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정보를 제공합니다.
어르신사랑연구모임
책을 일별하다가 마지막 부록에 눈이 멎었다. <‘어사연 공부방 100회 목록’. 1회 2001년 2월 8일 ‘노인운동에 대한 기본 이해’, 2회 2001년 2월 22일 ‘수족침에 대한 이해’, 44회 2004년 12월 23일 ‘포크댄스 배우기’, 50회 2005년 6월 30일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알아보기’, 100회 2009년 8월 27일 ‘노인요양원 생활의 빛과 그늘’, 그리고 지난 9월 22일 마침내 ‘노년에 인생의 길을 묻다’ 출간기념회.> 어사연은 ‘어르신사랑연구모임’의 준말이다. 방송사 아나운서 출신의 프리랜서 사회복지사 유경 씨가 대표다(스스로는 ‘구슬 꿰는 실’이라 말한다). 노인에 관심만 있으면 남녀노소 직업불문이다. 회원 3,000명 넘는 모임이 9년 가까이 100회 모임을 가졌다는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순수하고 진지하고 열정적인 네트워크이기에 가능하다. 이 책은 100번 만나며 관심과 지식을 나눠온 이들의 아름다운 흔적이다. ‘노인, 노인을 말하다’를 쓴 원로 종교학자 정진홍 교수의 글을 들머리로 해서 10대에서 80대에 이르는 필자 11명의 글을 모았다. 할머니 할아버지의 지혜를 빌리고자 몇 사람이나 그들의 발걸음에 속도를 맞추고 있나 묻는 10대 소녀, 노년에 대해 생각과 행동이 따로 노는 30대 가장, 50원짜리 동전처럼 자신의 쓸모가 다 된 것일까 한탄하는 50대, 마무리를 하며 철이 든다는 80대…. 그래서 부제도 ‘노년과 나이듦에 대한 여덟 개의 시선’이다. 삶을 향해 따뜻하고 성찰적인 눈길이 가득한 책이다.
출처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콘스탄스 루크/ 김선희
이 책은 미국 조류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화가인 존 오듀본(1785-1851)의 열정과 일 그리고 자연에 관한 이야기이다. 오듀본의 출생은 의문 투성이였지만 그런 것에 상관하지 않고 그 자신만의 세계를 찾아 나섰다. 햇살이 비치는 시골의 오솔길을 걸어 나가 탐험을 시작하였다. 새를 관찰하고 쫓아가는 것, 새 소리를 흉내 내는 것, 야생 쥐 둥지를 샅샅이 뒤지는 것에 끝나지 않고 사냥 후에는 그것들을 모조리 그리기 시작했다. 그는 아직까지 아무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새를 찾고 싶어 했다. 생활을 위해 많은 고된 일을 하면서도 꿈을 위해 집념을 버리지 않았다. 미국에 있는 모든 새를 그려 책으로 내겠다는 원대한 꿈은 그의 생활이 가장 힘든 시기에 태어났다는 것도 신기한 일이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오듀본과 함께 숲속 여행을 하는 기분이다. 간간이 책속에 삽입된, 숲에서 강가에서 만난 오듀본의 아름다운 새들을 보는 것도 즐거움이다. “…다행히 서서히 폭풍이 잦아들었다. 햇빛이 비추고 개똥지빠귀의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청명하고 부드럽고 풍성한 플루트와 비슷한 소리였다. 그 어떤 악기도 그 어떤 노래도 이처럼 달콤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출처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이몬 버틀러/ 김명철
시장이란 과연 어떤 존재인가? 시장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 제도인가? 시장은 이 세상 어느 곳에든 존재하는 보편적 존재이긴 하지만, 그것의 실체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우리 삶에서 시장이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왜 그런지를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한다. 이 책은 시장의 모든 측면을 A부터 Z까지 샅샅이 설명해 주고 있다. 그리고 그 설명에서 경제 전문가의 어려운 말투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쓰는 평범한 언어로 어려운 경제학적 개념을 놀라울 정도로 쉽게 설명해 주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 진정한 대가는 쉬운 말로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저자 이몬 버틀러는 자유시장 경제학자들의 국제적 모임인 몽페를렝 협회의 간부답게 시장에 대한 강한 신뢰를 책 곳곳에서 드러낸다. 시장이 놀라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비결을 설득력 있게 설명해 주고 있다. 그러나 극단적인 시장주의자가 일으킬 수 있는 반감을 느끼기가 힘들다. 그만큼 원숙한 경지에 도달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위트에 감탄을 할 때가 많았다. 경제학 책에서 ‘균형’이라는 단어를 보면 매직펜으로 지워버리라고 일갈하는 모습은 귀엽기까지하다. 경제학자들이 마치 ‘신성한 소’처럼 여기는 균형을 그렇게 쉽게 까뭉개 버리다니! 경제학이 어렵기만 한 학문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특히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그리고는 생각이 바뀌었는지 묻고 싶다.
