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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具常)

예술가명
구상(具常)
전공
개요
구상의 시는 사회의 부정과 불의, 부조리를 고발하되, 그 고발이 자기 참회로 귀결되는 기독교 신앙에 바탕을 둔다. 따라서 그의 시적 태도는 철저하게 존재론적인 기반 위에서 미의식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타난다. 즉, 존재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하지 않은 감성을 받아들이지 않으며, 역사의식에 기초하지 않은 생경한 지성이라는 것도 신뢰하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시적 태도가 구체화되어 나타나고 있는 것이 바로 시집 <초토의 시>이다. 이 시집은, 시인이 직접 체험한 한국전쟁을 대상으로 하면서도 전쟁의 고통을 초극하고 구원의 세계에 도달하는 과정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는 시를 무정란적(無精卵的)인 것과 정충란적(精蟲卵的)인 것의 두 가지로 구분하였으며, 그 자신은 정충란적인 시, 즉 대리석에 정을 치듯 피땀을 흘려가며 투박하고 유치하더라도 온 정혼을 기울여 두껍고 깊게, 그리고 조심스럽게 시를 쓰고자 했다. 이러한 그의 시적 경향은 월남 후 발표한 시 <발길에 채인 돌멩이와 어리석은 사나이>, <유언>, <비롯함도 마침도 없는 임아>, <사랑을 지키리>, <옥상실존>, <백련>, <구상무상>, <폐허> 등의 작품에 일관되게 나타난다. 그의 시에서는 북한 공산 치하의 비인간적 현실의 부조리를 비롯한 현실 상황의 고발과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고 상승하려는 동경과 희구를 볼 수 있다. 따라서 그의 시는 리얼리티와 동시에 이상성의 빛을 내뿜고 있다. 시의 주제는 자기의 전인격에서 발상되어야 하고, 인간의 유의식이 명하는 바 공동 이상을 자기의 사명으로 삼는다고 말했거니와, 이러한 그의 말은 그대로 리얼리티와 이상 추구의 두 특질을 융합하려는 노력으로 볼 수 있다. 견고한 기독교적 신앙에 바탕을 두면서도 매우 광범위한 정신세계를 포괄하고 있다는 점은 구상의 시를 규정하는 또 다른 특징이다. 그의 시는 한국의 건국신화, 전통문화, 한자문화권의 고등 교양, 자연탐구는 물론, 선불교적 명상과 노장사상까지 포용하며, 이들 사상과 교양은 항상 기독교적 구원의식으로 통합되고 있다. 역사의 의미와 인간 존재의 궁극을 동시에 포괄하고자 하는 의욕이 절대적 신앙의 경지에 이르고 있는 것은 그의 시세계의 견고함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참고 : <한국현대문학대사전>, 권영민 편, 누리미디어, 2002 <한국현대문학작은사전>, 가람기획편집부 편, 가람기획, 2000
생애
함남 원산에서 출생한 구상은 일본 니혼대 종교과를 졸업하고 1946년에 원산문학가동맹의 동인시집 <응향(凝香)>에 <길>, <여명도(黎明圖)>, <밤> 등을 발표해 등단했다. 그러나 이 시집으로 말미암아 북조선문학예술총동맹 중앙위원회로부터 반동시인으로 낙인찍히게 된다. 즉 <길>, <여명도>는 현실에 대한 그로테스크한 인상에서 오는 허무한 표현의 유희이며, <밤>에서는 낙오자로서 죽어가는 애상의 표백밖에는 찾아볼 수 없다는 규탄과 비문학적·조직적 탄압을 받고 월남, 서울에서 <백민> 등에 작품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영남일보> 주필 겸 편집국장, 종군작가단 부단장, 서울대·서강대 강사, <경향신문> 논설위원 등을 역임하였다. 또한 희곡과 시나리오에도 손을 대어, 희곡 <수치>와 시나리오 <갈매기의 묘지>, <단군>을 발표했다. 이밖에 저서로 하와이대학 교과서로 쓰인 <한국전승문화독본>이 있다. 문총 중앙위원 등 문단의 중심적 존재로서 활약하는 한편, 1970년부터 1973년까지 하와이대학의 초빙교수를 역임했다.
