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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시명
오해 없기 바란다. 이 책은 권주가를 부르지 않는다. 알코올을 칭송하는 내용은 더욱 아니다. 막걸리에 대한 인문적 민속적 접근이다. 파란으로 점철된 막걸리의 빛과 그림자를 드러내고 있다. 요즘 말로 ‘올 댓 막걸리’라고나 할까. 술을 잘 못하는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막걸리의 과거와 현재의 이력을 처음으로 정리한 책”이라고 보증을 섰다. 그렇다고 막걸리의 세계화를 추진하는 정부의 발걸음에 맞춰 집필된 것 같지 않다. 최근의 막걸리 붐에 편승한 상업주의도 아니지 싶다. 오래 전부터 홀로 막걸리의 가치를 탐구해온 저자의 열정어린 탐구의 소산에 가깝다. 수많은 양조 현장을 찾으며 우리 술의 영욕을 기록해온 저자의 땀이 묻어난다. 책이 제시하는 자료는 흥미롭고 값지다. 1974년의 막걸리 생산량이 168만㎘인데 비해 열풍이라는 지금 생산량은 20만㎘에 그친다. 열풍이 호들갑이라는 이야기다. 막걸리와 탁주와 동동주의 차이, 막걸리가 6도가 된 사연, 시금털털에서 달보드레하게 변한 맛의 변천사, 좋은 누룩의 조건 등을 박물지를 엮듯 망라하고 있다. 지역 양조장 순례기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우동 여행을 보는 듯 즐겁다. 이런 책을 한 권 갖는 것은 문화재를 소장하는 기쁨과 비슷하다. 제대로 알지도 모르면서 전통주를 천대해온 현대사에 대한 보상이기 때문이다. 와인에 관한 상식은 교양으로 대접받으면서 막걸리는 생각없이 막 마셔대는 경박한 문화에 대한 반성이기도 하다. 양조장을 배경으로 TV 드라마가 만들어질 만큼 우리 곁으로 바짝 다가온 막걸리. 이 책은 오랫동안 일상에서 멀어졌다가 돌아온 우리 술을 문화사적으로 복권시키고 있다. 음주의 폐해나 술에 대한 예절은 이 책의 논외다
출처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크리스틴 라센/ 윤혜영
이 책은 뉴튼과 아이슈타인의 뒤를 잇는 천재 물리학자로 꼽히는 캠브리지 대학교수 호킹의 인생과 그의 업적에 관한 이야기이다. 학생 때 호킹 박사의 강의를 자주 접했고, 현재 천체물리학자가 된 이 책의 저자는 과학자로서의 호킹 박사의 업적뿐 아니라 그의 경이로운 삶에 관한 이야기를, 인간 호킹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자 하였다.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준비하고, 조정 팀원이었을 정도로 건장하였던 21세 청년이 운동신경 세포가 점차 파괴되어 전신이 마비되는 루게릭병을 진단받게 되는 청천벽력과 같은 현실 속에서도 호킹은 사랑과 의욕적인 연구 활동을 멈출 수는 없었다. 휠체어 위에서 그는 우주를 바라보고 연주할 수 있었고 200여 편이 훌쩍 넘는 왕성한 그의 연구 에너지에 감동하게 한다. 저자는 또한 호킹 박사의 최대 업적 중의 하나인 블랙홀을 비롯 우주 연구에 관한 이야기를 가능한 쉽게 일반 독자가 이해하도록 재미있게 풀어나가고 있다. 중간 중간 삽입된 호킹 자신의 유머러스하면서도 생각하게 하는 감동적인 글들이 호킹 박사의 삶에 대한 긍정적인 면을 돋보이게 한다. “나는 일생동한 내 앞에 놓인 커다란 문제에 매료 되어 있었고 그 문제를 풀기 위해 분주했습니다. 아마도 그 때문에 물리학에 대한 나의 책이 섹스를 다룬 마돈나 책보다 많이 팔렸을 것입니다.” 