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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만
우리나라가 커피공화국이라는 통계는 많다. 내가 근무하는 여의도의 한 건물에는 1층에 세 곳의 커피숍이 있다. 하루 종일 커피향이 풍긴다. 커피전문점 수는 2008년 6000개에서 2011년 1만 개를 넘어섰다. 성인 1인당 1년에 670잔의 커피를 마시며, 연간매출액이 3조원을 웃돈다. 오죽하면 스타벅스 회장이 덕수궁 정관헌에서 기자회견을 하겠나. 커피 소비량은 세계 11번째, 수입액은 6억 달러에 육박한다. 고급커피 원료인 아라비카는 콜롬비아, 브라질, 온두라스 등에서, 커피믹스를 만드는 인스턴트용은 베트남에서 수입한다. 요컨대 100% 수입이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젊은이들은 겨우 바리스타라는 직종에 관심이 머문다. 이 책의 출발점은 여기다. 저자는 단일 품목으로 거대한 산업을 이루는 커피의 국산화와 문화화에 열정을 쏟고 있다. 현재 온실에서 키워낸 커피제품이 일부 선보이고 있지만 품종을 개량해 야생커피를 만들고 거기에 인문적 스토리를 입혀 한국형 커피문화를 일궈내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커피에 관한 르네상스적 지식이 필요하다. 이 책의 전편 격인 『커피기행』이 커피의 발견지인 아프리카를 다뤘다면 이번에는 아랍과 유럽을 돌았다. 커피를 최초로 경작한 예멘, 커피 역의 중심지인 다마스쿠스 등을 여행한 뒤 커피를 문화를 승격시킨 유럽의 카페에서 닻을 내리고 있다. 신대륙을 향한 교역장 리스본, 17세기 커피의 수도 베니치아, “카페는 민중들의 국회”라며 시민들 사이에 문화로 뿌리내린 파리가 대표적이다. 박PD라는 방송인이 찍은 사진도 좋고, 사막에서 만난 ‘바그다드 카페’에서 보듯 여행기의 재미도 곁들였다.
출처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박성래
미래를 지향하는 과학과 과거를 다루는 역사의 만남이 과학사이다. 최근 ‘통섭’이라 불리는, 자연과학과 인문학을 연결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과학사는 이미 오래 전부터 학문 간 지식의 통합을 이루어온 선구적 분야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사에 대한 지식의 축적은 미미하다. 자연과학적 소양과 인문학적 소양을 모두 겸비한 전문가가 많지 않은 것도 이유 중 하나이다. 이런 상황에서 평생 과학사를 연구해온 과학사학자가 천문학, 역법과 지리학, 의학, 기술과 발명, 농학과 동물학, 수학, 과학행정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한 한국의 과학기술자를 발굴하여 책에 담았다. 이 책의 근간은 월간지 <과학과 기술>에 지난 20여 년 간 연재한 글이다. 저자는 역사의 주인공은 사람이므로 과학기술의 역사도 과학기술자를 위주로 살펴볼 때 더욱 흥미롭다는 생각으로 많은 인물을 발굴하여 소개하려고 노력하였다고 한다. 이 책에 소개한 총 92명의 과학기술인 중에는 이미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이도 있다. 자격루와 같은 천문기구를 발명한 장영실, 대동여지도를 만든 김정호, 동의보감을 완성한 허준, 천연두를 퇴치한 지석영, 『자산어보』를 남긴 정약전, 농학자 우장춘, 나비박사 석주명, 화학자 이태규, 과학 대중화에 힘쓴 김용관 등이 그들이다. 한편 대다수는 이름을 처음 들어보는 과학자이다.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많은 과학자가 있었다는 것은 가슴 뿌듯한 자랑거리이다.
