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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권
“고대 로마 1000년 영광은 개방성과 유연함이다. 아테네는 시민권을 극도로 제한한 나머지 아리스토텔레스마저 마케도니아 출신이라는 이유로 아테네 시민이 되지 못했다. 이에 비해 로마는 식민지 사람들도 군복무를 마치면 시민권을 부여했다” “영국인은 상대방과 대화할 때 팔 하나 정도의 거리감을 유지해야 안정감을 느끼는 반면 중동이나 중남미 국가들은 팔의 절반, 즉 팔꿈치 정도의 거리를 두어야 친밀감을 느낀다” 오랜 기간 직업외교관으로 세계무대를 경험한 저자가 젊은이들을 상대로 글로벌 시대의 성공전략을 제시한 책이다. 국제사회의 명품인간은 문화의 다양성과 상대성을 수혈한 ‘문화적 혼혈인간’이라는 주장이 핵심이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횡보를 계속하는 것은 ‘열린 문화의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성공한 나라와 실패한 나라를 비교하면 ‘문화’를 보는 태도의 차이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땅을 파는 농부와 여러 동네를 오가는 장사꾼의 생각이 다르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로마와 몽골, 영국이 세계를 경영한 공통점은 문화 간 융합과 소통을 추구한 정책에 있다고 말한다. 영국이 과거의 속령들과 더불어 지금까지 영연방의 형태를 유지할 수 있는 것 역시 자치를 통한 교류협력의 결과라는 분석이다. 그가 젊은이들의 글로벌 하이브리드를 실현하기 위해 내놓은 10가지 조건은 이렇다. 생존의 무기인 외국어 구사능력, 국제규범을 지키는 에티켓, 스스로 변화를 이끌어 내는 개성, 시민의 권리와 의무에 충실한 법치의식, 국가 경쟁력의 원천인 정직, 트렌드를 읽고 시장을 예측하는 전문성, 품위있는 음주습관, 지성미 넘치는 유머감각, 협상능력, 이성과 감성의 조화…. 물론 저자는 미래를 낙관한다. 서양의 사우나에 온돌문화를 융합해 종합휴식센터로 만든 찜질방이나, 지구적 표준에 우리 문화의 독창성이 결합한 비빔밥을 예로 들며 이러한 창의력이 치열한 국제환경을 돌파하는 힘이라는 것이다. 선진국 진입을 위한 거대담론 외에 젊은이의 사고를 키우는 지구본 선물하기, 위대한 한국인 명예의 전당 설립 등 구체적이면서도 실천 가능한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출처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나탈리 앤지어/ 김소정
과학적으로 생각한다는 것, 문제를 과학적으로 해결한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 느끼지 못하지만 사람들은 매순간 과학을 하면서 살아간다. 과학의 가장 기본 성질 중의 하나는 객관성이다. 이 세상에는 객관적인 진실이 존재하고, 그 진실을 이해할 수 있다는 사실은 과학이 주는 아름다운 진리이며 과학은 그저 받아들이고 말고 하는 의견일 수 없다는 것이다. 과학 혁명이란 기존 지식을 완전히 뒤집는 것이라기보다는 기존의 학문들을 일관되게 설명할 수 있도록 기존 이론들을 통합하고 흡수해 더 큰 진보를 이룩하는 것이다. 하지만 과학은 역동적이며 우리의 생각을 변하게 만들고 과학자들은 절대적인 것을 다루는 사람이 아니라 비판적 사고방식의 한 부분이라고 역설한다. 과학적으로 사고하는 것을 막는 어려움은 자신이 이미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믿음이라는 것이다. 즉 자신이 알고 있던 지식에 끼워 맞추어 생각하는 것은 과학자가 피해야 할 일중의 하나라는 점이다. 이 책은 스스로가 과학과 연애를 하고 있다는 과학 작가가 물리학, 화학, 생물학, 지질학 등 과학의 중심 분야에서 일하는 수십 명의 과학자들과 인터뷰를 통해 과학자들의 위의 질문들에 관한 답을 찾으며 과학자들이 아름답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주옥같은 이야기들을 담아 때론 인터뷰형식으로 때론 이야기 형식으로 다룬 과학 교양서이다. 때때로 동양 사람과 다른 형식의 유머러스한 그의 글을 읽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이다.
