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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 1930년대의 시문학

이 기간은 만주 사변, 중일 전쟁, 태평양 전쟁 등으로 일제의 탄압이 더욱 극심해진 시기였지만, 이미 1920년대에 착실하게 다져진 근대문학적 토대 위에 본격적인 우리 문학의 성과가 다채롭게 쏟아져 나온 시기이다. 물론 1930년대 중반에 일제의 탄압과 함께 카프가 강제로 해산되면서 강력한 조직운동은 종지부를 찍게 되고, 소규모의 문학적 경향이 다채롭게 나타남에 따라 다소 혼란스런 양상을 보여 ‘무규정의 시대’, ‘혼란·혼돈의 시대’, ‘무주류의 시대’라고 불려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전 시기에 비해 문예활동에 종사하는 문인들의 숫자는 크게 늘어나 이광수, 김억 등 신문학 초창기 문인들로부터 시작해서 1930년대에 활동을 개시한 오장환, 서정주에 이르기까지 백여 명이 넘는 문인들이 활동하였다. 이 시기의 대표적 단체로는 1933년에 결성된 ‘구인회’를 들 수 있는데 이 단체의 특징은 어떤 강령을 내걸고 조직적인 활동을 수행한 단체가 아니라 색채와 경향이 그다지 분명치 않은 일종의 친목단체 성격이 강한 데 있다. 어쨌든 조직적 운동을 활발히 펼쳤던 프로문학계열이 조직 해산을 기점으로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었던 양상과, 그런 흐름에 합류하여 민족의식을 내걸고 계몽문학을 적극적으로 실행해나간 이광수 문학 뒤에 예술지상주의문학이 솟구쳐 나왔듯이 카프 해산과 함께 다시금 문학주의가 만개한 형상이었다. (1) 1930년대 들어 프로시는 김기진에 의해 명명된 ‘단편서사시’ 계열과 볼셰비키화방침에 따라 더욱 강화된 ‘선전선동시’ 계열로 대별할 수 있다. 이 가운데 시적 성과는 임화의 <네거리의 순이>, <우리 오빠와 화로>로 대표되는 ‘단편서사시’를 들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프로시가 운동의 과제에 복무하는 도구시, 슬로건시로 규정되어짐으로써 무절제한 서술화의 경향과 함께 뼈다귀시로 전락하고 말았다. 오히려 프로시의 시적 성과는 카프 해산과 함께 한편으로 크게 위축되면서 동시에 앞시대에 대한 반성을 통해 본격화되었다. 크게 보아 카프 계열 시들의 사상성이 크게 저하되고 그로 인한 내성화 경향을 보여주지만, 그러는 가운데도 임화, 박세영, 이찬 같은 시인들이 보여준 시적 성과는 크게 주목된다. (2) 1930년대는 크게 보아 목적문학의 퇴조와 함께 순수문학이 다시금 부흥하는 양상이다. ‘시문학파’, ‘구인회’ 등 문학의 예술적 기능을 중시한 문인들의 모임이 1930년대 시단의 중추를 형성하였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박용철, 김영랑, 신석정 등으로 대표되는 시문학파의 특징은 한마디로 반이데올로기적 순수서정을 추구하여 표현매체인 언어에 대한 관심과 기법에 각별한 노력을 집중했다. 특히 목적의식을 배격하여 카프를 중심으로 한 프로문학에 대해 명백히 반대했고, 언어의 조탁과 시어의 음악성을 중시하여 정서의 순화에 주력한 예술지상주의, 유미주의의 경향을 보여주었다. 반면 정지용, 이상, 김기림 등 구인회파는 이른바 문학에 있어서 근대성의 확립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시 형식의 근대화, 현대적인 정서와 언어의 자율성 확보 혹은 기법의 세련화 등 모더니즘의 문제를 본격 제창하였다. (3) 이러한 변화에 호응하여 1930년대 후반에 등장한 새로운 신인들의 활약이 크게 주목된다. 이용악, 오장환, 백석 등은 처음에는 모더니즘적인 경향에서 출발하였지만 점차 당대 민족현실을 폭넓게 형상화하면서 높은 시적 성취를 이루었다. 이들의 시는 과거 카프계열 시인들의 시에서 볼 수 있는 이념적 지향은 없지만, 식민지 현실에 대한 인식을 섬세한 서정과 풍부하고 세련된 언어로 형상화함으로써 빼어난 시적 성과를 거두었다. 이와 함께 새로운 인간주의와 인생주의를 표방한 일군의 시인이 등장한다. ‘인생파’ 혹은 ‘생명파’라고 불리우는 서정주, 유치환 등이 그들이다. 이들의 시세계는 동양적인 정신세계를 추구하면서도 동시에 서구지향성도 강하게 지니고 있는 등 인간의 본능적이고 원초적인 충동을 잘 형상화함으로써 당대 시단에 새로운 충격을 던져주었다. 말하자면 감각적 기교에 흐른 주지시파, 목적의식을 강조한 경향파, 심미적 정서와 예술적 기교를 중시한 순수시파 등 모두를 비판하고 생명의식의 앙양과 인생의 궁극적 의미의 추구에 주력하였다. 특히 1930년대 중·후반은 1920년대 초기를 방불할 정도로 다양한 동인지가 속출되었다. <시인부락>이 창간된 1936년을 전후하여 <단층>, <삼사문학>, <창작>, <탐구>, <자오선> 등의 동인지가 발간되었는데 이들 모두는 신진 작가들에 의한 것이었다. 가령 <단층>은 주로 인텔리의 회의와 고민을 심리분석적으로 그림으로써 ‘문단의 심리주의적 경향’을 대표했고, <삼사문학>은 이상이 실험한 초현실주의적 경향의 시를 주도하였다. 또한 <문장>지에 추천된 박목월, 조지훈, 박두진 등의 ‘청록파’도 전통과 전통적인 율격을 살려냄으로써 이 시기의 개성있는 대표적인 신인집단으로 떠올랐다. (4) 이밖에 당대 시문학의 전반적인 흐름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지만, 이 시기 시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두 인물이 있다. 바로 이육사와 윤동주의 시작 활동이다. 이들은 일제 말기의 가장 고통스러운 시대현실 속에서 지식인의 고뇌와 우국지사의 풍모를 여실히 보여줌으로써 암흑기의 별로 부각된다. 무엇보다 민족문학의 존립 자체가 심각한 위기에 처했던 1940년대의 극한적인 상황 속에서 일구어낸 시적 성취이기에 더욱 값진 것이다. 임규찬(문학평론가, 성공회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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