출처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브랑코 밀라노비치/ 정희은
우리는 중산층이 줄어들고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간의 격차가 늘어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유럽이나 북미가 아닌 다른 나라들을 여행하면 놀랄 정도로 열악한 환경 속에서 지내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그러다가 일인당 소득 수준이 우리나라의 1/5에 불과한 중국을 여행하다 보면 높은 건물들과 세계적 유명 브랜드 매장들이 늘어선 대도시 모습을 보고 놀라게 된다. 도대체 5배나 잘 사는 우리도 사기 힘든 이 물건들을 중국에서는 누가 사는 것일까? 이 모든 사실들은 소득이나 부의 분배가 한 국가 내에서 뿐만 아니라 국가 간에도 매우 불균등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단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이 책은 글로벌 불균형의 역사를 다룬 책이다. 따라서 한 나라의 소득 불균등에만 관심을 두지 않고 국가 간 및 전 세계적 소득불균등에 관심을 두고 있다. 저자는 세계은행에서 오랫동안 소득 분배에 대해 연구해 왔으며, 그런 만큼 매우 즐겁고 수월하게 이 책을 썼다고 한다. 또한 그는 부와 가난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하고 사회적 논의의 중심에 끌어다 놓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글로벌 차원에서 소득 분배가 개선된 것도 아닌데, 자본주의가 계급 간의 대립으로 멸망한다는 칼 마르크스의 예언은 실현되지 않았다. 또한 세계 2차 대전 이후 제2차 세계화는 당초의 예측과는 달리 국가 간 불균형을 심화시켰으며, 전 세계는 다시 파레토가 말했던 ‘80대 20’의 사회가 되고 말았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그렇다면 2008년의 금융위기도 제2차 세계화 시대의 글로벌 불균형 심화에 원인이 있지 않을까? 소득 불균형이 심한 중국과 남미의 미래는? 그 답은 이 책에 있다.
출처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정재호
곧 수교 20주년을 맞는 한ㆍ중관계가 편치만은 않은 것 같다. 우리의 기업과 가수가 중국에 진출하고 우리의 거리에 중국인이 늘어가는 동안에 두 나라의 정부와 사회 사이의 알력도 커져가고 있다. 천안함사건과 연평도사건으로 양국 정부와 국민 사이의 북한문제와 한ㆍ미동맹 문제에 대한 입장의 차이가 확인되었고, 우리 영해 내외에서 어민들의 갈등도 예사롭지 않다. 그런데 중국이 초강대국이 되는 것은 기정의 사실이다. 어떻게 하면 이 초강대국 중국과 잘 지낼 수 있을까? 정재호 교수와 여섯 명의 중국 전문학자들이 해법을 제시하였다. 이 전문가들은 현재의 한ㆍ중관계를 ‘뜨거운 경제, 미지근한 외교, 냉랭한 안보(經濟熱 外交溫 安保冷)’로 진단하고, 우리가 중국에 대하여 “할 말은 하는 쟁우(諍友)”가 될 수 있는가를 고민하였다. 저자들은 한ㆍ중관계의 딜레마 중 일곱 영역 즉, 역사와 문화(신경진), 경제와 통상(주장환), 규범과 가치관(조영남), 북한과 북핵(신상진), 한ㆍ미동맹(정재호), 영토와 영해(김애경) 그리고 남ㆍ북한 통일문제(정재호ㆍ김애경ㆍ주장환ㆍ최명해)에 관하여 현상을 분석하고 해법을 제시하였다. 한ㆍ중관계의 현안들에 대한 저자들의 고민과 해법은 소홀히 생각해서는 안 되는 미래예측을 전제로 하고 있다. 우리에게 중국이 미국만큼 또는 그 이상으로 중요해지고, 양국의 국력의 격차와 “인식의 격차”가 커질수록 “한국에 빈번한 실망과 좌절”을 가져올 수 있으며, “한국이 미국을 대해온 수준만큼을 중국이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한반도 주변의 세력구도가 변화할 때마다 고난을 겪어왔다. 그래서 우리 주변에 세력 변화가 생기면 불안하다. 그러나 고난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끈질기고 지혜롭게 생존하고 발전하였다. 저자들로부터 중국과의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슬기를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출처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이수영 글, 장경섭 그림