출처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매튜 메이/ 박세연
사람들은 왜 아이폰에 열광하는가? 이 책의 저자인 메이는 그 의문에 대한 해답의 열쇠가 아이폰이 갖는 우아함에 있다고 본다. 우아함이야말로 히트상품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특성이라는 것이다. 『우아한 아이디어가 세상을 지배한다』는 책 제목이 바로 그 생각을 잘 나타내주고 있다. 저자는 우아함이 반드시 마케팅의 측면뿐 아니라 우리 삶 전반에 걸쳐 매우 큰 중요성을 갖는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우아함의 조건은 과연 무엇일까? 저자는 컴퓨터공학의 아버지로 추앙 받고 있는 크누스(D. Knuth)의 말을 인용해 우아함의 조건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우아함이란 대칭적이면서, 인상적이고, 여백을 지닌, 즉 E = mc² 처럼 간결하면서도 불멸의 고리를 간직한 존재를 뜻한다.” 저자는 여백과 생략이 대칭성 못지않게 중요한 우아함의 요인이라고 말한다. 우리 산수화의 여백과 생략이야말로 우아함의 극치가 아닐까? 번역자는 이 책을 어떤 범주로 분류해야 할지에 대해 고심했다고 고백한다. 경영서가 될 수도 있겠고, 실용서도 될 수 있는가 하면, 철학서도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란다. 이 책을 읽으면 그런 고민을 할만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가 MBA 출신이고 마케팅 얘기를 많이 하는 것을 보면 경영서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경영서라고 말하기에는 우리 삶의 일반에 적용될 수 있는 부분이 너무나 크다. 이런 애매모호함이 오히려 책 읽는 즐거움을 더 크게 만들어 주고 있다. 순수한 경영서라면 그쪽에 관심을 갖지 않는 사람들도 즐겁게 읽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우아함 그 자체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전공과 직업에 관계없이 모두가 즐겁게 읽을 수 있도록 이 책을 썼다. 이 책을 읽고 우아함을 갖추는 요령까지 배울 수 있다면 이는 일거양득이 아닐 수 없다.
출처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일까 따이팔레/ 조정주
이 책은 ‘핀란드, 국가경쟁력 세계 1위의 비밀을 말한다!’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국가경쟁력이란 정치·경제·사회·문화·교육 등 여러 분야에 걸친 국가적 역량의 총화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핀란드의 사회적 창안을 구상하고 개발한 각양각색의 인물들이 이 책의 집필에 참여했다. 여성의원 40퍼센트 할당제, 부정부패 척결, 노사정 3자주의 등 ‘국가행정’, 빈곤층의 최저소득 보장을 국민의 사회적 기본권으로 인식하는 ‘사회정책’으로부터 시작하여, 전통문화의 활성화를 통해 사회적 연대를 강화하는 ‘성탄절 길’ 등 ‘일상생활’에 이르기까지 핀란드 사회의 다양한 모습이 담겨 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핀란드 사회가 인류의 소중한 가치인 ‘자유’, ‘평등’ 및 ‘연대’를 조화롭게 실현하고 있으며, 이를 구현하는 제도가 의외로 평범한 것도 많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평범 속의 비범’이라고나 할까. 경제 성장이나 과학기술의 발전 또는 스포츠의 발전에 비해 정치나 사회 발전은 상대적으로 더디고 어려운 것 같다. 세계 초일류 기업이나 과학기술자 및 스포츠인은 쉽게 손에 꼽을 수 있지만, 정치나 사회 발전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된다. 사회나 정치의 발전이란 역사·전통·문화 등 통제하기 어려운 수많은 변수들이 관여하고 있고, 또 소수 엘리트의 뛰어난 역량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국민들이 참여해서 그 수준을 높여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국가경쟁력 강화는 온 국민이 참여하는 게임이다.