출처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김재명
19세기까지 우리의 세계관이 주로 중국 문명 중심으로 형성되었다면, 20세기 이후 우리의 세계관은 주로 서구 문명 중심으로 형성되어 왔다. 이 책은 팔레스타인 지역의 사람들이 겪고 있는 전쟁의 참상을 서구의 시각이 아니라 그들의 시각에서 충실히 전달함으로써 우리의 시각에 균형을 부여하려는 시도이다. 이 책의 메시지는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겪고 있는 좌절과 분노에 대한 생생한 취재이다. 저자는 “사람들은 어디까지나 전쟁의 이미지만 볼 뿐, 전쟁을 직접 겪는 이들의 고통을 잘 모른다.”라는 미국 작가 수전 손택의 말을 인용한다. 저자는 팔레스타인 정치지도자 야신의 말을 빌어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폭력적 저항을 ‘테러’로 규정하는 서구 언론의 태도를 비판한다. 하마스로 대표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폭력적 ‘저항’(또는 ‘테러’)은 이스라엘 등 서구 기독교 문명 국가들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가하는 ‘국가 테러’에 맞서는 ‘테러의 균형’이라는 것이다. 둘째, 저자는 팔레스타인 지역에 평화가 정착되기 위한 우선적 조건으로 오바마 정부와 같은 중립적인 미국 정부가 친이스라엘 일방주의를 거둬들이고, 유엔 평화유지군을 팔레스타인 지역에 파견하여 팔레스타인 지역의 유혈사태를 종식시킬 것을 주문하고 있다.
출처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장근영 글, 그림
2500년 전 아테네에서 가장 현명한 사람은 소크라테스였다. 왜 델포이 신탁에 그렇게 쓰여 있었을까? 이 세상 사람들은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지만, 소크라테스는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만이 알기 위해서 질문을 던진다. 이 책은 저자가 역사상 위대한 업적을 남긴 심리학자들의 이론을 알기 쉽게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쓴 것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서 만화도 직접 그렸다. 심리학은 나 자신이 누구인지를 객관적 시각에서 과학적 방법론을 동원하여 체계적으로 설명하는 학문이다. 왜 사람은 각각 자신의 스키마를 가지고 사물과 사태를 기억하는지, 내안에 숨어 있는 나의 무의식은 무엇인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는 왜 존재하는지를 이해하면 삶에 대한 많은 의문이 풀린다. 프로이트, 밀그램, 밀러, 짐바르도 등의 심리학자들의 이론을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중심으로 설명하는 책이다. 남을 이해하고 싶다면, 자신을 먼저 이해하라. 자신을 이해하고 싶으면, 자신의 마음을 먼저 이해하라. 이 책을 읽어야 할 목적은 이제 분명해진다.
출처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김진경
역사와 여행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고대 그리스에 끌리지만 정작 고대 그리스 역사에 다가가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리스에 관한 서적은 십중팔구 그리스 신화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리스 역사에 대한 전문서적으로 접근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고대 그리스의 영광과 몰락』은 고대 그리스의 역사와 문화를 동시에 조망하고 있다는 매력을 갖고 있다. 이 책의 장점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무엇보다도 현재적 관점을 잃지 않고 있는 것이 크게 돋보인다. 노비를 포함해 인구 5만 명 정도의 폴리스들이 어떻게 그렇게 오랜 세월 동안 독립적 상태로 존속할 수 있었는지를 추적하고, 베일 속에 묻혀 있던 고대 그리스의 모습을 현대인의 시야로 끌어올린 최근 사람들의 이야기를 함께 싣고 있어 흥미진진하다. 트로이 유적을 발굴함으로써 호메로스의 서사시가 사실임을 입증한 상인출신 고고학자 슐리만이라든지 미노아 문자가 미케네 방언이라고 불리는 그리스어라는 사실을 밝혀낸 건축가 출신의 마이클 벤트리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그리스 역사 못지않게 많은 베일에 싸여 있는 한국사의 현장을 발굴하기 위해 뛰어들고 싶은 의욕을 느끼게 한다. 이 책은 그리스 역사를 설명하면서 그런 설명을 가능하게 만든 학자들의 이야기도 곁들임으로써 그리스 사학사의 역할도 하는데, 저자의 집필 목적대로 “학문성과 대중성을 고루 겸비”한 드문 경우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마지막 6장에서는 그리스 고전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를 비롯해 헤로도토스의 『역사』 등 현재까지 전해지는 그리스의 여러 고전들이 그리는 흥미진진한 세계, 즉 서양 정신의 기원으로 우리를 초대하고 있다. 한 마디로 고대 그리스 백과사전이라고 불려도 좋은 책이다.
