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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 1970년대의 소설문학

한국 사회의 급속한 산업화를 따라 대규모 노동 계급이 형성되었다. 이 같은 변화에 대응하는 노동소설이 나타나게 되는 것은 당연해 1948년을 경계로 끊어졌던 노동소설의 맥이 되살아나게 된다. 윤흥길의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연작은 공장 노동자 현실에 대한 본격 접근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대단히 큰 의미를 지닌다. 윤흥길은 <황혼의 집>, <장마> 등 1인칭 소년 화자 관찰자 시점의 전쟁 체험 소설로 분단소설의 새 장을 열었고, 이후 노동소설로 영역을 넓혀 노동자와 사용자 사이에 놓인 중간층의 존재성 추구하는 점에서 이후 노동소설의 핵심 코드 하나를 제시한다. 한편 1970년대 중반 오랜 침묵에서 몸을 일으킨 한 작가가 한국 문단과 한국 사회의 한복판으로 작고 까만 쇠공을 쏘아올렸다. 조세희 문학의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는 정신은 도덕적 근본주의다. “단 한 사람도 남을 위해 눈물을 흘릴 줄 모”르는 ‘죽은 땅’에 사는 우리는 “한 덩어리의 공기를 나누어 마신” 죄인이며, 나하고 직접 관련 있지 않으니 나는 상관없다는 식의 생각은 애당초 성립할 수 없다. 잘못된 제도와 법, 모순된 계급 구조, 이로 인한 모든 소외 현실은 궁극적으로 우리 모두의 잘못 때문이라는 것 등이 도덕적 근본주의의 내용이다. 조세희 문학의 이런 이분법은 1970년대 한국 사회의 핵심 성격을 구조적 차원에서 파악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소설이 변혁 운동의 방향과 방법 설정을 중심에 두고 치열한 논쟁 형식으로 펼쳐졌던 사회구성체 논의의 전개와 나란히 또는 이를 선도하며 높은 수준에서 우리 사회를 구조적 차원에서 파악하고 반영하는 단계까지 나아간 것은 80년대 들어서다. 이 점에서 70년대 중반 이미 한국사회의 핵심 성격을 구조적 차원에서 파악한 조세희 문학의 선도적 의미는 대단히 크다. 황석영은 윤흥길, 조세희와 함께 70년대 한국 노동소설을 이끈 작가다. 황석영 문학의 시작은 <삼포 가는 길>로 볼 수 있다. 농어촌 해체와 농어민 유리, 그리고 노동자화라는 6, 70년대 근대화의 핵심 양상을 구조화한 이 작품에는 이후 민중 문학을 이끌 민중 연대의식도 깃들여 있어 그 사적 의미는 대단히 크다. 황석영은 언제나 7, 80년대 민중 문학 전개의 한복판에 서 있었다. <객지>, <돼지꿈>, <삼포 가는 길>로 전개되는 부랑 노동자의 현실을 그린 세계, <아우를 위하여>, <한씨 연대기> 등 분단 현실을 파헤친 세계, <탑>, 장편 <무기의 그늘> 등 월남전을 다룬 세계, <오래된 정원> 등 진보적 지식인의 유전을 깊이 다룬 세계 등 다양한 세계를 다루며 한국 소설의 질을 높였다. 한편, 노동과 도시 빈민 현실에 대한 천착의 문학 옆에 이문구의 농민 문학이 놓인다. 이문구는 우리 소설사 최고의 농민 소설가다. 이문구 문학은 충청도의 민중 언어로 생동하는 세계를 구축한다. 이문구의 소설은 우리말 운용의 최고 수준을 보여주는 잔치판이라 할 수 있다. 이문구의 옆자리에 송기숙, 방영웅, 한승원 등 급속한 근대화 과정에서 갈수록 황폐해지는 당대 농어촌 현실을 증언하는 일군의 문학이 있다. 한국전쟁과 분단현실을 문제 삼는 전쟁소설, 분단소설의 웅대한 영역도 펼쳐졌다. 한국전쟁과 분단 현실은 오랜 세월 한국 사회를 가장 결정적으로 규정하는 핵심 요인으로 군림하며 모든 측면에서 강력하게 속속들이 작용해 왔다. 김원일, 전상국, 오정희 등은 1940년 전후에 출생하여 소년기 때 한국전쟁을 겪었으며 60년대 등단하여 대체로 70년대에 그 역량을 인정받았다. 이들 유년기 전쟁 체험 세대는 그들이 전념한 분단소설에서 공통된 자기 형식을 창출해 새로운 높이로 분단 소설을 끌어올렸을 뿐 아니라 계속 성장하며 대작을 써내 분단 소설을 한국 소설 중심부에 자리잡게 하였다. 현기영은 제주도 4·3사건을 우리 문학 한가운데로 끌고 들어온 작가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며, 홍성원은 지식인 문제에서 도시 빈민의 곤고한 삶에 이르기까지, 역사물에서 현대물까지, 그 소재 영역에 한계가 없는 다작의 작가로 활발히 활동하였다. 1970년대 우리 소설을 풍성하게 한 또 하나는 여성성에 대한 깊은 추구다. 박완서, 서영은, 오정희 등이 대표 작가이며 여성성의 안팎을 살피는 깊고 넓은 시야와 섬세한 묘사로 소설사의 새로운 영역을 연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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