엄청난 장애를 이끌고 깊고 어려운 과학자도의 길을 꿋꿋이 가는 현존하는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우리를 그가 연구한 우주로 함께 이끌 뿐이 아니라 삶의 의미와 축복에 대하여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출처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이재규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만큼 다재다능한 지식인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그가 대학에서 강의했던 과목의 리스트만 보아도 경영학뿐 아니라, 철학, 신학, 역사학, 경제학, 통계학 등 실로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편저자는 그 동안 드러커가 펴낸 수많은 책들과 직접 만나 행한 인터뷰에 기초해 그의 사상세계를 한 권의 책으로 압축해 보여주고 있다. 편저자는 드러커가 뛰어난 작가이며, 교사, 그리고 사색가였다고 정리한다. 그가 쓴 많은 영향력 있는 책들, 그리고 나이 90에 이르기까지 강단에 선 불타는 정열이 그를 보기 드문 작가이자 교사로 만들었다. 또한 남들이 및 인식하지 못한 ‘이미 일어난 미래’를 꿰뚫어보고 그것의 의미를 찾아내는 통찰력이 그로 하여금 훌륭한 사색가의 반열에 오르게 만들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드러커는 질문을 잘 하는 사람이기도 했다는 것이 편저자의 설명이다. 사람들에게 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답을 찾도록 질문하는 접근방식을 사람들을 가르쳤다는 말이다. 사람들로 하여금 스스로 답을 찾도록 끊임없는 질문을 던진다는 점에서 소크라테스를 연상하게 된다. 이 책의 부제 ‘삶을 걸작으로 만드는 피터 드러커의 위대한 질문’은 바로 그런 뜻에서 선택된 것이라고 짐작한다. 이 책 전반에 걸쳐 드러커에 대한 편저자의 짙은 애정과 존경을 느낄 수 있다. 드러커의 책을 여러 권 번역하고, 면답하는 과정에서 시쳇말로 그의 ‘광팬’이 되어버린 것 같다. 이 책의 장점은 일반인의 눈높이에 맞춰 드러커의 사상세계를 풀어서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언어의 수준을 넘지 않는 평이한 서술이 독자들로 하여금 편안함을 느끼게 만든다. 공연히 어려운 서술로 독자들이 머리를 복잡하게 만드는 책이 너무나 많은 현실에서 이런 책을 보면 반갑기까지 하다.
출처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안동일
이 책은 1960년 4·19 혁명에 참가했던 지은이가 4·19 혁명의 시발점인 2월 28일 대구 학생 데모로부터 4월 26일 이승만 대통령 하야에 이르기까지의 역사적 기록을 정리한 것이다. 그리고 <부록>에서 ‘4·19 관련 글 모음’, ‘서평’, ‘4·19 혁명 관계 문헌’을 정리하여 수록하고 있다. 저자는 책머리에서 우리의 헌법정신을 3·1정신과 4·19정신에서 찾는다. 3·1정신은 대외적으로 자주독립의 정신을, 4·19정신은 대내적으로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기초한 자유민주주의 정신을 지칭한다. 지은이는 3·1 정신은 한 번도 훼손된 바 없이 모든 국민이 받들고 계승하고 있지만 4·19정신은 그렇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4·19 이듬해 5·16 쿠데타로 군사정권에 혁명의 이름을 빼앗기고 32년간 군사문화가 이 땅을 지배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점점 잊혀져 가는 4·19를 후대들에게 일깨워주기 위해서 이 책을 썼다고 지은이는 밝히고 있다. 지은이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이 소망을 밝히고 있는데, 그 소망으로 이 책의 추천사를 대신하고자 한다. “과거의 역사를 잊는 자는 미래를 잃을 수 있다. 4·19혁명으로 인해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가 가치 있는 것처럼 오늘의 젊은이들이 4·19 정신을 이어받아 21세기의 찬란한 미래를 열어주기를 바라는 뜻에서 이 책을 엮은 것이다.”
