자랐겠지만 게을러 빠지게 놀고만 지내던 일도 좀 뉘우쳐 보아야 아니하느냐. 열아문 개쯤 써 보고서 시(詩) 만들 줄 안다고 잔뜩 굴러다니는 패들과는 물건이 다르다. 2천 점에서 30점을 고르는 데 땀을 흘렸다. 31년 32년 일에서 용 대가리를 떡 꺼내어놓고 하도들 야단에 배암 꼬랑지 커녕 쥐 꼬랑지도 못 달고 그만 두니 서운하다. 깜빡 신문이라는 답답한 조건을 잊어버린 것도 실수지만 이태준(李泰俊), 박태원(朴泰遠), 두 형(兄)이 끔직이도 편을 들어준 데는 절한다. 철(鐵) – 이것은 내 새 길의 암시오 앞으로 제 아무에게도 속(屬)하지 않겠지만 호령하여도 에코가 없는 무인지경은 딱하다. 다시는 이런 – 물론 다시는 무슨 다른 방법이 있을 것이고 위선 그만둔다. 한동안 조용하게 공부나 하고 따는 정신병이나 고치겠다. (<오감도> 연작의 중단 후 이상이 쓴 글) - <한국현대시요람>, 정한모·김용직, 박영사, 1974
관련도서
<이상 전집>, 김종년 편, 가람기획, 2004 <이상 문학 전집>, 이승훈·김윤식 편, 문학사상사, 1989~2001 <이상 선집>, 김해경 편, 을유문화사, 1994 <이상평전>, 고은, 향연, 2003 <이상과 김수영 시의 아이러니>, 신주철, 박이정, 2003 <이상과 그의 시대>, 안미영, 소명출판, 2003 <이상 시의 근대성 연구>, 조해옥, 소명출판, 2001 <이상, 철천의 수사학>, 이경훈, 소명출판, 2000 <이상 시 연구>, 김승희, 보고사, 1998 <이상 문학 텍스트 연구>, 김윤식, 서울대출판부, 1998 <이상 문학연구 60년>, 권영민 편, 문학사상사, 1998 <이상>, 이태동 편, 서강대출판부, 1997 <이상>, 김용직 편, 문학과지성사, 1990 <이상 시 연구>, 이승훈, 고려원, 1987 <한국현대문학대사전>, 권영민 편, 서울대출판부, 2004 <국어국문학자료사전>, 국어국문학편찬위원회 편, 한국사전연구사, 1995
연계정보
-13 아해의 질주
-오감도-김규현
-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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