“신은 죽었다” 도대체 꼭 이런 식으로 말을 해야만 어리석은 인간들은 정신을 차리는가? 사실 이렇게 자극적인 표현을 해서라도 지혜를 깨우칠 수 있다면 그것은 인생을 헛되게 살지 않는 하나의 방법이다. 니체가 보기에 인간들은 한심하기 짝이 없는 존재들이다. 그래서 그는 “짜라투스투라는 이렇게 말했다”라고 성자의 입을 빌어서 자신의 속내를 드러낸다. 생각해보라. 헛된 가짜 문제에 매달려서 삶의 진실된 문제를 놓치고 있다면 그것은 얼마나 한심한 낭비인가? “인생의 의미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중에서 신에게 모든 것을 돌리는 방식은 니체가 보기에 지적 능력의 마비현상이다. 답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사유를 멈춘 다음에 그저 절대자를 상정한 다음에 거기 다 몽땅 미루어 버리는 지적 태만의 극치인 것이다. ‘신은 존재하는가?’ ‘죽음 뒤의 세상은 존재하는가?’ ‘절대자는 누구인가?’ 이러한 질문들은 가짜 질문이다. 가짜 질문으로부터 탈피하기 전에는 진정한 지혜를 구할 수가 없다. 진정 중요한 문제를 구별해내는 것이 바로 지혜의 샘물이다. 니체가 보는 진정한 문제는 자기보전과 관련된 사소한 생활의 문제들이다. 자기보전을 이루어야 한다는 절대절명의 명제 앞에서 우리는 모두 숙연해져야 한다. 위버멘쉬는 절대자가 아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현재의 인간보다는 우월한 존재라는 사실이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자존심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에 걸맞게 행동하고 사색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원숭이를 보라. 아니 원숭이를 쳐다보는 인간의 시각을 보라. 그것이 바로 위버멘쉬가 인간을 바라보는 시각과 동일하다. 니체는 마치 이 세상을 거꾸로 보기로 한 사람 같다. 그러나, 사실 어쩌면 우리가 이 세상을 거꾸로 보아 왔다는 것을 니체의 고발을 통해 깨달아야 하지 않을까? 저자는 니체의 사상을 그 누구보다도 쉽고 확실하게 설명하고 있다.
출처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이순구
이제는 많이 알려진 것이지만, 놀랍게도 고려시대는 남녀평등의 사회였다. 재산은 아들과 딸에게 똑같이 상속되었으며, 부모 제사도 아들과 딸이 돌아가며 모셨다. 가계 기록에서도 딸이 먼저 나면 아들보다 먼저 적었다. 결혼하면 여자집에서 거주하는 처가살이가 일반적이었고, 아들이 없어도 딸이 제사를 지내주면 되었기 때문에, 당연히 아들 선호사상이 없었고 양자제도도 거의 발전하지 않았다. 남녀의 만남은 자유로웠으며, 여자의 재혼도 전혀 문제되지 않았다. 이러한 고려의 사회제도는 조선에 와서 변화된다. 조선은 남성 위주의 성리학을 국교로 했으므로, 재산은 아들만이 분배하였고 제사 역시 아들만이 책임졌다. 딸은 출가외인이라 하여, 혼인하면 이제 남자집에 가서 죽을 때까지 살아야 했다. 족보에서는 시집간 딸의 후손은 기록하지 않았다. 남녀의 만남은 ‘남녀유별(男女有別)’이라 하여 자유롭지 않았으며, 혼자 된 여자는 수절(守節)을 강요당했다. 이와 같은 사회변화는 1392년 조선이 성립하면서 시도되었으나, 실제로는 양란(兩亂)이라는 커다란 사건을 거치면서 17세기 중반에 전면적으로 이루어졌다. 이 책의 저자는 일찍부터 이러한 조선사회의 변화를 연구해 왔다. 