출처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이진우
니체보다 더 역설적 표현을 잘 쓴 철학자가 또 있을까? 죽음을 늘 가까이 하면서 삶을 찬미하고, 병을 달고 살면서 강한 초인을 찬양하는 철학자가 바로 니체다. 미친 사람의 소리라고 외면하기에는 지나치리만큼 도전적인 그의 목소리는 이성과 감성이 한데 엉켜서 조화없이 마구 튀어나온다. 정신이 어지럽다. 니체의 글을 읽으면서 그가 정신적 구토현상을 보이지 않기란 거의 불가능이다.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광기를 가득 품고 써 내려간 글이기에 정상인이 읽으면 착란현상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는 니체를 포기할 수가 없다. 반쯤 같이 미쳐가면서 읽어보면 말되는 부분들이 여기저기 곳곳에서 드러날 뿐만 아니라 기득권에 대한 참신하고 용기 있는 도전은 우리를 일깨워주기 때문이다. 니체는 자신에게 맞는 장소를 찾아서 떠돌아다니는 정신적 육체적 방랑아였다. 뢰켄, 베를린, 라이프치히, 나움부르크, 루체른, 질스마리아, 로마, 밀라노, 사크로몬테, 오르타 호수, 제노바, 토리노. 이 도시들의 공통점은 모두 유럽에 있다는 것, 그 중에서도 독일, 스위스, 이태리에 있다는 것 외에 니체의 삶의 흔적이 뭍어 있는 곳이다. 이진우는 이 발자취를 직접 온 몸으로 2년여에 걸쳐서 추적해나갔다. 직접 차를 몰고 네비게이션의 도움도 없이 찾아 나서기도 했다. 유럽에서 미아가 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약간의 모험을 즐기면서 글을 써나간다. 극단적 상대주의를 주장하는 니체를 박사학위논문으로 쓴 저자다운 자세다. 때로는 인터넷으로 사전 예약을 하려고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실패하면 과감히 그냥 나서기도 했다. 역사가 일정한 방향으로 진행되어간다는 헤겔의 이성적 역사법칙을 부정하면서, 방향없이 그때 그때 자신에게 맞는 곳을 찾아다니는 니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른 길이 없었을 것이다. 니체의 원전을 직접 인용해가면서 니체가 머무른 곳에서 최대한 니체의 속마음을 읽어보려고 노력하는 이진우의 노력은 차라리 눈물겹기도 하다. 니체의 사상에 대하여 해박하고 철학적 사유를 할 수 있는 필자가 아니라면 이렇게 난해한 니체를 평이한 기행문체로 우리에게 전달하는 것이 쉽지 않다. 초인사상, 신의 죽음, 영원회귀, 운명애, 르상티망 개념을 니체의 삶의 자취와 더불어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해주는 책이다.
출처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백범흠
한국과 중국과의 관계는 고대부터 ‘숙명적’이었다. 사마천은 『사기』의 시작을 현 중국 한족(漢族)의 뿌리인 하화족(夏華族)과 한족(韓族)의 뿌리인 동이족 사이의 전쟁으로 시작했다. 황제(黃帝)와 치우의 싸움이 그것이다. 그러나 조선 후기의 일부 유학자들이 중화 사대주의 사관에 빠져 독자적 시각을 잃게 되면서 한국과 중국 민족 사이의 사실관계가 크게 왜곡되었고, 이런 경향은 현재도 상당 부분 이어지고 있다. 『중국, 외교관의 눈으로 보다』는 시종 독특한 관점을 유지하고 있는 책이다. 중국사는 한족(漢族)의 왕조보다 북방 기마민족이 통치한 정복왕조 시기가 훨씬 더 장구하다. 조선유학자들은 한족(漢族)의 시각으로 중국사를 바라보면서 북방 기마민족을 오랑캐로 비하했지만 이 책에는 이런 편견이 없다. 또한 고대 상(商:은)나라와 고구려의 건국사화를 비교하는 등 고대 동이족과 중국의 관계에 대해서도 깊게 천착한다. 그렇다고 중원을 점령한 북방민족들의 승리의 역사로 중국사를 내려다보지도 않는다. 저자는 아무리 많은 북방 민족이, 아무리 오랫동안 중원을 정복했어도 최후의 승자는 중국역사, 중국문화 자체라는 관점을 시종 유지한다. 중국 역사, 중국 문화는 거대한 용광로이기 때문에 이민족의 정복 역사도 모두 용해시켜 종국에는 중국 역사·문화로 재창출한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은 중국의 미래에 대한 전 세계적 논쟁에 중요한 시사점이 될 것이다. 현재 중국이 조만간 주저앉거나 분열할 것이라는 서구 학자들의 전망과 계속적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중국학자들의 전망이 부딪치고 있다. 저자도 중국이 일시적으로 주저앉거나 분열할 수는 있다고 본다. 그러나 그런 부정적 부분들조차도 모두 용해시켜 새로운 중국을 만들어 온 것이 중국사라고 보는 점에서 서구 학자들과도 다르다. 중국과 숙명적 관계인 한국은 이런 통찰력을 바탕으로 하여 미래의 한중관계를 설정해 나가야 한다는 주문에 다름 아닐 것이다.