출처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김용석
화살을 한 방 맞은 아폴론은 다프네와 뗄래야 뗄 수 없는 사랑에 빠진다. 화살을 갖고 놀고 있는 꼬마 신 에로스를 놀린 대가로 치르게 되는 결과다. 아테나 여신보다 더 자수를 잘 놓는다고 큰소리치던 아라크네는 결국 거미로 변해서 평생 살아가는 저주를 받게 된다. 그나마 목숨을 그렇게라도 보존하게 된 것은 아테나 여신의 가호가 있어서였다. 이렇듯 그리스신화는 이 세상 모든 일들을 신과 인간들의 감정적 권력관계 속에서 바라보도록 우리를 안내한다. 이 세상의 모든 사건은 결국 의인화된 존재들의 관점에서 재해석된다. 신화가 보여주는 세계는 현대 과학적 자연관이 뿌리내리기 이전 고대인들의 상상력에 기초한 그림이 어떠한가를 잘 보여준다. 과학은 사건과 사건 사이의 인과적 관계의 배후에 있는 자연법칙을 발견해내려고 하는 지적인 노력이다. 인간적 주관적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제 3자적 객관적 시각에서 세계의 이치를 밝히려는 것이 과학자의 임무이다. 메두사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바로 과학이다. 그렇다면, 지혜를 사랑한다는 철학자의 작업은 무엇인가? 필로소피아, 애지愛知, 철학은 지식을 아는 것도 아니고, 지식을 모르는 것도 아니다. 지식을 사랑한다는 것은 지식과 지혜를 끊임없이 탐구하고자 하는 과정의 연속이다. 과학도 신화도 철학적 탐구 대상이 된다. 철학은 과학과 신화가 전제로 하고 있는 그 어떤 것도 이성의 비판 없이 당연시하지 않는다.
출처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필립 판/ 김춘수
1921년 10여명의 공산주의자들이 만든 중국공산당이 28년 후에 중국 전역을 장악한 데는 인민들의 절대적인 지지가 결정적이었다. 그러나 중국공산당은 1950년대에는 대약진 운동, 1960년대에는 문화대혁명을 추진해 인류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대재앙을 만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공산당은 건재했다. 1980년대 등소평이 주도하는 개혁개방으로 큰 성공을 거두지만 다시 1989년 천안문의 비극을 맞게 된다. 그 후에도 경제는 성장했지만 정치체제는 여전히 공산당 일당독재 체제가 계속되었다. 중국현대사처럼 불가사의한 역사를 찾기도 쉽지 않은 것이다. 『마오의 제국(OUT OF MAO'S SHADOW)』은 이런 격변을 치렀던 중국 내부의 경험을 가지고 중국의 미래를 전망하는 책이다. 저자 필립 판은 대약진운동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주요 사건들에 직간접으로 참여했던 사람들을 심층 취재해 이 책을 저술했다. 한때 모택동을 아버지라고 불렀던 베이징대 여학생 린자오는 대약진운동과 문화대혁명에 홀로 맞서다 1968년 감옥에서 사형 당하는데 그녀가 옥중에서 자신의 피로 18만 단어에 이르는 수기를 썼다는 실화는 인간의 양심과 존엄성에 대한 큰 감동을 주었다. 겉으로 중국은 평온해 보이지만 중국 내부를 살펴보면 그렇지 않다고 이 책은 말하고 있다. 저자는 중국이 현재의 경제 규모에 걸맞은 정치체제로 나아갈 것인가의 여부가 중국의 미래를 결정지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또한 이런 “정치적 변화가 가만히 앉아 있어도 저절로 차려지는 밥상은 아니라고 본다.” 복수 정당체제로 대표되는 민주화된 정치체제는 인류의 보편적인 역사 발전 법칙대로 인민들의 투쟁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출처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밀드레드 프리드먼 외/ 이종인