약력
1919년 함남 원산 출생 1941년 일본 니혼대 종교과 졸업 1942년 북선매일신문사 기자 1946년 <응향>에 <길>, <여명도>, <밤> 등을 발표하며 등단 1948년 연합신문사 문화부장 1950년 국방부 기관지 승리일보사 주간 1952년 효성여자대학교 문리과대학 부교수 / 영남일보사 주필 겸 편집국장 1955년 대구매일신문 상임고문 1960년 서강대학교 강사 1961년 경향신문사 논설위원 겸 동격 지국장 1970년 하와이대학교 극동어문학과 교수 1976년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문예창작과 대우교수 1979년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1982년 하와이대학교 극동어문학과 교수 1986년 아세아시인회의 서울대회장 1991년 세계시인대회 명예대회장 /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고문 1997년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객원교수 2001년 한국문인협회 고문 2002년 구상문학관 개관
상훈
1955년 금성화란무공훈장 1957년 서울시문화상 - <초토의 시> 1970년 국민훈장동백장 1980년 대한민국문화상 본상 1993년 대한민국예술원상 시집 <구상(具常)>(1951) <초토의 시>(1956) <까마귀>(1981) <모과 옹두리에도 사연이>(1984) <드레퓌스 벤치에서>(1984) <구상연작시집>(1985) <개똥밭>(1987) <다시 한번 기회를 주신다면>(1988) <저런 죽일 놈>(1988) <유치찬란>(1989) <조화(造化)속에서>(1991) <인류의 맹점에서>(1998) 평론집 <민주고발>(1953) <현대시창작입문>(1988) 희곡집 <황진이>(1994) 수필집 <침언부어(沈言浮語)>(1960) <영원 속의 오늘>(1976) <우주인과 하모니카>(1977) <그리스도 폴의 강>(1978) <나자렛 예수>(1979) <그 분이 홀로서 가듯>(1981) <실존적 확신을 위하여>(1982) <딸 자명(紫明)에게 보낸 글발>(1985) <한 촛불이라도 켜는 것이>(1985) <삶의 보람과 기쁨>(1986) <시와 삶의 노트>(1988) <예술가의 삶>(1993) <우리 삶, 마음의 눈이 떠야>(1995) <오늘 속의 영원, 영원 속의 오늘>(1996)
작가의 말
(……) 시의 우열(優劣)은 별개 문제로 하고 그 작자가 진실된, 아니 진실하려는 인간이라면 그의 작품에는 그 자신이 부각되지 않을 수 없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나의 시가 개성적이라고 말할 수 있고 또 그리 많지 않은 나의 독자들도 이 점을 인정해주고 있는 줄 압니다. 그러나 이것은 나의 시가 나의 퍼스낼리티를 완전히 발휘하고 나의 완벽한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말은 아니요, 그저 스티븐 스펜서의 말대로 ‘나의 사랑하는 세계는 완전하고 또 어처구니 없음을 함께 갖추고 있다’는 얘기로 알아주기 바랍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남과 다른 사물의 인식과 상상의 세계를 지니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고 또 이것을 정확히 끄집어내려고 노력하지만, 아직도 항상 그 인식이나 상상이 불투명하고 불안한 상태로서 그 어떤 인식이나 상상의 안정된 논리나 감각의 자기 방법을 갖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직히 말하면 소위 일가(一家)를 이루지 못한 시인입니다. 여하간 그런대로 내가 즐겨 써온 주제와 제재(題材)들을 개괄하면 자연에 대한 서정이나 서경보다도 인간이나 현실에 대한 실존이나 실재의 추구와 그 감개 같은 것으로 일관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자연서정으로 만발하던, 아니 시에선 인간이나 세사(世事)를 진개시(塵芥視)하던 우리 시단 풍토 속에서 내가 출발할 당초부터의 시의식이었습니다. 나는 너무나 너무나 인간적이었다고나 할까. 나의 시는 자연히 그 존재론적 인식 때문에 관념적인 면이 있는 동시에 또 한편 그 강렬한 역사의식으로 말미암아 현실 비평적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나의 존재론적 의식이 어떤 신앙적 도그마에 빠지거나 또는 나의 역사의식이 어떤 현실적 당위성에 영합과 추종을 일삼지는 않았고 최소한 그런 것을 가장 두려워하고 경계해왔음만은 확연히 말할 수가 있습니다. (……) - ‘나의 시작태도(詩作態度)’, 구상, <실존적 확신을 위하여>, 홍성사, 1982
평론