이 책은 17세기 사회변화의 전후시기의 가족 모습을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보여주고 있다. 처가살이, 처가와 외가의 위력, 집안의 중심이 되는 여자와 가족들의 이야기가 17세기 전후로 어떻게 변모하는지를 역사에세이 형태로 쉽고 재미있으면서도 역사성을 갖고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이러한 역사이야기는 오늘 우리의 가족과 사회가 어떻게 가야하는가를 시사해 준다는 점에서도 지금 이 시대 우리 모두에게 일독이 필요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출처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최재혁, 박현정
여행과 예술은 친하다. 그래서인지 여행과 예술을 묶는 책들이 종종 눈에 띈다. 이 책도 그 중 하나이지만, 여행 가방에 툭 쑤셔 넣기엔 분량이 좀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펼쳐보니 처음 가보는 곳에 설레는 마음으로 이곳저곳을 맛보듯 다니는 여행서가 결코 아니다. 오래도록 유학생활을 하는 거주자가 어느 정도 호기심이 사라진 눈으로 바라보는 도쿄의 모습이라고 할까. 살면서 조금씩 붙인 잔잔한 애정과 두고두고 찾은 크고 작은 발견들이 사진과 글 곳곳에 스며들어 있어 새롭다. 캔 커피 또는 캔 맥주 하나 사들고 일본인들 사이에 파묻혀 두리번거리는 기분으로 도쿄를 탐색해 보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책이다. 우리에게 우리만의 미감이 있듯, 일본에는 일본만의 그것이 있다. 이를테면 한꺼번에 확 피었다가 순식간에 져버리는 벚꽃처럼 다른 생각이 끼어들 여지도 없이 화면을 아이리스만으로 한 가득 채운 병풍이라든가, 화려하게 장식한 커다란 접시 중앙에 단 한 점 올려져 있는 스시에서 무언가 지극히 일본적인 미감을 경험하게 되는 것 같다. 저자는 이런 미감을 말하면서 ‘앗쌀하다’는 표현을 뽑아 쓴다. 산뜻하고 시원스럽게라는 뜻을 가진 일본어 부사 ‘앗사리’가 변형된 말이다. 책 속에서 우리는 혀를 내두를 바람둥이였지만 언제나 사랑하는 그 순간만큼은 진실하고자 했던 겐지를 만날 수도 있고, 모던 걸 모던보이의 시대를 풍미했던, 갸름한 얼굴에 약간 울적해 보이는 멋쟁이 예술가 유메지도 알게 된다. 일본의 예술적 분위기에 한 번쯤 흠씬 젖어보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출처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이문열
이문열의 『리투아니아 여인』은 리투아니아 여인의 이야기면서 그녀의 이야기가 아니기도 하다. 리투아니아인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김혜련’이라는 뮤지컬 음악 감독을 중심으로 그녀의 모계(母系)가 겪은 디아스포라 문제가 제기되고 있기는 하다. 소련 제국주의 팽창 정책의 희생물이 되어 독립국보다는 속방이나 점령지로 더 많은 세월을 보낸 리투아니아의 과거와 현재 속에서 한국과 미국을 오락가락하며 겪는 정체성의 불협화음이 여실하게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가는 21세기에 ‘피’와 ‘땅’, 즉 혈통이나 국적에서 정체성을 찾는 일이 얼마나 시대착오적인 일인지 비판하고 있다. 이 지점에서 이 소설은 국제성이나 문화적 다양성, 다국적성, 혼합성 등이 조화와 절충, 종합의 미덕이 아니라 무의미한 혼재나 착종, 병렬, 중첩 등이 되기 쉬운 현실을 직시하면서 기존의 디아스포라소설이나 다문화소설이 지닌 관념성과 이데올로기성에서 탈피한다. 그리고 여기서 더 나아가 “나의 조국은 음악이고 내 동족은 내 음악을 이해하고 사랑해 주는 사람들”(266쪽)이라는 김혜련의 최종 선택을 통해, 그녀의 조국이 리투아니아도, 미국도, 한국도 아닌, ‘예술’이라는 점이 강조된다. 여기서 이 소설은 디아스포라소설이나 연애소설뿐만 아니라 예술가소설로 거듭 태어난다. 1인 망명 정부로서 예술 그 자체가 모국어인 문화적 노마드들에게 바쳐지는 선언이자 헌사이다.