출처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임근혜
책 제목 『창조의 제국』을 눈여겨본다. 왠지 또 다른 제국주의적 발상을 현대미술산업에도 적용하고자 하는 대영제국(?)의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읽다 보니 그러한 생각이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하나의 작품이 세계의 주목을 받기까지는 보이지 않는 그물망이 얼기설기 얽혀 있다. 예술가를 길러내는 교육제도, 세상의 감성을 발빠르게 흡수하여 경제적 효과를 극대화하는 컬렉터와 딜러들, 대중과 예술가, 시대의 가교 역할을 하는 미술관과 박물관, 눈 밝고 영민한 기업들의 창조적 마케팅 응용, 국가이미지 제고를 위해 예술을 적극 후원하는 정부 등등…. 모두가 나서서 뛰는 그 바퀴 속에 한 작품이 놓이면 때로 그것은 그만 저 밖으로 튕겨져 나가기도 하고, 안에서 찌그러져 흔적도 없이 사라지기도 한다. 그런데 이 모든 조건에서도 부상하는 세계적 작품이 탄생한다. 이렇게 보면 그 한 작품이 세계를 놀라게 하고 영향력을 갖게 하기 위해 가히 창조의 제국은 혼신의 노력을 다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한 작품을 잉태하는 예술의 자궁은 제국적 발상에서 영양을 공급받는 것이 아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흥미롭다. 소위 yBa(young British artist)그룹을 비롯해 최근 세계에 충격을 주고 있는 영국의 현대미술 작가들은 스스로 너무나도 자유로운 영혼을 일찍이 내밀고 있는 바람에, 이 책은 오히려 그들을 따라가기 위해 뒤에서 열심히 뛰지 않을 수 없는 영국 사회와 예술계의 유통구조를 역설적으로 조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한 마디로 재미있다. 세계적인 작가는 그냥 탄생하기도 하고 만들어지기도 한다. 그 역학의 그물망 속에 빛나는 작품들이 화보에 충분히 전개되어 있고, 책을 통해 보는 것이긴 하지만, 독자의 총체적 감각을 동원해 뭔가 생각을 시작하게 하는 꺼리들이 여러분의 관심을 기다리고 있다. 가장 최근에 일어났던 전시회와 작가들이 망라되어 있어 한 눈에 그들을 다 섭렵할 수 있는 것도 이 책이 가지는 큰 장점이다.
출처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줌파 라히리/박상미
모처럼 아름답고 섬세한 외국소설을 이달의 책으로 선정한다. 줌파 라히리의 단편 6편이 실려 있는 『그저 좋은 사람』이다. 줌파 라히리라는 이름이 생경할 수도 있겠다. 우리에게 소개된 책들 중 이 작가의 전작으로는 『이름 뒤에 숨은 사랑』 이나 『축복받은 집』이 있다. ‘이름 뒤에 숨은 사랑’은 몇 해 전 뉴요커들이 가장 많이 읽은 소설이기도 하며 미국 내에서는 헤밍웨이 문학상, 퓰리처상을 수상한 저력 있는 작가이기도 하다. 인도 벵갈 출신의 부모를 둔 줌파 라히리는 미국으로 이민하여 성장했고 미국에서 작가생활을 시작했다. 그의 작품들은 먼 곳이 아니라 가깝게 존재하는 이들의 삶을 미세하고 파고든다. 많은 작품이 가족을 중심으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신기한 것은 문화도 일상도 다른 사람들의 삶을 그리고 있지만 읽다 보면 바로 우리와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 같다는 공감을 이룬다. 줌파 라히리의 작품세계가 인간 근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저절로 주어지는 보편성 덕분이다. 『그저 좋은 사람』에 수록된 6편의 단편소설들도 가족이 테마이다. 사랑하고 미워하고 다시 껴안고 그리고 다시 작별하게 되는 관계로서의 가족. 가장 가까이 있기에 가장 오해가 많고 상처가 되기도 하는 존재들인 가족. 잃어버린 퍼즐 조각을 느닷없는 장소에서 찾아내기도 하는 것처럼 예기치 않은 시간에 마주치게 되는 가까운 사람들이 지닌 비밀들이 이 책 속에는 수두룩하다. 이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엮어진, 그러나 각자 다른 개인들이 지니고 있는 꿈과 좌절과 고통들이 섬세한 성찰에 의해 진경을 이룬다. 세계에 존재하고 있는 그 누군가들에게 끝없이 말을 걸고 있는 듯한 줌파 라히리가 이 작품들을 통해 독자들과 함께 이루고 싶은 공감은 불완전한 우리가 함께 공존하면서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가기에 관한 것들이 아닐까 생각한다.
