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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건축의 현재성

새마을 운동으로 상징되는, 낙후된 경제를 되살리려는 혁명군의 노력이 적중하여 도로는 고속도로로 변하고, 도시에는 공장과 경제 활동을 위한 건물군이 들어섰으며, 농촌에서는 초가집을 없애고 마을길도 넓히는 작업이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혁명군의 문화 의식 결여가 문제를 발생하였고 후유증을 남겼다. 초가를 없앤 자리에 들어설 한옥 준비가 부족한 채로 새마을 운동이 강행되면서 초가 헐어 낸 자리에 국적도 명분도 알 수 없는 양옥이 들어섰는데, 농촌 생활에 걸맞는 그런 집도 아니었다. 그런 집이 전국 방방곡곡에 들어섰다. 결과는 초가라는 전형적인 한옥을 헐고 이 풍토에 순화되지 못한 양옥을 채택한 것인데, 다른 측면에서 보면 내 것 버리고 남의 것 얻어 온 것이나 진배없는 일이다. 민족 긍지라는 자존심에서는 내 것 버리고 남의 것에 빌붙었다는 더할 나위 없는 수모가 된다. 전통과 민족정기라는 구호는 공염불이 되고 말았다. 이후로 우리 나라 건축 행정은 내 것 버리고 남의 것 받아들이는 경향으로 몰두하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면 소재지의 농촌 마을에까지 고향 마을을 헐어 내고 고층 아파트를 짓는 업적을 자행하고 있는 일이 오늘의 실정이다. 고층 아파트는 집장사의 독선으로 그 형태가 몰개성적일 뿐만 아니라 독립 가옥에서의 살림살이들을 다 버리고 이사하게 하는 왜곡을 선도하여 살림살이 수준을 저하시켰고 문화 유산의 다량 폐기라는 기막힌 사태를 초래하였으나 그 흐름은 2000년까지 지속되고 있으며, 신도시 개발을 통하여 더욱 조장되는 추세에 있다. 한옥 건축류는 도시 재개발에 밀려 거의 자취를 감추게 되어서 서울 경우, 600년 고도라 하면서도 김포공항에 내려 도심에 이르기까지 단 60년 된 집조차 보기 어렵게 되고 말았다. 서울 도성의 남대문이었던 숭례문을 제외하면 600년 된 건물을 다시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고도다운 예스러운 분위기나 아늑한 정취는 사라졌고 도심은 삭막하게 변환되고 말았다. 후유증은 그 뿐만이 아니다. 도심의 일터와 신도시에 둥지를 튼 잠자리를 왕복하는 도로에 하루 종일 거의 자동차가 가득 차 있다. 나라의 터전이 좁다고 하면서도 일터와 잠자는 장소를 나누는 도시 계획을 하였다. 구라파 도시처럼 자고 일하는 장소를 한 곳에 함께 마련하였다면 겪지 않아도 좋았을 낭비를 자초하면서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국토의 여건을 무시하였다. 넘치는 차로 길이 좁다고 도성의 명당수가 흐르는 청계천을 복개하였다. 시궁창을 만든 꼴이다. 가장 꺼리는 사태가 벌어졌고 그로 인하여 서울은 점점 피폐해 가는 형편이 되었다. 사대문 안을 예스럽게 남겨두고 외곽에 신도시를 조성하였다면 아무 문제가 없었을 고도(古都)를 계획 없이, 일관성을 다지지 못한 채 설왕설래하는 통에 오늘과 같은 사태를 초래하였다. 오래된 도시 고도도 아니고 그렇다고 참신한 새로운 도시도 아닌 어정쩡한 결과로 조성된 도시 모습이 되었는데 지방의 유수한 도시도 이런 흐름을 뒤따라서 아름답거나 쾌적한 맛을 잃어버리고 말았으며 경주와 같은 오래된 도시에 고층아파트가 난립하는 기현상까지 초래하였다. 20세기 건축 흐름의 대표적 특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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