출처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김하은 글, 김준철 그림
남들과 다르다는 것은 바로 남의 눈길을 받게 된다는 걸 의미한다. 얼굴색이 다르거나 장애가 있거나 남들에 비해 상당히 키가 크거나 작거나 하면 길 가던 사람들이 이상한 듯 돌아보곤 한다. 그 눈길에서 움츠러들지 않고 당당하기는 정말 쉽지 않다. 이 책의 주인공 껌벅이도 남과 다르다. 두꺼비가 되었는데도 꼬리가 안 떨어지고 그대로 붙어 있다. 처음엔 남과 다른 외모로 의기소침했지만 우연히 이야기 짓는 재능을 발견하고 그 재능이 꼬리에서 나온다 생각한다. 단점에서 장점을 찾아낸 껌벅이는 많은 이야기를 통해 이웃에게 웃음과 교훈을 주며 당당하게 살아간다. 그리고 자기 앞에 닥친 슬픔과 외로움도 자신의 재능을 이웃과 나누는 것으로 극복한다. 이야기는 두꺼비들의 이동통로를 가르는 큰 도로 때문에 새 삶터로 못가고 우왕좌왕하던 어린 두꺼비들이 용기를 내어 도로를 가로질러 산으로 올라가는 대이동 장면을 보여주며 감동적으로 끝난다. 할아버지 껌벅이가 해 준 이야기에 힘입은 결과다. 이 책은 책 속의 책, 즉 이야기 속에 또 다른 이야기가 나오는 액자 구조로 되어 있다. 뼈대가 되는 이야기에는 장애를 가진 두꺼비가 긍정적인 사고를 통해 단점을 장점으로 만들어 당당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잘 그려졌다. 그리고 책 속의 책은 살짝 바뀐 옛이야기들로 잘 알려진 이야기들을 상상력으로 다양하게 바꿔보는 재미를 주고 있다. 한 이야기 안에 장애 극복, 죽지 않는 삶의 문제, 환경 고발 등 여러 주제를 다루고 있어 조금 산만하게 느껴지지만 꼬리 달린 두꺼비의 캐릭터와 재미있게 바뀐 옛이야기가 그 결점을 잘 덮어 준다. 더불어 먹을 주된 재료로 해서 일부만 선명한 색채의 물감과 크레파스로 처리한 자유 분망한 그림이 이야기의 재미를 더욱 북돋아주고 있다. 저학년 어린이가 읽으면 좋겠다.
출처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고미숙
허준과 『동의보감』을 모르는 한국인은 없다. 이미 『소설 동의보감』이 밀리언셀러가 되고 드라마 <허준>이 국민드라마가 된 전례가 있다. 하지만 딱 그런 만큼 『동의보감』의 진면목이 왜곡돼 있다는 게 고전평론가 고미숙의 진단이다. 조선을 대표하는 고전이면서 유네스코에 등록된 세계기록문화 유산 가운데 하나이지만 실제로 『동의보감』을 읽어본 한국인이 얼마나 되는가. 장장 25권, 번역본으로만 2,500여 페이지를 자랑하는 방대한 의서라는 게 ‘거리감’의 일차적인 원인이겠지만, 전공자들이나 읽을 책으로 제쳐놓기에는 『동의보감』은 너무 아까운 책이다. 선조의 명을 받고 어의 허준이 14년의 노고 끝에 완성한 『동의보감』의 편찬 이유를 고려해 봐도 그렇다. 기존의 한의학 전통을 집대성하고 조선의 백성들이 널리 활용할 수 있게끔 하라는 것이 선조의 명이었고 허준은 이를 충실히 이행했다. 2천여 가지의 증상, 1400종의 약물, 4천여 가지의 처방, 수백 가지의 양생법과 침구법을 가려냄으로써 한의학을 가장 적절한 분량으로 정리하고 양생과 의술을 새로운 차원에서 통합한 것이 허준이 이룬 지적 성취이다. 또 일반 백성들이 일상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처방과 약재들을 포괄한 것이 그가 도달한 ‘대중적 보편성’이다. 특정 계급과 전문가들에 한정되었던 앎의 독점을 깨고 의학적 앎을 세상 널리 퍼뜨리고자 한 게 허준의 소망이었다면 『동의보감』은 오늘날 ‘대중지성’의 시대정신에 더 없이 잘 부합하는 교양고전이면서 또 그래야 한다. 고미숙의 『동의보감,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는 그 『동의보감』의 세계로 안내하는 가장 생기 넘치는 길잡이다.
출처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