출처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전용복
“옻칠로 세계를 감동시킨 예술가의 꿈과 집념의 이야기, 한국인 전용복”. 책의 제목을 보면서 얼른 떠오르는 것은 옛날 어머니가 매일 알뜰하게 닦아 얹어 놓으시던, 길이 잘든 단아한 밥상이었다. 오랫동안 잊어버리고 있었던 시절이 순간 행복으로 다가왔다. 아니나 다를까 전용복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부산 피난시절 복천동 골목으로부터 시작하여 오늘에 이르는 너무나도 기가 막힌 한 편의 드라마였다. 너무나 재미가 있어서 저녁에 읽기 시작한 책을 덮고 잠에 들면서 빨리 일어나 마저 읽어야지 하는 조바심마저 들었다. 그의 흥미진진한 입담이 그대로 전달되는 이 책은 참으로 많은 이에게 용기를 줄 것이다. “나는 조선의 칠쟁이다”를 자랑스럽게 세계에 알리고, “목숨을 건다”는 말을 진심으로 하는 이 분은 2008년 9월 6일 세계에서 하나밖에 없는 옷칠 시계를 만들어 8억 4천만 원에 팔았고, 일본의 자존심 메구로가조엔을 복원해낸 장본인이다. 그런데 그가 살아온 흔적을 읽으니 정말 목숨을 걸고 진정으로 일을 열심히 해냈다. 전용복이 있어서 나도 한국인이라는 데 다시 한번 자부심을 가지게 된다. 어린시절 학교를 그만두고 생존을 위해 해야 했던 많은 일들을 항상 자신을 더 성장하게 만드는 계기로 삼았던 전용복은 그 자체로 훌륭한 근본을 가진 인간이다. 메구로가조엔은 1931년 메구로 지역에 건립된 대규모 연회장이다. 연건평 8천여 평에 객실을 200여 호 갖춰 바닥 길이만도 2킬로미터에 이르는 이 연회장은 일본의 유명한 애니메이션 <센과 치이로의 모험>의 바탕이 되기도 했다. 4천 점에 이르는 당대의 미술작품들로 장식된 이 역사적인 건물에 일본으로 끌려와 작업을 해야 했던 한국의 장인들이 무수히 많았다. 전용복씨가 일본인의 큼지막한 이름 밑에 깨알만한 글씨로 남긴 무명의 조선 장인 이름을 본 순간, 이들을 살려내겠다고 결심하는 부분에서는 나도 함께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가 이 땅에서 가꾸어온 삶의 흔적들은 이제 우리가 더 보물로 챙겨야겠다.
출처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룽잉타이/ 도희진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작별에 관한 책이다. 타인과의 작별이 아니라 가족과의 작별, 그중에서도 부모와의 헤어짐을 두고 그 작별인사로 읽어도 되는 책이다. 부모와 자식 간의 성찰에 대한 책이야 많이 있지만 그 관계를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서로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며 이별하는 사이” 로 시점을 두고 쓰여진 이 책은 보편적인 우리의 자화상들을 거울을 들여다보듯 바라보게 한다. 이 책의 저자는 룽잉타이는 우리에게 낯설게 느껴지지만 중화권 최고의 사회문화 비평가이며 작가로 알려져 있다. 타이완에서 태어나 그곳 청궁대학을 졸업하고 미국에서 영문학을 공부하고, 85년에 타이완의 부패를 신랄하게 비판한 평론집인 『야화집』으로 그 곳 사회에 새바람을 일으킨 인물이기도 하다. 그동안 줄곧 사회문제에 대한 격렬한 비판의식이 담긴 글을 써온 룽잉타이의 이 책 『눈으로 하는 작별』은 냉철한 비평가의 눈으로가 아니라 두 딸을 가진 엄마의 입장, 또한 엄마이기 이전에 딸의 입장에서 이미 세상을 뜬 아버지 그리고 이제 다시 작별해야 하는 어머니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쓰여진 그 자신만이 아니라 모든 인간의 마음이 담긴 인생에 관한 책이기도 하다.