건축가 프랭크 게리의 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이 책을 잡는 순간 꼭 누구라도 한번쯤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리는 한 마디로 살아있다. 어차피 건축가는 어떤 형태의 건물을 짓는 사람인데, 살아있다는 것은 무슨 말인가? 그에 대한 답은 이 책을 보면 알게 된다. 지난 10여 년간 게리가 자신의 이상을 실현해 낸 건축물의 화보와 설계과정 등이 알기 쉽게 망라되어 있다. 이 책의 3분의 2 이상은 편집자인 밀드레드 프리드먼이 게리를 직접 인터뷰해서 정리한 글로 채워져 있기 때문에 책 전체가 게리의 육성으로 이야기를 듣는 듯한 친근함이 있고 쉽다. 게리의 건축물들은 상상력과 아이디어가 발현되는 순간의 리듬과 운동, 색감, 개안의 에너지를 지니고 있다. 팀 디즈니랜드 관리 빌딩의 경우, 찌그러진 곡선의 입구는 춤추는 노란 얼굴을 하고 있다. 사랑스러울 정도인 게리의 건물들은 그러나 그 형태와 질감, 재료, 공학적 계산에 이르기까지 오랜 과정의 치밀함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아름다움이다. 그의 파격적인 건축형태는 20세기의 미학적, 기술적 경계를 훌쩍 뛰어넘었다. 그는 사각형을 뛰어넘어 건축물에 파격적인 곡선을 구사하는 한편, 상상을 초월하는 외장재를 사용해 건축계에 큰 파란을 일으킨 바 있다. 건축물이 오랫동안 유지해 왔던, 이유 있는 유형학적 형태를 넘어서는 그의 창의성은 그 자체만으로도 즐겁다. 게리는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자유를 꿈꾸는 물고기의 움직임, 마르셀 프루스트 소설에 나오는 마을과 방, 언덕과 하늘, 조토 그림에서 보이는 자연스러운 주름들, 바람을 안고 나아가면 아름다워지는 돛 등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어떻게 하면 건축물에 움직임과 느낌을 부여할 수 있을까’ 는 게리가 건축계의 초년병 시절부터 추구해 온 일생의 화두이다. 아무리 어려워도 ‘일단 시작을 하고 다음은 코의 감각을 따른다’는 그의 말대로 그는 아직도 건축에 자유를 주기 위한 실험을 그치지 않고 있다.
출처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최승자
『이 시대의 사랑』, 『즐거운 일기』의 시인 최승자가 11년 만에 『쓸쓸해서 머나먼』을 출간했다. 최승자라는 이름 자체가 뜨거움과 새로움의 상징이었던 때로부터 세월은 무수하게 흘렀다. 최승자의 시로 상징되는 ‘시’란 이런 것이다,라는 룰이 거침없이 깨져 나가는 통쾌함, 억압된 모든 현실들을 격렬한 자기 부정과 자기혐오의 독백으로 이어지던 파멸의 언어들을 기억하고 있는 우리들에게 ‘쓸쓸해서 머나먼’은 적요한 밥상 앞에 앉아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시집이다. 비명에 가까운 모멸이 사라진 자리에 깃든 쓸쓸한 평화가 이 시집이 지니고 있는 생기이다. 말하지 않아도 없는 것은 아니다./ 나무들 사이에 풀이 있듯 / 숲 사이에 오솔길이 있듯 // 중요한 것은 삶이었다. / 죽음이 아니었다. / 중요한 것은 그 거꾸로도 참이었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中에서- 아름답게 번득였고 남김없이 부서졌기 때문에 이 시집의 시들 속에 찾아온 작은 평화들은 깊고도 찬란하다. 11년 동안 병상생활을 하는 와중에 시인이 한걸음씩 찾아낸 이 아득하고 먼 세계. 회복기 환자가 매끼 지어 먹는 것 같은 흰죽 같은 시편들이 쓰러지려는 마음들을 위로한다. 혹한의 겨울이 지나고 봄빛이 가만가만히 찾아오는 3월 같은 시집이다.