출처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이형진 글, 그림
그 동안 놀부 입장에서 흥부전을 다시 쓴 이야기는 있었지만, 새로운 캐릭터 똥개를 삽입하고, 그의 시점에서 흥부전을 다시 쓴 이야기는 처음이라 우선 신선한 느낌을 받는다. 비록 동네 사람들이 똥개라고 놀려도 11명의 자식 중 여덟 번째와 아홉 번째 사이의 존재라는 사실이 자랑스럽기에 점박이는 병든 막내를 위해 기꺼이 자신의 몸을 내주려고 했다. 그러나 지붕에서 떨어진 박에서 금은보화가 나오자 흥부네 식구는 하루아침에 집도 버리고, 똥개도 버린 채 무정하게 떠나버렸다. 놀부가 그랬다면 모를까, 흥부가 가족과도 같은 똥개를 내팽개치고 가버리다니……. 때때로 똥개만도 못한 인간의 이기심에 대해 반성하게 해주는 그림책이다. 이 그림책의 글 텍스트는 점박이의 일인칭 시점으로 진행되지만, 그림의 장면에는 대체로 삼인칭 시점의 그림이 담겨있다. 그러나 점박이를 내려다보는 흥부네 식구들의 얼굴 표정을 담은 장면은 점박이가 자기를 잡아먹으려고 모의를 하는 흥부네 식구를 올려다보는 일인칭 시점의 장면이므로, 어린이 독자로 하여금 점박이의 마음에 쉽게 공감할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점박이가 자신을 잡아먹으려는 흥부 가족의 이야기를 듣고 몇 장면에 걸쳐 갈등을 겪다 자신의 목숨을 내 놓기로 결심한 순간 “쿵” 소리와 함께 박이 떨어진 장면은 이야기의 반전을 아주 효과적으로 이끄는 장면이다. 전체적으로, 그림에 나타난 등장인물의 행동이나 표정에는 익살이 넘쳐 이야기에서 담고자 한 풍자에 웃음을 더해주는 재미있는 그림책이다.
출처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이재호, 김원중
서구문화의 뿌리는 누가 뭐래도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이다. 헬레니즘은 달리 말하면 고대 그리스 로마 신화이고 헤브라이즘은 기독교다. 이미 그리스 로마 신화나 기독교의 성서(혹은 성경)는 우리 문화 속에도 깊이 들어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리스 로마 신화나 성서는 우리 안의 것이라기보다는 외래 문화일 수밖에 없다. 서구화 내지 근대화에도 불구하고 그리스 로마신화나 기독교가 제대로 우리의 문화전통과 융합되지 못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영문학자인 이 두 저자는 신화의 텍스트나 기독교의 성서를 ‘제대로’ 우리 것으로 만들지 못한데 근본이유가 있다고 본다. 우선 저자들은 기초개념들에 대한 정확한 표기법과 의미 풀이를 시도한다. 그러나 이것은 말 그대로 기본일 뿐이고 진정한 관심은 역시 문학자답게 신화나 성서의 관용구들에 있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 우리가 알게 모르게 저지른 수많은 오역들도 바로 잡았다. ‘Zeus's Brother’를 제우스의 동생이라고 번역한 책들이 많은데 제우스의 형이라고 번역해야 한다. 제우스는 막내이기 때문이다. 즉 개념이나 관용구의 맥락을 풀이해냄으로써 그 정확한 의미를 읽어내는데 두 저자의 작업은 크게 기여했다. 다행스럽게도 천병희 선생은 원전을 바탕으로 한 고전번역 작업을 진행 중이다. 여기에 이 책이 더해짐으로써 그리스 로마신화는 물론이고 성서에 대한 이해도 한층 깊어질 수 있게 됐다.
출처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