출처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찰스 키핑/서애경
찰리와 샬럿은 단짝 친구다. 둘은 ‘파라다이스 거리’, 새를 파는 노점 앞에서 먹이를 던져 주며 논다. 그러나 도시화 과정에서 샬럿네 집은 철거되었고, 샬럿은 갑작스레 아파트로 이사를 가게 되어 둘은 헤어지고 만다. 샬럿은 혼자 밖으로 나가지 말라는 엄마의 명에 따라, 찰리는 샬럿의 아파트를 몰라서 서로 못 만난 채 그리워한다. 그러던 어느 날, 찰리는 새 노점상에서 금빛 카나리아를 보는 순간, 샬럿을 떠올리며 그 카나리아를 자신의 외로움을 달래줄 친구로 삼기로 한다. 마침내 열심히 일을 하여 번 돈으로 카나리아를 샀고, 카나리아에게 샬럿 이야기를 들려주며 외로움을 달랜다. 그러나 어느 날, 찰리가 카나리아를 새장 밖으로 잠시 꺼낸 사이, 달려드는 고양이에 놀라서 카나리아는 하늘 높이 날아가고 만다. 그런데, 카나리아가 날아간 곳을 향해 달려가 보니 그렇게 보고 싶어 하던 단짝 친구, 샬럿이 아파트에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다. 다시 만나게 된 두 친구는 이후 카나리아와 함께 셋이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이 그림책은 영국의 3대 그림책 작가 중의 한 사람인 찰스 키핑이 1967년에 케이트 그린어웨이 상을 받은 작품이다. 그 동안 국내에 번역되었던 키핑의 그림책들은 그만이 지닌 독창적인 그림 스타일에도 불구하고 어린이들이 보기에 전반적으로 너무 어둡고 침울하다는 평가 때문에 그다지 환영받지 못했다. 그러나 이 그림책은 여전히 조용하면서도 조금은 음울한 분위기의 도시 배경을 보여주면서도 아름다운 색과 역동적인 새의 움직임으로 활달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희망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가 더 효과적으로 표현된 것 같다. 특히, 헤어진 두 아이를 기적 같은 만남으로 다시 이어준 카나리아에 담긴 상징은, 두 아이 앞에 놓인, 재건축을 포함한 현실적인 삶의 문제가 긍정적으로 해결되리라는 기원으로 읽힌다. 초등학교 어린이들은 이 그림책에 나타난 그림의 기법이나 카나리아의 의미, 재건축과 관련한 생각을 나누는 동안 키핑의 개성을 발견하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출처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폴 브뢰머/신금석
안보교양이란 말이 가능할까? 얼핏 보면 서로 상극인 듯하다. 안보와 관련된 사람들에게서 교양을 떠올리기가 쉽지 않고 역으로 교양인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안보문제로 토론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그러나 대표적인 교양고전들에서 안보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명구(名句)들을 찾아보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우리 독서풍토의 잘못 때문이 아닐까? 천안함 사건을 겪으며 많은 사람들이 안보문제는 절실한 삶의 문제로 여기기 시작한 듯하다. 나와 국가의 관계는 무엇이고 또 도대체 국가란 무엇인가? 개념으로서의 국가가 아니라 나와 관련된 국가의 부분은 무엇인가? 플라톤이 『국가론』을 쓰고 아리스토텔레스가 다시 『국가론』을 쓴 이유도 거기서 비롯됐을 것이다. 이 책은 이라크에서 후세인 정권이 붕괴한 후 미국식 민주정부 수립의 임무를 맡고서 2003년 4월부터 1년 4개월 동안 주이라크 미국대사 겸 연합임시행정기구 총독으로 활동했던 폴 브뢰머의 생생한 보고서다. 현지 사정뿐만 아니라 미국내 다양한 입장들과 충돌하고 설득하며 다른 나라에서의 국가건설이라는 과제를 추진해가는 브뢰머의 임무를 마치 화면으로 보듯 생생하게 살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소중한 기회다. 국제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는 그 이후 이라크의 내부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하는데도 큰 도움을 주고 미국이라는 사회가 대외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처리해가는 지를 아는데도 많은 정보를 준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우리 한국인들이 무엇보다 강한 인상을 받게 되는 것은 1945년 8월부터 1948년 8월 15일까지 광복으로부터 대한민국 건국까지 3년이 곧장 떠오르기 때문이다. 지리멸렬 각자의 주장을 포기하지 않는 수많은 정파들을 어렵사리 화합시켜 하나의 국가를 만들어내는 과정과 리더십. 이런 주제들이야말로 교양인을 자부하는 사람들이라도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그는 이런 식으로 경청의 전통, 가족식탁의 전통, 자녀평등의 전통, 독립적 사고의 전통, 애국의 전통, 시민생활의 전통 등 부모와 자연 그리고 공동체로부터 익힌 17개의 자랑스러운 덕목을 마치 곁에서 이야기하듯 들려준다.
출처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