출처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이수지
한 여자 아이가 무릎 사이에 얼굴을 파묻은 채 외롭게 앉아 있다. 아이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깜짝 놀란다. 그러나 자기와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고, 동작을 똑같이 따라하는 거울 속 아이에게 차츰 마음을 열고 다가간다. 둘은 활짝 웃는 모습으로 춤을 추게 되고, 한 마음이 되어 춤을 추는 절정의 순간에는 거울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거울 속 아이는 더 이상 주인공 아이의 동작을 따라 하지 않는다. 그런 거울 속 아이에게 삐친 주인공 아이는 거울을 밀어버린다. 이 때 거울의 물리적 모양이 화면에 드러나면서 이제까지 거울 속에서 하나였던 둘은 서로 다른 존재임이 명백해진다. 거울에 비친 아이는 깨진 거울과 함께 사라져 버렸고, 아이는 다시 혼자가 된다. 이 그림책은 이미 2003년에 이탈리아를 비롯해 여러 나라에서 출판된 이수지의 그림책으로, 이 그림책에는 그 동안 작가가 다른 작품에서 보여준 작가만의 개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특히 글도 없고 배경 묘사도 없어서 주인공 아이의 심리에 오히려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그림, 춤을 추는 아이들의 흥겨움을 나타내기 위해 첨가된 주황색과 노란색, 하나 되어 거울 속으로 들어간 아이들을 표현하기 위해 양쪽 펼침 면 전체를 하얀 공간으로 남겨둔 연출 방식은 모두 이야기 표현에 효과적이다. 또한, 전신 거울처럼 긴 모양의 책 판형을 비롯하여 그림책 모티브인 거울 상(象)으로 된 제목 글씨와 면지의 그림 장식 등, 그림책의 본 텍스트뿐만 아니라 주변텍스트(paratext)까지 총체적으로 고려한 구성이 돋보인다. 당연한 말이지만, 어린이도 통상 부정적 정서로 불리는 화나 질투, 두려움, 슬픔 등을 일상적으로 경험한다. 이 그림책은 외로움이나 우울함의 정서를 느껴보았거나 느끼고 있는 어린이로 하여금 자신과 닮은 아이의 모습을 타자화(他者化)시켜 바라보게 함으로써 자신의 감정을 인식할 수 있게 해준다. 더구나 이 그림책은 글 없는 그림책이므로 어린이가 그림책 속 아이의 마음을 자유롭게 상상하며 읽을 수 있게 해주고, 그림책 속 아이에게 말을 건넬 여지를 많이 준다. 이 과정에서 어린이는 자신의 이야기를 표현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신과 다를 바 없는 그림책 속 아이에게 위로하고 격려하는 말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림책 속 아이의 첫 모습과 마지막 모습이 모두 외로워 보여 다소 침울한 느낌을 주는 책임에도 불구하고 이 그림책을 읽을 만한 책으로 추천하는 이유다.
출처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윤성근
한 젊은이가 있다. 서울 정릉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그 젊은이는 초등학교 때 벌써 종로서적의 위력을 알았다. 걸어서 2시간 가까이 걸렸지만 종로서적에 있는 수많은 책을 마음대로 읽기 위해 그 먼 길을 걸어서 다녔다. 그 젊은이가 커서 잘 나가는 직장에 취직했다. 10년 이상 안정적이고 돈도 많이 받는 회사를 다녔다. 그러던 그 젊은이는 어느 날 우연히 책 하나를 집어 든다. 레닌의 『무엇을 할 것인가』다. 혁명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묻는 책이다. ‘필’을 받은 그 젊은이는 곧바로 회사에 사표를 낸다. 2002년 무렵의 일이다. 남들은 월드컵에 열광하고 있던 그 때 혁명이라니, 그래서 보기에 따라서는 참 철없는 젊은이다. 그 젊은이는 출판사에 취직해 2년 정도 다녔고 책 만들기의 진부함에 진력이 난 그는 헌책방에서 다시 2~3년을 보낸다. 알고 보니 책이 그를 부르고 있었다. 2007년 봄 헌책방을 그만둔 그는 직접 헌책방을 냈다. 자기가 읽은 책, 자기가 권하고 싶은 책만 파는 그런 헌책방이었다. 이런 젊은이가 서울 한 구석에서 열심히 자기 삶을 열어가고 있다는 것이 반갑고 서글프다. 반가운 것은 여전히 역사는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해서이고 이런 젊은이가 갈 수 있는 곳이 헌책방뿐인가 해서 서글프다. 모든 것이 돈과 권력, 명예뿐인 세상에서 이런 젊은이가 서울 한 곳에서 꼬물대고 있다는 것, 그것을 확인하는 것도 이젠 우리 시대의 중요한 교양이다.
출처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