(……) 구상의 시어는 외연이 명료하다. 표현이 직재한 까닭이다. 그래서 구상의 시학에 밝지 못한 독자들은 그의 시를 단순한 관념시로 보고 지나치기 쉽다. 신비평가들이 말하는 텐션을 잃어 시의 위기를 불러오는 것으로도 보인다. 사실, 구상의 시는 현란한 수식어로 요란한 말잔치를 벌이지 않는다. 수사적 기교를 최소화하고 의미의 정곡을 조준하는 경우가 많다. 그 까닭은 두 가지다. 하나는 진리와는 상관없이 교묘하게 겉만 꾸미는 말, 곧 ‘기어(綺語)’를 피하려는 그의 언어관이고, 시의 표상과 진리가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는 그의 시학적 견해가 그 둘이다. ‘기어’는 불교에서 말하는 열 가지 악의 하나다. 진리를 표상, 전달하지 않는 화려한 말솜씨를 그는 멀리한다. 현대를 ‘존재 망각의 밤’이라고 한 하이데거의 언어관과 상통한다. 그래서 그는 존재의 의미와 진리 추구에 무심한 채 감성적 표현에 사로잡힌 모더니즘시의 언어적 기교를 배격하며, 특히 초현실주의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 그는 초현실주의 시쓰기를 도깨비 그리기에 비유한다. 도깨비는 그 실체를 본 사람이 없으므로 아무렇게나 그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아무것이나 그린 초현실주의시가 어떻게 언어 표상과 의미의 인류적 공감을 얻을 수 있겠는가를 그는 묻는다. 구상 시의 텐션은 단순한 의미론의 차원에서는 파악되지 않는다. 그것은 독자가 구상 시의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는 존재론적 비의(秘義)에 착목했을 때라야 상징이 아닌 실상으로서 체험된다. 예를 들어, 그의 연작시 <그리스도 폴의 강>은 사전에 풀이되어 있는 단순한 물흐름이 아니다. 그것은 그가 체험하고 본보이기를 소망하는 그의 삶과 인격, 그의 실존과 역사의 거울이다. 이 시는 ‘시간’과 ‘영원’의 갈등을 해소하여, 현존과 비현존, 폭력과 온유함, 구속과 자유, 생성과 소멸의 모순을 포용하여 화해시킨다. 구상의 강은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역사적 지속성의 의미로서 제시하여, 시간 속의 현존에 영원이 조응된다. (……) 구상의 시에서는 인간과 자연, 인간 상호간, 인간과 섭리의 신 사이의 영적 파동이 감지된다. 그렇다면, 구상의 시가 이 같은 포용과 화해, 만남의 질서와 우주적, 영적 비전을 내포하게 된 연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그의 가정 배경, 성장 환경, 신앙 경력 등과 관계가 깊으리라 생각된다. 그는 성 베네딕도 수도원 부설 신학교에 다닐 때, 그 주변의 아름답고 고요한 숲길을 걸으면서 인생과 자연과 신에 대해 깊은 사색에 잠겼었다. 또한 일본대학 종교과를 다니면서 불교 승려거나 기독교 목사인 여러 교수들의 강의에 영향을 받았다. 가톨릭교의 텃밭에서 자란 구상의 영적 세계에 불교와 개신교가 영입된 것이다. 그리고 그 시절 구상은 경험을 넘어서 초월적 보편자의 세계에 도달한 다음, 다시 그 추상성을 극복하고 인간 탐구에 몰두한 가브리엘 마르셀의 실존관에 크게 감동을 받았다. 또한 그는 노자, 장자의 사상과 선승의 경지를 본보인 공초 오상순 시인의 우주관과도 만났다. 구상 시인이 동서양의 사상과 종교를 화해시킬 수 있는 까닭은 그의 이 같은 정신사에서 찾을 수 있다. 거듭 말하거니와 그의 시 쓰기는 존재의 본질 탐구에 있다. 그래서 그는 미 인식의 찰나적 섬광이나 그런 ‘촉발생심’으로 시를 쓰지 않는다. 실재에 관입하는 그의 존재 탐구는 수사의 구도와도 같이 그의 서재 ‘관수재’에서 계속된다. 이러한 그의 시쓰기가 낳은 것이 많은 연작시들이다. 그의 연작시 <초토의 시>, <밭 일기>, <까마귀>, <모과 옹두리에도 사연이>, <그리스도 폴의 강>, <유치찬란> 등은 존재의 비의를 줄기차게 탐구, 조명해내는 그의 구도자적 자세가 낳은 대작들이다. <초토의 시>는 한국 전쟁의 비극을 조국과 인류에 대한 사랑의 마음으로 증언한 시이고, <밭 일기>는 밭의 섭리와 그 자각, 밭갈기와 같은 자기 수행의 표상이며, <까마귀>는 산업기술시대의 물질주의와 현실의 부조리를 경고한 시다. <모과 옹두리에도 사연이>는 파란에 찬 역사와 병고로 수없이 죽음 체험을 한 구상의 자전적 고백록이며, <그리스도 폴의 강>은 존재의 내면적 진실과 참회 및 헌신의 표상을, <유치찬란>은 순진무구한 마음으로 실상을 썼다. 구상은 연작시를 쓰며, 아울러 줄기차게 개작을 했다. 연작과 개작은 존재의 궁극적 실재를 조명해내려는 그의 인고어린 수행이다. 기어를 극구 사양하는 구상의 시쓰기는 한 떨기 풀꽃, 그 찰나적 존재에마저 조응되는 영원과 무한을 증거하는 일이다. (……) - ‘현존과 영원의 조응’, 김봉군, <한국대표시인 101인선집: 구상>, 문학사상사, 2002
관련도서
<구상 시 전집>, 구상, 서문당, 1986 <한국대표시인 101인선집: 구상>, 구상, 문학사상사, 2002 <존재인식과 역사의식의 시: 구상 시의 사상과 형상성 연구>, 이운용, 신아출판사, 1987 <실존적 확신을 위하여: 구상 수상집>, 구상, 홍성사, 1982 <한국 기독교시 연구: 김현승, 박두진, 구상을 중심으로>, 이운용, 조선대 박사논문, 1989
연계정보
-황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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